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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의 복귀, 제대로 된 논쟁이 시작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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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의 복귀, 제대로 된 논쟁이 시작돼야

[김민웅 칼럼] 곽노현 교육감 판결에 대해

법적 결론 완결되지 않았다.

곽노현 교육감의 벌금형 선고는 실정법적 제약과 곽 교육감의 진심에 대한 경계선에서 내려진 판결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판단이 3심까지 있다는 점에서 이번 1심 유죄선고가 곽 교육감에 대한 법적 결론이 완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곽 교육감의 직무복귀가 이루어짐으로써 그간 이명박 정권과 보수 세력이 저지하려 했던 교육 개혁의 방향과 의지가 다시 점화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재판에서 곽 교육감이 돈과 관련한 사전 합의에 대한 인지 여부, 사후라도 대가성이 입증된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돈의 성격을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의 문제이자, 실정법이 규정한 대가성 금품 제공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걸려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곽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경쟁 상대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선거가 끝난 후, 돈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했고 이는 곽 교육감 자신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실 관계의 일차적 진실은 변함이 없었다. 여기서 대립되는 지점은, 어려운 박명기 교수의 처지에 긴급 조력을 했다는 곽 교육감의 주장과 선거 이후 사전 합의에 따른 대가성 금품 제공이라는 검찰의 주장이다.

상황논리와 진심의 대결

ⓒ뉴시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준 것은 그 어떤 정상을 참작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그런 식이라면 우리 사회는 너무도 인심이 사나와질 것이라는 반박이 있다. 어디에서는 갓끈도 매지 말고 신발 끈도 고쳐 신지 말라고 하는데, 이건 상황에 따른 오해의 가능성을 피하라는 교훈이다.

진보 교육감이라는 위상을 어렵게 얻은 마당에 보수 세력의 공세가 뻔한데 아무리 상대의 처지가 급해도 그러지 않는 것이 당연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옳은 처신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할 경우, 그 상황논리를 넘어서는 진심의 수용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번 재판의 사실상 핵심은 곽 교육감의 진심을 판단하는 문제이다. 선거과정에서 경쟁상대가 사퇴함으로써 유리한 입장에 서 있게 된 것도 사실이고, 그 상대가 사퇴의 대가를 기대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곽 교육감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오간 것도 사실이며, 돈이 건네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과 조건만 보면 이는 대가성 금품 제공이라는 판단을 내리기에 족하다. 유죄판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재판은 바로 이러한 조건과 상황이 얽혀 있는 사안의 진실을 파헤치는데서 시작된다. 또한 이 사안에 깔려 있는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명 재판의 의미다.

긴급부조의 진실성, 그리고 윤리적 논쟁

묻자. 우리는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음에도 상대의 처지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돈을 건네주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가? 만일 돈의 성격이 정말 "긴급부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리 긴급부조를 해야 할 상황이라도 상대에 따라 그 긴급부조는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가령 "원수를 사랑하라"는 종교적 윤리는 언제나 실정법적 판단의 잣대에 묶여야 하는가?

나는 곽 교육감이 실로 용기 있다고 본다. 경쟁 상대였던 후보에게 돈을 주는 일은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사건 직후 이에 대한 사실 인정을 했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모든 정황논리를 뛰어넘어,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진보교육 운동에 뛰어든 이들이 어떤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힘겨운 처지에 빠지는가를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가 교육의 진보적 개혁에 진력을 다하는 것 이상으로, 함께 선거에 나섰던 이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했다. 정치적으로 순진하고 교육감의 위치에서 무책임한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곽 교육감이 바로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있기에, 그는 현실의 비난과 오해를 뚫고 교육개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진정 조력이 필요한 곳에 조력을 하는 것. 그것이 이 사회를 보다 윤리적으로 진보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 일을 하는 것은, 현실의 오해라는 거대한 벽을 허물고 나가는 이에게만 가능하다.

곽노현 표 교육 개혁 힘차게 다시 시동을 걸어야

곽노현 교육감 재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쟁은 이제 비로소 제대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는 향후 우리 교육의 내용과 가치에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에 더해 그간 곽노현 교육감의 진보교육 개혁을 막고자 했던 세력이 이번 일로 어떤 대응을 하게 될는지 주목된다.

이제 우리는 곽노현 교육감의 복귀로, 그간 흐트러져 있던 서울시 교육정책의 흐름을 다시 잡아 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 이 쌍두마차가 서울시의 내일을 밝게 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곽노현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이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를 결과적으로 가져왔고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박원순-곽노현, 이 서울시 개혁의 두 동력이 힘차게 손을 잡고 2012년을 더더욱 흥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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