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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 목소리, "분당만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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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한 목소리, "분당만은 안된다"

비판여론 의식한듯, 최병렬 입장고수로 아직 불안

한나라당은 5일 운영위원회의를 열고 공천과 관련한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했다. 3시간여 동안 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최병렬 대표를 위시한 주류측과 서청원 전대표를 필두로 하는 비주류측의 정면충돌이 예고됐지만, 작금의 논란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듯 예상밖으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는 총선을 목전에 앞둔 시점에서의 분당은 공멸로 가는 위기의식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언론에 당이 내분 상황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는 인식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공천과 관련한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바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최, “공심위 재구성은 없다”**

이날 회의에서 운영위원들은 공천 갈등의 해결책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공통분모로 모아진 것은 ▲비대위 해체 ▲공천일정의 연기 또는 연장 ▲공천심사위원의 일부 교체-보강 등이다.

이에 대해 최병렬 대표는 “비대위 해체 문제에 대해서는 신임 사무총장의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고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대표는 공천 일정의 연장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공천 일정을 연장하는 데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이 의견을 공심위에 전해 공심위에 맡기겠다”고 말해 이 또한 수용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공천심사위원의 교체나 보강에 대해 최 대표는 “당내 위원으로는 초.재선 의원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축적이 덜하니 공정할 수 있지 않겠나는 입장이었다”며 “이는 당3역과 깊이 상의한 내용”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당외 공심위 인사에 대해서도 “이 분들은 우리 당을 믿고 사랑하는 건전한 보수의 성품이 강한 사람들이고 정성들여 교섭했다”며 “공심위 재편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공심위는 말 그대로 공직자후보를 추천하는 기구”라며 “공심위에서 추천한 후보는 운영위 의결을 거치기로 돼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공심위가 심사기준을 자세히 만들면 그 기준을 운영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혀 공심위에 대한 운영위원들의 우려를 달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최 대표는 당무 감사자료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에 대해 “이상배, 원희룡, 이인기 세 사람이 유출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며 “자신의 등급이 너무 억울한 사람은 이들에게 말해, 조작이 됐는지 여부를 따로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안해주면 고마운 일’ 발언 논란**

이날 운영위 회의는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천신청 거부 움직임에 대해 “스스로 안나와 준다면 더 고마운 일”이라고 한 발언을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또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의 당내 갈등은) 개혁공천의 큰 흐름 속에서 비리와 부패 혐의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발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대목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대다수 위원들은 김문수 위원장의 입단속을 주문하며 공천심사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백승홍 운영위원은 회의 시작 전 “공천심사위원장이라는 자가 입을 다물어야지. 공천 신청 안해주면 고맙다니 이따위 XX가 어디 있어”라며 김 위원장을 향해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백 위원은 “이같은 망발을 하는 김 위원장이 공심위 위원장으로 있는 한 공천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확인해본 결과 본인 의사가 정확히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런 취지의 내용을 얘기한 바가 없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최 대표는 “기자를 만나지 않아서 김 위원장 얘기만으로 단정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신문보도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해 김 위원장의 발언 논란은 일단락됐다.

***운영위원 한목소리 “분당만은 막아야”**

이날 대다수의 운영위원들은 당내 내분 양상이 현지도부와 전지도부의 당권 투쟁 양상으로 비쳐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했다. 당무감사 자료에 크게 반발했던 의원들도 "분당만은 안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지부장으로 D등급을 받은 박원홍 위원은 ▲분당 반대 ▲특정 계파세력의 조정 및 사주에 반대 ▲공천 개혁 찬성 ▲당의 합리적 운영에 찬성 등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의 원칙을 밝혔다.

당무감사 결과에 가장 격렬히 저항해온 백승홍 의원도 “당이 내분으로 가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한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며 “반드시 뭉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지부 위원장인 권철현 위원도 “운영위를 자주 열어 계파 갈등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당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분당과 파당으로 가거나 이 기회를 당권경쟁의 호기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열 의원은 “지금의 사태가 언론에 현대표와 전대표 사이의 갈등이라고 나오고 있다”며 “전대표는 살인정치니 말살행위니 하는 등의 말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서청원 전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이어 “김영일 전 사무총장이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불려가는 데, 이를 지시했던 당시 대표도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서청원 측 지구당 위원장으로 알려진 김용수 운영위원이 “필요한 얘기만 하라. 이게 화합이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양정규 “분당돼도 민국당처럼 되지는 않아”**

최 대표와 당내 운영위원들이 화합과 단결을 주문했음에도 여전히 분당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날 운영위에서 6선인 양정규 의원은 “당에서 나가봐야 민주국민당처럼 돼 아무것도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이는 엄청난 착오”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그 당시는 이회창 전총재가 버티고 있었고,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래서 민국당이 지역에서 전부 떨어졌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그런 상황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따라서 최 대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당원의견을 수렴하라”고 분당이 되더라도 비주류측이 민국당처럼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 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최 대표를 향해 중진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라는 일종의 협박성 발언으로 해석됐지만, 분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분당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문수 공심위위원장과 홍준표 의원이 공심위에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자료 유출 건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고, 홍준표 의원은 "당에서 이회창 색깔을 모두 빼야 살아남는다"고 주장한 바 있어 많은 의원들은 이 둘이 공심위에 속해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운영위에서 독립적 기구인 공천심사위를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자기들이 구성해 놓고 지금 바꾸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주장했고,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공천심사위 재구성론 요구는 결국 물갈이 반대의 다른 표현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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