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당무감사 '살생부' 유출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영남권 중진인 4선의 이상득(경북 포항)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했다. 민정계 중진을 신임 총장에 임명함으로써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비주류에 일종의 타협책을 내민 셈이다.
***이상득 "당이 필요하면 나서겠다"**
당무감사 자료에서 B등급으로 분류됐던 이상득 신임총장은 정책위의장 2번,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고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의 고문을 맡기도 한 TK 중진으로 중진과 소장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신임총장은 당내에서 '60대용퇴론', '5.6공 청산론' 이 제기됐을 때 ▲비리연루자 ▲5.6공 시절 민주인사 탄압에 관여한 반민주인사 ▲의원직 유지에만 연연한 '얌체 의원' 등 소장파 기준과는 다른 3대 기준을 제시하기도 해, 중진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이 신임총장은 "최 대표가 사무총장직을 맡아달라고 하기에 다른 유능한 사람을 시키라고 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당이 필요하면 나서겠다"고 당 내분 사태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했다.
임태희 당대표 비서실장도 "신임 이 총장을 중심으로 당이 화합과 결속을 다지면서 공천과정에서는 원칙있는 심사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이 신임총장 발탁은 당 내분의 수습을 위해 비주류 중진들을 상대로 타협책적 성격이 짙다. 당무감사 등급에서 B등급을 받기는 했지만 이 신임총장은 지난달 8일 양정규 의원이 주도한 당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는 등, 당내 물갈이에 집단 반발하는 중진 의원들과 활동을 같이 해온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 대표는 중진의원들 중에서 새 총장을 발탁함으로써 중진들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하는 것과 동시에 공천 일정을 강행하면서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당 내분 사태를 몰아가 지도부의 개혁의지를 부각시킨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청원측 반발은 줄어들지 않을 듯**
그러나 당내에서 이 신임총장의 발탁으로 서청원 측과 중진들의 반발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 강경파 의원은 "이상득 전 총장도 청산대상이 아니냐"며 "사태를 미봉하려는 시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특히 서청원 의원측에서 내주초까지 소집을 요구한 국회의원-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 개최와 공천심사 일정의 연기에 대해 최 대표는 확고하게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내주 중 한나라당 내분은 또 한 차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최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무감사 자료에서 C-D등급을 받은 의원들에 대한 유감을 표시할 생각이지만, 개혁 공천 의지를 거듭 밝힐 것으로 알려져 내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후보자 공개모집 강행**
실제로 최대표는 비주류의 연기요구에도 불구하고 3일 17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공개모집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1일까지 일단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공모한 뒤 12일부터 서류심사, 여론조사 등 한달여에 걸친 1차 자격심사를 거쳐 단수후보 혹은 경선후보군을 선정할 계획이다. 당 공천심사위는 이어 다음달 20일께까지 국민참여형 경선을 끝내고, 경선과정의 불법행위 여부 등을 감안한 2차 심사를 거쳐 늦어도 2월말께 최종 공천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비주류는 이같은 최대표 방침에 강력 반발하며, 공천심사 접수 거부 등 집단 실력행사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본격적 세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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