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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내년 총선서 반드시 심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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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내년 총선서 반드시 심판하겠다"

[현장] 29일 아수라장된 국회앞 FTA 반대 농민집회

"우리 농민들은 더 이상 밀릴 데가 없습니다."
"경고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 폭력 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국회소식입니다. 본회의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여러분들은 어서 비켜주십시오. 살수를 시작하면 카메라 등 취재장비가 손상될 염려가 있습니다."
"이 엄동설한에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은 각성하라."
"전의경들에게 돌 던지지 마십시오. 거기 파란 잠바! 던지지 말랬잖아!"

"여러분, 현재 국회는 휴장상태고 기습처리하려는지 4당총무 논의가 있을 예정이랍니다."
"농민여러분들은 자제하십시오. 지금 일부 젋은 한총련 학생들이 과격시위를 선동하고..."
"학생들이 아니라 지금 방송하고 있는 경찰! 당신이 우리를 열받게 하는거야! 똑바로 알라고!"(농민들 박수)

29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연대 주최 '한-칠레 FTA 반대 결의대회'는 주최측 방송과 경찰의 경고방송, 물대포와 농민들의 돌과 술병, 경찰들의 진압과 연행, 비명과 함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사진 1>

***'고립'과 '전면봉쇄', 무능한 시스템의 반증**

전국에서 70여대의 버스를 타고 온 3천여명의 농민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규탄연설과 노래패공연,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고 경찰은 그 사이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모든 통로를 수십대의 전의경차량과 1천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전면봉쇄했다. 경찰은 이날 전경 버스로 정문을 제외한 국회 정면 담 주위에 '버스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했다. 버스 지붕 위에 올라선 경찰은 지붕에 네모난 구멍이 뚫린 남색 깔판을 세워 농민들의 투석전에 대비했다.

"왜 우리를 막느냔 말이야. 우리가 뽑아서 국회의원 만들어줬는데. 저나 나나 똑같은 인간이고 얘기 좀 하고 싶다는데 왜 우리를 막아.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나주에서 쌀농사와 과수원을 하는 최모(46)씨는 경찰에게 맞는 것보다 자신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문제가 저 너머 국회에서 처리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꼼짝할 수도 없다는 사실에 더 절망하는 듯했다.

너무나 쉬운 국회의원들이 민의 배반과 세계시장에 떠밀린 농민들에 대한 안전망 부재, 억눌린 사회갈등을 풀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전무, 이 모든 것은 집회현장의 '전면봉쇄' 그리고 '폭력'으로 귀결되고 있다.

<사진 2>

***반복되는 경찰-농민 물리적 충돌**

농민들이 '무장한' 경찰과 승산없는 싸움을 벌이기 위해 전국에서 상경했겠는가. 그러나 도농의원들이 국회에서 옥신각신하며 한칠레 FTA를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하는 동안 '고립'을 벗어나 말하고자 하는 농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간의 물리적 충돌은 또 시작되고 있었다.

오후 3시 40분경 일부 농민들이 경찰저지선을 뚫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이를 저지했다. 이에 농민들은 도로공사를 위해 세워진 철판을 넘어뜨리고 일부 농민들은 돌과 소주병을 던지며 맞섰다.

물대포로 뒤로 물러섰던 농민들이 앞으로 나가려고 하자 경찰들이 갑자기 우르르 달려나와 농민들을 폭행했다. 분노한 농민들은 나무 등에 불을 붙여서 던지려고 하고 경찰은 모든 불을 물대포로 껐다. 이로 인해 상징의식으로 태울 예정이었던 쌀가마도 다 터지고 물에 젖었다.

***경찰의 대대적인 진압, 곳곳에 비명과 눈물**

<사진 3>

오후 3시 반경의 격렬한 실랑이 후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그동안에도 일부 농민들은 산발적으로 계속 돌이나 나무, 술병들을 던졌고 일부 농민은 이들을 말렸으나 대부분의 농민은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날라오는 돌과 술병을 방패로 막고 있던 경찰은 오후 5시경 갑자기 수백명이 달려나가 농민들을 대대적으로 진압하고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다쳤으며 한창 과잉진압 논란의 주범이었던 '방패의 머리가격'이 또다시 이어졌다.

농민 한 명당 3-4명의 경찰들이 달라붙어 연행하는 과정 중 반항하는 농민에 대해서는 뒤에서 곤봉으로 목을 조르는 등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고 부상이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6세 어린이(조혜성, 경남산청)가 다쳐 한 때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전농에 따르면 이날 연행된 농민은 31명, 부상자는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숙 투쟁, 농민들 "30일 본회의도 똑똑히 지켜보겠다"**

물대포에 맞아 흠씬 젖은 농민들이 여기저기서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있는 사이 국회가 한·칠레 FTA 비준안 상정을 30일로 연기했고 노숙투쟁에 돌입한 농민연대는 30일도 국회 앞에서 농성할 것을 예고했다.

전농 박홍식 사무총장은 "지하철역에서 자든 타고온 차에서 자든 우린 철야 노숙투쟁을 각오하고 왔다"며 "30일 본회의도 똑똑히 지켜봐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거부할 것과 설령 처리가 불가피하더라도 WTO DDA 협상 이후에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낙선시킬 것과 비준안을 막아내지 못한 정당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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