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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국회 통외통위 기습통과

도-농 의원간 대립끝에, 농민 점거농성 돌입

한-칠레 FTA 비준안이 26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에서 찬성 12표, 반대 7표, 기권1표로 통과돼, 본회의에 회부됐다. 단 FTA체결시 농민피해에 대한 보상을 위한 FTA 이행특별법안 등 4대 특별법을 같은 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10일 FTA비준동의안을 상정한 통외통위는 이날 50여일 만에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으로부터 제안 설명을 들은 뒤 대체토론을 벌이며 본격 심의에 나섰으나 완전 합의에는 실패, 논란 끝에 표결로 처리했다.

*** 위원회 통과 놓고 도농 의원들 간 대립 **

이날 회의는 당적과 관계없이 도시 출신 의원과 농촌 출신 의원 사이에 설전을 벌였다. 도시 의원들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들어 “즉시 처리”를 주장했고 농촌 출신 의원들은 “선대책, 후처리” 원칙을 고수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은 개방이라는 시대흐름을 읽지 못하고 쇄국의 길을 택해 엄청난 국운 쇠락을 초래했다"며 "FTA 체결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대철 의원은 "도시출신 의원들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처리할 테니 농촌 출신 의원들은 그냥 따라만 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농촌 출신인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정부의 FTA피해보상대책을 보면 구체적 실천계획도 없고, 재원확보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책을 요구했고, 같은 당 김종하 의원도 "농민들의 피해를 묵살하고 비준동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없다"며 위원회 통과를 강력히 반대했다.

제안설명과 대체토론 후에도 위원들간 합의를 보지 못하자 서정화 위원장은 3당 간사협의를 거쳐 결국 기습적으로 기립 표결 처리했다.

표결결과 서정화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한승수(춘천), 유흥수(부산수영), 박원홍(서울서초갑), 김덕룡(서울서초을), 맹형규(서울송파갑), 조웅규(비례), 열린우리당 정대철(서울중구), 이상수(서울중랑갑), 이부영(서울강동갑), 유재건(서울성북갑), 이창복(원주) 의원 등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한나라당 하순봉(진주), 김용갑(밀양,창녕), 김종하(창원갑), 민주당 한화갑(무안,신안), 박상천(고흥), 김상현(광주), 자민련 김종호(비례) 등 7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기권했고 한나라당 김용환, 민주당 추미애, 김운용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 **

FTA동의안이 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빠르면 29일 또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각 당내 농촌출신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우려해 동의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각정당도 표심을 의식해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한다는 방침이어서, 본회의 통과 가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편 FTA와 연계된 FTA이행특별법, 농어민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농어가부채경감특별법 등 농어민 피해보상 관련법안들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를 곧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칠레 FTA는 1998년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한 이후 지난 10월 24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협상안을 수용, 최종 타결된 우리나라 최초 체결 FTA다.

***농민 거세게 반발**

농민들은 당연히 FTA 통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현찬 의장은 "국회 통외통위에서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한마디로 농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조류독감으로 축산 농가들이 어려움에 빠졌는데 국회는 농민들에게 한번더 아픔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서정의 회장은 "농가소득보전을 위한 목적세 적용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FTA비준 동의안 반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며 "FTA비준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1만여명의 농민들이 참여하는 1박2일 상경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농연은 비준 동의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의원들에 대해서는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실력행사도 시작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 전북연합회는 26일 여당인 열린리당 전북도지부와 정읍, 고창, 익산 등 6개 시.군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 지도부 2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전주시 열린우리당 전북도지부(위원장 김원기 의원)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오는 29일 FTA 비준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려는 것은 한국 농업을 포기하려는 것"이라며 "대응전략을 완비한 뒤 비준해도 늦지 않다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개혁적 이미지와는 달리 농민의 소리에 가장 무관심하다고 판단해 도지부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게됐다"고 밝힌 뒤 곧바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밖에 고창과 익산, 정읍 등 6개 시.군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도 농민회원 10-20여명이 오전 11시부터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광주.전남 농민연대 회원 50여명도 이날 FTA 국회 비준안 처리 중단을 촉구하며 민주당 박상천(고흥) 한화갑(무안) 김상현(광주) 의원 지구당사무실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또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작년 FTA 국회비준 반대에 서약했던 의원 1백59명 등 4당과 국회의원 전원을 반농민적 정당 및 국회의원으로 규정해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도 국회의원 사무실에 대한 점거농성이 본격화되는 등 FTA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농민들의 실력행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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