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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르노와 가수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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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르노와 가수 르노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11>

르노를 아십니까? 안국동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대형건물에 ‘르노삼성자동차’라고 된 긴 대형간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르노(Renault)는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던 프랑스의 대형 자동차 회사이다. 한때 대우가 프랑스의 톰슨그룹을 인수하려고 하다가 프랑스국민이 반발과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실패한 적이 있는데 그 후 불과 몇 년후 IMF 위기를 맞은 한국경제는 프랑스의 거대자본에게 삼성자동차를 넘겨줘야만 했던 것이다. 르노는 1998년에 출범한 삼상자동차 주식회사를 2000년에 인수하여 르노삼성자동차 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주지하다시피 르노자동차는 푸조(peugeot)나 시트로엥(citroën) 등과와 함께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대명사이다. 르노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 중에서 최대규모이며 프랑스 대기업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굴지의 기업이다.

르노는 1898년 파리 교외의 비양쿠르에서 설립되었고 프랑스 자본주의 발달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온 기업이다. 회사이름은 창업자인 L.르노(1877∼1944)에서 비롯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협력한 죄로 1945년에 자산이 국가에 의하여 몰수돼 국유화되었고 현재도 국영기업이다. 1947년에 개발된 르노 4CV차를 비롯해 1958년형의 르노-도핀 등 소형 승용차의 대량생산에 성공하여 프랑스 최대의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1955년에는 자회사를 설립해 트럭·버스 등의 생산에도 진출하였고, 1966년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푸조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본사 및 공장은 비양쿠르에 있으며, 국내의 6개 공장 외에 벨기에·스페인·아르헨티나·브라질 등 10여 개국에 산재한 공장에서 르노차(車)의 조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에는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와 제휴를 맺었고 1999년 3월에는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인수했다. 2000년 9월 한국의 삼성자동차까지 인수하면서 르노는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재무상태를 보면 1999년 현재 총자산이 4백65억 2천9백만 달러이며, 2001년 매출액은 3백63억 5천1백만 유로에 이른다.

르노는 프랑스의 거대 기업이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또다른 뉘앙스를 주는 기업이다. 프랑스 자본주의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프랑스 노동운동이 싹튼 곳이기 때문이다. 르노공장은 노동운동의 살아있는 역사현장이다. 프랑스는 노동운동, 특히 생디칼리즘(Syndicalisme)적인 노동운동이 치열했던 나라이다. 그 속에서 르노공장은 노동운동의 핵심부였다. 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모순이 격화된 곳에서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예견했다. 프랑스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곳은 프랑스의 최대기업이었던 르노 자동차였다. 프랑스로 건너와 노동운동을 배웠고 직접 공산당활동을 했던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치민도 르노자동차공장의 노동자출신이었다.

한편 르노는 자동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인 대중가수이며 저항가수인 르노도 있다. 자동차 르노는 ‘Renault’이고, 가수 르노는 ‘Renaud’이지만 프랑스어는 마지막 자음이 묵음이라 발음은 똑같다. 프랑스 가수 르노를 안다면 프랑스 대중문화에 조예가 깊다는 말을 들을만하다. 에밀 졸라의 원작을 토대로 프랑스의 국민감독 끌로드 베리가 1993년에 만든 <제르미날>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헐리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에 맞서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4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대형영화이다. 프랑스에서는 ‘쥬라기 공원’에 거의 필적하는 관객을 동원해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웠던 영화였고 우리나라에도 1994년 5월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19세기 노동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대형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수 르노는 제라르 드빠디유, 미우미우와 함께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다. 물론 르노는 원래 영화배우가 아니라 '인기가수'이다.

1952년생인 르노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조르지 브라상스(Georges Brassens)의 열렬한 애호가로서 70년대 중반부터 특유의 악상(액센트), 현실주의적 가사, 반항적인 옷차림(붉은 스카프, 찢어진 청바지 차림) 등으로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사회비판적인 저항가수이다.

<Amoureux de Paname(빠리와 사랑에 삐져)>에서 그는 공해문제를 노래했고, <Le retour de Gerard Lambert(제라르 랑베르의 귀환)>에서는 도시의 소외문제를 노래했다. 그의 가사들은 대부분 속어나 비어, 사회저변층 빈민들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마그레방(북아프리카 아랍계 이민자) 2세의 자기정체성 상실 문제를 노래한 <Deuxième Generation>는 <Hexagone(6각형: 프랑스를 상징)>과 함께 사회학자들에게는 학문적 연구대상이었다.

또다른 대표곡 <Dans mon HLM>에서는 탁월한 말장난 감각으로 "HLM(서민임대주택)"과 "hasch(마약), elle aime(그녀는 하쉬쉬를 좋아해)"을 병치시키면서 교외의 마약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영화주제곡이기도 한 <Viens chez moi>와 <J'habite chez une copine>는 그 리듬도 흥겹지만 가사의 높은 해학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찬찬히 듣고 음미해보면 프랑스 샹송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르노의 노래는 샹송의 전형이자 걸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르노는 프랑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자동차이지만 가수 르노는 프랑스의 저항적인 반자본주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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