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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선거법 개정안 '편법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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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선거법 개정안 '편법 상정'

지역구의원 16명 늘리기로, 우리당 "현행 유지" 주장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23일 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백73명에서 2백89명으로 16명 늘리는 내용의 ‘선거구 획정 의결사항’을 편법적으로 상정했다.

야 3당이 이날 상정한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10만~30만명 조정 ▲지역구 의원수 2백43명 내외 ▲전체 의원수 2백89명 ▲인구산정 기준일 2003년 3월31일 ▲전국단위 비례대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3당은 이와 같은 내용을 선거구획정위에 넘겨 24일부터 선거구 획정작업에 착수토록 하기로 했다.

야3당은 이날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관련 내용이 상정됐다고 주장하나, 열린우리당은 “회의가 개회되지 않았는데 (상정의) 법적 효력이 있냐”며 상정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목요상, 마이크 뺏기고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상정**

목요상 정개특위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이날 밤 9시 10분경에 회의장으로 들어가 마이크를 당겨 “성원이 되었으므로”라며 개회선언을 하려 하자, 김희선 의원이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다시 마이크를 뺏는 실랑이를 벌였다.

목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게 위원장 자리에서 비켜줄 것을 요구하다 마이크를 잡고 “의사일정 제1안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중 개정법률안을 상정한다”고 기습적으로 선언한 뒤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책상을 세번 두들겨 상정됐음을 선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은 “날치기 하는 당은 다 망해. 어디 한 번 차떼기하는 당 먼저 망하고 나머지도 다 망해 버려라”라며 언성을 높였고, 이에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망해도 우리가 망할 테니 당신 걱정이나 해”라고 맞받아쳤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은 “최병렬이가 와서 설명하라고 해”라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목 위원장은 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상정’만을 선언하고 의결시키지 못한 채, 한나라당 의원들과 소회의실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야3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상정안의 처리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오는 26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목요상 위원장은 회의장으로 다시 입장, “산회를 선포한다”고 외치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산회가 선포된 뒤 긴급 의총을 소집해 “군사독재시절에도 게임의 규칙인 선거구 획정 내용을 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전례가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상정 여부 논란**

정개특위 의원들과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의결사항’이 상정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선거구 획정 내용은 법안이 아니므로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상정된 상태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이를 근거로 법안에 반영해 처리하면 된다”며 이날 논의된 내용을 선거구획정위로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개특위 이창희 수석전문위원도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했고,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했으며 위원들이 이를 받아본 만큼 법안이 상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회법상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아도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본관 건물이 아니어도 국회 안이면 어느 곳이든 의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신기남 정개특위 간사는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상정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신 의원은 “우리가 상정을 저지시켰다”며 “손바닥으로 책상을 아무렇게나 치고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상정된 거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김성기 위원장도 “내 상식으로는 상정만 한 것을 두고 선거구획정 논의의 ‘가이드 라인’이 마련됐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구 획정 안의 상정을 두고 정당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처리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총무협상 결렬 **

이에 앞서 야3당은 전체회의를 열어 소선거구제와 지역구 의석 증원 등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합의가 안 되면 표결을 해서라도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근태 원내대표 등 우리당 의원 20여명은 회의 시작 전부터 정개특위 위원장실과 회의장을 점거해 야 3당의 표결처리를 전면 저지했다.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들과 자리를 뺏긴 채 소회의장으로 몰려난 야당 의원들 간에는 고성과 설전이 심심찮게 오갔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에게 자리를 빼앗긴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회의장에 찾아와 “끝까지 정치를 파탄내고 국회를 파행시키는 게 참여정부냐”며 호통쳤다. 이에 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그럼 지역구 늘리는 게 개혁안이냐”며 응수했고 이규택 의원은 다시 “그럼 우리당은 전국구 지키기냐.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의원 3백40명 지키기냐”며 맞받아치는등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이 벌어졌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도 말싸움에 끼어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은 이미 만원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이다. 자기는 버스에 타 놓고는 남들은 더 못 타게 문 닫고 출발하자는 게 어딨냐”며 야당 의원들에게 따졌다. 의원들 간의 말이 거칠어지고 자칫 주먹다짐까지 갈 분위기가 연출되자, 우리당 이해찬 의원은 “말이란 통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차떼기 하는 당과 무슨 말을 섞냐”며 자기당 의원들을 말리기도 했다.

회의장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근태 대표는 야당 총무들을 만났다. 그러나 총무 회동에서는 여야간의 의견차이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이났다.

총무회담에서 김근태 대표는 '소선거구제-지역구 의원수 현행 유지(지역구 2백27석, 비례대표 46석)'를 협상카드로 내 놓았지만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지역구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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