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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이병철 종교관'을 대서특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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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이병철 종교관'을 대서특필한 이유는?

[윤재석의 '쾌도난마']<41> 중앙일보, 창업주 욕보이다 <下>

※[윤재석의 '쾌도난마']<35> '<중앙일보>, 창업주 욕보이다 <上>'(2011년 12월 18일)이 나간 지 근 한 달만에 <下>편을 내보내게 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합니다. 필자

2011년 12월 17일자 <중앙일보> 본지 1면과 j섹션 1~5면을 털어, <중앙일보> 창업주 이병철의 종교관을 낱낱이 열거한 기사는, 上편에서 언급한 대로 <중앙일보>가 둔 최악의 수였다. 삼성 및 <중앙일보> 창업주를 칭송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되레 욕을 보인 셈이 되어버린 것. 그 때문에 <중앙일보>는 삼성에 외려 더 밉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럼 <중앙일보>는 왜 이같은 악수(惡手)를 둔 걸까?

16일 삼성 미래전략실에 따르면, 문제의 기사가 보도되기 전, 가톨릭 신자인 삼성계열사 사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차동엽 신부로부터 이병철 선대 회장의 종교관에 관한 내용이 조만간 중앙일보에 나갈 예정인데, 혹시 이게 장사속으로 비칠까 우려돼 미리 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 측은 (속으론 가능하면 기사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가톨릭 신부가 이병철 전 회장의 종교적 의문에 답하는 거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니 괜찮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로부턴 일언반구 상의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12월 17일자 <중앙일보>에 기사가 난 직후 발생했다. 이 회장의 종교관 관련 기사라면 나봤자 문화면 정도일 것이고, 커봤자 문화면 톱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한마디로 대문짝, 그것도 팔짝대문 여섯 짝이었던 거다.

삼성 측으로선 "왜 하필 지금, 그 흘러간 얘기를 중앙일보가 대서특필하느냐"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그 기사로 인해 선대 회장의 종교적 무지가 만천하에 공개돼버린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초등학교 수준의 질문서에 답이라고 달아 중앙일보에 제공한 차 신부도 차 신부이지만, 대체 왜 <중앙일보>는 그런 류의 생뚱맞은 기사를 내보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한 것 같다"는 관측도 내놨다.

ⓒ중앙일보 캡쳐
그렇다면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걸까?

上편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종편채널은 '돈 먹는 하마'다. 구멍가게 수준인 조·동·매(TV조선, 채널A, MBN)보다야 낫겠지만, JTBC가 시청률이나 내공면에서 언감생심 KBS2-TV나 MBC, SBS의 발뒤꿈치나 따라가겠는가. 게다가 종편 개국 전부터 제 세상이 올 것처럼 앞장서 생난리를 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실탄이 부족하다. 중견그룹 보광(普光)의 후광(後光)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자력갱생(自力更生)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천상 삼성한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이미 오래 전 삼성이 <중앙일보>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 연원은 2000년대 초 삼성의 '이재용 불법·탈법 경영권 승계 작전' 시절로 올라간다.

삼성전자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주식을 이재용에게 몰아주기 위해선 에버랜드 주식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 등 삼성계열 우량사의 지분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 <중앙일보> 사주 홍석현도 이런저런 삼성계열 우량주를 상당량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삼성 전략기획실(現 미래전략실)에서 연락이 왔다. 지분 정리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삼성에서 주겠다는 주(株)당 가격이 홍석현의 계산에 못 미쳤다. 예를 들어 제일모직(16일 현재 10만원 선) 주식의 경우, 삼성이 주당 3만5000원을 매겼다면 홍은 최소 4만원은 줘야 한다고 짜증을 낸 거다.

이학수가 별 수 있나.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겠다. 이건희 노발대발. 그도 그럴 것이 <중앙일보>가 본래 누구 거였나. 선친 이병철이 삼성 방패막이를 위해 홍진기 시켜서 만든 거 아닌가. 게다가 이건희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과정 수료(졸업이 아님) 후, 1966년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입사한 첫 직장이 바로 중앙매스컴(중앙일보·동양방송)이었다. 게다가 1980년엔 <중앙일보> 등기이사까지 지냈다.

그러던 이건희 회장이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막강한 <중앙일보>가 처가 손에 넘어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뭐? 제일모직 주식 값을 더 쳐달라고?

그 뒤론 매부가 큰 처남 보는 눈이 싸늘해졌다. 설상가상(雪上加霜), MBC 이상호 기자가 이른바 'X파일 사고'를 치는 바람에 홍석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1997 대선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회창 캠프에 주라고 건넨 60억원 중 30억원을 삥땅친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홍은 이학수에게 민주당에도 보험을 들어놔야 한다면서 호남출신 민완 기자(문초)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추가로 돈을 받아냈다. 물론 그 기자는 돈배달을 하지도 않았고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2000년대 초까지 광고업계에 파다했던 비밀아닌 비밀 하나. 삼성이 <중앙일보>에 건네는 공식적인 광고말고 룸(별도의 여지)이 더 있었다는 것.

정확한 액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가 중앙일보에 근무하던 시절(1979~1998년)에 분명 있었고, 이순동이 삼성전략기획실 홍보팀장으로 있던 기간 중 2000년대 초에도 있었다. 요즘엔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도 있다면 다른 '하이에나'들이 가만 있지 않겠지.

그래서 생각해낸 게 창업주 이병철 '한 접시 말아올리기'였다. 그런데 '이병철의 종교란 무엇인가'는 정말 바보 같은 한 접시 말아올리기였다.

만약 중앙일보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석현이 우겨서 그 기획을 내보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주야 원래 확고한 언론관보다는 언론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기획이 구성원의 발제에 의한 것이거나, 구성원의 방조에 의해 나간 거라면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 중앙일보가 찌라시로 부상(浮上)하는 역치(threshold)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 신문은 이제 찌라시요"를 만천하에 공개한 거니까.

보고 싶은 얼굴 홍석현

일요일이었던 어제(1월 15일) 오후 '조폭 신부' 홍창진(여주 점동성당 주임신부)이 프레시안 사무실에 놀러왔다. 차 한 잔 하다가 갑자기 "거, 기사 쓰는 거 좀 멈추고 문화생활 합시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못이기는 척 홍 신부를 따라간 곳은 경복궁 동문 근처 갤러리 현대(서울 종로구 사간동 80).

거기선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전시회(1월 6일~2월 26일)가 열리고 있었다. 뉴욕시절 그린 후기 작품이 전시된 신관부터 돌고, 도쿄·서울·파리 등지에서 그린 구상작품이 전시된 본관으로 갔다.

간만에 미술관람 문화 행위를 하고, 조금은 뿌듯한 기분으로 현관을 나서는데 저만치서 낯익은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홍석현(洪錫炫·63)이었다. 한 번쯤 보고팠던 얼굴. 홍은 갤러리현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본관으로 접근했고, 5m 쯤 뒤에선 배우자 신연균(申硯均·59=검찰총장, 법무장관, 중앙정보부장 역임한 신직수 딸)이 다소곳이 따르고 있었다.

다음은 현대미술관 본관 앞에서 필자와 나눈 대화.

(악수를 청하며) "홍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조금 당황한 표정) "오랫만입니다."
"건강하시죠?"
(마지못해 웃는 표정으로)"네."
"김환기전 보러 오셨나보죠?"
"네."
"전 보고 가는 길입니다. 그럼 보고가십시오!"
"…"

홍석현의 얼굴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 잘생긴 얼굴에 수심이 그득했고, 검버섯도 많았다. 돈은 주체할 수 없이 많지만(지난해 5월 만해도 삼성코닝 배당금으로 2464억원을 벌었음), 맘이 편치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주미대사를 지냈으면 뭐하나? 평생을 두고 따라다닐 호적(아니지 가족관계부)의 빨간줄(조세포탈범 전과범)을 지울 수 없으니.

주체할 수 없이 많다는 돈도 그렇다. 전두환한테 빼앗긴 TBC 찾는다고 MB한테 생떼 써서 종합편성채널(JTBC) 만든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평균 시청률 1%도 안되고 기껏해야 무슨 드라마가 2% 돌파했다며 "케이블 채널 중 1위"라고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는 판에 앞으로도 이 '돈먹는 하마' 건사하려면 충청도 말로 '개갈'이 안날 거다.

와이프 손 꼭잡고 김환기전 보며 아픈 가슴 달랬기를 바란다. '큰기와집'에서 홍 신부, 갤러리 갤러리현대 아트실장 홍성임과 먹은 간장게장은 유난히 맛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은 우울했다. 비록 그의 농단에 의해 20년 둥지를 쫓겨나긴 했지만, 한 때 상사였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의 검버섯 낀 얼굴을 떠올리자 연민의 정(情)이 솟아났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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