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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수신료 분리' 놓고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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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수신료 분리' 놓고 대격돌

[국회 문광위 현장] 한나라 vs 민주-우리-자민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법안 처리를 고집해 결론을 못 내리고 산회했다. 이로써 3년여를 끌어온 민생관련 방송법안도 표류하게 돼, 회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한나라, 합의된 법안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 덧붙여 수정안 제출**

문제의 발단은 한나라당이 15일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이 문광위 소위원회에 계류되자, 이미 각 당간에 합의가 끝난 방송법중개정법률안 대안(이하 대안)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내용을 보탠 수정안(이하 수정안)을 당 소속 문광위원 1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국회법상 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제출되면 수정안이 먼저 상정돼 처리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규정을 들어 수정안과 대안의 일괄 상정, 처리를 요구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은 각 당간 합의가 끝난 대안을 우선 처리하고 따로 KBS 수신료 관련 법안을 논의하자고 팽팽히 맞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문광위 전체회의에 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에 대해 표결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운마저 감돌았다. KBS에서도 3대의 방송 카메라를 포함, 10여명의 기자들이 회의를 방청해, 이날 회의에 KBS측의 이목이 집중됐음을 실감케 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이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회의 시작 전에 "KBS 카메라가 3대나 와있는 건 처음 보네"라며 말하자, KBS출신의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지난번엔 6대 왔는데 오늘은 적게 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나라 "국회법 따라 수정안 처리", 민주-우리 "합의된 법안부터 처리"**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회의에 들어가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문광위 소위에서 논의한 대안 상정과 동시에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어제 제출한 수정안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대안에 대한 수정 동의는 2인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자동 상정되는 것"이라며 "수정안은 대안을 전부 포함하고 있고, 국회법상 수정안을 먼저 다루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한전이 12월 31일까지 KBS와 계약을 하기로 돼있다"며 "이 법안을 매듭져야 한전도 계약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지 않겠나"며 조속한 수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더라도 대안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수정안을 다뤄주는 것이 합당하다"며 "법 자체는 같은 방송법인데, 10명이 이의가 있다고 해서 수정안을 제출한 것"이라며 수정안 상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 의원은 합의가 전혀 되지 않은 법안을 묶어서 처리할 수 없다며, 합의가 끝난 대안부터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해서는 소위원회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제일 긴 시간을 들여 논의했으나 전혀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이라며 "이 부분을 이미 합의된 대안과 함께 표결처리한다면 상이한 성격의 법안이 함께 섞이는 것이 된다"고 수정안 처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도 "5개 법안에 대한 대안처리에 3년이 걸렸다"며 "소위에서 가까스로 논의해서 개정안을 상임위에 올려놓았는데, KBS 관련법을 같이 넣으면 다 얽히게 된다"고 대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3당이 반대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안으로 확정되지도 못하고 감정적 앙금만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협 의원도 "어떻게 옥동자(대안)와 심술쟁이(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법)를 함께 붙여놓고 논의할 수 있나"며 "옥동자를 먼저 통과시키고 나중에 다른 옥동자도 통과시키자"고 말해, 수정안 법안에 대해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광위 위원장인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도 "소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학계, 언론계 등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지금 이 문제를 오늘 꼭 정리해야만 될 사항인가"라고 수정안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논의는 진전없이 계속됐다.

***한, "분리징수 KBS에 큰 타격 없어", 민, 우, 자 "기간방송 존폐와 관련"**

이처럼, 법안 상정 절차도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논란도 불 붙었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일본의 NHK, 영국의 BBC 모두 수신료를 분리 납부해도 징수율이 90%가 넘는다"면서 "분리 납부하면 KBS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수신료 분리징수가 큰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원창 의원도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은 크게 보면 KBS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강신성일 의원 역시 "KBS는 예산의 20%를 드라마에, 16%를 미술비에 사용하는 등 방대한 인력을 가진 KBS가 정작 교양, 뉴스 보도에는 예산을 안쓰고 있다"며 "분리징수로 수신료가 반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KBS가 드라마에 투입되는 예산비율을 줄인다면 KBS는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당 의원들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의 존폐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맞받아 쳤다.

민주당 이협 의원은 "왜 한나라당이 KBS로서 가장 약한 고리인 재원구조를 잡았을까 생각해 본다"며 한나라당의 수신료 분리징수 의도를 비판하면서 "KBS를 수술해야겠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수혈을 하면서 수술을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분리 징수 이후의 대응책에 대해 문제삼았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10명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나와서 수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데, 위협으로 느껴진다"며 "어떻게 나라의 중요한 일을 이렇게 수의 힘으로 할 수 있나. 수의 힘은 관용이라는 것과 함께 할 때 빛난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우리당 정동채 의원은 "한나라당의 의도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해서 KBS를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야 할 일을 당리당략에 의해서 내놓고 여기서 처리하자고 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국가기간방송의 존폐와 관련된 문제"라며 "표결로 처리했을 경우 그 이후 마주쳐야될 상황에 준비가 돼있냐"고 말해, 분리 징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사 합의 결렬로 산회, 민생관련 방송법안도 처리 못해**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논의가 감정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몇몇 의원이 정회를 선포하고 간사 간 협의 시간을 갖자고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고흥길 의원은 "정회를 하면 한나라당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해 수정안을 넣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행처리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신영균 의원이 "이렇게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위원장 입회 하에서 간사들이 모여서 30분 정도 휴회한 다음에 다시 속개하자"고 주장해, 정회가 선포됐다.

정회가 선포되고 간사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문광위회의실에 나타나 당 소속 문광위원들과 면담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간사 간 합의가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단독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나 끝내 회의는 산회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KBS 재정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 없이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하게 될 경우 예상될 여론의 부담때문인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는 19일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열어 표결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22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위원장은 회의가 산회된 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철회하고 먼저 대안을 상정하면 해결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묘한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마음씨 좋은 아저씨라도 그렇게는 어렵지 않겠나"고 밝혀 방송법 처리 과정의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민생관련 방송법인 방송법중개정법률안 대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개정안 대안은 외국자본의 방송지분 초과소유 금지, 청소년 보호용 차단장치 마련,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것으로 3년여 동안 진행되어 이미 각 당 합의가 끝난 법안이다.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미 각 당 합의가 끝난 법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하는 '꼼수'를 부려 방송법 개정안 대안마저도 통과되지 못해,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 논란은 또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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