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치방학에서 길어 올린 이부영의 시대인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치방학에서 길어 올린 이부영의 시대인식

[기고] 이부영,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정치가 악마와의 싸움이라면, 시민운동은 천사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 7년 전 돌연히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시민운동으로 돌아간 이부영이 정치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천사의 마음으로 '화해상생마당', '동북아평화연대', '민주.평화.복지 포럼',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 '수목장실천회'를 조직하고 이 땅의 자유, 정의, 복지를 위해 애써 온 그가 오늘의 삐뚤어진 정치현실을 바로 잡기위해 다시금 악마와의 싸움에 나서려 한다.

이부영은 누구인가? 함석헌, 김재준, 장준하, 유진오, 이병린, 김정한, 계훈제 선생들과 함께 자유언론과 진보정치 운동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하여 7년 동안 무려 다섯 차례 투옥되고 열 두번이나 구류를 살았던 그다. 인권변호사 홍성우는 그가 도와준 적지 않은 민주투사들 중에 이부영만치 수인의 멍에를 편안하게 받아들인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전언한다. 그를 두고 함세웅 신부가 온 집안에 고통을 준 원수(怨讐)이지만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온 원수(元帥)라고 일컬을 만하다.

▲ 이부영 민주·평화·복지포럼 상임대표 ⓒ연합뉴스
나는 이부영의 지나온 행적을 보면서 그야말로 정의의 편에서 살아온 실천적 언론인이요, 정치인이요, 운동가라고 보고 싶다. 그의 귀는 항시 열려 있고, 눈은 널리 보고 있다. 자신에겐 엄격하면서도 남들에겐 관대한 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과 이념 대립을 넘어서려 했던 그는 역설적이게도 그 피해자였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 3김으로부터 외면되었고, 국가보안법 개폐를 주장하다가 수구세력으로부터 빨갱이로 내몰리기도 했다. 국민 눈높이가 그의 비전과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는 가운데 현실정치가 오히려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이 안타깝다.

동북아 시대 한반도의 미래

유럽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오늘의 세계다. 미국과 중국이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서양으로부터 동양으로의 힘과 부의 이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의 북쪽은 3대 세습권력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고, 남쪽은 여야 모두 돈봉투 파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 정당성과 효율성 면에서 도전받고 있다.

이부영의 시야는 넓다. 분단극복을 위한 러시아 연해주 공동개발, 연미화중(聯美和中)의 균형외교, 동북아 중심부로서 한반도의 역할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아시아라는 큰 마당위에 남북한을 위치시킨다. 연해주를 비롯한 동시베리아, 몽골, 중국의 동북 3성 등 북방경제로의 진출이 남한은 물론 북한이 살아가기 위해 취할 활로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은 적대적 갈등에서 화해적 공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동북아시아 지역 한국, 중국, 일본 사이의 공존을 향한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 사이의 신뢰회복과 교류협력을 위해 이부영은 6.15와 10.4 체제를 다시 복원할 것을 역설한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북한에 대한 '비핵.개방 3000' 정책은 노태우 정권 이후 추구되었던 남북공존의 길을 닫아버리고 오히려 북한이 핵개발의 포기는커녕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설을 낳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작금 미국이나 중국이 남한과 북한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상태에서 그는 올해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개혁진보 진영이 실현가능한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부영의 주장대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국가연합에서 연방국가를 거쳐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점진적이고 유연한 구상과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통일은 남북한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미래의 정치적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대화, 교류, 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한일협정은 식민 지배-피지배 의식을 담아놓은 굴욕적인 것이다. 비록 한일 사이에 경제협력과 문화교류가 활발하지만, 일본은 지나온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다. 독일이 침략과 피해를 당한 이웃 나라들에 대해 자성하고 배상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부영은 독재정권이 체결한 한일협정에 대한 재협상만이 일본의 역사적 반성을 통해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본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역동적 중도'

오래전부터 한국사회는 좌우로 갈려져 첨예한 긴장을 노정하고 있다. 합리적 진보와 건전한 보수의 공존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보수는 '추하고' 지저분하고 진보는 '철없고' 낡아 있다는 통념을 지우기가 어렵다. 해방이후 좌우극단을 넘어 민족통합을 위해 중도주의를 내세웠던 여운형, 조봉암, 장준하 선생의 뒤를 따라 이부영은 호혜와 관용의 정신에 입각한 중도주의야 말로 지역, 계층, 이념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가능케 하는 진정한 진보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중도라 하면 진보와 보수 사이의 평균적 개념이 아니다. 중도는 평균치가 아니라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정신을 통해 극단의 균형을 맞추려는 형평의 역학을 중시한다. 그러기에 중도는 합리적 좌우를 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을 지닐 수 있다. 역사의 굴곡에서 생명, 생태, 자유, 평등, 복지, 안전을 중시해 온 이부영은 중도가 살아 움직이기 위한 실용적 프로그램의 개발을 주문한다.

그는 오늘의 선거제도아래 승자독식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넘기 위해 합의제 민주주의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정당명부식 비레대표제를 강화하되 지역구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라는 권력구조의 선택 이전에 지방분권화를 통해 중앙중심의 정치를 넘어 지방도 힘을 갖는 권력분점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동적 중도는 온몸을 움직이는 새와 같다. 새는 좌와 우의 날개만 가지고는 날 수 없다. 온몸을 흔들면서 새가 공중에 날아가듯이 역동적 중도는 옛 시대의 좌와 우라는 이분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와 뒤로 가는 보수를 아우를 수 있다. 이부영의 '역동적 중도'의 길이 갖는 매력이다.

이제 이부영은 종심(從心)에 들어섰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을 연륜이다. 그는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스타일에 남들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밑으로부터의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의 소유자다. 그는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의 벽을 넘어서려 해 온 보기드문 정치인이었다. 미래 한반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그의 예지와 경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올 중대선거의 해에 그의 정치적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싶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