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어떠한 병역의무도 거부하겠습니다."
지난 12일 금요일 오전 10시에 광주 31사단 군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강철민(22) 이병이 한 말이다. 강씨는 7일동안 기독교회관에서 파병반대 농성을 벌이다 지난 11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를 발표한 후 헌병대에 연행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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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 군 판사들과 30분간 격렬한 법정공방**
참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공판에서 군 재판장과 판사들은 강씨에게 "6.25전쟁때 미군 몇 명이 전사했는지 사지선다형으로 물어볼 테니 답하라", "본인은 친구에 진 빚을 잘 갚는 편인가, 미국에 진 빚을 갚아야 하지 않느냐", "본인에게 파병명령이 떨어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 "끝까지 자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강씨는 "굳이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미국에 진 빚은 베트남전 때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위배되는 침략전쟁에 참여하려는 국가가 부과하는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 "파병이 철회될때까지 병역의무를 거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상갑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들은 "미국 베트남전의 예를 보더라도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의 정신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강철민씨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지의 변론을 펼쳤다.
이변호사는 "군사법정에서 검사도 아닌 재판장과 판사가 피고인에 대해 취조하는 듯이 질문하는 것이 놀랍다" 며 군사법정의 피고인에 대한 위압적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강씨는 최후진술에서 "어른들은 우리 세대가 '전쟁의 참혹함을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 왜 그 전쟁을 또다시 되물림하려는 것이냐"며 "헌법을 부인하는 침략적 전쟁에 대한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어떠한 병역의무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검사, 강씨에게 징역 3년 구형**
군 검사는 심리가 끝난 후 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며, 강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9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강씨에 대한 재판이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정부가 강씨의 양심선언을 부담스럽게 여겨 재판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편 강씨는 수감상태에서 반성문과 같은 '수양록' 작성을 거부하는 등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씨를 지지하는 지원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홈페이지(peace.gg.gg)와 오프라인을 통해 강씨의 무죄를 주장하는 대대적 서명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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