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권에 영향력이 큰 김혁규 경남지사가 15일 한나라당을 탈당키로 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지사는 15일 오전 경남도내 일부 기초단체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우리당의 '전국구 1번'으로 유력한 김 지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우리당의 경남 또는 영남 선대본부장을 맡은 뒤 총선결과에 따라 국무총리, 대통령후보 등의 과정을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YS와의 10년 인연' 절연**
김 지사는 면서기로 출발해 내무부까지 진출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기업가로 성공한 뒤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인연을 토대로 관선을 포함, 경남지사를 4번 역임한 대표적 'YS맨'으로 유명하다. 지난 94년 미국에서 YS와 인연을 맺어 지금껏 YS가 가장 신임하는 사람으로 지난 대선때는 YS의 권유로 대선출마를 저울질하기도 했을 정도다.
김 지사는 이번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14일 YS를 방문,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1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 이러한 결심을 설명한 뒤 탈당을 극구 말린 김 전 대통령의 만류도 뿌리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YS와의 10년 인연을 끊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은 ‘김 지사가 탈당하는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이 극구 말렸다고만 이해해 달라”고 답해 김 지사가 오랜 정치적 후견인인 김 전 대통령의 권유도 뿌리치고 한나라당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김혁규 지사의 이같은 YS와의 절연은 부산-경남권내에서 사실상 YS의 영향력이 소멸된 증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입당 시기 저울질**
김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곧바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할지, 또 지사직까지 바로 사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입당 시기로는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하는 것이 총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우리당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 지사의 우리당측 접촉 창구로 알려진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은 15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오늘 중대결심 하는 걸로 봐선 오늘 탈당하는 것 같다”라면서 “지사직 사표 내는 것하고 또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는 것은 아마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김태랑 우리당 상임중앙위원도 “지금 한나라당 탈당은 시기적으로 맞지만 우리당 입당은 대선자금 수사가 끝나고 정치권이 새로운 자리매김을 할 때 해야 효과가 크다”며 “입당은 결국 총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과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 지사가 지역구로 출마할 경우 자치단체장 사퇴 시한인 17일까지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비례대표로 나설 경우에는 한참 이후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두관 전 장관은 “지역구에 출마를 하자면 일단 17일 이전에 지사직을 사의를 표명해야 하나 그렇게 안 하는 걸로 봐선 아무래도 지역구에 출마하진 않으시는 것 같고 다른 역할을 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김혁규 지사 정도 비중이면 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영남권 전체 선대본부장을 맡으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혀, 김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우리당내 영남본부장 등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전장관은 이어 김혁규지사가 '차기대권'에 뜻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해, 정가 일각의 관측대로 4월 총선 승리후 국무총리를 거쳐 차기 대선후보로 가겠다는 그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 '음모론' 외치며 맹공**
한나라당은 김 지사의 탈당에 대해 겉으로는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 공작’, ‘정치 철새’라는 표현을 써가며 우리당과 김 지사에 대해 강하게 비난함으로써 내적인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4일 "내일 진해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한다는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현지에선 (우리당의) 전국구 1번설, 국무총리설이 나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안상영 부산시장의 재판이라는 말도 나돌던데. 다만 안 시장은 (검찰에) 걸려들었고, 김 지사는 안 걸려들었다는 것 같던데..."라며 '외압 음모설'을 흘리기도 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김 지사가 탈당한다면 경남도민과 당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김 지사가 권력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약점을 권력에 잡혀 그것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이거나 노 대통령이 경남에서 한나라당을 파괴하려는 정치공작의 일단"이라고 김 지사와 우리당을 격하게 비난했다. 그는 "탈당하면 역풍이 불 것이며 김 지사는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말로를 봐야한다"고 말했고, 경남도지부장인 윤한도 의원도 "도민들이 더 뭉칠 것이기 때문에 큰 영향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의원은 14일 "경남도지사 탈당 정도로 선거구도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에게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소식"이라고 밝혔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신당을 띄우기 위해 야당 단체장을 빼내가려는 공작정치를 개탄한다"며 "자기만 살겠다는 철새들은 곧 둥지마저 잃고 말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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