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건 총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찾아 정국운영 협조를 부탁했다. 고총리는 이날 민주당과의 대화에서 부안 핵폐기장 문제와 관련, 정부가 부안주민들이 요구하는 부안주민 투표 대신에 '전북도민 전체투표'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혀,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부안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핵폐기장 문제가 백지화 위기에 몰리자, 정부가 전북도민 전체투표 형식을 빌어 핵폐기장 건설을 강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 김영환, "노대통령, 부안사태등 국정현안 질질 끄는 게 문제" **
민주당사 대표실을 찾은 고건 총리는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김경재, 김영환 상임중앙위원, 강운태 사무총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관한 환담을 나눴다. 환담도중 김영환 위원이 먼저 "노 대통령은 국정현안을 질질 끄는 게 큰 문제인데 그 중 하나가 부안사태"라며 부안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고 총리는 "위도 주민 의견수렴에 중점을 뒀고 17km 떨어진 부안쪽과의 대화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부안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부안문제는 과거 밀실에서 지정하던 것을 공모로 하고 신청을 받았던 것"이라는 기존 정부의 입장은 고수했다.
고 총리가 핵폐기장 선정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즉각 추미애 위원은 "부안문제는 부안 군민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이를 두고 이의제기하는 것을 물리력 행사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민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의 자세를 꼬집었다.
***고건, "부안사태, 전북도민 전체투표 검토"**
그러자 고 총리는 "오히려 찬성쪽 의견이 부안 주민들의 물리력 때문에 묻히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고 총리는 "상황만 안정되면 부안군민과 전북도민 전체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해, 정부가 부안군민 투표가 아닌 '전북도민 전체투표'를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고 총리의 '전북도민 전체투표' 발상은 그동안 정부쪽에서는 한번도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
단지 이형규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얼마 전 "위도 핵폐기장 문제는 부안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도민 전체의 문제인만큼 주민투표를 부칠 경우 전북도민 전체투표를 하거나 위도 주변 30km내에 있는 영광-고창-부안-군산주민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어, 정부가 내심 부안주민투표 방식 대신에 전북도민 전체투표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추 위원은 이같은 고총리 주장에 대해 "전북의 군산 같은 경우는 위도가 무산되면 핵폐기장이 군산 쪽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그냥 부안이 안고 가라는 식"이라며 "도민투표는 절대로 안되고 부안군민 투표로 가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경재 위원도 가세해 "노 대통령은 중국동포에게는 열심히 방문하시더라"며 "대통령은 부안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부안주민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조순형 대표 역시 "정부가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원기의장, "현명한 대책을 정부가 모색해 주길" **
이처럼 적잖이 삼엄했던 민주당과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을 예방한 고 총리는 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과 환담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좋은 대조를 이뤘다.
김 의장과의 환담에서도 부안사태가 화제로 떠오르자 고 총리는 "자유로운 찬반의 의사표시가 전제되고 규칙이 (부안과 정부) 양쪽에서 합의되면 부안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겠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찬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 "현명한 대책을 정부가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는 짧은 당부를 했다.
전북지역 10개 의석중 6개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당은 부안사태 문제로 내년 총선에서 고전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노대통령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부안사태에 대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태다.
***부안 대책위 "또 말바꾸기냐"**
한편 고건총리의 '전북도민 전체투표' 발언을 접한 부안 대책위 관계자는 9일 "유치신청을 부안군수에게서 받아놓은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북도민'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이 만든 사업자격 기준논리를 벗어나는 자가당착적 행태"라고 지적한 뒤 "말도 안되는 만큼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고건총리가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은 정부에게 사실상 대화의지가 없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핵폐기장을 강행하겠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정부가 말바꾸기나 일관성없는 가벼운 대응을 통해 상황악화를 자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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