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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이학영, 그리고 시민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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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성근, 이학영, 그리고 시민주권

[김민웅 칼럼]<82> 이들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이념적 수렴?

2012년 1월 15일이면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지도부 선출이 이루어진다. 통합진보당도 이날 공식 출범한다. 이 두 사건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막혀 있던 정치적 출구가 확실하게 마련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전반적 재구성이 어떻게 펼쳐져나갈 것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두 당 모두 진보를 표방하고 있고, 새로운 정당구조와 대중적 기반의 확충을 선언하고 있는 만큼 그 정치적 역량이 얼마만큼 현실이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여기서 진보의 개념과 의미, 그 내용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가령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후보 모두 한미 FTA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이와 관련해서는 진보에 대한 기준에서 두 당의 차이에 대해 명확한 경계선을 긋기 쉽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모두 기존의 구성과는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비판받아왔던 힘과 하나가 되었고, 민주 통합당은 시민운동의 역량과 결합했다. 그 유입과정도 과거에는 정당의 대주주가 외부 요인을 "수혈"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각 주체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의 관점을 가지고 임했다.

통합진보당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토대를 삼았던 기존의 정치세력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대중적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민주통합당은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오거나 견제, 감시역할을 해왔던 시민운동의 역량이 유입됨으로써 민주당의 진보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은 서로 일정한 "이념적 수렴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12년의 과제, 그 동일성

이와 같은 수렴현상은 향후 야권연대나 더 큰 통합의 가능성을 놓고 생각해볼 때 한편으로는 긍정적 기능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적 관계를 보다 첨예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한국 정치 전반의 큰 그림을 그려 판단해보자면, 정치의 좌표가 분명하게 진보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소통능력이 뛰어난 지도력, 복지국가의 건설, 사회적 양극화의 극복, 자본의 독점체제 해체, 대외관계의 자주성,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이라는 목표에 대해 대중의 정치적 시각과 요구가 정리되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지역적 구도나 오랜 정치로 알려져 지지를 받아왔던 관성화된 인물론은 상대적으로 힘을 쓰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대표 경선에 나선 문성근, 이학영은 이런 기존의 구도를 정면에서 깨고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사람은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한 응집력과 속도를 과시하면서 시민운동의 역량이 정당이라는 틀 속에서 정치화되는 가능성을 입증해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은 또한 기본적으로 진보세력 전체의 대통합과 연대를 주장해왔고, 민주당의 진보화를 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문성근, 이학영 두 사람의 사회적 성장과정은 구체적인 면모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민주주의와 관련한 우리의 현대사에서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과 역할을 해왔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이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시민운동의 주권적 역할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문성근과 이학영, 시민운동의 정치적 주체화 실현

연기자로서 이름을 날려 온 문성근의 경우, 그 부친 문익환 목사나 작은 아버지 문동환 목사를 비롯해서 조부 문재린 목사까지 포괄해보자면 민족사의 중대국면에서 작지 않은 족적을 남겨온 가계의 인물이다. 그에 더해 그 자신이 청년시절부터 민주화투쟁의 주요 장면에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활동과 역할을 했으며,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견해는 이 나라 진보세력 대부분의 이념지향이나 가치목표와 그대로 일치한다. 그리고 문성근은 어느새 시민운동가로 변신하여 2012년 정치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학영의 경우, YMCA를 통한 시민운동으로 인망을 쌓아왔고 시민운동이 정치적 방관자나 감시자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진보통합과 민주당의 혁신과정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다. 최근, 그가 과거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는 과정에서 재벌 최아무개의 집을 터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조선일보>가 비난거리로 삼았지만 도리어 젊은 세대에게는 그의 이름과 삶을 알리는 데 역할을 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적 지탄대상으로 늘 이름이 오르내린 최아무개와 시민운동의 인망 높은 인물과의 대치는 <조선일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인물과 세력이 민주통합당 창당의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구도에 묶여 있거나 한나라당과 구별하기 어려운 정치적 처세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세력은 더는 정치적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정치의 미래에 희망적 요소를 더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문성근, 이학영 모두 기존의 정치적 경험으로 볼 때에는 초보운전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에서 이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정치관성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그것이 드러낸 한계는 이제 더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기존의 정치에서 초보운전자이지만 우리 사회가 갈망하고 있는 미래정치의 관점에서는 도리어 기대를 모으는 인물인 것이다.

2012년 한국정치의 변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우리의 현대사에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서 정치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저항과 투쟁이라는 지점에서만 가능해왔다. 그러나 정치는 언제나 이들 시민운동의 성과를 자신들이 가져간 채 시간이 지나면 엉뚱한 방향으로 뒤틀려가기만 했다. 이제 이런 과거는 더는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운동의 정치적 주체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라고 하겠다.

권력 지향이 아니라 소통 지향으로 대중과 함께 가는 정치를 실현해보겠다고 나선 이들 두 시민운동가의 역할은 한국 정당사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시민사회의 빠른 성장을 따라오지 못했던 기존의 정치는 이들의 지지기반이 유입되면서 달라지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정치적 결정권을 압도적으로 가진 인물이 사라진 지금, 군웅이 할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시민들의 갈망과 요구를 체화해나가는 인물이 한국 정치를 변모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사의 변화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양 당의 건강한 경쟁과 협력 속에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탄생을 예고해주기도 한다.

부디, 문성근 이학영, 이 두 사람의 시민운동적 역량이 2012년 한국정치의 현실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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