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30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의했다.
***문 실장 "대통령은 대화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문 실장은 "언제든지 연락을 주면 대통령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선하겠다"며 "대통령도 대화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이에 최 대표는 "대통령이 특검 거부 철회를 안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며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거부권 철회에 대해서도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최 대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검만이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에게 특검 거부를 철회하도록 말씀드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실장은 "현실적으로 철회는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고 답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철회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 진 대변인은 30여분에 걸친 면담이 끝난 뒤 "최 대표는 대화는 언제든지 할수 있으나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측근비리 특검법안 거부를 철회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대화 거부로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문 실장에게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헌법재판소 판결은 재신임을 묻는 것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헌법재판소에서 거의 부결이나 다름없는 판단이 나온 마당에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고 밝혀 사실상 재신임을 철회하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실장은 "내가 보기에도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공감을 표시하고, "대통령도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최 대표께서 국회가 돌아가게 해주시면 문제가 풀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원기 "대통령이 우리당 결정에 따르겠다 했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도 1일 "지난 토요일(11월2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제반 문제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며 "내가 정치권과 협의하고, 대통령은 당의 결정에 따라 수용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지도부 간담회에서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등 정국 현안과 관련, "(대통령의) 정치적 위임에 따라 먼저 각 당과 정치적 대화로 절충해 이 문제를 빨리 정치권에서 가닥 잡는 것이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대통령은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전적으로 맡겼다"며 "빨리 각 당이 정치적으로 성실한 절충을 통해 (정국현안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김 의장은 "국민투표 문제에 대한 여러 개인적인 의견을 들었지만,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해오면서 최종적으로 정치문제에 있어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며 "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위임받았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이날 4당 총무회담과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당사 방문때 노 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전달하고 국회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최병렬 "통과될 것이 확실하다면 왜 재의 마다하겠는가"**
이같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잇따른 화해 제스처에 대해 아직 최병렬 대표 반응은 냉랭하다. 그러나 비록 최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 제의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국회 등원과 특검법 재의는 곧 이뤄질 예정이다.
최 대표는 3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확실한 상황이라면 왜 재의를 마다하겠는가"라며 말해 다른 당의 공조만 확실하다면 재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가 직접 재의 가능성을 밝힌 것은 단식 돌입 이후 처음이다.
최 대표는 "홍사덕 총무는 민주당도 당론 찬성 입장을 밝혔으니 자민련도 공식적으로 당론 찬성해달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무엇보다 다른 당에 믿음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단식을 쉽게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특검거부를 철회하고 국정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든가, 내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든가 둘 중 하나다"라고 말해, 재의와 별개로 단식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회의가 재개될 경우, 즉각 일을 처리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1일 총무회동에서 다른 당의 방안을 듣고 와서 성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당론 찬성입장을 밝힌다면, 국회에 등원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1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최 대표를 예방하고, 국회 의장 주재의 4당 총무회담이 열리게 되면, 특검 재의결 문제의 활로가 보일 것으로 예상돼, 결과가 주목된다.
***이재오, 동조단식 돌입**
한나라당내 재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파인 이재오 사무총장은 동조단식에 돌입할 것을 밝히고, 강경투쟁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장은 "대표의 단식투쟁에도 힘을 실어주고 당의 투쟁 수위를 높이는 등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가 단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오늘(30일) 아침까지 우유 하나로 절식을 해 왔는데, 오늘 저녁부터는 그것마저 끊고 완전한 단식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여의도 중앙당사 6층 총장실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총장도 "내일 총무회담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법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다"며 "투쟁 국면에서 야당이 투쟁의 수위를 높이니까 이에 따라 협상의 국면도 진지한 면이 있을 것이다"고 밝혀, 단식과는 별개로 재의 추진을 통한 정치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아 금주중 국회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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