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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이 서울에 진주한다면 당신들은 어떻겠나"

27일, 이라크 현지인과 인터넷 신문사 기자간담회 열려

“미군 탱크가 한국 수도에 진격한다. 대통령은 도망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군이 한국 사람을 돕겠다는 이유로 미군의 요청을 받아 한국에 온다면 당신들은 이라크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살람 아바스마흐드 씨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반문했다. 순간 같이 있던 대다수 기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원한 것은 바로 이라크전을 이라크인의 입장에서 봐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23일 이라크에서 ‘인간방패’로 활동했던 한상진씨와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의 초청으로 이라크인 3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초청된 이라크인은 리야드 아지즈하디 바그다드대 정치부 학장과 살람 아바스마흐드 이라크투데이 기자, 이라크의 안네 프랑크로 불리는 아말 후세인 양이었다. 이들은 27일 참여연대 1회의실에서 인터넷 신문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라크의 생생한 상황과, 저항군이 아닌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1>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잘해준다”고 말했다.

리아드 교수는 “한국은 우리처럼 전쟁으로 고통 받은 바 있다”며 “그래서 평화를 사랑하고 친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람씨는 “바그다드도 겨울이라 여기와 비슷하게 춥다”며 “사람들이 좋고 잘해줘서 다른 나라에 있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다”고 말했다. 아말양은 “앞으로도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며 “한국 사람들도 이라크에 오면 같은 환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짧은 인사말이 지나고, 이들이 전한 이라크 현지의 상황은 눈으로 보는 듯이 생생했고, 그럴수록, 전쟁의 공포는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아말 양은 “전쟁 직전에는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여서 전쟁준비를 했어요. 시골은 안전할 줄 알고, 피난도 많이 갔어요. 꼬마 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놀고 있고요”라고 전쟁 직전의 상황을 전했다.

***“왜 이라크 주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가”**

살람 씨는 기자인 만큼, 외신에서 들을 수 없는 상황까지도 자세하게 전했다.

“지금은 미국과의 전쟁 상황이다. 어디를 가나 총을 든 사람과 탱크를 볼 수 있고, 초등학교에까지 철조망이 쳐져있다. 미군들이 세팅한 전쟁 상황이다.”

“간혹 큰 폭발음이 들린다. 그러면 이 다음날 시민들이 미군을 공격했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미군은 부인한다. 미군도 이라크인을 공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 피해자는 알려지는데, 이라크 사람들은 피해자가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는다”

그는 이처럼 현 상황을 전쟁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미군들에 의해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가 한명 있다. 23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지금은 은퇴했다. 미군이 와서 이 친구 집을 부수고 동생을 죽였다. 이 친구는 장애인으로 만들었다. 가구들을 모두 때려 부쉈다. 70대 후반의 아버지가 계신데, 이 분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이 때 1백 60명의 군인이 이 집을 샅샅이 수색했는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군들이 이 집에서 나오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던지, 미군끼리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발전설비가 총격에 폭발했다. 그래서 미군들은 누군가의 공격에 의한 것인 줄 알고 서로 더욱 격렬하게 공격했다.”

“미군들이 총격하는 가운데, 민간 차량 두 대가 지나갔다. 그중 한 차에는 아이들하고, 보호병(safe)도 타고 있었다. 음악도 틀어놓고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미군이 그 차에 총을 쏴서 운전사가 죽고, 나머지 사람들이 체포되었다. 다른 차에는 일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미군이 역시 총격을 해서, 아버지, 딸, 아들이 죽었다. 임신한 어머니는 살았다. 주위 사람들은 ‘임신했기 때문에 신이 보호해서 살았다’고 말했다.”

“난 기자니까, 이 차가 몇 발의 총격을 받았는지 세어 봤다. 45발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날은 10월 7일이었고 바그다드 슬렉이라는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미군의 정보 통제와 이라크 피해자를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는 것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아일랜드 인권단체가 조사를 왔는데, 사례 조사만 있었을 뿐, 피해자 가족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여러 단체들은 반미에만 관심이 있지, 이라크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들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우리 손으로 국회를 선출하고 정부를 구성해야”**

이라크 현지인들이 바라는 유일한 것은 바로 전쟁의 종식이다. 전쟁의 종식을 위해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주권 이양 약속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의 친미적인 이라크 과도 통치 위원회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리야드 교수는 “현 과도정부에서는 인간적인 면을 찾을 수 없다”며 “어떤 사람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본다”고 과도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주권이양을 명시한 내년 6월까지는 기다려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미국이 이라크 민주화를 위해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국회도 선출하고 정부도 구성해야 한다”고 미국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잘못”이라며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아말 양은 “미국은 우리에게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연히 이것에 대한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평화와 전쟁 종식을 원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살람 씨는 “저항세력은 단지 미국과 싸우기 위해 외부인들로 구성되어 이라크에 들어온 테러리스트와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나뉜다”며 “이라크인 그룹도 두 조직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미군 피해자 가족들로 구성된 조직과, 전 정권 관계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로 구성된 저항세력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은 순수한 이라크 저항 세력으로 조직적 저항이 아니라, 산발적, 개별적 공격을 한다”며 “미군이 이라크 내에서 받는 피해는 더 크고, 헬기도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격에 겁먹고 제 3국으로 도망가는 미군들도 있는데, 이라크 민간인들은 이런 미군을 도와준다”며 “자살한 미군들은 보도가 되어도 탈영하는 비군들은 잘 보도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2>

***“이라크인의 입장에서 파병을 생각해 달라”**

이들의 한국군 파병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파병하는 순간 다른 나라처럼 공격받을 것이 확실하다는 경고를 했다.

리야드 교수는 “다른 나라 군대에 일어난 일을 보라”며 파병에 대한 견해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라크에 정말 필요한 것은 전기, 수도 시설 등의 재건과, 의료서비스, 치안의 안정 등이다”라며 “한국군이 UN산하에서 평화유지군의 깃발아래 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살람 씨는 “나시리아에 있는 한국군을 봤는데, 군기가 없다고 혼날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몇몇은 자고 있고 총을 놓고 다니는 보초도 있더라”며 “그만큼 한국군이 편하게, 긴장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의료 부대(medical team)는 이라크를 돕는다. 하지만 군병력(military team)은 아니다”라고 전투병력이 한국에 와서 이라크인들에게 도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익과 한미동맹을 위해 파병을 해야한다는 견해에 대해 “미국이 언제까지 대제국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익의 예로 석유를 들 수 있는데, 석유는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에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사람과 교류가 있을 때, 이라크 사람과 한국 사람의 관계를 맺는 것이 국익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살람 씨는 한국사람들이 미국도 이라크 정부도 아닌, 평범한 이라크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라크전을 이해해달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기자들에게 일일이 적어주며 이라크에 꼭 한번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라크에 오게 된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진 3>

덕수궁을 가서 너무 좋았다는 아말 양, 김치가 맛있다는 살람 씨, 한국의 풍경이 멋지다는 리야드 교수, 이들이 평범한 관광이 아닌 기자간담회 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나가며 한국에 머무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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