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9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92>

힘센 자가 많이 갖는 것은 당연하다

***92. 힘센 자가 많이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은하증권이 지불한 첫해 임대료를 은행대출금 상환에 썼다. 그런데 모두들 이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왜 그 돈으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후회했다. 전임자가 남긴 빚을 내가 뭣 하러 그렇게 서둘러 갚았을까? 자리에 올랐으면 돈으로 사람들 인심이나 살 것이지!

다음해에는 돈이 손에 들어오자 풍기락, 구립원 등과 상의해서 오백 만 위안을 상여금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소식이 퍼지자 전 위생청이 진동할 만큼 모두들 좋아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요!

상여금은 연말에 지급하기로 했지만 우선 방안을 제정해야 했다. 위생청에서는 중간층 간부들이 회의를 소집해서 배분 방안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평균주의를 따를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그것은 나의 원래 생각과 차이가 있었다. 나는 차이를 적게 해서 사람들이 상여금을 받고도 우리를 욕하는 일이 없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회의석상에서 의견은 일변도로 기울어져서 괜히 나의 생각을 발표했다가는 고립될 것 같았다.

구립원이 말했다.

“개혁 개방이 뭡니까? 개혁 개방이란 다름 아닌 관념의 갱신이고 평균주의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을 먼저 부유하게 한다는 중앙의 정책을 우리 위생청에서 어떤 식으로 실천하겠습니까? 물론 우리가 부유해진다고 해봤자 얼마나 부자가 되겠습니까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요. 요즘은 위에서 부정부패 척결이다, 청렴이다 해서 얼마나 옥죄는지…, 옛날에야 각 처실 단위로 잔수라도 부렸지만 요즘은 감히 생각도 못합니다. 그랬다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어기게 된다니까요. 어쩌겠습니까, 모두들 위생청만 바라보고 있는데…. 물론 다른 방법이 있는 사람들은 해당 사항 없겠지만요.”

그는 나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가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조만간 저놈의 이색분자를 쫓아내야지! 끌어내리고 내 사람을 키워야지!

풍기락이 말했다.

“우리는 정책을 통해 공헌의 크고 작음을 반영해야 합니다. 문건을 먼저 발표해서 표준을 정함으로써 암실조작을 방지합시다.”

모두들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발표하는 가운데 방향이 점점 명료해졌다. 심지어 나로 하여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까지 느끼게 했다. 사실 정책이란 직급에 편향되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표현방식이 있겠지만, 그러나 뭐라고 하건 간에 결국 같은 결론 주위를 맴돌게 마련이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구실은 천천히 찾으면 된다.

몇 가지 이유 정도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 나는 위생부로 며칠간 출장을 가면서 사무실 주임 황송림(黃松林)에게 그 문건의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황송림이 초안을 보고했다. 그는 위생청의 사백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아홉 등급으로 나누었다. 일등급은 나 혼자, 오만 위안, 이등급은 풍기락, 구립원을 비롯한 몇몇으로 사만일천 위안, 정소괴 등은 삼만 위안, 그리고 보통 간부급은 사천 오백 위안, 일반 노동자는 이천 팔백 위안에 불과했다.

그가 말했다.

“이 방안은 여럿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이천 위안, 사천 위안 받는 사람들의 의견도 수렴한 건가요? 팔구십 퍼센트가 그 사람들인데?”

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그들은…. 그 사람들 의견은 한 사람당 만 삼천 위안씩 똑같이 나누자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거야말로 평균주의 아닙니까?”

또 말했다.

“저는 옆의 화공청의 배분방안을 기초로 풍기락 부청장님께 보고 드린 다음 결정한 겁니다.”

황송림이 가고 나서 나는 그 명단을 반복해서 보았다. 머리 많이 굴렸군! 어쨌든 나 역시 무슨 일이건 정소괴 그치들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달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행여 내가 정말 유능해서 일군의 사람들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 이천 위안, 사천 위안 받는 사람들만 헛물을 켠 셈이다. 그 사람들이야 욕을 하겠지. 마음이 싸늘해짐을 느끼겠지. 나를 강도라고, 얼굴 가죽 벗어던지고 남의 돈 훔친다고 욕을 하겠지. 그러나 그게 전부다. 나와 마주할 때 얌전히 웃는 얼굴만 보여준다면 그 사람들이 속으로 욕 몇 마디 하는 것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무슨 수로 정말로 인격적 이미지를 추구하고, 사람들이 진심으로 나를 따르도록 할 수 있겠어?

이 자리에 앉은 이상 나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세력에 따라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도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이제 공정(公正)은 결코 나의 목표가 아니다. 내가 숭고함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그만둔 후로는, 자기 신화 창조를 그만 둔 후로는, 더더욱 아니었다. 누가 분하고 격한 마음으로 나를 강도라고 욕하더라도 그 사람 맘대로 해 보라지! 이 자리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은 나의 어려움을 모른다!

저녁에 나는 풍기락의 집으로 찾아가서 윗사람들 상여금을 몇 천 위안씩 깎아서 아랫사람들한테 천 위안씩이라도 더 주자고 제안했다. 내가 말했다.

“새 집행부가 생긴 지 이제 일년 남짓 됐는데, 사람들이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욕하고, 그러면 좋을 게 뭐 있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화공청에서도 같은 비례대로 관철했지만 잠잠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도 누가 딱히 나서서 따지거나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별로 좋지는 않아요.”

그가 말했다.

“한 사람한테 천 위안씩 더 주는 걸로는 별 효과 못 봅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한테 몇 천 위안씩 깎는 건 그 부작용이 엄청나지요. 우리도 일하는 사람들한테 좀더 관대한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오류를 범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또한 중국 문화에는 양렴(養廉)의 전통이 있습니다. 양렴, 즉 청렴함을 기른다는 뜻이지요. 청렴함은 길러지는 겁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결론은 쇠처럼 단단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이 결론을 둘러싼 수많은 논증이 가능하다. 어찌되었건 이 사람들은 스스로 논증하고 있다. 좋은 것은 손에 넣어야 진짜이고, 다른 모든 것은 거짓이다. 그 일곱 가지 여덟 가지 이유 역시 날조된 것들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크고 작은 회의석상에서 분위기를 잡는 것, 모든 이들의 생각이 이미 설계된 궤도로 진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평균주의는 절대 안 된다! 진입하기를 거부해도 상관없다. 분위기만 형성되면 따지고 나설 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수를 따르기 마련이고, 그럴 때만 안전감을 느낀다. 그리고 대중의 심리, 분위기라는 것은 여론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근면한 정치, 청렴한 정치(勤政廉政)”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산동성(山東省) 어떤 현의 현장이 나와서 이야기했다. 자기는 군중이 동의하는지 만족하는지를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내가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풍 부청장님, 저걸 보세요. 요즘이 어떤 시대입니까?”

그가 흥! 소리를 몇 번 내고 말했다.

“저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저기는 중국이 아니랍니까? 한 사람한테 만 삼천 위안씩 주면 동의하고, 만족하고, 기뻐할 것 같습니까? 일부가 불만스러워야 만족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이 다 만족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챙겨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도, 군중더러 그들을 진심으로 따르라고 하는 것도,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런 불가능한 가능성들을 추구할 수는 없다. 우선 그 중요 인물들부터 동의하고, 만족하고, 기뻐하게 해야 되는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든 그들에 의존해야 한다. 입만 갖고 떠들어서는 안 되고, 몇 입이라도 더 먹여줘야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다. 하늘에 닿는 도리, 원칙이라 해도 나는 달리 어쩔 수 없다.

마지막 회의에서 나는 나의 등급을 이등급으로 낮출 것을 끝까지 고집했지만 모두들 동의하지 않았다.

구립원이 말했다.

“지 청장님, 우리 솔직히 이야기합시다. 이는 지 청장님이 당연히 받으셔야 하는 겁니다. 아주 떳떳한 거라고요!”

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나는 별로 좋은 말 같지 않았다. 아주 나를 불에 굽는구먼! 이렇게 되자 다른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나만 유일한 표적이 되었다. 그깟 몇 천 위안 때문에…. 이게 할 짓인가?

정소괴가 일어나 격앙된 어조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시작했다.

“지 청장님께서 일등급 상여금을 받으셔야 합니까, 안 받으셔야 합니까? 받으셔야만 합니다! 이는 지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헌도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기 또 누가 불을 지펴 나를 굽는군!

마지막에 내가 말했다.

“모두들 저를 생각해 주신다면 저 한 사람만 일등급으로 분류하지 말아주십시오. 사람들이 저희더러 사람 봐서 일 처리한다고 말할 겁니다.”

이 정도로까지 말을 하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 봐서 일 처리하는 것이 이미 하나의 게임의 규칙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러나 내가 그 얼굴마담이 되어서 모두의 비난을 덮어쓸 수는 없었다.

이 문건이 내려가면 많은 사람들이 씁쓸한 마음으로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다 못해, 격분한 사람들은 듣기 끔찍한 이야기까지 해댈 것이라는 점을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윤옥아가 중의학회에서 한 손은 허리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손가락질 해대면서 사람들을 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라고 딱 집어 말하진 않지만, 당시 그녀가 누구 욕을 하고 있는지는 너무나 분명했다.

“그래, 좋은 음식 많이 처먹고 이질이나 걸려라! 다 못 먹겠으면 관에 넣어 가면 되잖아!”

어쨌든 내 귀에 들리지 않는 이상 그냥 둬야지 뭐…. 신선이라도 모든 사람들을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따르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구월 달에 아파트가 다 지어질 즈음 해서 기초건설처에서 집을 배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내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풍기락에게 맡겼더니, 방안이 완성된 후에 사인해 달라고 가져왔다. 보았더니 그 주요 목표는 높은 자리에 있는 몇몇 지도자들을 줄 앞에 세우려는 안이었다. 두 가지 조항은 특히 나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정(正) 청장급 간부는 부(副) 청장급 간부보다 5점 높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5점 더 가산되었다. 이전에 줄 서서 집을 고를 때는 정급(正級)과 부급(副級)을 딱히 구분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추가되었다. 위생청에 두 명의 처장이 재직자 신분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지만, 아직 졸업은 안 했다. 내가 속으로 계산해보니 근무 햇수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이 방안대로라면 내가 제일 앞에 설 수 있었다. 풍기락도 고심한 흔적이 보였지만, 그러나 너무 티가 났다. 틀림없이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할 것이다.

동류는 이 방안을 보더니 말했다.

“어쨌든 당신이 정한 것도 아닌데 무슨 겸손을 떨고 그래요? 당신은 청장이에요. 떳떳하게 받아들이라고요!”
물론 내가 정한 방안은 아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세심하게 계산해준 결과였다. 이 정도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기가 굳이 챙기지 않더라도 온갖 대의명분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게 마련이다.

내가 말했다.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어쨌든 나는 3동 동쪽 끝에 있는 그 집을 찍어 놓았어요. 서향이면 서쪽에서 빛 들어오고, 너무 높으면 올라가기 힘들고, 또 너무 낮으면 빛이 안 드니까….”

“당신만 좋은 것 생각할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은 뭐 목 위에 얹고 다니는 게 호박인 줄 알아?”

그녀가 말했다.

“그 집은 하도 많이 봐서 이미 정까지 들었다니까요. 이제는 다른 집에는 정이 안 가요.”

말이 안 통해서 나도 그냥 아무 말 않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될 줄 이전엔 감히 상상도 못했는데 서향이 뭐가 어떻다고…. 한 층 더 올라가거나 빛 좀 덜 들면 어떻다고…. 사람이 너무 좋은 것만 따지면 안 되는 법인데…. 이튿날 내가 풍기락에게 말해서 그 두 조항을 지워버리도록 했다. 그가 떠보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그럼…?”

내가 말했다.

“나는 이 정도로까진 할 수 없소.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크게 마련이지요.”

그가 말했다.

“그럼 제가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최소한 몇몇 사람들이 너무 나서지 않을 것만 보장하지요.”

명단이 나왔다. 〈군중위생보(群衆衛生報)〉의 대(戴)씨가 일 순위로 랭킹되었다. 원래 성인민의원 주임 의사였던 그가 위생청에 편집장으로 온 지도 여러 해 되었다. 나는 다섯 번째였는데, 이런 식으로 처리하길 아주 잘했다 싶었다. 대씨는 무슨 관리(官吏)도 아니었는데, 그가 일순위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군소리 못할 것이다.
그날 저녁 대 씨의 아내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지 청장님, 아직 이런 데 사십니까? 지 청장님 같은 분은 전 성의 청장들 중에 몇 안 될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우리도 곧 이사 가는데…. 사람들은 무슨 현미경이라도 들이대고 내 장점을 찾는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발견하면 호들갑을 떨어댄다.

그녀가 또 말했다.

“우리 양반이 집에서 새 집행부가 얼마나 좋은지, 지 청장님은 또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이야기하더라고요. 지 청장님 아니었으면 순서가 우리 양반까지 돌아오기나 했겠습니까? 줄 맨 앞쪽에 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내가 말했다.

“대 선생님은 주임 의사이시니 원래가 청장급인걸요. 근무 햇수도 오래 되셨고…. 누가 대 선생님 앞쪽에 가서 서겠습니까? 위생청에서 지식을 존중하고 인재를 존중한다면서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되지요.”

그녀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체면을 살려주시니 저희 바깥양반은 집 분배 못 받아도 이젠 여한이 없습니다. 원래 이사 계획도 없었거든요.”

그녀는 또 동류와 한 쪽에서 재잘재잘 한참을 떠들다가 돌아갔다.

집을 고르는 그날 나는 현장에 가지 않았다. 돌아와서 동류가 나한테 여전히 그 3동 동쪽 끝에 있는 집을 고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물었다. 그럼 대 선생님은 어느 집으로 골랐어? 그녀는 2동 서쪽 끝 집이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하나의 손이 조작하고 있었군!

내가 말했다.

“그날 당신 대 선생님 부인과 무슨 이야기 했어? 그분이 당신한테 양보하고, 또 다른 위생청 사람들한테 양보하고, 또 다른 위생청 사람들이 당신한테 또 양보하고 그랬지? 그게 무슨 짓이야?”

동류가 말했다.

“자기가 안 고르는데 제가 어떻게 해요? 그쪽에서 먼저 물어보는데, 내가 꼭 그 집 아니면 안 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어느 집이 제일 좋으냐고 묻더라고요. 나는 말도 못해요?”

내가 말했다.

“이게 무슨 연극이야? 당신이 감독이야?”

그녀는 울음을 터뜨릴 것같이 말했다.

“내가 꾸민 것도 아니고, 내가 연기한 것도 아니에요. 난 그저 내가 어떤 집이 제일 좋은지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라고요. 난 거짓말 못해요! 거짓말 하는 법 아직 못 배웠다고요. 마음에도 없는 말 못하겠어요! 공산당에서도 실사구시, 실사구시, 하잖아요!”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우리는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집의 실내 장식과 배치는 동류가 책임지고 나는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 새집에는 바닥을 전부 코끼리표 바닥재로 깔았고, 가구도 모두 바꿨다. 텔레비전도 일본 파나소닉의 홈씨어터로 바꿨다. 동류의 말에 따르면, 모두 합해서 이십만 위안 정도를 썼고, 바닥재에만 삼만 위안 정도를 썼다는데, 다른 사람이었으면 몇 만 위안 더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누가 중간에서 도와줬는지 귀찮아서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누군가 하나 불쑥 튀어나와서 이번 일을 빌미로 청탁을 해오겠지. 이것 역시 일종의 게임의 규칙처럼 되어 있다. 그저 내 자신의 돈으로 갚을 필요가 없을 뿐이다.

이사하는 날은 토요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동류를 도와 물건을 옮겼다. 오후가 되어 사람들이 돌아가자 집 안이 아주 고요하게 느껴졌다. 창 밖의 햇볕이 밝게 부서지면서 들어오는 것이 마치 초봄 같았다. 집 앞의 나무는 잎사귀를 떨구고 가지를 하늘로 향해 뻗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 들어왔다.

나는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 고요가 비현실적이고, 집이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일순간 나는 스스로가 허망한 환상 속에 표류하다가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십사 년 전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생각했던 것과 달라져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앗던 일들이 가능해졌지만, 그러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팔년 전 내가 이 바닥에 들어서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가면을 씌웠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에게 위로 올라가 무슨 일이든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는 이렇게 많은 혜택들이 눈앞에 주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가면을 쓴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큰 산 깊은 곳 삼산요(三山坳) 마을의 일개 평민이고, 몇 위안을 들고 농촌 조사를 나서던 그 학생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허상과 현실이 이렇게 자리를 바꾸었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며 모든 것이 불분명해졌다. 청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호수 지역으로 수재민을 위문하러 가던 때에 가면을 썼었던 것 같다. 결국 인간은 신화가 아니며,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