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위에서는 정책(政策), 아래서는 대책(對策)**
맹효민의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음속으로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괜히 누군가가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금전의 유혹도 이겨냈고 색(色)의 유혹도 이겨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물과 색을 멀리할 수 있다면 무서울 게 뭐 있어? 나는 그야말로 불패(不敗)의 땅에 서 있는 셈인데 감히 누가 내 꼬리를 밟을 생각을 하겠어? 만약 그런 생각을 하는 자가 있다면 꿈 깨라지! 나도 이제는 팔 걷고 나서서 뭔가 일을 좀 할 수 있게 됐어.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 대 치기라도 할 듯이 어깨에 힘을 넣어 팔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그 즈음 어느 날 정소괴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문을 들어서면서 말했다.
“우리 강강(强强)이 일파랑 놀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송나도 동류랑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제가 따라왔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면서, 그가 할 말이 있어서 왔다는 것을 금방 알았다. 몇 년 전에 내가 동류와 함께 마 청장 댁에 갔을 때에도 맨날 일파 핑계를 댔던 게 기억났다. 몇 년 전 일인데 아직도 똑같구먼….
동류는 송나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먼저 옷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좀 지나자 피부 미용의 화제로 넘어갔다. 송나가 미백이며 잡티 제거의 비방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자 동류는 정색을 하면서 받아 적기 시작했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정말로 정소괴가 동류한테 미백 이야기 하는 송나를 따라 왔다는 말을 믿는 표정으로, 드문드문 그와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그가 어떻게 화제를 꺼내는지 한 번 보고 싶기도 했다.
동류와 송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동류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해 전 내가 정소괴네 집에 갔을 때와 전세가 뒤집혔군! 남자가 느끼는 무언가를 여자들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대화에서의 주도권, 이것이 바로 남자들이 권력에 집착하는 중요한 이유이며, 또한 여자들이 남편의 성공을 갈망하는 중요한 이유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그 느낌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사람 다루기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사람들마다 자주성이 점점 강해져서요. 도대체 말을 안 들어요.”
송나가 얼른 끼어들면서 말을 이어받았다.
“저희 바깥양반도 그것 때문에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전번 달에 운양시(雲陽市)에 급한 일이 생겨서 사람을 출장보내야 하는데, 저마다 집에 일이 있어서 갈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이 양반이 직접 갔어요. 처장 노릇하는 것도 불쌍해 뵌다니까요.”
나는 속으로 웃었다. 어쩜 저렇게 똑같을까? 부창부수(夫唱婦隨)! 왕년에 나와 동류도 내가 한 소절(小節), 동류가 한 소절, 저렇게 불렀었지. 마 청장 보기에도 이렇게 티가 났을까?
내가 말했다.
“불쌍하다면 불쌍하지요. 그렇지만 송나, 그 불쌍한 자리에 앉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 줄 아세요?”
나는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정소괴도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얼른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 자리도 불쌍한 자리입니다. 동작 하나 말 한 마디 누군가가 다 살피고 있으니 말이에요. 믿어지세요?”
그는 하려던 말이 중간에 끊겼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시장경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맨날 경제적 이익만 따지고…. 만약 주어진 것 이상의 일을 조금이라도 맡기려고 하면 빤히 쳐다보면서 다음 말을 기다리지요. 얼마 더 줄 거냐, 이거죠.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그런 취지는 잊혀진 지 이미 오랩니다.”
너 정소괴가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을 다 해? 내가 너와 알고 지낸 게 어제 오늘의 일이냐?
송나가 또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을 아직도 해요? 일 좀 더하고 백 위안, 이백 위안 더 버는 게 낫다, 이거죠. 저이네 부서 사람들 중에는 교양 있는 사람 몇 안 돼요.”
차를 마시는 동류의 입이 웃고 있었다. 그녀도 이런 연기에 아주 익숙했다. 나는 말을 빙빙 돌릴 시간이 없어서 말했다.
“정 처장, 업무상 무슨 어려운 점이라도 있어? 위생청 차원에서 도울 일이라도?”
내가 이야기를 까발리자 그는 조금 어색해 하면서 말했다.
“제가 오늘 온 것은 사실 청에 보고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입니다.”
내가 말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가 또 웃으면서 말했다.
“지 청장님이 어떤 분이신데, 뭔들 모르시겠습니까! 위생청에선 각 부처별 소 금고를 정리할 생각이라면서요? 그 정책은 저희도 지지합니다.”
내가 말했다.
“위생청이 그렇게 하려는 것은 행여 간부들이 실족(失足)하는 일이 없도록 간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위생부의 검역국(檢疫局)도 바로 그 소 금고 문제 때문에 국장에서 처장까지 전부 뒤집혀지지 않았나. 돈을 손 안에 쥐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요한 물처럼 가지라고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야. 전번에 금엽부동산에서 육십만 위안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을 때, 나는 가슴이 안 뛰었을 것 같은가? 비현실적이야!"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마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위생청에서 정말로 저희를 배려해서 취한 조치로군요.”
내가 말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 아래에서 문제가 생기면 위에서 책임을 져야 하잖아. 요즘은 이전과 달라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그 상사까지도 문책을 당해. 이런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와. 각 부처별 소 금고를 없애지 않으면 정책을 위반하면서 부당한 수입을 얻으려는 행위를 막을 수가 없어. 지금은 사람들도 이전 같지 않아. 그들도 추국(秋菊:귀주(貴州) 이야기의 주인공. 억울한 일을 당하면 참지 않고 끝까지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이긴다는 스토리다--역자) 한테서 배워 가지고 무슨 일이든 다 따지고 해명을 들으려고 하지. 그때 그들이 따지고 해명을 듣겠다고 어디로 찾아가겠어? 적십자회로 찾아가는 게 아니야! 기초건설처로, 자네의 의정처로, 위생청으로 찾아와서 따지고 해명을 들으려 할 거고, 나한테까지 찾아와서 따지려 들 거야.”
나는 속으로, 내가 이 정도까지 말을 하는데 너 정소괴가 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그는 몇 번 헤헤, 거리면서 웃더니 계면쩍은 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저희 의정처의 사정은 정말 특수합니다. 사람을 파견해서 처리하는 일도 많아서, 위생청에서 나오는 보조금만으로는 적극성을 끌어내기 힘듭니다. 저희 처에서 따로 보조금을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부와의 교류가 다른 부처보다 많은 상황이고, 보통 우리가 내려가면 그쪽에서 접대를 하잖습니까? 그런데 그쪽에서 누가 올라왔는데 저희가 시원찮게 대접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식으로 해서야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합니까? 사실 간단하게 끝낼 수 있으면 저희도 좋습니다. 아무도 그깟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런데 저희 의정처 혼자만 버틸 수 있습니까? 저쪽에서 온갖 해산물로 접대할 때는 그게 다 우리 위생청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는 증거인데, 그런데 우리는 배추, 무 반찬으로 접대하라고요? 그쪽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접대하고 접대 받는 과정은 사실 서로의 체면 때문인데, 중국 사람은 그놈의 체면 때문에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인정(人情)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나도 잘 아는 바다. 그렇지만, 정소괴 너 이 녀석, 일년을 통틀어 집에서 몇 번이나 밥 먹었냐? 네가 일년 동안 쓰는 판공비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러 사람 까무러칠 정도 아니야?
내가 말했다.
“위생청에서 특별 교제비를 배정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썼는지 연말에 모두에게 발표하도록 하고….”
그가 말했다.
“손님 올 때 패스트푸드로 때우지 않는 한, 그런 것을 발표할 경우 남들이 욕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위생청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왕래가 사실 워낙 많아서요.”
그러니까 네 말은 암실에서의 조작이 불가피하다는 거냐?
내가 말했다.
“그러면 정 처장의 생각은?”
그가 말했다.
“저희 의정처의 사정은 특수하니, 특수한 정책을 적용시켜 주실 수 없겠습니까?”
생각해 보니 의정처의 사정이 정말로 좀 특수하기는 했다. 그래서 말했다.
“위생청에서 한번 고려해 보도록 하지.”
며칠이 지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 부처에서 모두 달려와서 자기네 특수한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이 대는 이유들은 모두 다 그럴듯했다. 정소괴가 말한 것보다 더 그럴듯했다. 부처장들의 말에 따르면, 하는 일마다 다 재정처에 가서 돈을 타 써야 한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돈을 자기 손에 쥐고 있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기초건설처의 역(易) 처장까지도 와서 똑같은 소리를 지껄이기에, 내가 말했다.
“중앙에서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키라고 명문(明文)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나? 이것이 중국의 제도야. 소 금고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어디 한둘인가? 이제 위생청 차원에서 그 문제를 양성화하겠다는 건데 어떻게 하나같이 죽자 사자 막으려 들지? 행여 과오를 범하게 될까봐 겁나지도 않나?”
역 처장이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말했다.
“만약 우리의 이런 것까지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신다면 세상에는 과오를 범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누가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다 때려잡을 수 있습니까? 또 누구에게 그럴 자격이 있습니까? 누구가요? 정말로 부정부패라고 할 수 있는 케이스는 대머리에 붙어 사는 이와 같아서 잡으려 해도 잡기가 어렵습니다. 누가 이런 터럭처럼 자잘한 일까지 다 관리할 수 있습니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그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그대로 간다면,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물 건너가게 된다. 각 부처의 소 금고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위생청의 행정공개 계획은 첫걸음도 내딛기 전에 좌초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가슴속 가득 치밀어 오르는 화를 역 처장에게 퍼붓고 싶어서 눈을 들어 그를 보니, 그는 여전히 그곳에 얌전한, 심지어 처량하기까지 한 자세로 서 있었다. 내가 말했다.
“가보게! 청에서 다시 연구해보지."
나는 갑자기 고독을 느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모두의 도움을 받아서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그들을 내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내쳤다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기라도 해서 문제가 성(省) 차원으로 커지면 그때엔 내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혹시 이 인간들이 뒤에서 서로 짰나? 비밀리에 무슨 묵계라도 맺었나? 안 그러고서야 어떻게 하나같이 똑같은 소리를 할 수 있지? 정소괴, 어쩌면 이 녀석이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든 사람들을 물먹일 수는 없지만 너 하나 물 먹이는 건 간단하다. 출장 간답시고 전 가족을 데리고 광주(廣州)까지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비용을 의정처 금고에서 빼내 갔다는 것, 내 다 알고 있어! 작년에는 자기가 자기한테 초과근무 수당이랍시고 몇 만 위안이나 가져갔다는 것도 내가 다 알고 있어! 게다가 매일같이 네 아들놈을 학교까지 차로 데려가고 데려오는데, 그건 또 어찌된 건가? 네 애가 노동 영웅 뇌봉(雷鋒)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내 생각을 구립원과 풍기락을 비롯한 몇몇에게 이야기하자, 구립원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정소괴 그 친구 엉터리군요!”
내가 말했다.
“무슨 특별한 대책은 없겠지만, 처장 시킬 사람쯤이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풍기락이 말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간부 한 명을 처리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번 일에 풍기락은 줄곧 비협조적이었다. 순간 번갯불이 번쩍했다. 저 인간을 확 처버릴까? 그런데 저녁에 풍기락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하기 힘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위생청 사람들이 모두 이번 일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 청장님, 모르시겠습니까?”
그의 지적에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나는 공중에 ‘구(丘)’자를 써보였다. 그가 말했다.
“제 소식통에 의하면, 그 친구가 각 부처를 돌면서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 인간이 나머지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찌 감히 청장님께 하나하나 찾아갔겠습니까?”
그랬구나! 구립원이 나를 외통수로 몰아넣으려고 했구나! 멈출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외곬으로 몰아넣은 다음, 내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면 자기에게 기회가 오게 될 테니…. 사실, 이번 개혁은 각 부처장들의 아픈 곳을 찌르는 것이다. ‘과오’(過誤)라고 하지만, 따져보면 누군들 그 정도의 과오 한 번 안 범해본 적 있는가? 또 앞으로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따지자면 끝도 없다. 내가 따지고 들면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편 것이다. 풍기락이 말했다.
“며칠 전에 제가 사람들의 반응이 심각하다고 말씀드렸지요? 바로 그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듣기 안 좋은 말들도 하더군요.”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듣기 안 좋은 말이 어떤 건지 저한테도 좀 들려주시지요.”
그가 말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소리죠. 너무 개인의 정치적인 업적만 추구한다, 뭐 그런 소리 아니겠습니까?”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는 그저 당의 정책을 실현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위생청의 행정공개를 외친 것이 벌써 몇 년째입니까? 그런데 그래서 뭐 하나 공개된 게 있습니까?”
그가 말했다.
“세상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책에서처럼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는 매우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그 뜻은 명료했다. 내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세상물정을 모르다 못해 백면서생처럼 군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원칙에서 출발하는 일이 몇이나 되나? 윗사람들은 정책, 정책, 하고 떠들 줄만 알지 아래에서 그 정책을 실현하려면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쓴다. 위에서 정책(政策)을 수립하면 아래서는 대책(對策)을 마련하기 위해 진력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 엄밀히 따지면, 나같이 어느 정도 깨끗한 이미지를 자신하는 사람들도 결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들 그 물에 손 한 번 안 담갔을까? 그래, 내가 너무 순진했다. 중요한 선만 안 넘고 큰 문제만 안 일으키면 되는 것이지 내가 꼭 그렇게 할 것까지야 뭐 있나? 모두들 자기 분수를 지키고 월급과 보너스로만 살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그게 먹혀들겠나? 권력이 자기 손안에 있을 때 자기를 위해서 뭐라도 챙기려 드는 것,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는 일인데 내가 하느님보다 더 위대한가?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고독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구립원은 말할 것도 없고 풍기락조차 나를 지지하지 않는구나. 나는 울화가 치밀어서 말했다.
“그럼, 그놈의 정소괴는 어떻게 하지, 정소괴는? 평소에 먹고 마시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기관의 돈으로 여행까지 가는데? 자기 자신한테 초과근무수당까지 지급하고 있는데? 광주는 또 무슨 일로 출장을 갔었는지 한 번 따져봐야겠어!”
풍기락이 말했다.
“원칙대로라면, 정 처장 그 친구 물론 잘못했지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사는 사람이 우리 위생청에 어디 한둘입니까? 찾아내면 줄줄이 사탕인데, 그 친구들 빼면 업무가 안 돌아갑니다. 위생청의 안정과 단결을 위해 이번 일은 위생청 회의에서 큰 원칙을 제시하는 선에서 한 말씀 하시고 그냥 넘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하라고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소괴를 놓친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 화가 났지만, 생각해보니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다. 내가 말했다.
“그럼 풍 부청장님이 얘기하세요. 나는 아무래도 못 참고 그 인간 이름을 찍어서 말해버릴 것 같습니다.”
그는 조금 난처해하는 척했으나 결국 승낙했다. 그가 말했다.
“옛 어른들 말씀이 구구절절이 다 맞습니다. 이런 말도…”
내가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水至淸則無魚)는 말 말이지요? 그럼 우리 이제부터 한 쪽 눈만 뜨고 한 쪽 눈은 감고,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삽시다.”
그러면서 한 쪽 눈을 찡그려 보이면서 그를 향해 씽긋 웃었다. 그도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모두 다 살기 힘듭니다. 주어진 일 외에도 할 일이 좀 많습니까? 지금 사회는 시장경제 사회라는데, 우리 사정은 하나도 반영 안 되고 있으니 그것도 문제지요. 사람들이 받는 월급이 기껏 해야 얼마나 됩니까? 자기들 손 거쳐 간 크고 작은 사장들은 진료소도 열고 약국도 열고 해서 영세한 사장들도 십만 위안, 몇 십만 위안씩 버는데, 그것 생각하면 다들 마음도 불편하고 배도 아프겠죠. 생활비도 이렇게 많이 드는데…. 거기다가 위생청까지 개혁한다고 나오면 모두들 살기만 더 어려워지게 되지요.”
그렇다면 부정부패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소리란 말인가? 이 인간들이 살기 어렵다면, 그러면 일반 직원들은? 그러나 나는 이런 말로 그를 되받아칠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그는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고, 뒤에서 음흉한 수작 부리고 있는 구립원 같은 놈보다야 훨씬 나았던 것이다.
내가 말했다.
“먹고 마시고, 비행기 타고 날아다니고, 호텔에서 문건 작성하는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들다고 하면, 그럼 머리에 모자 하나 없는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삽니까?”
그도 씩 웃더니 아무 말도 안 했다. 생각해 보니, 천 마디 만 마디의 말에도 불구하고 결국 더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챙겨야 한다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 생각을 현실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가는 길은 천 갈래 만 갈래일 수 있어도 목적지는 단 하나 뿐이란 것(路徑可能千千萬, 目的地能是一个), 이 또한 게임의 규칙 아닌가! 내가 그들의 길을 막으려고 했으니 이는 게임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그래, 이론은 이론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막상 일이 터지면 아무리 수천수만 가지 이론들을 갖다대면서 떠들어댄들 무슨 소용인가? 최후에 가선 결국 유일한 결과로 돌아오고 말 텐데….
내가 말했다.
“모두들 너무 자기 생각만 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원래 다 그런 것 아닙니까?”
이어서 말했다.
“사회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사실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저 경제적인 문제에서 일정한 선만 넘지 않으면 그 간부는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하는 겁니다. 우리 위생청도 모두에게 그 정도만 요구하고, 대신에 경제적인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단속하도록 하죠. 요구 수준이 너무 높으면 거기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말했다.
“다시 연구해 봅시다.”
나는 풍기락을 아래층까지 바래다주고 손바닥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정말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에게 이 정도 표시는 해줘야지. 위층으로 올라와서 안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안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퇴직했으니 이젠 국외자(局外者)일세. 나와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위생청 일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네.”
내가 오랫동안 못 찾아뵌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는 듯했다. 나는, 안 선생님 딸 일을 부탁받은 지가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처리 안 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잘못 했구나! 내가 말했다.
“그럼 안 선생님 방해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아(阿雅)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부문으로 가고 싶어 하는지요? 다른 사람 일은 몰라도 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일인데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슴에 담아두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부탁 좀 하겠네.”
나는 또 사정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말했다.
“세상에 널빤지로 자기 몸을 치는 일이 어디 있나(天下哪有拿板子打自己的事)? 그런 경우는 없지. 그런 경우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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