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부동산이 굴러야 돈도 구른다**
빌딩이 올라가면서 아무도 위생청의 역사진열관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 청장이 직접 쓴 금수대하(錦繡大廈)와 위생청 역사진열관이란 휘호도 사무실 서랍에 넣어둔 채로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것 같았다. 삼백 평이 넘는 일층을 보면 아직 실내장식도 안 했는데 벌써 이렇게 기품이 느껴지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길에 접한 명당 자리에 위생청의 역사진열관을 꾸미겠다는 것 자체가 정말이지 정상인이라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요인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만약 마 청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이 일은 여전히 착착 진행되고 있었겠지? 아무리 양심상으로는 왼쪽이 옳다고 하더라도 사정이 오른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할 때는 그렇게 가야지 별 수 있어?
금수대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위생청 업무회의까지 열었지만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호일병이 부동산에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고 경험이 있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차를 몰고 나섰다. 그는 입을 열자마자 말했다.
“팔아 치워! 자네들 은행에서 빌린 돈이 아마 그 정도쯤 될 걸? 팔아서 빚이나 갚아.”
그의 제의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리에 오르자마자 집안 재산부터 팔아치우라고? 그렇게 했다간 앞으로 몇 십 년을 그 일로 손가락질 받을 텐데….”
“만약 내가 청장이라면 팔아치울 거야. 사람들도 그 건물 자네가 올리자고 한 것 아니라는 건 다 알고 있잖아. 그 돈이면 조금 떨어진 동네에 비슷한 건물 두 채 올리겠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부동산이 구르지 않으면 돈도 구르지 않아! 굴러다니는 돈이 있어야 자네 손에도 뭐 좀 들어오고….”
“그런 소리였나? 에이, 난 그게 더 무섭네.”
“무섭기는…. 관직에 올라서 한 몫 안 잡겠다고? 여기까지 온 이상 자네가 부자 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한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부자 되기 싫다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도 웃으면서 말했다.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한 거야! 내가 자네 사주팔자까지 훤히 다 꿰고 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다른 오류는 다 범해도 괜찮지만, 부정부패만큼은 절대로 안 되네.”
“이해가 안 가는군. 다른 사람들은 하도 해 처먹어서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거 안 보이나? 매일같이 신문에서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당을 망치고 나라를 망친다고 경고하지만, 누가 그 경고를 귀담아 듣기나 하는 줄 아나? 당이든 나라든 망할 테면 망하라지! 나라가 망해서 국가 재산의 주인이 없어지면 그때 가선 내가 주인이 되는데 뭐…. 소련의 전례를 보고 침 흘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겠어? 멀리 갈 것도 없어. 운양시(雲陽市) 시장이 얼마 전에 잘렸잖아. 사백만 위안을 착복했다나…. 그런데 그 인간이 남긴 제일 유명한 명언이 뭔 줄 알아? ‘저는 운양시 육십만 명 인민이 아직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였어. 정말 코미디의 대가, 개그맨 아니야? 오늘날 그런 개그맨들이 도처에 깔렸는데, 나더러 누구는 진지하다고 믿어달란 말이야?”
“내 얘기를 하는 건가?”
“자네 얘기로 봐도 좋고….”
“그렇다면 자넨 나를 잘못 봤네. 그리고 방금 그 말 우리 위생계통의 다른 사람들한테는 꺼내지도 말게. 나도 크고 작은 회의에 얼굴 내밀어야 하니까.”
“내가 말 안 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생각 안 할 것 같냐? 그들도 바보가 아니야! 자네는 청사(靑史)에 길이 이름을 남기고 싶다 이거야? 거 생각 한 번 진부하다.”
“어쨌든 말하지 마!”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다시 빌딩 얘기로 돌아가지. 잘만 하면 수백만 위안 떨어질 거야. 소리 소문 없이…. 어때, 입맛 안 당겨? 생각해 봐. 자세한 계획 짜는 건 내가 도와줄 게.”
“그만 겁 줘! 겁 그만 주라고….”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겁을 준다고? 자네가 겁난다니 그래 그만 하자. 그런데 나도 부동산 경력이 여러 해야. 별의 별 꼴을 다 봤지. 솔직히 손가락으로 꼽을 수도 없을 정도야. 자네야 이젠 돈 들여 권력 살 필요는 없어졌지. 이제부터 돈 벌어보고 싶지 않아?”
나는 호일병의 제안을 무시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절대로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군! 나는 기초건설처에 지시하여 전문가를 불러 금수대하의 가격을 감정평가 받아보도록 했다. 감정 결과 금수대하는 일억 이천만 위안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 숫자를 듣는 순간 나도 마음이 동했다. 이 돈이면 뒤쪽 가죽가방 공장을 아예 사들여서 삼천 평이 넘는 대지에 사무실도 짓고 그럴듯한 사원 아파트도 지을 수 있을 텐데.
위생청의 중급 및 고급 간부의 주택사정은 다른 청보다 훨씬 처지는 편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었다. 내가 취임하고 나자 이 문제에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 청장이 있을 때는 아무 말도 못하던 인간들이 이제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명분이라면 내가 빌딩을 판다고 해도, 그리고 중간에 슬쩍 손을 끼워 넣어 몇 백만을 챙긴다고 해도 정말 귀신도 모를 일이었다. 이년 전에 기회가 왔을 때는 위에 마 청장이 떡 버티고 있어서 감히 어떻게 못했지만, 지금이야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이런 식으로 돈이 수중에 들어온다면, 그러면서 동시에 일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참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인간은 결국 인간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구립원(丘立原)과 풍기락(馮其樂) 두 부청장에게 말했다. 그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들도 옛날부터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지만 건물 지을 땅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가죽가방 공장을 사들인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립원이 말했다.
“아파트를 짓지 않으면 몰라도 이왕 지으려면 제대로 지읍시다. 화공청의 청급 간부 주택이 오십 평 정도이니 우리는 육십 평 정도로 하는 겁니다. 시대를 앞서 나가려는 의식도 필요합니다.”
말이 오고 가면서 이제는 금수대하를 안 팔래야 안 팔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날 저녁에 나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능약운(凌若雲)의 전화였다. 나더러 일이 있으니 좀 만나자고 했다. 나는 아마도 그녀가 마음이 돌아서서, 생각이 바뀌어서, 나더러 중간에서 유약진과의 재결합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여덟시에 오라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조금만 늦게 하면 안 될까요?”
밤 열시에 그녀가 나타났다. 손에는 무슨 물건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앉으면서 말했다.
“듣자 하니 금수대하를 팔려고 하신다면서요?”
내가 말했다.
“저는 또 유약진의 얘기 하려고 만나자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가 달콤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 지나간 일인 걸요….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내가 말했다.
“그럼 건물 이야기를 할까요. 그런 아이디어가 얼마 전에 떠오르더군요.”
“저도 그 건물 때문에 왔습니다. 만약 팔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희 금엽(金葉) 쪽에서 사고 싶습니다.”
“안 팔 가능성이 더 큽니다.”
“사실, 파는 쪽으로 거의 결정이 났다는 것 다 알고 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몇 백 칸이나 되는 방들을 하나씩 하나씩 임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관리 시스템이나 경험도 없으면서 말이에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홍보부 책임자께서 직접 공략하러 오신 겁니까?”
그녀가 말했다.
“아, 명함 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명함을 받아들고 보니, 웬걸, 금엽부동산매매회사의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말했다.
“승진하셨네요.”
“뭘요….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요. 지 청장님이야말로 빠르세요.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건
물 관리 이야기를 하고 있겠어요? 유약진에 대한 얘기나 하고 있겠지.”
그녀의 말투는, 결국 유약진에 대한 이야기는 건물 관리에 대한 이야기보다 단 수가 한 참 아래의 화제라는 거였다. 내가 말했다.
“저희도 벌써 전문가에게 감정평가를 받았습니다. 감정 가격이 일억 육천만이라더군요.”
나는 그녀가 깜짝 놀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웬걸, 그녀는 눈 하나 깜박 않고 말했다.
“감정평가 결과 일억 이천만이라는 것도 알고 왔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측에서도 사람을 써서 감정해본 결과로는 일억을 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요.”
나는 우물쭈물 손바닥을 비비면서 말했다.
“한 칼에 몇 천만 위안씩 깎아 내리려고요? 이런 식으로는 이야기가 안 되지요. 아니면 사람을 보내서 불러올 테니 기초건설처 처장과 이야기해보시겠습니까?”
그녀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지 청장님과 이야기해야죠. 지 청장님과 단독으로 말씀 나누려고 왔지 아니면 왜 제가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나는 노트를 펴면서 말했다.
“그 외에도 다른 회사들이 신청을 해왔습니다. 저희는 경쟁입찰로 갈 생각입니다.”
그녀의 눈이 노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입찰에 참여할 회사들이 앞으로도 없다고는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저희 정보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거든요.”
금엽이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얼른 말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호일병의 회사도 제안해왔습니다.”
그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그 인간 주머니에 얼마가 들었는지 제가 모를까 봐요? 뱀이 코끼리를 삼킨다고 해도 뱀이 클 때까진 기다려야 해요(蛇呑象也要等蛇長大才行)!"
그녀의 말투에 나는 불쾌했다. 내가 말했다.
“요즘 유약진 만나 본 적 있습니까?”
“저희는 지금 비즈니스 이야기하는 겁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계속하기가 어렵겠군요.”
“저도 오늘은 접수부터 하러 온 겁니다. 지 청장님 잘 생각해보세요. 위생청은 지 청장님 말 한 마디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그녀는 일어서면서 인사를 했다. 문가로 갔을 때 그녀가 말했다.
“지 청장님, 누가 뭐래도 저희는 친구지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저는 믿으셔도 됩니다. 저야말로 친구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사람이거든요. 절대로 말 함부로 하는 사람 아닙니다.”
문을 열고서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별 말 없이 손으로 나를 밀듯이 안으로 들어가라는 표시를 했다. 나는 아래에 세워두었을 그녀의 차에 생각이 미쳤다. 혹시 누가 차 번호라도 적어두지 않았을까? 창밖을 내다보니 아래층에는 차가 없었다.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다가 함께 다른 건물로 가서, 거기서 차를 타고 떠났다.
이튿날 아침에 내가 아직 자고 있을 때 동류가 마루에서 말했다.
“이 봉투 안의 물건은 누가 보내온 거예요?”
“당신이 동훼 집에서 갖고 온 거 아니야?”
어제 저녁에 세 명이 왔었는데, 그 중에 누가 선물을 들고 왔었지? 왜 기억이 안 나지?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아래에 있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보고, 어제 저녁 누군가가 문을 들어설 때 이렇게 생긴 뭔가를 들고 왔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세수 후에 이를 닦으면서 발로 봉지를 툭 차 봤다. 제법 묵직했다. 열어 보았더니 안에 소가죽으로 포장한 물건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동류더러 가위를 가져오라고 해서 그 중에 하나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백 위안짜리 지폐 다발이 열 묶음 들어 있었다. 세어보니 가죽으로 싼 물건은 모두 여섯 개였다. 동류가 말했다.
“누가 이렇게 많은 돈을 여기에다 두고 깜박한 거예요?”
내가 말했다.
“그럴 만한 사람은 능약운밖에 없지. 금수대하를 사들이고 싶어하거든.”
금엽부동산 회사는 그러니까 나한테 육십만 위안을 들여서 이천만 위안을 남겨먹고 싶다는 거로군. 그놈의 주판 한 번 세게 튕기는군. 회사 대 개인의 장사는 늘 이런 식이다. 언젠가는 그 피까지 다 뽑혀 말라버릴 테고…. 이러니 그렇게 많은 국유기업이 하나하나 쓰러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내가 말했다.
“어쩌지? 이런 물건을 집에 두고는 출근도 못하겠네.”
동류가 말했다.
“일 잘 해결할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당신 정말로 받으려고? 절대로 안 돼!”
솔직히 말해서, 내 말은 아직 마 청장처럼 그렇게 한 마디로 모든 게 척척 진행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세심하게 일을 꾸미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육십만 위안이라니! 육십만 위안이 내 눈앞에 놓여 있고, 내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 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온단 말이지? 아 가슴 떨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엄마 뱃속에서 기어 나온 인간 아닌가! 누가 돈 싫어한다는 사람 있으면 그것은 분명히 거짓말이다. 게다가 어제 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니, 행여 능약운이 자기 몸에 무슨 녹음기 같은 걸 숨겨 두었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녹음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그로 인해 감옥 가게 된 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심지어 동정이 되기까지 했다. 이런 기회를 주어놓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고요한 물처럼 유지하라니…. 정말이지 너무 잔혹한 시험이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인데 말이다! 나는 돈을 한 다발 들어 살펴보면서 동류에게 말했다.
“이거 가짜 돈 아냐?”
몇 장 만져보니 위조지폐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지는데 손이 긴장되면서 마치 내 돈이라도 만지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이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들었을까? 나는 이런 걸 들고 들어오는 줄도 눈치 못 챘네. 정부에 건의해서 오백 위안짜리 지폐를 만들라고 하거나 해야지. 너무 고생했겠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면서 나는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었다. 전에는 범법행위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사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군! 법을 어기는 것과 지키는 것 사이에 딱히 뚜렷한 경계가 없는 듯했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그 돈을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동류에게 말했다.
“다시 싸 둬!”
동류가 말했다.
“우리 바깥양반은 역시 바른생활의 사나이라니까! 돈을 다 무서워하고.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우리 병원에서 농담으로 돈 싫어하고 여색 멀리하는 약 발명 프로젝트를 신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관리가 되려는 사람들한테 주사 한 대씩 놓아서 여자와 돈만 보면 구역질이 나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겐 다 놓아주는 거예요. 당신은 반 대만 맞으면 되겠어요.”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쓰게? 금으로 침대를 만들어서 자라고 해봐라. 감기밖에 더 걸리겠어?”
“이 돈 안 받으려면 그만두더라도, 돈이 쓸 데 없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세상에 돈이 쓸 데 없으면 쓸 데 있는 게 뭐 있어요?”
“당신 벌써 삼사십만은 벌었잖아. 그렇게 많은 돈이나 몇 백만 위안이나 무슨 차이가 있어?”
그녀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들들 외국으로 보내서 대학 공부 시키는데, 당신 자식이 그런 사람들 자식보다 못한 게 뭐 있어요? 나는 다른 건 하나도 안 바라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가진 건 나도 가져야겠어요. 그런데 자식 외국유학은 몇 만 달러 없이는 불가능해요.”
“그깟 몇 십만 위안 때문에 내 모가지 떨어지면 그건 너무 밑지는 장사 아냐? 나중에 수십 평 되는 청장 관저도 지을 텐데, 그게 그 정도 가치는 되지 않겠어?”
“돈은 일단 놓아둡시다. 못 봤다고 하면 되지. 상황은 그냥 순리대로 처리하고 말이에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 여자가 자객을 불러서 당신을 해치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겠다. 이것은 거래라고! 한 푼 한 푼이 열 배 이상의 이윤을 가져오는 거래….”
결심을 내리고 내가 말했다.
“육십만 위안을 들여서 몇 천만 위안을 먹겠다니. 정말 나를 너무 우습게 봤어.”
생각해 보니, 이것을 이용해서 일을 좀 꾸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말로 좋은 기회다.
나는 풍기락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에 풍기락이 왔다. 내가 말했다.
“당신한테 보여줄 것이 있어요.”
그 돈을 보여주고는 어제 저녁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했다.
“청장님! 그 자리에 있다 보면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게 마련이지요.”
그는 오히려 별로 놀란 기색도 없이 말했다.
“내 평생에 이렇게 큰 돈은 본 적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그가 말했다.
“청장님 앞으로 드린 것이니 청장님이 처리하셔야죠.”
처음에는 우리 반씩 나누자고 농담을 하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농담할 일이 아니었다. 내가 말했다.
“돈이야 돌려보낼 수밖에요. 윗분들에게 올려 보내도 그분들도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나야 가정이 있고 애가 있는 몸이지만, 애를 한 다스를 더 낳더라도 이 돈 다 소화 못할 겁니다. 이리 와달라고 한 것은 내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섭니다. 육십만 위안 모두 여기 있고요, 전부 돌려보낼 겁니다. 나중에 그 인간들이 군소리 하더라도 나를 탓할 수 없게요.”
나는 명함에 적힌 번호로 능약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봉지가 하나 있는데, 혹시 어젯밤에 깜박 잊고 두고 간 것 아닙니까?”
“그 담배 몇 보루는 저희 이사장님께서 보내신 겁니다.”
내가 말했다.
“아, 갖고 오신 게 담배였습니까? 그럼 이 봉투 안에 있는 물건은 아마 정운(鼎雲)부동산회사에서 보낸 물건인가 봅니다. 아직 안 뜯어봤는데….”
그녀가 얼른 말했다.
“제 물건은 담배 여섯 보루구요, 소파 아래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겁니다.”
“우리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하지만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요즘 전국적으로 금연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위생청장이 돼서 담배를 피우다니요. 보기 안 좋지요.”
“저희 이사장님께서 가격이라면 더 협상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몇 퍼센트 정도 더 드리는 쪽으로요.”
“이 물건이 뭐 이리 무겁습니까? 담배 같지는 않은데…. 제수씨가 갖고 온 물건이 아닌가? 정운 부동산의 양 사장한테 다시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지 청장님, 정말로 관심 없으세요? 그럼 제가 얼른 가서 가져오지요.”
잠시 후에 그녀가 왔다. 내가 말했다.
“물건 아직 소파 아래에 있습니다.”
그녀가 봉투를 들면서 말했다.
“지 청장님,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거절당하기는 처음입니다. 친구 손바닥 위에서 넘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나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말했다.
“제 간이 딱 요만합니다.”
문을 나서자 어떤 남자가 그녀 손에서 물건을 받아들더니 아무 말 없이 떠났다.
금수대하는 결국 팔지 않고, 매년 구백구십만 위안의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은하(銀河)증권에 임대 주었다. 일층 길가에 접한 면은 벽을 터서 매매장소로 만들고, 이,삼,사 층은 주요고객 상담실, 사층 이상은 자기들이 알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무실로 임대주기로 했다.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은하증권은 청소부와 경비원으로 서른 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가죽공장의 노동자 중 일부는 갈 곳이 생긴 셈이 되었다. 나는 다시 이 건물을 담보로 건설은행에서 구천만 위안을 대출받아서 가죽공장의 부지를 사들여 제 2차 계획에 착수했다. 육십만 위안을 안 받은 것이 솔직히 조금은 아까웠지만, 그러나 그 대신에 정신적 부담도 없었고 또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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