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위생청장이 되다**
마 청장님께서 지금 가장 신경을 쓰시는 것은 당신의 거취 문제였다. 이제 예순, 그의 말대로라면 쉰아홉의 나이인데, 지금부터 여생이나 편안히 보내시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죽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년 전에 시(市) 제 3의원의 주임 의사는 퇴직한 후에 곧장 신경이 허물어져 하루 종일 집에서 “왜 나더러 봉사하지 말라는 거야?”하고 중얼거렸지만 식구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겨울 어느 날 오후 그가 강물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이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마 청장이 심각하게 걱정되었다. 깊은 산속에서 살던 호랑이를 갑자기 작은 우리 안에 가두는 격이니 기분이 어떻겠는가? 지난 몇 년 마 청장님은 나를 손수 끌어올려 주셨다. 심지어 그분이 나를 업고 여기까지 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양심상으로도 정말로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마 청장이 정말로 어떤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 예를 들어 성(省) 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이나 혹은 위생청의 고문 등의 자리에 앉게 돼서 위생청의 행정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걱정하는 바였다. 위생청 안에서 그의 뿌리는 매우 깊어서, 그가 형식적인 자리에라도 앉아서 무슨 소리라도 낸다면, 누군가가 그에 영합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청장 후보가 내가 아니라면 나도 별 수 없지만, 내가 후보인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하루는 마 청장이 나를 불러 말했다.
“요 며칠 성에서 아마 자네를 불러 이야기할 걸세. 위생청의 업무에 대해 전반적인 파악을 준비해 두게.”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이 상부의 뜻이라면, 정말로 그렇게 확고하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지요. 마음속으로는 모두들 마 청장님 아래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만….”
마 청장이 가볍게 웃는 모습이, 그 말을 별로 믿는 것 같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 아무 말 않았다. 그가 말했다.
“내가 올해 아직 예순도 안 되고 기운도 웬만한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겠나?”
그는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낚시?”
나는 얼른 말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상부에 말씀드려 위생청에 고문 내지는 자문위원과 같은 자리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겠습니다. 위생청은 아무래도 마 청장님께서 안 계시면 곤란합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일인자였다가 물러나서 고문으로 앉은 사람은 거의 없지.”
내가 말했다.
“위생청에는 위생청의 특수한 상황이 있잖습니까. 기회가 주어지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인민대표대회도 있지 않습니까? 상부에 제안하겠습니다. 최소한 정치협상위원 자리라도….”
그가 말했다.
“정협(政協)은 별 재미없어.”
이렇게 되자 나는 그의 목표가 인민대표대회에 자리 하나 차지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인민대표대회에도 위생계통 출신이 하나는 있어야지요. 전 성 인민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인데, 인민대표대회에도 우리의 목소리가 전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자네 그 생각은 내 생각과 비슷하군. 성(省) 사람들과 얘기하게 되거든 자네 생각을 한 번 보고해 주게.”
내가 얼른 말했다.
“보고라니요? 우리 성 위생계통을 대표해서 요구사항으로 제시해야지요. 강력한 요구사항으로….”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주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그는 어떻게 성(省)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대략 어떤 내용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펜을 꺼내 받아 적었다.
말을 마치고 방을 나가려고 일어나서 문 옆에 갔을 때, 마 청장이 뒤에서 말했다.
“지 군, 이리 와 보게.”
나는 그의 앞으로 가서 멈추어 섰다. 그는 나더러 앉으라는 소리도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두 손만 천천히 비벼댔다. 한참 후에야 앉으라고 의자를 가리켜서 나도 자리에 앉았다.
그가 말했다.
“새가 죽으려 할 때는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떠나려 할 때는 그 하는 말이 선하다(鳥之將去, 其聲也哀, 人之將去, 其言也善)고 했네. 우리 오늘 이야기 좀 하세. 앞으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내가 얼른 말했다.
“앞으로의 업무도 마 청장님의 지도 없이는 힘듭니다.”
그는 약간 슬픈 듯이 웃으면서 가부를 말하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에겐 이런 말을 할 수 없겠지만, 자네한테니까….”
그가 말을 멈추었다. 내가 얼른 이어받아서 말했다.
“어찌 되었든 저를 여기까지 끌어주신 것은 마 청장님이십니다!”
그가 말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는 말인 줄 알지만 내가 좀 해야겠네. 내가 관직에 있은 게 벌써 수십 년일세. 그 동안 뭔가 얻은 교훈이라도 있다면, 그 첫 번째는 바로 환상을 품지 말라는 걸세. 누구에게든, 어떤 일에든,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언제든 환상을 품는 것은 곧 착오임이 증명되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나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겠지? 내 생각을 다 알고 있단 말인가? 나는 아무 변명도 않았다. 괜한 토를 달았다간 도리어 마각을 드러내게 될 것 같았다. 나는 표정이나 목소리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치 그가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예외라는 듯이. 그는 한참을 더 이야기하고 나서 말을 마쳤다. 내가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 보게.”
나는 갑자기 그가 약간 불쌍하게 느껴져서 무슨 말이라도 찾아 충정을 토로함으로써 그의 마음이 놓이게 하려고 했다. 그는 마치 이런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그만 가 보게. 가 봐!”
나는 자리를 떴다.
사실 마 청장도 예순다섯까지 기다려서 물러나도 되는 일이었다. 중의연구원으로 가서 당신의 연구를 하거나 석사, 박사생들을 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나 이해가 갔다. 마 청장은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이미 고착되어 바꾸기 힘든 체험방식이 형성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비위를 맞춰줘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가 한 말은 그대로 이루어져야 직성이 풀렸으나, 그것은 보통 연구원들이 따라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자리를 떠나면 그의 세계는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이었다. 게다가 연구원으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어울릴 수 있겠는가. 주위 사람들이 그의 비위를 특별히 맞춰주려고 할 리가 있겠는가, 이젠 청장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면 그게 오히려 희극적이고 서로 어색할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그의 기세가 하루아침에 누그러질까? 그에게 있어서는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모욕일 터였다. 만약 인민대표대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권력이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면 그는 세태의 염량(炎凉)을 맛봐야 한다. 이 세상이 누구는 누구라는 이유로 예외로 생각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마 청장의 그런 생각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 반감을 갖고 있었다.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고, 청장 자리에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으면서 물러나면서까지 뭔가를 잡으려고 하다니….
그러나 인간은 자기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게 마련이고, 자기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인간의 본성(人性)이 초월하기 어려운 극한(極限)이다. 아무리 자기는 안 그렇다고 공언하고 또 아무리 도량이 넓은 체하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라! 누가 자기를 버릴 수 있겠는지. 이렇게 바꿀 수 없는 사고(思考)의 정해진 틀을 가진 인간들이 공공권력을 손에 잡고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라…. 정말이지 깊이 생각해볼 엄두가 안 난다. 고금을 통틀어 얼마나 많은 위인들이 일신의 욕망을 위해 피를 흘렸던가. 역사를 한 마디 말로 표현한다면,“한 장수가 공을 이루려면 수 만 명 병졸들이 비참하게 죽어야 한다”(一將功成萬骨枯)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마 청장의 작은 소망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과연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성 위원회에 불려가서 면담을 했다. 이층으로 올라갈 때까지만 해도 제법 자신에 차서 다리 근육을 뒤로 힘껏 뻗어 앞으로 내뻗는 다리에서는 일종의 탄력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3층의 조직부에 도착해서 부장실 간판을 보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 아이가 나를 맞으면서 장 부장님이 곧 오실 테니 잠시 기다리라면서 문을 닫고 나갔다. 거기에 앉아서 기다리는 몇 분 동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지적당하지 않을까봐 마음이 영 불안했다. 작년에 동류가 주식을 사 모았던 일을 지적당하면? 아니면 삼년 전의 그 스캔들을 지적당하면?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신문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때 장 부장이 종 처장을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두 다리를 모으고 어깨는 뒤로 젖히면서 똑바로 선 자세를 취했다. 손에는 여전히 신문을 든 채였다. 장 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
“대위 동지가 왔군, 앉게!”
원래는 엄숙한 표정을 준비했었는데 장 부장의 스스럼없는 태도에 나도 그만 입을 벌리고 헤 웃어버렸다. 자리에 앉아서 마음속으로 자아비평을 시작했다. 역시 큰물에서 놀아본 적이 없어서 이런 실수를 다 하는군…. 앞으로 위생청은 어떻게 장악하려고…. 적당한 풍도(風度)를 보여주어야 할 것 아냐! 나는 얼른 지금의 분위기에 맞는 표정으로 조정했다.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는 완전히 나와 상대방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정철군을 대하는 것처럼 장 부장을 대할 수 있겠어?
장 부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대화는 금방 마무리되었다. 종 처장은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으면서 조역으로서의 배역을 하고 있었다. 대화가 이렇게 간단하고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으로 그가 물었다.
“마 청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 무슨 할 말 있나?”
내가 말했다.
“그거야 성에서 결정할 일로서 제게는 발언권이 없습니다. 성에서 전체적으로 고려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업무상 간섭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 청장님께서 워낙 오랫동안 위생청에 계셨기 때문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계십니다. 사람들, 심지어 저조차도 마 청장님 말씀에 따르는 것이 몸에 배었습니다. 제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省)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장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무 말도 않았다. 사실은 무슨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 물으면 첫째, 둘째, 셋째 해가면서 대답할 준비도 해왔는데, 장 부장이 아무 것도 묻지 않아서 좀 아쉽긴 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가 내게 무슨 요구사항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만약 결정되면 최대한 빨리 발표해 줄 것. 둘째, 발표하는 자리에 문 부성장께서 참석해 주실 것, 두 가지였다.
장 부장이 말했다.
“자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고려할 걸세. 문 부성장님께서는 한 달 동안의 스케줄이 모두 짜여져 있어서, 가능하면 반 나절이라도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은 해보겠네. 내가 성 정부 사무청에 연락을 해보지.”
나는 발표가 늦어질까봐 매우 걱정이 되었다.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변수들이 존재하고, 또 누가 갑자기 목숨 걸고 뛰어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발표가 나야 모두들 마음을 놓을 텐데…. 그리고 문 부성장이 참석 못하실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나의 청장 취임에 무게가 덜 실리게 될 것이다.
종 처장이 나를 배웅하러 내려왔다. 그런데 일층까지 내려와서도 작별하려는 태도가 아니었다. 나는 서 기사더러 차를 성 위원회 입구에 대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제야 종 처장은 심각한 표정을 걷고 입을 벌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 형, 축하해! 지 형이 전 성에서 가장 젊은 청장급 간부야!”
“조직의 가르침과 신임에 감사드립니다.”
“바로 제일 젊기 때문에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반대 의견도 있었어. 그러나 우리 처(處)에서 단호하게 대처했지. 지식화나 청년화를 구호로만 외쳐서야 되겠느냐, 그리고 위생청에서 박사 학위 소지자에 국가 프로젝트를 두 번씩이나 완성한 사람이 또 몇 사람이나 있느냐고 하면서…. 그래서 몇 명의 후보 가운데 지 형을 밀었던 거야.”
방금 내가 조직, 운운한 것은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지금 무슨 연단 위에서 말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걸음마를 시작한 게 언제부터입니까. 요 몇 년간 형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특히 종 처장님 쪽 부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전의 진도가 청 안에서 나아간 것이라면, 요 몇 년의 진도는 모두 여러분 덕입니다. 여러분이 안 계셨다면 장 부장님이며 문 부성장님이 위생청에 지대위란 인간이 있는지 없는지 아시기나 하셨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자네 자신의 노력 아니겠나. 박사학위도 따고, 자리도 만들고, 업무경력도 탄탄한 것이…. 만약 이런 탄탄한 지표들이 없었다면 판세를 장악할 수가 없었어. 다시 말해서, 자네 인간관계도 좋고, 누구 하나 맞서려는 인간도 없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자네 나이가 너무 젊기 때문에 만약 누가 나서서 온갖 술수를 다 부렸더라면 힘들 뻔했어. 고생 한참 더 해야 했을 거야.”
입구에 도착해서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말씀 안 해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힘을 다해 흔들어댔다. 이럴 때 바디 랭귀지는 입으로 표현하는 감사의 말보다 훨씬 더 무게가 있고 그리고 난감해지는 것도 면할 수 있다.
내가 말했다.
“저희 같이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윗분들의 후원만 믿습니다. 안 그랬다간 익명 편지 몇 통에 그만이지요. 그런 일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몇 년 전에 청장 보좌역을 맡을 때에 누구였는지 제 스캔들까지 꾸며냈습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과오야 내 아무 말 않겠네. 인간이란 과오를 범하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경제 문제에서 과오를 범하면 누구도 지켜줄 수 없어.”
나는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다른 과오는 제가 범할지 몰라도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마음 놓으십시오. 제가 그쪽으로 마음을 쏟았더라면 옛날에 백만장자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빌딩입찰 건에 대해 말했다. 그가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내가 말했다.
“제가 장 부장님께 건의했던 두 가지, 제 대신 한 번 부탁 좀 해주십시오.”
한 손으로 따른 쪽 주먹을 감싸 쥐고 굽실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언제 시간나면 주 비서님도 불러서, 제가 한 턱 낼 테니, 고향 사람들 한번 모여서 자리를 갖도록 하지요. 휴대폰 꺼놓고 화끈하게 놀아봅시다. 내년 설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길지 않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마 청장님께 이 일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를 생각했다. 원래는 피 튀는 전투가 한 번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이렇게 무사평안하게 해결될 줄이야…. 마 청장이 한 편으로 손을 써준 덕에 아무도 뛰쳐나와 내게 맞서지 않은 덕이었다. 마 청장께 고마울수록 마 청장께 더욱 미안했고, 앞으로의 사업에서 마 청장의 견제를 받게 될까봐 점점 더 걱정이 되었다. 마 청장이 내가 대신 해줬으면 하고 바라던 말들을 나는 거꾸로 말해버렸다. 정말 별수 없는 일이다. 내게는 인성의 한계를 초월할 만한 능력이 없다.
나는 마 청장 자신이 단호하게 누구에게도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환상을 품지? 나라고 은혜 갚는답시고 있으나 마나한 꼭두각시 청장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누군들 자기를 버릴 수 있겠는가? 분명히, 마 청장이 안 계셨더라면 오늘의 나도 없을 것이다. 만약 당년에 마 청장이 나를 중의학회에서 구제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박사과정을 밟도록 뒷바라지 해주지 않았다면, 내 팔자는 뭐 하나 이룬 것 없이 끝장났을 것이다. 이 나이에도 늙은 평사무원으로 있으면서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강직한 인격의 소유자이고 명리(名利)에 흔들리지 않으며, 천하제일의 인내심을 가진, 고금을 통틀어서 둘도 없는, 눈을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을 성자라고 믿으며 살고 있겠지. 방귀 뀌는 소리! 글로 한번 써보는 것은 몰라도 자기가 그렇게 살려면 그 느낌이 어떠할까?
누가 자기를 버릴 수 있다고? 자기를 버리라고 선동하던 대인(大人) 선생들마저도 자기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건드리기 힘든 꼬리를 노출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로부터, 그들의 선동은 일종의 자신을 높이기 위한 방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많은 사람을 보아왔고, 결과적으로 고결한 척하는 어른들 또한 인성의 한계를 초월할 만한 진정한 능력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좋은 물건들은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덤벼들지 않는 한 얻을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얻을 수가 없다. 죽은 다음에는 더더욱 얻을 수가 없고,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다. 무슨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길이 알리고 싶어 하는 시대가 아니다. 네가 성인이냐? 은자냐? 군자냐? 뭐, 마음을 고요한 물처럼 하여 냉정한 눈으로 세계를 본다고(心如止水, 冷眼看世界)? 편안하게 들어앉아서 웃으면서 고금을 얘기한다고(安然入定, 談笑說古今)?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하고 있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정말이지 마 청장님께는 너무나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내가 그의 그늘 아래에서 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도 벌리고 싶은 사업이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시체처럼 자리에 앉아서 월급만 받아먹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는 대화 내용을 마 청장님께 보고드렸다. 그저 마지막 부분만 조금 고쳤을 뿐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마 청장님께 퇴임 직후에 해외 고찰을 다녀오시라고, 그 김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도 보고 오시라고 건의했다.
열흘 후에 문 부성장과 장 부장이 위생청에 와서 중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나를 위생청 청장직에 임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정식 임명은 다음 달에 열리는 성 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문 부성장께선 나에 관해서는 간단히 몇 마디만 언급하고, 대부분 마 청장의 업적을 치하하는 내용이었다. 마 청장은 매우 평온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윗사람이 나의 업적을 치하해 주는 때가 바로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인 것이다. 이것 역시 게임의 규칙이다. 그래서 아무도 그런 때가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러나 어쨌든 물러나야 한다면, 그래도 치하 받는 것이 치하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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