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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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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79>

정(靜)으로 동(動)을 제압한다

***79. 정(靜)으로 동(動)을 제압한다**

내가 청장이 아닌 것이 한스럽다. 이 사실은 송곳이 내 관자놀이를 뚫고 계속 파고 들어와서는 날카로운 부분이 대뇌 깊은 곳 어떤 세밀한 부위에 멈추어서 그곳에 어떤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초조함과 갈증이 그 공백으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엄청나게 큰 심리적 에너지를 축적시켰다. 정말 그날이 오면 내가 하는 말들이 큰 힘을 갖게 되겠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지…. 나는 내가 하는 말이 힘을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높은 경지라고, 생명의 정상에 서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끝이 없는 것이다.

이때 나는 권력과 돈의 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 둘은, 충족된 후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어지고 목표감도 줄 수 없는 음식남녀(飮食男女)의 본능과는 달랐다. 목표감이 있어야만 사람은 살아있는 의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 황당하고 오류투성이의, 허무한 게임과 같은 인생에 있어서 목표감이야말로 일종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권력과 돈에는 한도가 없다. 무한한 목표만이 무한한 매력을 갖는다. 이런 목표가 있는 사람만이 어느 한 점에 머물러서 방향을 찾지 못하는 망연함, 무료함 그리고 염증을 영원히 느끼지 않을 것이다.

“자네 위생청 업무에 대해 무슨 의견 없나?”

마 청장은 최근 몇 번이나 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 없이 대답했다.

“모든 일들이 아주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건물도 16층까지 올라갔고, 회사도 상장했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은 다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가 똑같은 질문을 다시 내게 물어왔을 때, 특히 무슨 개선할 점이 없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야 나는 일말의 경각심이 솟았다. 혹시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말했다.

“제 생각엔 지금 이대로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개선이라고 하시면, 저로서는 정말로 뭐를 개선해야 할지 생각이 안 떠오릅니다. 물론 성(省)이나 부(部)에서 돈을 좀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다면 몇 가지 일을 더 벌일 수 있겠지요.”

저녁에 나는 종(鍾) 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모임 이야기를 묻다가, 그 김에 마 청장이 내게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말했다.

“나도 뭐라고 말은 못하겠고, 작년 11월 7일자〈중국 인사보(中國人事報)〉를 한 번 보게.”
그는 여기까지만 힌트를 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가(賈) 처장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내가 인사처로 가서 자료를 찾는 것보다는 아예 성 도서관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신문에는 중앙 조직부 부장과의 담화가 실려 있었는데, 그 핵심내용은 바로 간부의 청년화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가슴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잡아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최소한 사오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설날에 나는 안 선생님 댁에 새해인사를 갔다가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다. 선생님께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무슨 기막힌 묘수라도 있는지 물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선생님은 종이 위에 네 글자를 적으셨다. 이정제동(以靜制動: 조용히 있음으로써 움직임을 제어한다는 뜻--역자). 또 뒷면에 네 글자를 적으셨다. 양개범시(兩個凡是: 이것도 저것도 모두 옳다는 뜻--역자). 나는 이를 보고 나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나올 때 안 선생님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집 아아(阿雅)가 지방병원에서는 배울 것도 없고 장기적으로도 별로 안 좋을 것 같다는데, 어떻게 힘 좀 써서 인민의원으로 옮겨줄 수 없을까?”

아아의 일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다. 벌써 몇 년 동안 그곳에 있었던지 그녀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했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상부에서 감사 나온 사람들과 마작을 두는 것이었다. 병원 상사들이 그녀에게 준 몇 천 위안을 게임에서 날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이것도 부패에 속하는지 안 속하는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뇌물 수수에는 속하지 않겠지. 적어도 마작판까지 따지고 들 수는 없겠지. 이럴 때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영원한 승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도 바보는 아닐 것이다. 자기가 어떻게 이겼는지는 알고 있고, 다 때가 되면 보답할 터였다. 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말했다.

“제가 청장도 아니고…. 제 말 한 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제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 반 년 안에….”

안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 사람 난처하게 하지 말어!”

내가 말했다.

“지금은 좀 난처하지만, 아마 다음부터는 별로 난처하지도 않을 겁니다.”

마 청장님이 또 같은 질문을 내게 던졌을 때, 내가 말했다.

“제가 보기엔 위생청의 일들은, 모두 마 청장님께서 결정하신 일들이고, 모두 면밀한 숙고를 거친 것들이잖습니까. 굳이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지요. 저희는 그저 마 청장님께서 분부하신 일이라면 끝까지 관철하렵니다.”

그가 말했다.

“위생청 업무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아. 적지 않지. 자네가 내 대신 생각 좀 해주게. 관례에 구애받지 말고.”

나는 신음하듯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이 아직 덜 깨였나 봅니다.”

그가 말했다.

“저 건물만 해도,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던가?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 말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지 않나?”

나는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전에 딴소리 했던 인간들이야 안목이 짧아서 그랬다 치고, 아직까지도 그따위 소리를 하는 인간이 있다면 무슨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가 말했다.

“또 다른 소문 하나가 들리던데, 자네 들어봤나? 우리 성 위생계통의 자료들이 정확하지 않다고 쑥덕거리던데…. 예를 들어 호수 지역 흡혈충 발병률 수치 같은 것들 말이야.”

나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요? 표본조사에는 저도 몇 번 참가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원한다면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는 그렇게 쑥덕거리는 배후에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자 그도 더 이상 아무 말 않았다. 드디어 하루는 그가 내게 말했다.

“성에서 벌써 나를 불러서 이야기를 했네. 중앙의 정신에 따라서 예순 이상 청급 간부는 한 칼에 모두 잘라내기로 했다네. 나도 물러날 때가 되었어.”

나는 깜짝 놀란 듯이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요즘 중년은 예순부터 아닙니까. 경험도 풍부하고 정력적이신 마 청장님께서 지휘하시다가 사람이 바뀌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야.”

“저희도 청장님과 협력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새 지도자가 오면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감정까지 담아가면서 말했다.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자리에 오른 이래로 계속해서 마 청장님의 부축을 받으면서 일해오지 않았습니까. 제가 걸어온 발걸음을 되돌아보면 모두 마 청장님께서 끌어주신 덕입니다. 마 청장님 절대로 저희를 떨쳐버리시면 안 됩니다! 저희 몇몇이 무슨 수를 써서 성에 위생청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특수상황을 보고할까요? 업무를 인수인계할 수가 없다고….”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됐네. 그저 내 뒤에 오는 사람이 큰 국면만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

내가 말했다.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희 업무부서들이 큰 혼란에 빠질 테니까요.”

그는 조금 슬픈 듯이 말했다.

“새로 부임하는 사람들은 모두 옛 사람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자기를 표방하지. 한두 번 본 게 아니야.”

마 청장과 접촉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그가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몇 번의 풍랑 속에서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세상에 마 청장도 비애(悲哀)와 연분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내가 말했다.

“위생청 내에 몇몇이 마 청장님과 업무에 관한 사상이 일치해서 다행입니다. 누가 오더라도 새로 사업을 벌이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게다가 자기가 벌이고 싶다고 다 벌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희가 있는데요.”
마 청장은 한참 신음하더니 말했다.

“내가 물러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더 할 말 없고…. 성에서 나더러 사람을 하나 추천하라는데,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네를 천거하고 싶네.”

내가 거듭 말했다.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합니까, 어찌 제가….”

마 청장님은 손가락을 까닥하면서 내 말을 끊었다.

“자네가 어디가 부족하다는 건가? 학력으로 보나, 지식으로 보나, 직위로 보나, 갖춰야 할 하드웨어는 다 갖춘 셈이지. 나이도 딱 좋을 때 아닌가. 마흔 갓 넘었지? 위생청의 전면적인 업무를 파악한 지도 벌써 이년이나 되었고…. 물론 한 이년 더 지난 후라면 더 성숙해지긴 하겠지만, 어쩌겠나, 시간이 없는 걸….”
나는 거의 눈물을 흘릴 듯이 말했다.

“마 청장님,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저를 믿어주시다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 청장님이 못다 이루신 일들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마 청장님이 말씀하셨다.

“물론 난 추천밖에 못하고 최후의 결정은 성에서 하는 거야.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한 걸음 더 내딛는 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거든. 사실 십여 년 전에 자네가 처음 왔을 때부터 위생청의 간부 구성 문제를 생각했었지. 자네 싹을 알아보았거든. 그런데 혈기가 좀 왕성하더라고. 젊었잖아. 그래서 중의학회로 보내 성격 좀 죽이도록 했지. 보아하니 제대로 수련받았더군.”

마 청장 앞을 물러 나와서도 마음속에 그에 대한 감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마 청장 같이 약은 사람조차 자기 아니면 안 되는 줄, 위생청 일이 자기가 없으면 안 되는 줄 알고 진지하게 걱정하다니…. 자기는 제갈량(諸葛亮)이고 다른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 아두(阿斗: 삼국시대 촉 나라 후주인 유선(劉禪), 즉 유비 아들의 아명--역자)인가?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그 바닥에 오래 몸담고 있던 사람, 특히나 정상에 오래 있던 사람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하지. 사람은 편견을, 맹점을 갖게 마련이니 이상해 보여도 이상할 게 없다. 황당해 보여도 황당할 게 없는 것처럼.

돌아와서 이 소식을 동류에게 알리자 그녀는 기뻐서 손발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두 손으로 내 몸을 마구 때려댔다. 내가 말했다.

“이런 땀구멍 같이 작은 일에 이렇게 기뻐하다니, 하늘에 닿을 큰 나무 이제 겨우 싹이 돋았는데….”

나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날이 오면 위생청 보기를 지금 내가 중의학회를 보듯이 할 것이다. 동류는 나를 한바탕 때리더니 내게 말했다.

“마 청장님 앞에서는 좋아하는 티 절대 내지 말아요. 기분 나빠져서 마음 바꿔 먹으면 당신은 끝이니까.”

내가 말했다.

“좋아하는 티를 감히 낸다고? 내가 얼마나 슬픈데….”

그리고는 즉석에서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정말로 그날이 오면 다른 몇 명의 부청장들은 분명히 기분 나빠할 것이다. 비록 겉으로는 축하하겠지만, 속으로 불쾌해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바닥에 오래 있다보니 사람을 보는 안목, 일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 즉, 이해관계로부터 개인의 태도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정이나 인격, 도덕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모두 불확실했다. 이 바닥에서의 우정이란 세심한 계산을 기초로 성립된 것이어서, 민간의 자발적인 우정 같은 것이 부족한, 일단 상대가 자리만 뜨게 되면 바로 종결되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가치관은 수차례의 검증을 거친, 백 번 시험해 봐도 거의 틀림이 없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나는 세계를 보다 명확하게 보게 되었고, 인성(人性)을 보다 낮게 평가하게 되었다.

새해가 지나자 마 청장이 이번 임기도 못 채우고 물러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보아하니 위생청에 상부와 정보를 통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이는 나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적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적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나는 가능한 한 저자세를 취하고 살았다. 하루는 구(丘) 부청장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마 청장의 퇴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감히 입에 담는 것으로 보아 확실한 정보를 들은 것 같았다. 마 청장도 얼마 안 남았던 것이다.

그가 말했다.

“위생청이 지금 일억 위안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야말로 화약통이지요. 그저 아직까지는 도화선이 길어서 이번 임기 안에는 안 터지겠지만 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이번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화약통? 누구를 겁주려는 거야 뭐야? 내가 진 빚도 아닌데 내가 무서워할 줄 아나 보지? 일억이 아니라 십억이라도 안 무섭다. 행여 은행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와서 빚 독촉 할까봐?

내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일억이라고요? 그렇게 큰 짐을 새로 올 한 사람이 다 떠맡아야 되는 거잖아요.”

나는 구 부청장을 주요한 경쟁상대로 점찍었다. 만사를 조심해야지.

3월에 마 청장은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셨다. 입원하시기 전에 위생청 업무 회의를 열어서 내가 위생청의 일상 업무를 주관할 것을 제안하셨다. 이렇게 해서 계승자로서의 나의 입지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는 내게 일종의 시험으로 까딱 잘못했다가는 언제라도 배가 뒤집혀질 수 있다. 비록 마 청장님이 몸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마 청장님의 손바닥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정제동(以靜制動), 양개범시(兩個凡是)의 원칙을 따라 마치 위생청 내에 크게 손댈 일이 없는 것처럼, 긴급 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루는 마당 밖에서 벌써 십팔 층까지 올린 고층빌딩의 구조를 보고 있으니, 이렇게 훌륭한 건물 일층에다 위생청 역사진열관을 꾸미다니, 정말이지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강해질수록 나는 마 청장이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한 정도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었다. 마 청장에게는 누가 며칠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문안을 드리는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기의 계승자가 당신이 정한 방침에 따라 일할 것인가, 당신이 이렇게 오랜 세월 해온 일들을 긍정할 것인가이다. 곧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바람이 뭐 있겠는가? 특히 마 청장, 그의 역사의식은 또 얼마나 강한가!

이치대로라면, 이 바닥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 것이다. 그가 자리에 있는 동안엔 모든 것이 갖춰지지만, 그가 자리를 뜨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뒤에 올 사람이 자신의 공적을 역사의 기억 속에 새겨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오늘날에는 지식인들조차 그런 꿈을 안 꾸는데 관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 그런 희망을 품어? 그러나 인간이 자신에 대해 갖는 편견은 언제나 그의 지혜를 왜곡시키게 마련이다. 자신을 유일한 예외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기초건설처의 역(易)처장을 전화로 불러서 최대한 빨리 일이층의 벽면을 쌓아올리라고 지시했다. 물론 나도 언젠가는 거리를 향한 쪽 벽은 다시 깨부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마 청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그렇게 쌓아올릴 수밖에 없었다. 몇 십만 위안을 낭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별 수 없었다. 나는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사고할 수 없다. “정치 퍼스트”라고 하지 않더냐!

그가 말했다.

“순서대로라면 지붕을 얹고 그 다음에 벽을 바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게다가 일층에 자재를 쌓아두어서 벽을 바르는 경우 운송이 불편해집니다.”

“서두르게!”

이어서 말했다.

“통로만 하나 남겨 두든가….”

계속해서 설명을 하려는 그에게 나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식의 손짓을 했다. 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집행하는 데에 익숙한 모양인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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