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안태제약의 주식상장: 도리가 인간성을 제약할 수는 없다**
위생청에서는 중의연구원을 내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마 청장님께서 내가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특별히 이전 원장이 퇴임한 후 그 자리를 비워두셨던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이틀은 중의연구원으로 내가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하게 되었다. 부 청장이 되자 차가 생겼고, 나도 금방 운전을 배우게 되자 많이 편해졌다. 도중에 종종 마 청장님을 모시고 출근하는 서 기사의 차와 마주치게 되었다.
사실 연구원에서도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일상 업무는 모두 부 원장인 변상(卞翔)이 처리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사소한 일에는 흥미를 잃고 번거롭게 여기게 마련이다. 다행히도 변상 역시 내가 연구원 일에 많이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의 크고 작음을 마다하지 않고 그가 도맡아 처리했다. 나도 그의 속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뭐 어쨌든 좋았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셈이었다. 두 달 후에 나는 정철군(程鐵軍)을 부원장으로 승진시키고, 인사과의 정(鄭) 과장을 행정과로 보냈다. 당년에 그 인간이 내게 떨쳐 보인 그 기세를 생각하니 나도 정말이지 이번 분풀이만큼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그 인간이 나만 보면 옆으로 물러서고 멈추어서 얼굴에는 웃음을 띠고 마치 내 분부만 기다리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나는 절대로 그냥 봐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번은 그가 뒤꿈치를 들고 내 사무실로 찾아와서 당시 왜 자기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정말 그 일에 대해선 내가 감사를 드리려고 했소.”
순간 얼굴의 웃음이 굳어버리더니 입은 반쯤 벌린 채로 움직일 줄 몰랐다. 잠시 후에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문 쪽으로 물러나더니 몸을 돌려 내뺐다.
안 선생님이 당부하신 대로, 나는 위생청의 일에는 가능한 한 간여하지 않았다. 몇 번씩이나 나는 내 주장을 내세우고 싶고 발언하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꼈지만, 그러나 꾹 참았다. 안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일을 총괄하는 것은 마 청장이고, 다른 사람들은 업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점이 나는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지나치게 유능하고 지나치게 자기 주장하는 사람은 금기를 건드리게 마련이므로, 마 청장과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는 여태껏 한 명도 최후까지 버틴 사람이 없었다. 나는 내가 예외가 되길 바랐다. 물론 마 청장이 일단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전심전력을 다했다. 나야 별수 없었다. 마 청장에게만 잘하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연구원에 들를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곳에 오면 나는 일종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느꼈다. 이런 느낌은 어쩔 수 없이 나로 하여금 고대 제왕의 심정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마음 쓰고 있던 유일한 문제는 안태(安泰)제약회사의 상장이었다. 그 일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안태제약의 주식은 오년 전 연구원에서 성 직속 위생계통 내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것으로 한 주당 가격이 일 위안이었다. 당시 이를 통해 모인 이천만 위안을 연구원의 중약 공장에 투자했으나 아직까지도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돈은 이미 거의 다 써버렸다. 분노와 번뇌 속에서 나는 정말이지 장부를 일일이 다 조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조사하게 되면 또 한 번 큰 풍파를 몰고 올 것이 분명했다. 줄줄이 캐내게 되면 안태제약회사의 명성도 땅에 떨어질 텐데, 그때 가서 무슨 상장을 한단 말인가? 마 청장께서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므로, 나도 조사를 포기하고 어떤 인간들만 늑대 짓을 계속하게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원래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분기탱천해서 많은 이들이 지니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팔아버렸다. 배당금도 지급하지 못해서 장외거래 가격은 이미 오 마오(毛) 남짓으로 떨어졌다.
나는 연구원의 연구진을 소집해서 몇 번의 토론을 걸쳐 안태 보신단(保腎丹)을 돌파구로 정했다. 반드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중의약품을 만들고 말리라! 공격조는 일곱 명으로, 내가 조장이 되어 내 이름을 걸고 국가급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또 이를 위해 북경까지 날아가서 로비를 벌이고 허소만도 만나서 부탁한 결과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현재 놀려 두고 있는 기계들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할 테지…. 얼마나 장관이겠는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평생 동안 몇 가지 건수는 올려야만 자기 일생에도 떳떳할 수 있다. 이전에야 기회가 없어서 그랬지만 이제 기회가 닥쳤으니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잡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몇 달 후에 나온 안태보신단은 임상실험의 효과가 제법 좋아서 국가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런 킹 카드(王牌)를 잡게 되자 주식상장 추진 업무에도 진전이 생겼다. 내가 관계자들에게 상장업무의 진전에 대해서는 절대로 비밀을 지킬 것을 당부했기 때문에, 위생청에서도 사정을 아는 이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하루는 내가 차를 몰고 화하(華夏)증권 서령(西嶺) 영업점 앞을 지나다가 정철군의 아내가 입구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마음이 덜컹 해서 차에서 내려 멀리서 관찰했다. 그녀는 안태제약의 주식을 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주가를 물어보니 이미 올라서 팔 마오 가까이 한다고 했다. 집에 와서 사정을 동류에게 이야기했다.
동류가 말했다.
“이게 다 당신이 쌓아올린 일인데 다른 사람들만 떼돈 벌게 해주고 당신은 결국 빈손 털고 말 거예요? 억울하
지 않겠어요?”
내가 이 자리에 오르면서 소처럼 굳은 결심을 하였으니, 바로 마 청장님을 본받아 이재(理財)에 대한 관심을 접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불패(不敗)의 땅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치로 보더라도 이 자리에 오른 이상 응당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도리다.
그러나 도리에는 또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정도 자리에 오른 사람더러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욕심내지 말라고, 자기 몫으로는 아무 것도 챙기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너무 무리가 아닌가? 인성(人性)에 어긋나지 않는가? 인간의 몸은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이 사람 저 사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이다. 인간은 편견을 갖게 마련이고, 자기 사랑에 빠지기 마련이며, 특수한 이해관계를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인간은 비이성적이어서 순수한 논리의 출발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과 같이 만고불변의 분명한 사실이지만, 모두들 굳이 그것을 감추려 든다. 당위가 어떠하다는 것과 현실이 어떠하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도리가 인간의 본성(人性)을 제약할 수는 없다. 최근 성(省) 차원에서 이론 학습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과오를 범했던 사람들은 이론을 몰라서 그랬겠는가? 지도자는 봉사하고 간부는 공복(公僕)이라는 그 도리는 하늘에나 대고 떠들 수밖에 없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우월한 지위와 우월한 정보가 주는 기회를 이용하여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법도 위반하지 않고 허리만 굽히면 주울 수 있는 돈인데 그걸 안 줍다니, 바보 아닌가? 기회가 눈앞에 주어졌을 땐 돈 벌기 싫어하기도 또한 쉽지 않군!
내가 말했다.
“요놈 정철군! 그 오랜 시간 별 두각도 못 드러내고 거북이 마냥 고개를 바짝 움츠리고 있던 인간이, 오랜 친구라고 해서 봐주고 기회를 주었더니 엉덩이를 들썩들썩 거리며 차분히 있지를 못하고 말이야.… 개새끼! 뭘 해도 그 모양이야!”
동류가 말했다.
“당신이 그 사람한테 어떤 요구를 하건 간에 다들 엄마 뱃속에서 기어 나왔지 무슨 옥황상제가 직접 만들어낸 줄 아세요?”
내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래, 그게 이치다. 정말 어쩔 수가 없군.”
“나도 내일 가서 주식 좀 사모아야지! 다른 사람은 건졌다 하면 몇 십만인데, 힘도 하나 안 들이고….”
“가지 마! 가겠거든 돌아오질 말든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서 소문이라도 퍼지면 참 듣기 좋겠다.”
“보니까 로터리 아래에서 시골 사람 하나가 외국 돈을 사 모으는데, 뒤에서 누구 부탁 받아서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시골 사람 두 명 잡아서 하지 뭐.”
“이서하게 되면 신분증에 적힌 당신 이름 동류(董柳)가 언젠가는 알려질 텐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증권사 사람들은 알 거 아냐.”
“그 사람들도 업무상 지켜야 할 기율이 있어요. 말 안 할 거예요.”
“아무도 폭탄 터뜨릴 생각 안 할 때야 당연히 아무 일 없겠지만, 언젠가 누가 정말 테러를 할라치면 어떻게 뒤져서라도 이 폭탄을 찾아낼 거라고. 당신 정치가 뭔지 알기나 해?”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어머니 신분증 쓰면…, 우리 엄마 이름까지 아는 사람이 있겠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이 일을 처리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며칠 후에 그녀가 다소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안태제약 주가가 벌써 1위안 2마오로 올랐는데 계속 사들여요?”
“남을 장사냐고 묻는 거라면, 3위안 4위안을 주고 사도 남을 거야.”
“몇 주일 전에 사들인 사람들은 지금 벌써 두 배나 뛰었어요. 한 달 만에 만 위안이 이만 위안이 되었으니, 무슨 장사가 이렇게 빠르겠어요. 돈을 찍어낸다면 이 속도로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작년에 호일병이 나더러 경쟁 입찰에 손을 써보라고 권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것은 범법행위였고, 마 청장이 위에서 주시하고 있는데다가 또 낙찰된 기업이 나중에 안면몰수 할까봐 걱정되었었다. 그러나 눈앞에 합법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내 마음이 물과 같이 평온할 수 있겠는가? 엄마 뱃속에서 기어 나온 인간은 결코 칠정육욕(七情六欲)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내가 동류에게 말했다.
“며칠 더 두고 보자고. 1위안 2마오는 아무래도 좀 너무 비싼 것 같으니.”
정철군의 아내는 5마오 6마오에 사들였다는데, 동류더러는 1위안 2마오를 내라고 하니 그녀 속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정철군 역시 당신이 끌어올렸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돼서 그 사람 아내한테 선수를 빼앗겼지?”
이 일로 나는 정철군에 대한 인상이 나빠졌다. 나중에 대표이사 후보는 아무래도 변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군.
며칠 후에 나는 회사 상장과 관련해서 베이징에 다녀왔다. 일부 수치들은 회계사무소의 이중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는 자료를 도로 들고 돌아왔다. 회의 시간에 나는 우울한 얼굴로 상장이 부딪친 난관에 대해 중점적으로 강조를 하면서, 자료를 사람들에게 돌려보도록 했다. 몇몇의 안색에서는 별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밤 누군가는 잠을 못잘 것이라고, 며칠 후 시장상황이 뻔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지나자 동류가 말했다.
“요 며칠 안태제약의 주가가 곤두박질쳐서 8마오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손에 들고 있던 사람들은 손을 단단히 데었겠지. 안 사길 잘했어요.”
이어서 말했다.
“상장 못하게 되었다는 소문도 있어요. 신청 자료들이 모두 퇴짜 맞았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말했다.
“8마오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 시켜서 좀 사들여. 집에는 반찬 값 정도만 남겨두면 충분하니까.”
그녀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캐물으려고 했다. 내가 말했다.
“더 이상 나한테 캐물으면 내가 과오를 범하게 되는 거야.”
또 서너 달이 지났다. 안태제약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역사가 남긴 문제점들을 안고 어쨌든 상장이 됐다. 내가 이사장을 겸임하고, 그래도 정철군을 사장 자리에 앉혔다. 그가 변상보다는 마음이 놓였다. 상장 가격은 9위안까지 올랐다. 나는 리본을 끊는 의식을 마치고 돌아왔다. 동류는 벌써 동훼를 시켜서 사들였던 4만 위안이 넘는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서 30만 위안 넘게 벌었다. 돈 번 일이 꿈만 같았다. 동류는 흥분하다 못해 나를 원망하면서 말했다.
“이게 다 당신이 나한테 사정 이야기를 안 해줘서 그래요. 나한테 겁나서 건드리지 못했던 몇 만 위안이 더 있었는데, 만약에 전부 샀더라면 지금쯤 백만장자가 되었을 텐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다른 사람이 평생 벌어도 못 벌 큰 돈을 나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법도 범하지 않고 손에 넣은 것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며칠 후에 안태제약 주식은 12위안도 넘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다들 나한테 내부 소식을 물어왔다. 내가 말했다.
“소형주이고 성장주이긴 하지만 웬만하면 사지 마!”
그러나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단숨에 십 칠 위안까지 올라 내 친구들이 나한테 불평까지 했다. 심지어 주 비서까지 전화를 걸어 앞으로 더 오를지 물었다. 그는 처(處)급 간부여서 증권투자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의 아내가 증권투자를 한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제 생각을 말하라면, 더 못 오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십 구 위안까지 올랐으니 주 비서께는 미안했다. 내 손에 있던 물건도 9위안일 때 팔아치웠는걸…. 나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 아픔이 있었다. 또 며칠 지나서 이사회에서 나의 은밀한 지시를 받아 위험신호를 발표했다. 그제야 주가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날은 뢰자운(賴子雲)이 나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문 옆에 서서 마치 감히 못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들어와서 하게!”
그는 천천히 내 책상 옆으로 왔다. 내가 말했다.
“앉게나.”
손가락으로 의자를 짚었다. 그는 의자 가장자리를 더듬거리면서 앉더니 다시 일어났다. 눈으로는 겁먹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대해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속으로 일종의 말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느껴졌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에 대한 보상이라면 뭐 당연한 거지. 최근 몇 년간 나는 사람들의 몸짓과 언어를 자주 관찰하곤 했다. 이 바닥에서의 언어는 어디보다도 풍부하고 또한 위아래의 뉘앙스가 발달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정신적 우세에 놓여 있는지의 여부, 그러한 우세의 정도, 그런 것들을 모두 이로부터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뢰자운은 매우 강직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이렇게 위축되었는지…. 현실은 강직한 사람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 사람은 정신의 힘으로만 바로 설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앉아서 이야기하라고 하자, 그가 말했다.
“힘들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어서 말했다.
“지 청장님께서 연구원에 오셔서 업무를 주관하신 지도 일년이 넘었습니다. 보아하니 지 청장님은 정말로 다른 분들과 다르십니다.”
“자네가 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한단 말인가?”
“저야 어디까지나 실사구시의 태도로….”
“말해보게. 무슨 일인지.”
“저, 그러니까 보시기에, 저, 제가 대학원 졸업한 지도 벌써 팔 년이 되어갑니다.”
그가 입을 열자마자 나는 그가 인사평가 문제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도 정말 불쌍했다. 나 자신 또한 저렇게 견디면서 오지 않았던가. 저 친구는 지난 몇 해를 어떻게 지내 왔을지… 비참하군!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문제는 일찌감치 해결되었어야 했다. 어쩌다가 오늘까지 그 문제로 고생을 하는지…. 그러나 나로서도 뭐 나서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마 청장이 뭐 이론학습이 부족하시겠나, 원칙을 모르시겠나. 다 웃기는 소리지. 원칙과 현실의 조작은 별개의 문제이다. 인간더러 이론과 원칙에서 출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불가능했고, 오늘도 불가능하고,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 역시 인간의 문제이다. 인간이 엄마 뱃속을 뚫고 나왔다는 점, 이 사실은 수많은 절망을 확실하게 했다. 자리에 오르고 나니 나도 크고 작은 회의석상에 나가서는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떠든다. 안 떠들 수가 없잖은가? 일도 마찬가지로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달리 어쩔 도리가 있나? 마 청장의 앙심이 왜 이리 오래가는지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렇지만 나야 그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나더러 나서서 공정을 행하라고? 웃기는 소리다. 나는 그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었다. 그의 문제는 마 청장의 손에 놓여 있었다. 나도 마음속으로는 그를 동정했지만, 얼굴에는 마음 굳게 먹고 공적인 표정을 띠었다.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약간 실망한 듯이 씁쓸하게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지 청장님!”
이 목소리에 담긴 슬픔은 고생해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이럴 때 만약 표정에서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그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그를 해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어르신들께서 제게 지난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한 번 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해 제가 다른 사람들 뒤에서 물정 모르고 뛰어다녔던 것은 모두 옳지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틀린 것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죄가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천번 만번 죽어야 할 죄였습니다. 하지만 형을 사는 데도 기한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무기징역까지는 아닐 것 아닙니까? 벌써 육칠 년이 지났습니다. 형기를 채우고 나올 만도 하지 않습니까?”
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나도 정말 그를 돕고 싶었다. 만약 마 청장님과 관계되는 일만 아니라면 정말이지 누워서 떡먹기일 텐데….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 사고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의 일 때문에 스스로의 앞길을 망쳐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는 승진을 못해 겪는 각종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의 아내마저도 그를 만난 것을 사기당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고충을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 이를 숨기기 위해 얼른 옆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한숨을 한 번 더 쉬었다.
내가 말했다.
“자네 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자네도 알지? 나도 별 수 없다는 걸….”
“지 청장님을 난처하게 해드렸습니다.”
“내가 난처해서 해결될 일이면 괜찮아. 이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봉사 아닌가. 군중들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난처할 만하면 난처해야지. 그렇지만 내가 난처해진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할 걸세.”
나는 그에게 직접 마 청장님을 찾아가 보라고 건의했다. 서른이 넘은 그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가련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게 말했다. 인민의원의 곽진화(郭振華)가 작년에 쉰여덟의 나이로 퇴직 전에 어떻게 주임의사 직함 하나 달아보기 위해 마 청장님을 찾아가서 몇 년 전에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면서 양해를 구했단다. 당시 마 청장님은 온화하고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배웅까지 했지만, 그러나 막상 인사평가 기간에는 인사처 사람들에게 자료를 선별해서 그 일에 연루되었던 사람들을 인사평가 대상에서 제외시키도록 했다. 이 일은 나도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놀란 듯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그리고는 마음을 굳게 먹고 머리를 숙여 문건을 보는 척했다. 그는 자리에 서서 한참을 멍하게 있더니 아무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쌍한 인간. 불쌍한 인간. 뢰자운이 오늘 이 문을 들어서기가 얼마나 어려웠을 것이며, 곽진화가 마 청장님 댁 문을 넘기는 또 얼마나 더 어려웠을까. 곽진화야 곧 정년퇴직하겠지만, 뢰자운은 남은 날이 많은데…. 내가 청장이 아닌 것이 한스러웠다. 내가 청장이라면 그에게 출로를 뚫어줄 텐데….
그 외에도 눌려 있는 사람이 수십 명에 달했다. 그들은 모두 지식인으로 그냥 그렇게 얌전하게 눌려 있으면서 누구 하나 숨 막혀 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끔 나는 그자들이 인격적 임포텐츠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들도 참는 수밖에, 안 참으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고? 자신들조차도 뛰어들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나서서 정의를 위해 싸워줄 것을 바랄 수도 없었다. 나는 일찍이 이 일에 대해 호일병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유약진은 공자가 죽었다고 말했지만, 내가 볼 때 그 노인네는 아직 안 죽었어. 정말 죽었다면 이럴 리가 없지. 이게 다 그 노인네가 설계해놓은 대로야. 모든 일에 질서가 중요시되고 있잖아. 공자는 죽어야 할 부분은 안 죽고, 죽지 말아야 할 부분만 죽었어. 오늘날 그 노인네를 성인으로 모시는 인간들이 안심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지.”
현대도 그렇고 고대도 그랬다.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으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고금에 통하는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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