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위생청 역사진열관**
6월 안에 장(章) 부부장이 종(鍾) 처장을 포함한 사람들을 데리고 위생청으로 와서 새 임기의 부처 구성에 대해 선포했다. 마 청장님이 연임하시고 나는 부 청장으로 임명되었다. 이 전에 종천우가 내게 전화를 걸어서는 민의 검사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괜찮더라고, 마 청장님도 적극 추천하셨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내가 요 몇 년 날개를 접고 때를 기다리면서 저자세로 살아온 전략(韜光養晦)이 결국은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런데 며칠 후 종 처장이 자기 사무실로 와서 이야기 좀 하자고 나를 불렀다. 나는 고향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고 카드놀이 하던 일을 떠올리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떠들 농담까지 몇 개 준비해서 사무실에 들렀다. 그러나 문을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전혀 딴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종 처장의 표정이 너무나 엄숙하여 나도 곧장 엄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혼란스러워서 어떤 표정이 그의 진면목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비록 이번 인사이동에 대해서 내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러나 전 위생청의 회의석상에서 선포되는 순간 나의 몸은 떨려왔다. 나도 이제는 성(省)에서 관리하는 간부가 된 것이다! 마치 불덩어리가 심장 부위에서 쿵쿵 하고 울려대는 듯,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 사지가 마비된 듯 저릿저릿했다. 나는 연단 아래에 앉아서 장 부부장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가 그렇게 친밀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 순간부터 그와 무슨 혈연관계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 위생청 간부의 박수 소리 속에서 나는 연단 위로 올라가 짧은 연설을 마쳤다. 그 내용은 전날 밤에 수도 없이 외워둔 것이었다. 나는 주로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는 보조업무를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으로, 마 청장님 들으라고 한 말이었고, 둘째는 이 자리에 오른 것은 모두를 위해 봉사하라는 이야기로 알겠다는, 군중들을 의식한 말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연단에서 내려오는데 반응들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진심을 이야기하는데 왜 이렇게 위선의 말처럼 듣는 것이지? 그리고 생각했다. 다들 지금은 나를 안 믿지만, 두고 보시오!
나는 저자세로 산다는 원래의 계획을 견지하기로 했다. 추측컨대, 마 청장님도 손지화 사건을 통해 분명히 큰 충격을 받으신 게 분명했다. 십년이 넘게 주위에서 빙빙 돌던 인간이 일순간에 안면을 확 바꿨으니 누군들 믿을 수 있겠는가? 도전자를 찾아내려는 마 청장님의 눈빛이 만약 내 몸 위에 머물게 되면 그 눈길을 뿌리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또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봐도, 내가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 겨우 90년대의 일인데 오늘 벌써 이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매우 배 아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저자세로 나가면서 이런 시샘을 무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안 그랬다가는 이런 감정들이 한데 뭉쳐, 한 사람이 한 번씩 뱉는 침에 내가 빠져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 청장님과 이야기할 때면 나는 언제나 백 번 조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마 청장님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나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어쨌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한 마디 말이라도 잘못했다가는 한 줄 금이 갈지도, 또 그 금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커지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번은 마 청장님이 말했다.
“위생청 업무에도 뭔가 새로운 것을 보태고 키워야 할 것(增長) 같은데, 대위 자네가 내 대신 생각 좀 해주게.”
내가 말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 청장님께서 이미 다 생각해 놓으신 것들뿐입니다. 생각해 봤지만 뭐 별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마 청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가, 그래?”
나는 그 후 반복해서 그의 웃음의 의미를 음미했다. 아무래도 그 속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가 사용한 보태고 키운다(增長)는 말도 그렇고, 무언가를 찍어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녁에 나는 마 청장이 의도했을 만한 아이디어들을 반복해서 떠올려보았다. 그때 문득 몇 년 전에 내가 마 청장님께 위생청의 역사진열관 건립을 건의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나중에 내가 생각해도 그 건의는 좀 지나치다 싶어서 다시는 거론하지 않았는데, 그 보태고 키운다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좀 망설여졌다. 양심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러한 생각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위생청에 역사진열관을 세우자고? 내가 이런 건의를 하면 다들 나를 욕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만약 마 청장님이 정말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내가 바보인 척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는 건의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양심대로 말하자면, 이런 건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인의 사고는 아니고,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나 지대위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부끄럽군!
그렇지만 이 바닥에서의 사고방식은 정상인들의 그것과는 달라서, 윗사람에게 책임지는 것이 으뜸가는 조항이다. 유약진이 나더러 정치동물이라고 했었지? 내가 이렇게 안 할 수가 있겠냐? 양심에 손을 대 보라고? 실사구시를 하라고? 내가 머리가 깨졌냐! 산소 결핍이냐! 내가 머리가 깨지지 않은 한, 산소 결핍이 아닌 한, 나는 양심대로 할 수도 없고 실사구시를 고집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것은 너무나 사치스런 생각이다.
내가 고민을 동류에게 털어놓자, 그녀가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오늘 당신이 누구 덕에 여기까지 왔는데…. 인민 군중 덕에? 우리가 그 닭장 같은 집에서 수년 동안 살고 있을 때 그 인민 군중이 불쌍하다, 가엾다고 말 한 마디라도 해줍디까? 인민 군중은 무슨 얼어 죽을! 게다가 진열관이야 당신 돈 한 푼 안 들어가잖아요. 설사 당신 돈 몇 만 위안 깨진다고 해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몇 년 전만 같았어 봐. 당신이 어디서 몇 만 위안을 가져다 써요? 나 일파도 남의 돈 빌려서 낳았어요!”
동류는 언제나 옛날에 한 고생만 떠올리면 감정이 격해지는지 이번에는 손수건까지 꺼내서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나는 결심했다. 어찌되었건 마 청장님은 하고 싶은 일은 하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다. 내가 건의를 하건 안 하건 그것은 대세와 상관없는 일…. 그럴 바에야 내가 나서서 선수를 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양심은 또 무슨 얼어 죽을 양심이냐. 내가 모든 사람들을 섬기겠노라고 선언했을 때, 그때에도 분명히 진심이었지만, 그렇지만 사정이 닥쳤으면 우선 윗사람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어? 내 머리 위의 모자가 다 어디서 온 건데. 이 모자가 없다면 나는 또 뭐가 되는데? 이것은 사실 내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신선(神仙)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나같이 범속한 인간이야…. 다들 욕하고 싶으면 욕하라지. 그치들 욕 몇 마디 하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다. 모두가 나를 잘못했다고 욕하더라도 마 청장님만 내가 잘했다고 하면 나는 잘한 것이고, 모두가 나를 잘했다고 칭찬하더라도 마 청장님께서 나를 글렀다고 하면 나는 그른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니고, 나는 일종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내가 나를 책망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 천 번 생각하고 만 번 생각해 봐도 역시 마 청장의 뜻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기세를 누가 가로막는단 말인가! 황당한 일일수록 당당하고 떳떳하게 해야지 어색해 할 것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반우(反右)로 떠들썩했던 문화혁명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었다.
이튿날 마 청장을 만나서 말씀드렸다.
“마 청장님의 계도 하에 제가 새로 보태고 키워나갈 일을 하나 생각해냈습니다. 위생청의 역사진열관을 설립하는 것이 어떨까요? 모두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이 오랜 세월, 특히 지난 십년간 저희 위생청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 얼마나 거대한 성과를 이룩했는지를….”
“거대한 성과”라는 다섯 글자가 입에서 미끄러져 나올 때에는 나도 깜짝 놀랐다. 마 청장님이 말씀하셨다.
“자네 생각에는 적합한 것 같은가?”
나는 만약 마 청장님이 생각하시는 게 이 일이 아니라면, 그런데 내가 끄집어 낸 것이라면, 나는 나 자신한테서까지 인간도 아니라는 욕을 얻어먹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똥이 구리지 않다면서 그걸 뒤적거려? 나는 한 번 떠보기 위해 말했다.
“저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마 청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가 말했다.
“자네 생각에 괜찮은 것 같으면 다음 번 위생청 업무회의에서 한번 제안해보게. 다 같이 토론해보지.”
다음 번 업무회의에서 기타업무에 관한 토론을 마친 후 내가 역사진열관 건립을 제의하자, 다른 몇 사람은 전혀 의외라는 듯이 서로 눈빛만 교환하더니 하나같이 마 청장을 바라보았다. 오늘날 마 청장의 위엄은 이미 극에 달했으므로 무슨 일이든 모두들 일단 그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 다음으로 자기의 입장을 밝혔다. 마 청장님이 말씀하셨다.
“대위 동지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다 같이 토론해 봅시다.”
몇 명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발언을 했다. 마 청장이 태도를 분명히 하기 전에 자기 입장을 드러내는 걸 피하는 식이었다. 마 청장이 말했다.
“방금 여러분들 이야기를 듣고 느껴진 바가 많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뜻에 따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위생청에는 따로 역사진열관을 설립할 수 있는 그런 넓은 대지가 없으니, 아예 도로에 접하고 있는 제2 오피스 빌딩을 철거하고 대문을 동쪽으로 옮긴 후에, 그럴 듯한 오피스 빌딩을 하나 짓고 그 안에 진열관을 만드는 겁니다. 공간이 많아지면 몇 층은 세를 주고, 좋은 항구에 따라오기 마련인 상업 기회도 충분히 활용하고, 대출금은 임대료 받아서 갚아나가는 겁니다.”
내가 얼른 말했다.
“역시 마 청장님은 멀고도 깊은 식견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면 저희 사무환경도 개선되고, 진열관도 생기고, 게다가 경제적인 부담까지 없어지니 이야말로 이국(利國), 이청(利廳), 이민(利民)의 결정, 일거다득(一擧多得), 일석다조(一石多鳥)의 결정입니다.”
이 계획안은 원칙적으로 통과되었다. 마 청장은 나에게 기초건설처와 협력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내가 십이 층으로 할 것을 제안하자, 마 청장이 말했다.
“이왕 짓는 것, 기왕이면 폼 좀 나게 하지.”
계획을 바꾸어 이십 층으로 하면서, 일층에서 사층까지는 사무실로 동쪽 계단으로 올라가고, 사층 이상은 오피스 빌딩으로 세를 주면서 서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도록 했다. 마 청장의 박력이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다. 일층에 진열관을 짓는다는 게 좀 아깝긴 했지만, 그것만 빼고는 정말 매우 좋은 생각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 청장의 생각은 정말로 다른 사람보다 한 수 위였다. 고층 빌딩 한 채에 진열관 설립 계획이 그냥 묻혀버린 것이다.
설계가 나온 것은 연말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수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하청이라도 하나 따내려고 마 청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마 청장은 모든 걸 내게 맡겨 주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에는 저녁 열시 이후만 되면 비밀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들은 말을 빙빙 돌리지도 않고 입을 열자마자 듣기만 해도 혈관이 확장될 만한 숫자들을 부르면서 얼마를 내 앞으로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댔다. 나는, 입찰과 관련된 일들은 마 청장님이 간여하실 것이라고, 위생청의 간부들이 모두 모인 자리라서 나도 별수 없다고, 거듭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 청장이 왜 오뚝이마냥 쓰러지지 않느냐고? 그 어르신은 이런 이익을 탐하지 않으셨거든! 이익을 탐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쓰러지겠어! 창 밖에 서 있는 저 수많은 고층 빌딩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백만장자, 천만장자를 만들어냈을까? 머리 위 모자 하나에 들어 있는 순금의 함량은 정말로 일반 서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호일병이 내게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곱 군데 입찰 회사에 일단 다 따로따로 응낙을 하고, 오십만 위안씩 보증금조로 받아두는 거야. 만약 낙찰이 안 되면 돈을 돌려주고, 낙찰되면 삼 퍼센트를 대가로 받기로 하는 거지. 예산이 육천만 위안이니까, 삼 퍼센트면 백팔십만 아닌가! 어쨌든 한 회사는 낙찰될 거고…. 자네만 입 다물면 백팔십만 위안이 그냥 굴러들어오는 거야. 누워서 떡 먹기지!”
생각해 보니 돈 벌기가 정말 쉽다. 그것도 한숨에 그 큰 돈을! 내가 말했다.
“어쩐지 투숙률도 낮은 대형 호텔들이 저렇게 많은데, 계속해서 여기저기서 대형 호텔들을 짓는다 했더니…. 저런 거라도 안 지으면 어떻게 나랏돈이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겠어? 인간들이 정말 생각도 못했던 방법으로 돈을 버는군.”
그가 말했다.
“지금 기회가 자네 손안에 있어. 자네만 마음먹으면 되는 거야.”
나는 거듭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몇 백만 위안이 내 손에 떨어진다고? 난 아직 그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어. 그 돈을 받아다가 별장을 살 것도 아니고, 차를 살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위장을 일곱 개 여덟 개 달고 있어서 그걸 소화, 흡수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잠만 못 잘 거야.”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깝다. 이런 기회를….”
이어서 말했다.
“만약 천하의 사람들이 다 자네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겠어? 때려잡을 부패도 없을 거고….”
내가 말했다.
“마 청장님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이렇게 큰 재물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시잖아! 만약 마 청장님이 어느 회사한테 낙찰시켜라, 하더라도 우리야 속으로만 뒤에 무슨 거래가 있겠거니 생각할 뿐이고, 겉으로는 아무 눈치도 못 챈 척 순순히 따르는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야.”
호일병은 아까운 마음에 목이라도 맬 것 마냥 계속 탄식을 했다.
“아, 아깝다, 아까워. 아깝다고!”
그날 아침 출근길에 오피스 빌딩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지 청장이다”하면서 흩어졌다. 보아하니 누군가가 마 청장께 공개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고층 빌딩 짓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고층 빌딩을 올리려면 위생청 한 사람당 부채가 몇 십만 위안은 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층 건물을 개인의 정치 업적 기념비삼아 세우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넓은 면적의 진열관을 짓겠다니, 말도 안 된다.”
나는 얼른 공개성명을 뜯어내서 마 청장님께 갖다 바쳤다. 마 청장님이 읽어보시고 말했다.
“오후에 전 위생청 간부회의를 소집하게!”
오후 회의석상에서 마 청장님이 말했다.
“우리의 업무에 아마 미흡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제시해 주시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건 아닙니다. 제 면전에서 혹은 청장 편지통 같은 데 넣는 것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마 청장은 눈으로 연단 아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합니까? 이건 문화혁명 때나 쓰던 방식입니다! 아주 비정상적인 방식입니다! 나는 이번 성명서를 쓴 사람을 추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매우 쉬운 일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지요. 첫째, 문화혁명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렇게 젊지 않은 사람. 둘째, 평소에 자기가 무엇이라도 되는 양,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고 불평하기 좋아하는 사람. 셋째, 직급이 아주 높지 않은 사람, 자기 혼자 억울한 일 다 당한 것 마냥 발산할 기회를 찾는 사람. 우리 위생청에 이 몇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마 청장이 저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 못했다. 연단 아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모두 지식인들인데, 그 사람들의 기분은 또 어떠했을까? 평소에는 하나같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존엄을 갖춘 것처럼 굴더니만, 이 참에 자기 처지들을 알았겠군.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들을 수 있겠어? 이제부터는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그냥 벙어리처럼 입 다무는 수밖에!
나는 마 청장이 정말로 마음에 짚이는 사람이 있어서 저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그 성명서를 쓴 사람이 걱정이 되었다. 너 큰 일 났다! 너와 무슨 상관 있다고 거길 왜 끼어들어? 누가 너더러 빚 갚으래? 그냥 구경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나도 감히 입에 못 담는 말을 네가 어딜 감히! 마 청장도 최근에 감히 자신을 건드리려는 인간이 위생청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격노했던 것이다. 정말로 우리더러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라고 시킬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사 생각을 하니 문화혁명이 떠오르고, 아버님 생각이 났다. 가능하다면 그런 조치는 저지하고 싶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내가 말했다.
“마 청장님, 정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힙니다. 위생청에 아직도 매복하고 있는 그런 인간들이 있을 줄이야! 손지화의 잔당일지도 모릅니다. 딱히 누구 하나를 물먹이는 것보다는 우리 행정부 전체를 물먹이려는 속셈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 연관 범위만 넓지 않고 악영향을 미칠 염려만 없다면 반드시 진상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 청장이 느긋하게 말했다.
“됐네. 그 인간들 교훈만 새겨들었으면 됐어.”
이렇게 또 한 번 나는 마 청장이 한 말은 심사숙고를 거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역시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생청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개나 고양이까지 다 덤벼들어 마구 의견을 낸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닌가!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견이 제시된 경우에는, 설령 그것이 옳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일축하고 볼 수밖에 없고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사람이 언제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누가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집안 살림은 무슨 수로 꾸려나가나? 그 자리엔들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궁극적으로는 마 청장 당신이 반대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 누구든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리에 앉아 있은 지 오래되면 습관적인 조건반사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마 청장 역시 마 청장 자신이 아니라 그는 이제 일종의 현상인 것이다. 기왕 이렇다면 사람들은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누가 됐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담담해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공개성명을 발표한 사람은 아마도 아직도 원칙대로 살고 싶은 환상을 갖고 있겠지. 정말이지 너무 백면서생 같은,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아닌가! 그들은 아직도 엉덩이가 앉아 있는 자리에 따라서 사고가 결정된다는 도리(屁股決定腦袋的道理)를 깨닫지 못했다니!
이렇게 해서 나는 마 청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과거의 어떤 역사적 사건들, 예컨데 1959년의 여산회의(*廬山會議) 같은 것들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야 비로소 이런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형세를 뼈에 사무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廬山會議 : 1959년 7월 2일부터 8월 16일까지 강서성 여산에서 열렸던 중국공산당 전체회의. 원래는 그 전 해의 대약진운동의 잘못된 점을 찾아서 바로잡으려는 것이었으나, 팽덕회가 제시한 의견서가 모택동의 심기를 건드림으로써 도리어 반우(反右)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팽덕회는 실각하게 되었다.-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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