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심장 보조장치**
소문이라도 좀 들어볼까 해서 설날에 주(朱) 비서 댁에 새해인사를 드리러 갈 준비를 했다. 만약 대세가 기울었다면 손지화 부청장 댁에도 찾아가서 새해인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들어가기 어려운 문이지만 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다. 최소한 아직까지 그와 안면 몰수할 정도의 일은 없었다. 그 문은 아무리 들어가기 어려워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가 나를 문밖으로 밀어내지만 않는다면 그의 안색이라도 한 번 보고 와야 한다. 안 그랬다간 나는 정말로 더 이상 놀 바닥조차 없어진다. 게임 끝인 것이다! 게임 끝난 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낼 수 있겠는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월 초이튿날 손지화 부청장 댁에 새해인사를 가려고 막 채비를 하는데, 성의 종천우(鍾天佑) 처장 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동향 사람들 모임이 있으니 수원호텔 입구에서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내가 급히 물었다.
“주 비서님도 오십니까?”
그가 말했다.
“틈이 나면 올 거야.”
이튿날 오전 열시에 수원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나는 주머니에 사천 위안을 넣어 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계산해야지…. 잠시 후에 종(鍾) 처장이 차를 몰고 나타나서 내게 타라고 손짓했다. 내 옆에 있던 두 사람도 그의 차를 타고 가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었다. 차에 타서 내가 말했다.
“수원호텔에서 만나는 것 아닙니까?”
종 처장이 말했다.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이어서 말했다.
“문 부성장님도 오늘 오실 것 같아.”
교외의 산턱에 있는 음식점에 내리자 이미 차가 몇 대 도착해 있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이런 곳에 우리 고향 음식을 하는 식당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과연 주 비서도 이미 와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주인이 와서 우리 몇을 향해 두 주먹을 감싸 쥐고 굽실굽실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여러분들께서 일개 장사꾼에 불과한 저를 좋게 봐주시고 오늘 이렇게 대접할 기회까지 주시니, 제 체면을 살려주시는 일입니다. 제가 오늘 특별히 국가 연회를 준비하는 요리사를 불러왔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우리 테이블 두 개만 빼고 다른 손님들은 일체 받지 않았다. 서로 소개를 했다. 대부분 청장급 인물들로 내가 제일 볼품없었다.
내가 명함을 뽑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위에서부터 뽑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서부터 뽑는 것이다. 내가 명함 갑을 꺼내어 아래서부터 뽑으면 ‘박사 지도교수' 명함인데, 그것을 모두와 교환했다. 모두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 부성장을 기다렸다. 나는 주 비서 옆에 붙어 앉아 말했다.
“위생청에 최근에 작은 풍파가 있었는데, 상부에서는 알고들 계십니까?”
“조금은 알고 있지.”
“바람은 도대체 어느 쪽으로 불겠습니까? 저희 같이 사무나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난처한지 모르실 겁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딛으면 모두 지뢰밭이니, 오늘 안 터지면 내일 터지게 되거든요.”
“성 차원에서는 아직 토론된 바가 없어.”
“의중을 조금만이라도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가 종 처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사람한테 물어보게.”
종 처장이 말했다.
“아직 토론된 바가 없어. 나중에 우리가 제출하는 방안이 설령 승인이 난다고 해도, 그것이 또 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내가 말했다.
“종 처장님, 저희 같이 사무나 보는 사람들에게도 숨쉴 구멍 좀 만들어 주십시오. 저희도 사람노릇 좀 하게요.”
종 처장이 말했다.
“정말로, 만들어주고 말고 할 숨구멍도 없다니까.”
주 비서가 말했다.
“지 처장, 자네는 그저 조직의 원칙에 따라서 일하면 돼. 오늘 누가 주인이든, 자네는 그 주인의 말만 들으면 돼.”
나는 그 말에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간부 자리에 있는 분들은 해서는 안 될 말은 하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이 정도 뉘앙스만 풍겨 줘도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어쨌든 손지화 부청장 댁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오후 한 시가 되어도 문 부성장은 안 왔지만, 모두들 매우 참을성 있게, 아무도 식사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식당주인 최 사장은 수시로 들어와서 차를 따르고 담배를 건넸지만, 모임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앉아서 이야기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자기가 말 붙일 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시 반이 되어서야 문 부성장이 도착했다. 모두들 문 가로 몰려들자, 문 부성장이 말했다.
“늦었습니다! 와서 여러분들을 보려고 몽택원(夢澤園)에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술은 더 이상 못 마시겠습니다.”
한 손으로 다른 주먹을 감싸 쥐면서 말했다.
“이렇게 여러 고향분들께 새해인사 올립니다. 또 매(梅) 서기님을 대신해서 여러분께 새해인사 올립니다.”
나는 매 서기의 비서가 여기 올 수 있다니, 문 부성장과 매 서기의 관계가 분명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오른 요리는 소꼬리 찜이었다. 이어서 기름에 붉게 튀긴 닭 볏, 기름에 튀겨서 말아놓은 토끼 귀, 소 코 조림, 프랑스식 달팽이 요리, 말갛게 찐 토종 닭 등이 올라왔다. 전부 구경도 못해본 요리들이었다. 술도 엑스오(XO)가 올라왔다. 최 사장은 직접 음식을 테이블에 갖다 놓았지만 절대로 자리에 앉지는 않았고, 또 아무도 그에게 와서 앉으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내가 가져온 사천 원은 계산하려면 술값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자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서, 성 위원회며 성 정부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혀 거리껴하는 것도 없었고, 각자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서도 전혀 감추지 않았다. 여기서는 모두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면서도 진솔함을 잃지 않았다. 평소에는 이들도 자신의 가장 큰 욕망에 대해서는 입 꾹 다물고 말도 안 꺼내면서, 입만 열면 서비스 정신과 공복(公僕) 정신을 들먹일 것이다. 백성들도 멍청한 바보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식의 표현에 익숙해져서 굳이 진실 여부를 따지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들의 술기운 오른 표정들을 바라보면서, 설을 지나고 나서 강연대 위에 앉아서 격앙된 어조로 엄숙한 이야기를 할 저들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 보았다. 재정청의 모(牟) 부청장은 요 몇 년 동안 제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면서 말했다.
“종 처장님! 청장 관리는 처장님 소관 아닙니까? 어찌 저를 한 구석에 쳐버려 둔 옛사랑 취급 하십니까!”
종 처장이 말했다.
“저는 찾아봐야 소용없습니다. 저분을 찾아야지….”
그러면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문 부성장을 가리켰다. 너나 할 것 없이 문 부성장에게 건너가 술을 한 잔씩 올렸다. 문 부성장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네가 지대위지? 종천우가 내게 말 한 적 있네.”
나는 거의 감동으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내 이름이 문 부성장님의 입에서 나오다니! 나는 용기를 내어 명함을 한 장 드리면서, 그 기운에 아예 꾸벅 허리까지 굽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종 처장에게 차 문 옆에 있는 종이봉지를 가리키면서 조용히 말했다.
“누가 보내준 건데, 저는 담배 안 피우지 않습니까. 두 보루는 주 비서님 좀 갖다 주십시오.”
종이봉지 안에는 중화담배가 네 보루 들어 있었다. 내가 일찍이 사 놓은 것이었다. 종 처장은 나를 보고 웃었다.
설이 지나자 위생청의 형세가 뚜렷해졌다. 손 부청장은 마 청장과 아예 한 판 벌려보자는 것인지 사사건건 부딪쳤다. 마 청장 아래에서 부청장 노릇을 십년 가까이 하던 손지화가 이 정도로까지 드세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람들은 뒤에서 손지화가 마 청장과 한 판 벌리게 된 과정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 손지화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당신은 이미 쉰여덟 아니오? 앞으로 몇 달, 기껏해야 반년도 안 남았잖소? 나는 이제 갓 쉰이고….”
소문이야 증명할 방법이 없었지만, 그러나 위생청의 업무회의에서 마 청장이 손 부청장을 지목하여, 설 연휴 동안 관용차(官用車)를 이용해서 고향 가서 친척들 방문한 일과 그 때문에 기름 값이 일백십칠 위안이나 나온 것을 지적했다. 손지화도 곧바로 치받았다.
“제가 고향 한 번 다녀오는 데 쓴 기름값을 물어내라고 한다면, 그거야 좋습니다. 그러나 십년이 넘도록 관용차를 타고 집을 수천 번이나 왔다 갔다 한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의 경우엔 기름값을 도대체 얼마나 물어내야 합니까? 동지들, 계산 좀 해보세요!”
공기가 일순간 팽팽해져서 불이 붙을 지경이었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 문 가로 가서는 과장되게 허리띠를 푸는 체하며 도망간 사람도 둘 있었다. 나는 주 비서가, “오늘 누가 주인이든, 그 주인의 말만 들으면 된다.”라고 한 말이 떠올라서, 과거에 손지화가 나를 도와줬던 일도 상관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안면몰수하고 말했다.
“그거야 경우가 틀리지요. 평소에는 출퇴근용으로 쓴 것 아닙니까?”
원진해가 곧바로 반박했다.
“똑같은 관용차를, 똑같이 집에 가는 데 썼고, 게다가 똑같은 기름을 태웠는데, 뭐가 틀린다는 거요?”
나는 주먹을 쥐고는 몸도 사리지 않고 싸움에 뛰어드는 듯이 말했다.
“성(省)의 윗분들 중에 관용차로 출퇴근 안 하는 사람 누가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성의 윗분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겁니까?”
원진해가 곧바로 말했다.
“그러면, 성의 어느 윗분들이 휴가 갈 때 자기 차로, 자기 기름 태워가면서 가던가요?”
회의는 불쾌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나는 세상의 도리란 정말 말로써는 설명할 수 없는 것임을 통절하게 느꼈다. 누가 발언권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도리 또한 그의 것이 된다. 일단 권력을 움켜쥐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이 없으면 인간은 자존심도 가질 수 없고 자신의 운명조차 장악하지 못하게 된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었던가! 나는 이전에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들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나는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뒤에는 천길 만길 낭떠러지…. 이 길에 들어선 이상 사람의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고, 세계를 느끼는 방식도 변하게 마련이다. 되돌아갈 길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가 되었다. 마 청장더러 연임할 생각일랑 접어버리고 쉰여덟의 나이에 집에 틀어박혀서 노후나 보내라고?
손지화 역시 벌써 나이가 쉰둘인데, 이미 충분히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는데, 여기서 한 번만 임기를 더 보내면 자기도 폭삭 늙어버릴 텐데, 그가 뛰쳐나와서 한 번 겨뤄보려고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원진해 역시 이해가 되었다. 마 청장이 나한테만 기회를 주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참고만 있을 수 있겠나? 다들 사람이 아닌가!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위생청 기관과 성 직속 위생계통에 편지 한 통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부분군중(部分群衆)이라고 서명이 되어 있었다. 편지에는 마 청장의 다섯 가지 과오를 나열했을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사실도 밝히고 있었다. 하나는 마수장이 모년 모월에 성 인민의원에서 심장보조장치를 달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십년 전 성에서 출판되었던 『 청장방담록(放談錄)』이 란 책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으로, 마수장의 출생년도는 1937년이지 오늘날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1938년생이 아니라는 것, 그가 올해 이미 쉰아홉의 나이라는 것이었다. 편지에는 모두들 대담하게 일어나 상부에 자기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위생청 기관의 중간층 간부들 사이에는 일종의 입장표명 움직임이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 충돌에서 당신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입장을 표명한 사람은 성(省)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의무가 생겼다. 정소괴는 일이 터지자마자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보를 들이밀고 휴가를 내어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이것이 도피행위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손에 든 전보의 흰 종이와 그 위에 적힌 검은 글자를 본 이상 그를 안 보내줄 수도 없었다.
이때 노동조합에서 위생청 간부를 모두 조직해서 대엽산(大葉山) 봄놀이를 가게 되었다. 프로그램에는 등산 시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노(老) ‧ 장(壯) ‧ 청(靑) 세 개 조(組)로 나누어 실시하기로 했다. 마 청장도 신청하였다. 나는 마 청장님 때문에 땀을 한 줌이나 흘리면서 며칠 밤 계속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모님은 통화 중에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이거야말로 우리 바깥양반을 죽음으로 몰아넣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이 주변에 독사가 몇 마리나 똬리를 틀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마 청장은 고집스럽게 그 시합에 참여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모님을 위로하면서 말했다.
“제가 노조의 육(陸) 주석과 상의해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우리는 등산시합 전에 노년조에 조치를 취해 두었다. 그 결과 쉰 이상의 열세 명이 참여한 노년조에서 마 청장이 이등을 했다. 삼십년 전에 모(毛) 주석이 장강(長江)을 몇 차례 횡단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결코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었다.
봄놀이에서 돌아온 후 위생청 안의 풍향에는 역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성 위원회 조직부의 종 처장은 사람들을 몇 명 데리고 위생청으로 와서 간부들을 조사하면서 그 편지 이야기를 묻자, 손지화는 그 편지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면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군중의 의견일 뿐 자기는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종 처장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곧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章) 부부장이 또 한 차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소규모 좌담회를 두 시간 가까이 열었다. 그리고 또 전 위생청의 간부를 소집한 좌담회에서 장 부부장은 입만 열면 군중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의(民意) 검사를 위한 표를 한 장씩 돌렸고, 그것을 거두어 돌아갔다. 검사 결과는 나중에도 공표되지 않았다. 다행히 모두들 익숙해져서 아무도 자기가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거나 자기의 의견이 반영될 거라고 기대하면서 검사 결과를 묻고 다니거나 하지 않았다.
위생청에서는 풍랑이 잠시 잦아들었고, 위로 올라가려고 용쓰는 인간들은 또 위쪽으로 열심히 용쓰고 있었다. 종 처장은 내게 마 청장이 성 인민대회의 축(祝) 부주임 등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업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마음속으로 일종의 안도감이 느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딘지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마 청장을 무슨 신비스럽기 짝이 없는, 무소불위의 능력의 원천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이러한 신비감은 사라졌다. 권력이 사라지면 자기 마누라의 남편 밖에 더 되겠는가? 마 청장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고 비빌 언덕 찾을 때가 있었던 것이다.
이 바닥 안에서의 일은, 천 마디 만 마디를 해봐야,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은 승리뿐이었다. 여기서는 결과만을 중시하고 과정은 중시하지 않는다. 인생은 과정만을 중시하고 결과는 중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생사가 걸린 중요한 시점에 이르러,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힘 쓸 것도 없이 그저 귀만 쫑긋 세우고 바람 소리만 살피면 그만이었다.
극도로 초조한 가운데 두 달을 기다리자 결국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마 청장이 연임하기로, 손지화는 성의 계획출산위원회 부주임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그제야 한숨 놓을 수 있었다. 이번의 전쟁은 대 승리다! 나는 본능적으로 마 청장의 승리가 작년 홍수와의 전쟁에서 매 서기와 마주쳤던 그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진해와 마주쳤을 때, 그의 얼굴은 완전히 거무튀튀한 색이 되어 마치 지옥에서 돌아온 것 같았다. 내가 “원처장!”하고 불렀지만, 그는 나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아주 쪽박까지 깨뜨릴 작정이군! 네가 나를 못 본 척해? 나야 무슨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질 필요가 없어져서 도리어 마음이 놓였다. 누군가는 지옥에 내려가야 하는 법. 네가 안 내려가겠다면 그럼 나더러 지옥에 내려가란 말인가? 오래지 않아 회의 자리에서 주 비서를 만나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가 말했다.
“그 편지는 누가 쓴 거지? 뇌막염이라도 걸렸나, 아니면 골수를 꺼내서 개밥으로 줬거나….”
이어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매 서기도 심장 보조장치를 달았거든! 말대로라면 심장 보조장치를 단 사람은 다 물러나야 된다는 소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이지 죽음의 신과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온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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