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라크전이 갈수록 태산, 이젠 국제구호기관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죠?
A) 3월 20일 미ㆍ영 연합군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라크 침공은 3주만인 4월9일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하고, 또 3주뒤인 5월1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사실상의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이라크 측의 주장대로 전쟁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5월 이후 이라크 주둔 미군과 미군시설이 후세인 진영의 테러에 의해 연일 피해를 입었고, 8월에 바그다드 유엔사무소에 폭탄 테러가 감행되더니 지난 10월 27일엔 ‘분쟁지역에 가장 먼저 출동해 가장 늦게 떠난다’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바그다드본부 건물이 테러 공격을 당해 이제 인도적 국제구호기관도 테러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ICRC와 4곳의 경찰서를 겨냥한 최소한 5건의 무차별 동시다발 자살폭탄 테러사건이 발생, 민간인 26명과 경찰관 8명 등 34명이 숨지고 2백24명이 부상했는데요.
이에 따라 유엔이 철수를 결정했고, ICRC는 이라크 배치 요원을 조만간 대폭 감축할 예정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일부 요원들은 29일 이라크에서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옥스팸 등 여타 국제구호단체들도 이라크를 속속 떠날 것으로 엑소더스가 줄을 이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Q) 이제는 미국정부가 그렇게도 부인하던 ‘제2의 베트남전’, ‘제2의 발칸 사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인데요.
A) 이라크 주둔 미군은 27일 바그다드 동시다발 테러가 외국계 게릴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후세인 잔당이 주된 저항 세력이라는 주장에서 선회했습니다. 그동안 수천명의 '이슬람 전사'들이 반미 성전을 위해 시리아나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라크 사태가 소모전 양상을 띠자 전문가들은 베트남전과 닮은꼴이 돼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으로 포로생활을 하기도 했던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지난 26일 이라크 상황이 베트남전 당시와 흡사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사전문 월간지 디펜스 어낼리시스의 프란시스 투사 발행인도 이번 테러와 관련해 "아무렇게나 감행한 공격이 아니다"며 "전통적인 게릴라 공격 수법"이라고 제2의 베트남전 가능성을 시사했구요.
워싱턴 포스트는 바그다드 동시다발 테러가 1968년 베트남에서 베트콩이 테트(구정) 대공세와 함께 전면적인 게릴라전을 개시하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는데요. 당시 베트콩은 음력설을 기해 사이공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미군과 민간인을 공격했고 이번에 게릴라들도 이슬람 최대의 명절인 라마단을 기해 동시다발 공격을 시작해 공통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조셉 윌슨 전이라크대사는 "부시행정부 인사들이 이라크재건작업에 낙관론을 피력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라크는 발칸화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Q) 이라크전과 관련해 파병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들이 파병계획을 보류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던데요.
A) 이라크에 이미 군을 파병한 태국의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상원에서 28일 태국군 부대의 즉각 철수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태국은 현재 바그다드로부터 남쪽으로 80km 떨어진 카르발라시와 인근 비블시에 4백43명의 장병을 파병해 놓고 있습니다.
태국의 상원의원들은 지난 27일 바그다드를 뒤흔든 연쇄 폭탄공격 사건의 후속 테러 공격으로 자국군인들이 희생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즉각 전면 철군시킬 것을 탁신 치나왓 총리에게 요구했습니다. 탁신총리는 이를 거부했지만 앞으로 이라크에서 테러피해가 지속될 경우 의원들의 철군압박을 거세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자고 나면 파병의사를 철회하는 나라가 늘고 있죠?
A) 파병과 관련된 미국의 러브콜에 국제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냉담한 편입니다.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파견을 거부한 데 이어, 의회에서 1만명 규모의 병력파견안이 통과된 터키도 이라크 북부 거주 쿠르드족이 파병을 반대하고 있어 미국과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120명의 경찰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해 놓고 있는 포르투갈은 최근의 유혈사태 빈발로 11월 파병 계획을 철회했고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는 28일 장치웨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중국은 과거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다른 국제 군사활동에는 동참한 적이 없다"며 파병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Q) 알 카에다 조직원의 국내잠입 첩보는 우리가 추가파병할 경우, 현지 파병군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 가능성까지 상정할 수 있는 정황이 아닌지요?
A) 미군이 입수한 첩보에 따라 우리 정부의 군과 정보기관이 나서서 조사중입니다만,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 승선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외국 선박이 30일 오후 6시 군산항에 도착함에 따라 이 같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은 뉴질랜드를 출발한 원목 운반선 바하마 선적의 원목운반선 아테나호(1만7천t급)에 승선한 선원 27명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혹시 테러용 무기가 있는지 등도 샅샅이 수색하고 군산항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정체와 입국목적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압박에 의해 억지춘향격으로 파병에 동의한 입장에서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의 늪에 빠지는 것과 아울러 국내마저 이라크 저항세력 및 동조세력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정황입니다.
Q) 잘못하면 우리만의 ‘나홀로 파병’으로 왕따가 될 것같은 우려도 드는데요.
A) 추가 파병과 관련해서 원론적 얘기를 한 번 해보죠.
사실 명분만 맞는다면 이같은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구적인 평화 구축과 이라크인 보호를 위해 우리가 도울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더러운 전쟁’으로까지 비하될 정도로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 지구촌 전역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찾아내지 못했고,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에 대한 후세인의 지원 혐의도 부시 스스로 철회했을 정도로 근거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원유자원 확보와 중동지역에서의 헤게모니 장악, 무엇보다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입지 과시를 위해 단행한 이라크 침공이 당초 기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고분고분하고 약점(한반도 정세 관련) 있는 우리가 엉뚱한 희생양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듭니다.
Q)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국익과 한미동맹관계를 운위하면서 파병만이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고 몰아간 일부 극보수 인사와 전쟁지상주의자들의 행보는 어떻게 봐야 할지요.
A)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지만, 미군의 철수 1순위지역으로 우리가 파병할 경우 맡게 될 가능성이 큰 북부 모술 지역에선 요사이도 연일 테러와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8일에도 모술에서 경찰서를 표적으로 한 로켓추진 수류탄 공격이 발생, 민간인 3명이 숨지고 행인 수명이 다쳤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차제에 정부도 추가파병을 재고하는 것은 물론, 이미 나가 있는 서희 제마부대의 조속한 철수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은 지구촌의 현안에 대해 오불관언하겠다는 무책임이나 비굴함의 차원이 아니라, 지구 정의에 대한 면밀한 숙고와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슈입니다.
덧붙여 파병으로 부시 행정부를 도와주는 것이 국익이라고 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우리의 파병으로 내년도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어렵사리 재집권해서 한반도가 부시 진영의 신보수주의 세력에 의해 계속해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합치되는 것인지?
또 자기 자식을 기꺼이 이라크로 보낼 의사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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