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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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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70>

마 청장의 심장수술

***70. 마 청장의 심장수술**

노동절(五一節)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자 마 청장님이 나를 불러서 말했다.

“지군, 요즘 어때? 여력(餘力)이 있으면 위생청으로 와서 일을 하나 겸임으로 맡아 나를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올 연초부터 영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래. 그리고 자네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는 기회도 될 테고, 시야도 좀 넓힐 수 있고….”

마 청장의 보좌를 겸임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전체 국면을 종적(縱的)으로 개관해보는 경험이야말로 장래를 위한 이유이자 또 조건인 것이다. 나는 마 청장이 위생청 사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그 문서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 말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는 몰라도 손 부청장은 나만 보면 얼굴색이 이상해졌고 하하, 하고 웃는 웃음소리도 약간 과장되었다. 이 바닥 사람이 아니고는 알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이어서 의정처의 원진해도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낌새가 느껴졌다. 물론 한 마디 암시도 없었고, 어떤 표정으로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그러나 나는 이 바닥에서 훈련된 육감에 의지해서 그런 기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빤히 알고 있었다. 그 의미는 사람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이런 사소하고 설명할 수 없는 차이야말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저녁에 나는 안 선생님을 찾아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가 말했다.

“지 처장! 오랜만에 왔어?”

나는 자리에 앉으려는 안 선생님을 얼른 두 손으로 부축하면서 몸을 굽히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저를 그렇게 부르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안 선생님은 나더러 앉으라는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서서 말했다.

“여기 이렇게 선생님을 뵈러 오지 않았습니까.”

그는 내 옷소매를 잡아 나를 자리에 앉히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는가, 말해보게.”

나는 사정 이야기를 감히 꺼내지 못하고 말했다.

“오늘은 다만 선생님을 뵈려고 왔습니다. 요즘 몸은 괜찮으세요?”

“말하게, 말해봐.”

“요즘 안색은 괜찮으신 것 같은데요.”

“괜찮아, 괜찮아. 말하게, 말해봐. 우리 둘이 어떤 사이인가!”

내가 말을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요즘의 느낌을 말했다. 그가 말했다.

“자네 요 이삼 년 너무 세게 몰아붙였어. 연속 세 번 승진에다 박사 학위, 게다가 국가 프로젝트까지. 집은 또 두 번이나 이사를 했으니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 생각해 보게.”

내가 말했다.

“중의학회에서 사오년 정체되어 있는 동안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에 대해선 왜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줍니까? 그 세월을 합쳐 생각하면, 지금 무슨 비행기 타고 있는 것도 아닌데요. 아니 이건 거의 우마차, 늙은 소가 끄는 고물차를 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건 자네 계산이고 남들은 그렇게 계산하지 않지. 얼마 전까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인간이 순식간에 자기와 동등한 자리로 뛰어올라 왔으니 그걸 누구인들 받아들이기 쉽겠나? 마수장(馬垂章)은 금년에 쉰다섯이고, 손지화(孫之華)가 쉰하나일세. 손지화도 다 생각해둔 게 있을 텐데 자네가 끼어들게 내버려두겠나? 자네가 각종 조건을 갖추어갈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자네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걸세. 마수장의 임기가 내년이면 끝나는데 자네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불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네 그 청장보좌라는 직책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는 거지. 그 다른 사람도 자네 도움을 필요로 하겠나? 마음속엔 이미 다른 사람을 점찍어 두었을 텐데.”

안 선생님의 말을 듣자 생각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 청장님이 연임하셔야 되는구나.

그가 말했다.

“자네 너무 늦게 출발했어. 게다가 돌이킬 공간도 부족하고.”

내가 말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싸늘해집니다. 제가 석사학위 취득한 순간부터 경력을 쳐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바닥에선 그렇게 계산하지 않네.”

이 바닥에서의 일년은 그게 다 중요한 경력으로 쌓이고, 중의학회에서 보낸 그 몇 년의 세월은 다 허송세월이었단 말인가?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는 심통이 나서 말했다.

“한 걸음 거리인데 내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면 그럼 내년에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게 될까요?”

그가 말했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네를 그냥 그 자리에 걸어두고 바람이나 쐬도록 하는 것이지. 이름만 걸어 두고 일은 하나도 자네 앞에 안 떨어지는, 그 느낌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게. 그렇게 되면 다른 인간들은 또 얼마나 자네를 괴롭히려고 덤벼들지 몰라. 묵은 장부 새 장부 다 한꺼번에 꺼내놓고 계산하자고 덤벼들걸?”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었다. 아직 나의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참지 않으면 안 된다. 참아야 한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참아야 한다. 참는 자는 물을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고(忍者履水無迹), 참는 자에겐 적이 없다(忍者無敵)고 했다. 이 바닥의 일들은 다 그렇다. 네가 거기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적수가 되니, 아무리 친한 친구였다고 해도 용납이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바닥이 심통이나 부릴 바닥이냐? 당년에 시 청장이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차가 필요하다고 해도 붙여주지 않자, 기사 휴게실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욕을 해댔던 일을 사람들은 아직도 농담처럼 똥오줌 못 가리는 시 청장의 전설로 이야기하지 않던가! 심통을 부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안 선생님이 말했다.

“너무 지나치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 거야. 잘 되던 일 망쳐지는 거 많이 봤네.”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한 걸음 거리인데 내딛지 못하고 참으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누가 그 바닥에 들어가래? 그 바닥에 일단 들어간 이상 마음 아프지 않을 인간 없네. 누군들 마음 아파본 적이 없겠나? 자네의 유일한 희망은 마 청장이 한 임기 더 자리보전하는 것이야. 아니면 다 텄네.”

이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으나 이를 악물고 겨우 견뎌냈다. 안 선생님의 말이 옳다. 안 선생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아무리 눌러도 으깨지지 않는 쇠로 만들어진 완두콩 같아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오전에 위생청의 업무회의 시간이었다. 아침에 게시판 앞에서 기다리다가 마 청장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뛰어가서 내 생각을 마 청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는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지군, 자네 무슨 걸리는 거라도 있나?”

내가 말했다.

“지금 약정처의 일도 맡아야 하고 박사학위 논문도 써야 하므로 시간이 좀 부족합니다.”

그가 이렇게 말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러면 천천히 하세. 자네가 팔월에 박사학위 받고 나면 아무도 군소리 않겠지. 무슨 근거로? 아니면 그 인간들도 박사학위 따서 나한테 보여주든가 ….”

나는 그가 모든 사정들을 이렇게 철저하게 꿰뚫어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는 나의 처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별다른 이유를 덧붙이지 않고 재차 말했다.

“청장님께선 정말로 저를 알아주십니다.”

그러나 며칠 후에 마청장의 건강에 정말로 문제가 생겼다. 일요일 새벽 청장 사모님께서 전화를 하여 당장에 동류를 데리고 인민병원 고위간부 병실로 달려오라는 것이었다. 당장 뛰어간 우리는 마 청장이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심장근육경색으로 쓰러져서 인사불성이 되신 것을 알게 되었다. 사모님이 말했다.

“자네한테 말한 그대로일세.”

긴장 속에 고개를 끄덕이던 내가 말했다.

“그러나 이 일이 절대로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딴 생각하는 소수의 인간들한테 이용당할 수 있으니 절대 조심해야 합니다.”

막 달려온 경 원장에게 사모님이 똑같이 조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동류가 마 청장에게 주사바늘을 찔렀을 때 마 청장의 몸이 살짝 움직였고, 나는 겨우 한 숨을 돌렸다. 산소호흡기에 물방울이 계속 보글거리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마 청장님, 마 청장님, 절대로 쓰러지시면 안 됩니다!”

나는 일파가 물에 데었을 때만큼이나 조급했지만 왠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나와 경 원장은 의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오전 내내 앉아 있어도 사람 하나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가 되었다. 이번 초특급 비밀에 참가한 나야말로 마 청장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사모님이 와서 말했다.

“의사가 위험한 일은 없다고 했네.”

나는 한숨 돌렸다.

이어서 사모님이 말했다.

“오늘 아침 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지 않았으면 아마 아무도 모르게 그냥 지금까지 바닥에 누워 있었을 거야. 앞으로 이 인간을 옆에서 지키는 게 내 임무일세.”

정오에 마 청장님이 깨어나자 사모님이 나더러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나와 경 원장이 총총걸음으로 들어가자 마 청장님이 말했다.

“갑자기 머리가 좀 어지럽더라고.”

내가 말했다.

“가벼운 현기증입니다. 잠깐 누워 계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몇 마디만 하고는 물러나왔다. 경 원장이 사람을 시켜서 사무실로 식사를 가져왔고, 그제야 나와 동류는 여태 아침 식사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후에 마 청장의 정밀 신체검사 결과 세 명의 주임급 의사가 마 청장에게 심장 보조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일치된 결정을 내렸다. 사모님은 나를 구석으로 불러 말했다.

“조금 있다가 자네가 저이를 좀 설득해 보게. 무슨 영향이라도 받을까봐 여태 미뤄왔지 뭔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달아야지. 혹시 다음번에 또 비슷한 일 생기면 그땐 누가 보장할 거야?”

나는 잠시 생각한 끝에 마 청장에게 건너가 말씀을 드렸다.

“사실 이건 간단한 수술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 건 달아서 뭣 하나?”

나는 차마 몸을 갖고 장난치지 마시란 말은 못하겠어서, 이렇게 말했다.

“병이라는 게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잖습니까! 못 오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일단 발병하면 몸에 무리가 생기고, 그게 또 다시 위생청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습니까. 마 청장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것만으로도 위생청의 업무는 기둥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건 절대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업무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가 피식 웃었다. 내가 말했다.

“망설일 것 없이 속전속결로, 제가 내일 재정처에 가서 아무도 몰래 돈을 가져오겠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위생청에 전화를 걸어서 마 청장님 몸이 편찮으셔서 며칠 누워 있어야겠다고만 말씀하시고, 집 전화는 뽑아버리세요.
그러면 동지들이 마 청장님 문병 왔을 땐 수술은 이미 다 끝난 뒤일 겁니다. 그저 몸이 편찮아서 병원에 며칠 누워 있는 것으로 하면 그뿐입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와 의사들이 서로 짠 것 아니야? 그렇다면 자네들만 믿겠네. 사실 이런 방면에선 중의가 서방의학을 당할 수가 없지.”

이어서 말했다.
“수술은 경 원장한테 부탁하지. 수술비는 일단 위생청에 알리지 말게.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재정처에 말할 테니….”

생각도 못했는데, 어떻게 병중에도 마 청장님은 저렇게 치밀하실까? 내가 재정처에 가서 몇 만 위안을 들고 갔다는 말이 밖에 퍼지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몸이 편찮아서 병원에 누워 며칠 쉰다고?

의사들은 며칠 지나서 수술을 하자고 했지만, 마 청장이 말했다.

“수술할 거면 내일 당장 하세.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고.”

의사들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목요일에 사무실의 황 주임한테서 전화가 왔다.

“마 청장님께서 편찮으시다네. 손 부청장이 오후에 다 같이 가보자고 하는데….”

나는 하마터면, “어쩐지 요 며칠 안 보이시더라니….” 하고 말할 뻔했다.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아마도 저 인간들은 상황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싶어서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오버해서는 안 되지.

내가 애매하게 말했다.

“가 봐야지요. 가 봐야죠.”

오후에 손 부청장이 우리 열 몇 명을 데리고 병원으로 문병 갔을 때, 마 청장은 이미 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모두들 침대를 둘러싸고 마 청장의 상황을 물었으나, 거의 다 사모님이 대답을 했다. 나는 한 쪽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소괴만 앞으로 끼어들어 허리를 굽혀 마 청장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아파서 목이 멘 것처럼 굴었다. 정말로 정소괴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러먹었으면서도 아직도 그 오묘한 진리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 너 혼자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손 부청장과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냐? 손 부청장은 과연 이 바닥에서 갈 때까지 간 인간답게 입가에 움직임 하나 없이 입을 꼭 다물고 목기침만 몇 번 했다. 정소괴도 그제야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지 몸을 펴고 뒤쪽으로 물러섰다.

손 부청장이 말했다.

“청장님, 오늘 오전에 성에서 통지가 왔는데요. 문 부성장님이 다음 주 화요일에 위생청에 업무감사를 오신답니다. 방역(防疫) 사업을 주로 살피신답니다. 기상 부문에서 올해엔 어쩌면 큰 홍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 보고 때문에 성 차원에서 매우 긴장하고 있습니다. 물난리에 전염병이라면 저희가 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마 청장이 말했다.

“난 못 갈 것 같네. 자네들이 준비해 주게.”

말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나는 식은땀을 한 줌은 닦아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이 어르신이 막 수술을 마친 후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나는 사모님을 향해 조용히 눈짓을 보냈고, 사모님이 말했다.

“당신 이제 누워서 이야기하시죠.”

손 부청장이 말했다.

“그럼 제가 사람들을 조직해서 보고 자료를 작성하겠습니다.”

마 청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자리를 떠났다.

월요일 저녁을 먹고 동류, 일파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가 사무실의 공(龔) 군을 만났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물었다.

“지금 퇴근하는가?”

“아직 퇴근 못해요. 오늘 저녁에도 자료준비 해야 하니까요. 뭐 좀 먹으러가는 길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위에 있어요.”

“어제 다 마치지 않았나? 뭘 또 수정하려고?”

“아직 모르십니까? 오후에 통지가 왔는데, 내일 성 위원회의 매(梅) 서기께서 직접 오신다고 해서 손 부청장님이 우리더러 자료를 더 충실하게 만들라고 하셨거든요.”

“아, 그건 나도 들었어. 나도 들었어. 그래도 자료까지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건 몰랐어.”

단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동류에게 말했다.

“병원에 좀 다녀와야겠네.”

“같이 가요.”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함께 병원으로 갔다. 나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소식인지 알고 있었다. 손지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니! 마 청장은 뭐 아무 생각도 없는 줄 아냐? 마 청장이 마음만 먹으면 손지화 너 이번 기회는 다 물 건너간 줄 알아라. 사실 성 위원회 서기와의 접촉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대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청장이라고 해도 평생에 몇 번 올까말까 한 얻기 어려운 기회인 것이다.

나는 방금 알게 된 소식을 마 청장에게 말씀드렸다. 과연 아무 것도 모르고 계셨으나 집히는 것이 있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이셨다.

“위생청에선 연극 속의 연극들을 하고 노는구먼! 자네 서 기사한테 연락해서 내일 아침 여덟시까지 나한테 오라고 하게.”

이어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집사람이 안 오기로 했으니, 동류 자네가 내일 아침 일곱 시 반까지 와서 내 머리 손질 좀 해줘.”

동류는 얼른 대답했다. 우리는 나오다가 병원 입구에서 황 주임을 만났다. 바쁘게 뛰어가느라 옆을 지나치면서도 우리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황 주임은 분명히 그 일 때문에 가는 걸 거야. 손지화가 마 청장 요양하는 데 방해되지 않게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아무 말 안 할 수가 있나? 자기가 전화 받았을 텐데…. 얼마나 난처하겠어. 정신없이 달려가는 꼴 좀 보라고.”

나와 동류는 상점에 가서 헤어스프레이, 파운데이션, 파우더 등 내일 마 청장님을 화장시켜 드릴 도구를 준비했다.

내가 말했다.

“동류, 이건 정치적인 임무인데, 자신 있어? 자신 없으면 아예 지금 실력 있는 미용실에 가서 전문가를 불러오든지….”

그녀가 말했다.

“엷은 화장이라면 잘할 자신 있어요.”

돌아와서 그녀는 나더러 얼굴을 씻으라고 하고는 나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화장을 시작했다. 먼저 작은 붓으로 내 얼굴을 한 번 문지르더니 무슨 로션 같은 것을 바르고, 파운데이션을 바른 다음, 가볍게 파우더를 발랐다. 머리에는 헤어스프레이를 뿌려 모양을 다듬고, 다시 작은 붓으로 빗어 내렸다. 반시간 정도 걸렸는데, 거울을 보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이튿날 아침 여덟 시가 넘자 손 부청장은 우리 몇과 함께 입구에서 성에서 오실 어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딘지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상황을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만이 저 인간의 지금 심정을 알 거라고 생각했다. 성 위원회 서기의 방문이라는 것은 정말 몇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큰 사건이다. 그런데 마침 마 청장이 병에 걸려서 자기에게 주인공 역을 맡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안 그래도 다른 속셈을 품고 있던 인간한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그 충동이 너무나 강해서 새로운 상황을 마 청장께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손지화가 마 청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만약 마 청장에게 보고하면 주인공 역을 못 맡게 될 테고, 전체 보고는 말할 것도 없고 한 마디 끼어들 기회조차 얻기 힘들 것이 뻔하다 싶었겠지. 그러나 보고를 안 하자니 이게 또 얼마나 많은 금기를 범하는 행위인가? 마 청장이 인사불성의 상태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보고를 안 한단 말인가? 보아 하니 이 인간도 아주 큰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군!

바로 그때 마 청장의 차가 들어왔다. 나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손지화가 말했다.

“온다! 오신다!”

그의 표정으로부터 나는 인성(人性)의 약점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욕망이 너무 강렬하면 제멋에 겨워서 판단력을 상실하고, 자기의 환상을 현실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가까이 온 차가 마 청장의 차라는 것을 발견한 그는 그제야 속내를 감추고서 말했다.

“오셨다, 오셨다, 마 청장님이 돌아오셨다. 아, 이제 살았다. 돌아오셨다. 어쨌든 돌아오셨다.”

마 청장이 차에서 내리자 손 부청장이 얼른 다가가 말했다.

“마 청장님 몸이 회복되셨군요! 빨리 회복되셔서, 빠르네요. 다행입니다. 딱 시간에 맞춰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래도 보고하려다가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보고 자료를 꺼내 마 청장에게 건네주었다. 마 청장이 말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져서, 한번 보러 왔지.”

마 청장의 안색을 보니 전혀 병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고, 심지어 평소보다 훨씬 기운이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동류가 또 공을 세웠군.

손 부청장이 말했다.

“어제 갑자기 통지가 와서 성의 매(梅) 서기께서 오신다지 뭡니까. 원래는 마 청장님이 돌아오셔서 좀 커버해 주셨으면 했는데, 건강상태도 안 좋은데 무리가 될까봐, 생각 끝에 보고 안 드렸던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빨리 좋아지실 줄 알았다면 어제 그냥 말씀드릴 걸…."

마 청장이 말했다.

“매 서기가 오신다고? 일이 정말 교묘하게 되었군.”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 바닥에서의 조작 방식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생기는 것 같았다. 마 청장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에서부터 어떻게 때맞춰 출현할 수 있었는지, 마 청장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셨는지 손지화도 어쩌면 알고 있을 것이다. 마 청장이야 물론 손지화의 생각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은 아는 것이고, 말은 또 그렇게 할 수 없지. 다 까발려서 뭐 하려고? 까발려서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응어리는 이미 다 잡혔으니,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또 그러면서도 태연자약한 모습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인생은 연극과 같다”(人生如戱)란 말이 세상만사를 얼마나 통철하게 꿰뚫고 있는 말인지 절감했다. 옛 어른들은 정말로 바보가 아니었다. 잠시 후에 매 서기가 탄 차가 왔고, 모두들 나가서 마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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