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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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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69>

남(男)과 여(女)

***69. 남(男)과 여(女)**

한 번은 건계시(建溪市)에 감사를 나갔다. 시 정부의 고(顧) 비서실장이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술을 몇 잔 마시자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안 했었던 나였지만 이 몇 년간 접대를 하다보니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 제일 많이 마실 때에는 하루 저녁에 장소를 바꿔가면서 사차까지 갔다.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메워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동류는 내 앞길이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나는 술자리에서 극도로 냉정했다. 앞에 무슨 중요한 어르신이라도 앉아 계시지 않는 한 늘 알맞은 수준에서 딱 멈췄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비로소 위와 장을 좀 고달프게 했다. 그날 분위기가 활발해지면서 고 비서실장이 말했다.

“술이라는 게 마시게 되면 노소는 물론이고 남녀도 구별이 안 되거든요.”

시(市) 약재회사의 여자 과장인 필(畢) 과장은 식사에만 열중해서 젓가락으로 고기요리를 집어다가 자기 앞에 갖다 놓았다.

내가 말했다.

“필 과장도 한 잔 마시세요. 남녀 구분 말고 마시라고 고 비서실장이 지시하셨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이 저한테 술을 들어부을까봐 먼저 요리로 뱃속을 좀 채워 넣으려고요.”

고 비서실장이 말했다.

“필 과장은 고기도 아예 접시째로 먹는데, 그렇게 먹고서도 어떻게 그런 훌륭한 몸매가 유지되지요?”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약재회사에 다니는 제가 무서울 게 뭐 있어요? 집에다가 약주를 한 병 담가 두고 아침저녁으로 저희 그이한테 마시게 하거든요. 처방은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다음번에 적어 드릴게요. 어쨌든 구기자랑 우신(牛腎), 녹편(鹿鞭: 숫사슴 생식기의 심줄. 양기를 돋우는 데 씀--역자)이 들어가요."

고 비서실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졌소, 졌어. 내가 항복했소.”

옆에서 누가 말했다.

“약주도 안 마시고 필 과장을 건드렸으니 이길 수가 있습니까?”

고 비서실장이 말했다.

“우리 오늘 이 문제를 한번 토론해 봅시다.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가 뭡니까? 그것을 한자성어로 표현하면?”

모두들 한참 생각했지만 아무도 맞추는 사람이 없자 고 비서실장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다가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위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아래를 비교하면 남는 것이래(比上不足, 比下有餘)!”

그러면서 필 과장을 바라봤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 앞에서 팔짱을 꼈고,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다가는 웃기 시작했다.

“절묘합니다! 절묘해요!”

고 비서실장이 말했다.

“내가 다시 두 글자를 써볼 테니 누가 알아 맞추나 봅시다.”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 테이블 위에다가‘太’(태)자와‘呑’(탄)자를 썼다. 모두들 고개를 뻗어 바라보았다. 내
가 대답했다.

“하나는 남자고 하나는 여자인 것 같은데, 남자는 뭐 그저 그런데, 여자를 나타내는 글자가 신기합니다. 머리카락도 막 휘날리는데요.”

고 비서실장이 말했다.

“위에서 머리카락 날리는 거야 뭐 별로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위쪽이 아니지요.”

모두들 와, 하고 웃더니 다시 필 과장을 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돌아가서 집사람들 한번 보세요. 자세히 살펴봐요,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한 사람이 말했다.

“제가 고 비서실장님 말을 이어서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남자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두 글자는 무엇이고, 또 가장 무서워하는 세 글자는 무엇인지 아세요?”

모두들 한참 생각했지만 답을 맞추지 못하자, 그가 말했다.

“해 줘(我要)와 또 해 줘(我還要).”

모두들 또 와, 하고 웃었다.

또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럼 저도 이어서 얘기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비구니가 병에 걸렸는데, 아무리 검사를 해도 병의 원인을 못 찾아서 의사가 소변검사를 시켰답니다. 그런데 비구니가 소변을 들고 화학실험실로 가는 도중에 어떤 임산부와 부딪쳐서 그걸 쏟아버렸어요. 비구니는 의사한테 야단맞을까봐 겁이 나서 막 울면서 그 임산부더러 물어내라고 했답니다. 조금 있다가 그 임산부가 물어준 소변으로 화학검사를 한 결과가 나왔는데, 임신이더래요. 비구니가 그 결과를 받아보고는 한참 동안 한숨만 쉬다가 말했답니다. ‘세상에 못 믿을 놈은 중놈뿐인 줄 알았더니, 거 당근이란 놈도 믿을 게 못 되네.’라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웃느라고 몸을 앞뒤로 흔들어댔고, 고 비서실장은 웃다가 그만 입에 머금고 있던 술까지 뿜어냈다.

“그, 그만합시다! 오늘 저녁에 또 남녀활동들을 치러야 할 텐데.”

내가 말했다.

“비서실장님은 참 솔직하십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혁명가는 가슴이 넓고 호탕해야 하고, 개인의 사생활도 숨기는 게 없어야 합니다.”

나는 갈수록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정말로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맹효민만 보더라도 내가 그녀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데 끝끝내 상관없다면서 나와 결혼할 생각만 하고 있다. 만약 나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여자가 있다면, 나는 정말로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볼 것 같은데 말이다. 동류도 연수를 받는데 이 기회를 아껴서 제대로 활용할 생각은 않고 때로는 집에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도 수업을 빼먹곤 했다. 그녀가 말했다.

“마취주사를 누가 못 놓아요. 내가 분명히 유명대학 나온 마취사보다 더 잘 놓을 거예요.”

“나중에 시험 떨어져서 학위 못 받으면 내가 경 원장을 무슨 낯으로 보겠나?”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들어가는 것도 들어갔는데 설마 못나오겠어요?”

그녀는 요즘 내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듯 생각하고 자기 일을 완전히 나한테 일임하곤 했다.

“그때 가선 나는 상관 안 할 거야.”

“그럼 이혼이에요.”

사실 그녀도 집에서 노는 것이 아니었다. 영원히 끝이 안 나는 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거실의 라디에이터가 드러난 것이 미관상 안 좋다면서 사람을 시켜 좋은 목재로 난간을 만들고, 유리 선반을 단 다음, 안쪽에 작은 전구까지 달아서 거실을 아주 그럴듯하게 꾸몄다. 위에다가는 신문까지 놓을 수 있으니 실용적인 가치까지 갖춰진 셈이었다. 그녀는 이런 사소한 일에 열흘 가까이 시간을 썼다. 소파 사는 것만 해도, 이 물건은 재질이 마음에 안 든다, 저 물건은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다가, 어렵사리 재질도 디자인도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나 했더니 다시 허리 부분을 받쳐주지 않고 비어 있어서 앉을 때 느낌이 별로라면서 사지 않았다. 소파 하나 사는 데만도 열흘 넘는 시간을 썼다. 일파(一波)한테 여름 옷 한 벌 사주는 것도 아이를 끌고 가게를 열 곳, 스무 곳을 돌아다니고. 그것으로도 끝내지 않고 돌아와서는 또 얼마나 자기가 세운 공(功)을 자랑하는지, 내가 들어주지 않으면 난리가 났다. 집에서의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위해 무수한 신경을 꿋꿋하게 끝도 없이 동원하는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당신도 좀 큰 문제를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제일 중요한 일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닌가요? 나는 누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세계를 변화시키지 못할 바에야 자기의 생활이라도 개선하는 것, 그게 가장 실제적이지 않겠어요?”

이어서 말했다.

“여자와 남자는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달라요. 당신도 저를 좀 이해해 주세요.”

내가 말했다.

“몸이 다르게 생겼는데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똑같겠어?”

쉬는 시간에 동류는 전화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 동료들과 세세하기 짝이 없는 일 갖고도 한두 시간을 떠들 수 있었다. 내가 귀찮아서 말했다.

“집에 모기 몇 마리 있고 바퀴 벌레 몇 마리 있는지까지 다 물어보지 그래!”

그녀는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말했다.

“당신 돈 없애주지 않으면 속이 쓰려서 그래요!”

그녀의 또 다른 취미는 텔레비전 연속극이었다. 처음에는 경요(瓊瑤:대만의 연애소설 작가--역자)가 쓴 멜로물을 주로 보더니 나중에는 또 수사극에 빠져들었다. 내가 말했다.

“저것 다 완전히 거짓말이야! 당신의 감정을 속인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당신 시간을 죽이고 있잖아. 저것 봐! 왕지문(王志文)은 교회에 매복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 왜 한밤중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혼자 저길 들어 가냐고…. 저게 형사 본색(本色)이야? 정신병이지!”

“나의 유일한 낙인데, 당신이 기분을 망쳐놓았어요.”

“어렵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이년 동안 열심히 뛰어야지!”

“한 집에 한 명만 뛰면 되지. 내가 안 뛰면 당신이 날 버리기라도 할까봐? 만약 당신이 나를 차는 날엔 당신은 우리 일파 건드릴 생각은 아예 말아요.”

그녀의 단골메뉴가 또 나왔다. 내가 말했다.

“또 그 말이야? 먹다 남은 밥 세 번 볶으면 개도 냄새를 안 맡는다더라. 좀 신선한 말 할 수는 없어?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니까. 남자들은 각자 이름이 있지만, 여자는 한 가지 이름, '여자'라는 이름 밖에 없다더라.”

"남자와 여자는 틀려요. 나는 일찌감치 알았어요. 여자가 필요로 하는 건 ‘이 남자’(這个男子)이고, 남자가 필요로 하는 건 ‘한 여자’(一个女子)지요."

동류는 나의 승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경험상으로 그 한 걸음 한 걸음의 진보가 비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활이 완전히 변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매우 예의바르게 듣기 좋은 말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말들을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부 흡수했는데, 과거에 손해 본 것까지 만회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과거의 그녀는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말했었다.

“당신이 만약 무슨 반쪽짜리 직위만 갖고 있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녀를 통해 나와 친해지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녀는 그로부터 자존심을 획득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계는 이렇게도 현실적인데 누군들 별 수 있겠는가? 유일한 방법은 자기를 '인물'(人物)로 만드는 길뿐이다. 그게 아니면 아무리 원망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을 나쁘게 볼 것도 없다. 세상이 다 그런 것이다. 나는 그녀가 득의양양해 할 때 찬물을 끼얹는 식으로 말했다.

“그건 자존심이 아니라 허영심이야!”

그녀는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말했다.

“자기는 뭐 안 그런가?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 욕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칭찬하는 게 좋아요?”

생각해 보니 정말 양자간의 경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사실 당신 자신도 달콤한 소리 듣는 걸 좋아하잖아요.”

생각해 보니 정말로 그랬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다고 해서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듣기 좋은 말은 영원히 유효하다(好聽的話永遠有效). 사람이 아닌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사람이다.

나의 승진에 관해서 나는 동류와 매우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물론 존엄이 지켜지는 느낌을 중요시했지만, 그러나 나는 그 존엄감은 권력에 기대어 쌓아 올려진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우러러 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들이 우러러보는 것은 권력,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이지 어떤 개인이 아니었다. 따라서 누가 그 자리에 앉건 간에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권력이 사라지면 존엄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 청장이 내게 그 점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었다. 따라서 나는 그것에 관해서는 어떤 환상도 품고 있지 않았다.

내가 더욱 중요시한 것은 참여(參與)의 느낌, 유의의(有意義)한 느낌, 무엇인가를 책임(責任)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느낌에 대해 동류에게 한 번 말해 보았지만, 그녀는 아예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에겐 그런 허(虛)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옛날에 그녀가“별을 보는 게 무슨 소용이야.”고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소용 있는 것”은 든든하게 손에 쥘 수 있는 것뿐이었다. 후에 나는 맹효민한테도 이런 느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엇다. 그녀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허(虛)한 소리 말아요.”

남자와 여자는 역시 다르다. 이러니 여자 철학자가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여자 정치가도 극소수 아닌가.

맹효민이 도시로 나온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나는 그녀에게 호출기를 사주어 보고 싶을 때 그녀를 호출했다. 그녀에게 사무실이나 집으로 전화를 걸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몇 번 참지 못하고 내게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다 인간의 모습을 한 귀신이야. 요즘 동류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고. 별일 없으니까 아주 나를 일거리로 삼는단 말이야.”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당신은 보고 싶으면 호출하고, 나는 보고 싶어도 그냥 참으라고요?”

말이 꽉 막혀 할 말이 없었다. 하루는 정오에 연속해서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서는 동류가 전화를 받자 끊어버렸다. 동류는 나한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누가 알어? 전화 잘못 걸었나보지.”

“어쩐지 전에 전화 받곤 소곤소곤 거리더라니. 여자였던 거야.”

이어서 말했다.

“어쩐지 전에 당신이 나더러 다리미로 내 눈가의 주름을 펴야만 나를 데리고 외출하겠다고 하더니, 흥, 마음 변하려면 마음대로 변하라지. 어쨌든 일파 건드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요.”

며칠 동안 시끄럽게 굴더니, 다시 집안의 돈 관리를 자기가 맡겠다고 선언했다. 그녀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하고서야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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