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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酒道 10개조 - 잡설을 끝내며 반성하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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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酒道 10개조 - 잡설을 끝내며 반성하는 뜻으로

남재희 회고 文酒 40年-그래도 잘 마셨다 <49ㆍ끝>

***나의 酒道 10개조**
- 잡설을 끝내며 반성하는 뜻으로

요즘 술을 삼가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내가 속했던 언론 쪽이 술을 심하게 하기로 소문이 나있는데, 한국기자협회의 회보에도 「건전 음주 10계명」이라는 것이 나와있다.

언론과 쌍벽을 이루는 술로 유명한 문단에서도 바카스의 신을 높고 논란이 일었다. 원로인 고은 시인이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며 “술꾼 시인이 줄어들어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시인 애주 당위론>을 편 것이 불을 질렀다. 중견인 정세훈 시인은 “주벽의 시인들을 비판한다.”며 “시객들은 시를 짓겠다는 미명하에 지나치게 술꾼들이 되어서는 안된다. 술꾼 대신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삶꾼이 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알코올과 예술가」라는 번역서의 서평을 보니 프랑스의 최상급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되어 있다.

“나는 주말에 쉰 적도 없고 휴가를 간 적도 없다네. 단지 두 가지 일로 시간을 보냈지. 하나는 글을 쓰는 일, 다른 하나는 술을 마시는 일”

근래에 술을 점차 덜 마시게 된 것이 분명하다.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는데 얼핏 한 번 생각해 보면-

① 자동차 자가운전이 급격히 증가한 것
② 여권이 신장되고 예를 들어 봉급이 온라인으로 직장에서 집으로 직접 송금되게 된 점
③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까 절망적 폭음이 거의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 점
④ 한국의 음주문화에 못된 일본의 낭인(浪人)음주 문화가 섞여들어 왔었는데 이제 점차 서양의 음주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점

이제 술에 있어서의 야만과 광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 지난 5월 박희태, 정대철, 김종필씨 등 3당 대표가 고급살롱에서 발랜타인 17년산과 카프리 맥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고 10명에 7백만원을 썼다는 보도가 나와 빈축을 샀는데, 해도 너무했다. 나도 정치할 때 초청 받아 몇 번 그 집에 간 것 같지만 말이다. 술은 비싸게 마신다고 좋은 게 아닌데…. 그것도 야만과 광기의 시대에 드는 게 아닐까.

그 동안 <문주 40년>이라고 잡설을 써왔는데 이제 나의 반성문을 쓸 때가 되었다. 그래서 <주도 10개조>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정리를 하다 보니 마해송, 오종식, 조덕송, 이병주, 이영근 씨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① 술은 아주 천천히 마셔라. 입안에서 혀로 굴리며 향과 맛을 음미하라. 남북정상이 만났을 때 보니 김정일 위원장은 “원 샷” 운운하던데 그것은 좋지 않다. 마셨다 하면 두, 세 시간 여유를 갖고 즐겨라.

② 낮술은 절대 금물이다. 낮술은 활동할 수 있는 때에 시간낭비일 뿐만 아니라, 낮에 얼굴에 주기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 언론계에서 석간신문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석간이 나온 후 점심식사에 반주를 하다가 자주 저녁에까지 계속되어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조간신문 사람들에 비하여 일찍 사망한 확률이 높았다.

③ 안주를 즐겨라. 아주 싼 것이라도 각기 맛이 독특하니 그 독특함을 음미하고 거기에 뜻을 부여해 보라. 요즘 화초와 야생초와 잡초 모두에 가치를 두는 것과 같다.

④ 술집의 품위를 살펴서 선택하라. 싸고 비싸고에 관계가 없다. 주모(酒母)의 품위가 정갈하냐 아니냐에 관계된다. 주모와의 인정미의 교류도 중요하다. 단골이 되면 거기서 인간사 이야기가 꽃을 피우게 되고 하나의 세상이 열린다. 단골이 다섯 곳이면 다섯 개의 세상이 있다. 되도록 현찰로 하고 팁은 꼭 주도록 하라.

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술집을 골라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분이라고 통 크게 돈사정 생각하지 않고 마신다. 서양사람들은 더치페이(dutch pay)라고 공동부담을 잘 한다. 이웃 일본사람들 사이에서도 ‘와리깡’ 이라고 공동부담은 일상적이다. 그렇다고 꼭 공동부담 하라는 것은 아니다.

⑥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말처럼 벗과 더불어 술을 나누는 것은 더욱 즐겁다. 술로 기분 좋은 상태가 되어 서로 의식이 확장되고 교류가 밀접하게 되는 것이다. 술벗은 둘보다는 셋이 좋고, 넷은 셋과 비슷하고 다섯 이상은 너무 많다. 술벗의 선택은 자기운명의 선택과 연결된다. 그 선택에 숙고가 필요하다. 느낌이라는 컴퓨터가 있다. 벗과의 음주도 사회체험 다음가는 자기교육이다.

⑦ 술은 하루 한 집에서 그쳐라. 두 집, 세 집 가는 것은 우리 식이 아니라 일본의 대륙 낭인(大陸浪人)이 남긴 악습이란다. 옮길수록 마시는 방법이 거칠어진다.

⑧ 술과 담배를 함께 하지 말라. 알코올과 니코틴은 맛을 상승작용케 하여 좋은 것이지만 다음 날 머리가 때리는 것은 오히려 담배 때문이란다. 담배가 술보다 훨씬 해롭다.

⑨ 술은 이성(異性)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한국의 카사노바 이병주(李炳注) 소설가가 권위자인데 그 미학(美學)을 전수 받지 못하고 그가 미리 작고하여 실기를 했다. 그러나 명작소설이나 명작 영화를 통해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김정환 시인이 프로이트의 『서한집』에 대한 서평을 쓴 것을 보니 "정신은 술과 섹스가 그렇듯 의학과 문학의 접점 속에 존재하다.”나.

⑩ 난처한 이야기인데 한국은 술을 더 개발해야겠다. 너무 종류도 모자라고 질도 문제다. 요즘은 두 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있는 술 갖고 칵테일을 잘하는 일도 연구해볼 만하다. 흔하고 싼 소주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다른 것을 섞는 방법도 좋다.

“하나님은 물을 만들고, 프랑스인은 포도주를 만들었다.” 고 프랑스인들은 자만인데 우리도 무엇을 하나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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