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물을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해야**
위생청에서 일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인사평가가 시작되었다. 나는 중급 평가위원이 되었다. 마 청장님이 나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지 군, 임명장 받았는가?”
나는 자리에 멈추어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
“받았습니다.”
“평가위원이라는 게 경제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명예라고 생각하게.”
“조직에서 저를 이처럼 신임해주시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평가를 할 때 업무수행 능력만 보아서는 안 되네.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중요한 순간에 입장이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 업무수행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개혁 개방이 되었다고 해도 정치는 아직 중요하니까.”
나는 그가 작년에 서소화와 함께 했던 그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조직 관념이 없는 사람은 비록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것은 방향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들을 승진시키면 안정과 단결을 파괴하는 무리들을 격려하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손에 놓인 이 한 표는 엄격하게 행사하겠습니다.”
나는 또 다른 평가위원들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결코 조직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평가위원은 열한 명이고 제 손에는 표가 한 장밖에 없습니다.”
“자네는 자네 일만 열심히 하면 되네. 토의할 때 누구 하나 일어나서 이야기하고 적극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다른 평가위원들에 대해선 조직 차원에서 고려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번 임무가 주는 스트레스는 매우 컸다. 한편으로는 만약 임무를 완성하지 못해 조직에 미안한 일이 생길까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악역을 맡아야 하는데 정말이지 그건 나 지대위의 특기가 아니었다. 이번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 아무리 못하겠어도 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명령이고 의논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맡아서 연기해야 할 배역을 생각하니 전신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내 혈액이 한 겹 피부 아래에서 용솟음 치고 있었다. 일종의 불가사의한 원인이 기존의 흐름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듯, 양자강의 물이 동해에서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서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대위가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나 생각해 보면 이번 악역도 안 맡을 수가 없었다. 천 명 만 명이 기분나빠한들 무슨 상관인가, 그 인간들이 기분나빠하는 게 대수냐? 기분 나쁘려면 기분 나쁘라지. 그렇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윗사람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 어르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간 모든 것이 일순간에 끝나버리고 만다. 나는 토의석상에서 어떻게 방향을 장악할지, 또 어떻게 해야 노골적으로 악역 티를 덜 내면서 악역을 연기할지를 두고 며칠 밤을 고민했다. 아무리 검토하고 또 검토해도 완벽한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 노릇하기 정말 힘들군!
그날 저녁 막서근 여사가 사람을 한 명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막 여사가 말했다.
“지 처장! 이쪽은 내 사촌 동생 뢰자운(賴子雲)이야.”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서소화가 데리고 있던 석사생으로 작년에 편지에 서명을 한, 숙청 대상이었다. 중의연구원에서는 자기네가 악역을 맡기 싫었는지 그의 이름을 인사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위생청에 보고를 올렸다. 나는 뢰자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연구원에 막 여사 사촌 동생이 있는 줄은 몰랐네.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막 여사가 말했다.
“지 처장! 우리가 이렇게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면서 내가 지 처장한테 무슨 부탁이라도 한 번 한 적 있나? 이번만큼은 내가 신세 좀 져야겠어.”
“막 여사, 우리가 남인가요? ‘지 처장’이라고 부르게. 막 여사 일이 곧 내 일이지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세. 오늘 이 친구 인사평가 문제 때문에 온 거야.”
나는 뢰자운을 보면서 말했다.
“올해 인사이동을 신청했다고? 자료는 제출해서 올렸나?"
뢰자운이 말했다.
“원래 석사 출신은 이년 후에 중급 직위로 자동 승급되는데, 저는 올해 벌써 삼년 차입니다. 작년에도 영문도 모른 채 제 이름이 지워졌습니다.”
“이 친구가 작년에 오류를 한 번 범했거든. 그 편지에 서명을 했어. 그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서소화의 학생이니 서명을 안 할 수가 있었겠어? 사실 이 친구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아무런 편견 같은 거 갖고 있지 않은데 말이야.”
뢰자운이 말했다.
“승급을 못하면 주치의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아무도 등록을 안 할 겁니다. 제 등록비가 1위안 5마오인데도 등록하는 환자가 없고, 교수는 등록비가 5위안이나 되어도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지요. 사람들이 보는 것은 제 등급이지 제 의술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등록창구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가끔은 하루 종일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어디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업무량이 적으니 상여금도 없고…. 저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막 여사가 말했다.
“정말이지 이번 평가위원들에게 양심을 지켜달라고 말하고 싶어. 지 처장!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가. 이 친구를 돕는 게 날 돕는 거라고 생각하고, 응?”
내가 말했다.
“내 손 안에는 한 표밖에 없어요. 나머지 열 표는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요.”
막 여사가 말했다.
“우린 오늘 자네의 그 한 장 표를 부탁하러 온 거야. 다른 평가위원들도 하나하나 찾아다닐 생각이야. 대다수 사람들은 아무래도 양심대로 행동할 거라고 믿어.”
나는 생각했다. 막 여사는 조직에 그렇게 오랜 세월 몸담고 있었으면서도 어떻게 조직의 생리를 이렇게도 모르고, 한 평생 중국에 살았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도 중국을 모를까? 평가위원이 무슨 대단한 위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 사람들 말이면 다되는 줄 아나보지? 그 사람들의 투표권은 어디서 나온 건데? 그 사람들이 그 권력의 출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겠어? 그 사람들한테 양심대로 해달라고 부탁하겠다니, 그 사람들한테 그런 자유가 어디 있어?
내가 말했다.
“다른 평가위원들한테도 한 번 찾아가 봐요.”
나는 이 부담을 다른 사람들한테 분산시키고 싶었다.
막 여사가 말했다.
“내 사촌 동생 고집이 바위 같아서, 내가 잡아끌어도 안 가려고 해. 오늘도 내가 뭐라도 좀 사들고 오려는데 이 친구가 글쎄 내 손을 잡더라고.”
뢰자운이 말했다.
"물건을 사는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저 뭐라도 사들게 되면 저 자신이 이 문지방을 넘을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거죠.”
내가 말했다.
“자네 사촌 누이랑 내가 어떤 사이인데 물건을 사 들고 와? 이번에 올라온 보고 자료들을 보니까 모두들 빵빵하던데. 주치의 신청한 사람들조차 몇 편씩이나 글을 썼더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이라도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뢰자운이 말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의 학문적 성과가 저보다 많다면 제가 승급을 못해도 아무 말 않겠습니다.”
막 여사가 말했다.
“작년에 그 편지에 서명만 안 했으면 얼마나 좋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었지.”
뢰자운이 목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지도교수가 나더러 서명을 하라는데 제가 어떻게 안 합니까? 그리고 의견을 내놓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로 사람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익명편지를 써서 실제상황을 반영하는 것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데, 하물며 익명편지도 아니고 말입니다. 많이 양보해서, 그래요 제가 틀렸다고 치죠,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의견을 제시할 권리는 제게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권리입니다."
막 여사가 말했다.
“이 바보 좀 봐!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현실로 가지고 오면 그게 될 일이니? 이런 백면서생 같으니라고! 그래도 잘났다고 목을 꼿꼿이 세우고 지껄여대네. 현실에서 어디 책대로 되는 일 봤어? 지 처장이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누가 감히 너한테 표를 던지겠니?”
뢰자운은 여전히 목을 꼿꼿이 하면서 말했다.
“그래요, 의견을 제시한 게 잘못이었다고 칩시다. 그래도 그렇지, 그걸 갖고 보복까지 할 건 없잖아요. 보복도 일년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몇 년을 두고 보복하겠다는 거예요?”
나는 속으로 우습다고 생각했다. 정말 백면서생이로군! 아직도 텔레비전, 신문, 책에 나온 그런 커다란 원칙들로 현실을 이해하려 들다니…. 만약 네 말대로라면 누구든지 나서서 누런 입, 하얀 이빨로 하고 싶은 말 다 떠들어도 되게? 그럼 무슨 수로 이 게임을 계속하나? 그게 누가 되었든 그럴 수밖에 없는데 마 청장을 탓하겠어? 부 성장도 편지 한 통에 잘리는 판에, 마 청장이 자네 승진 문제를 갖고 억누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제일 인자한 방법이야. 만약 나 지대위였으면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을 걸.
내가 말했다.
“뢰 군! 작업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어?”
뢰자운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바꾸면 어디로 가란 말씀이십니까? 본 성 안에서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고, 다른 성으로 옮기자니 연세 드신 부모님 자식이라곤 달랑 저 하나뿐인데요.”
막 여사가 끼어들었다.
“지 처장! 지 처장이 이 사람 불쌍한 처지를 몰라서 그래. 우리 이모님, 이모부님 모두 일은 그만두셨지, 몸도 안 좋으시지…. 얘 아버지는 뇌혈관 수축으로 이제 환갑 겨우 지났는데 걷지도 못해서 가족들이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예, 예.”
막 여사가 말했다.
“예, 예,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니까. 그래서 오늘 자네한테 한 표 부탁하러 온 거야. 이 돌덩어리 같은 고집불통을 데리고 이 문지방을 넘으려고 내가 얼마나 오래 고생을 했는지. 하긴 이 친구도 앞으로 수많은 문지방을 넘어야 할 텐데, 그게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지.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성사가 안 되면 이 사람 심정이 어떻겠어?”
막 여사는 말하면서 눈이 다 빨개졌다. 뢰자운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서명할 때 마 청장의 심정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 자기는 다른 사람 생각 안 하면서 다른 사람더러 자기를 생각해달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해? 그러나 나는 얼굴에 마치 마음이 동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막 여사! 막 여사 일이 곧 내 일이지요.”
“나는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대위, 내 솔직하게 말할게. 자네도 원래는 서민의식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지난 이년간 너무 변한 것 같아. 자리에 올라가더니 사람이 바뀌었어.”
어떤 산에 오르느냐에 따라 부르는 노래가 달라진다(到什麽山, 唱什麽歌). 그리고 계속 부르다 보면 그게 내 노래가 되는 법이다. 누구든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 이것이 게임의 규칙이다. 그 물질이 생기는 순간 나는 궤도에 진입, 국면에 참여하게 되고, 그러면 또 그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 규칙을 어기면 나는 퇴장당하게 되고, 퇴장당하는 날엔 바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생각해 봐! 난들 별 수 있겠어? 나더러 옛날처럼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신분이 달라졌고 구조 속의 이해관계도 달라졌으니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레 달라지는 거지. 이 자리에 오른 이상 누구라도 변해야 한다. 반석 같이 견고한‘입장’은 결코 양심과 논리로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난 모르겠는데요.”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지위가 올랐다고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는 건지…. 무슨 귀신이라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자네가 한 구십 도 정도로만 좌우를 살필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자네는 한 번 돌더니 그대로 일백팔십 도 변하더군. 아주 저 건너편으로 가버렸어.”
내가 말했다.
“그래요? 난 모르겠는데….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이 변했어요?”
나도 물론 내가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 변하고 배겨? 나는 그저 이미 정해진 궤도에 진입했을 뿐이다.
“반성해야겠네요.”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 여사가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자넨 한 마디도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는군. 오늘 자네 손의 한 표를 과연 얻었는지 모르겠네. 만약 안 된다면 그만 두게! 머리에 별다른 감투 안 쓴 그런 평가위원들은 말이 좀 통하겠지.”
나는 코너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
“막 여사 일이 곧 내 일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손 안의 이 한 표는 내 뜻대로 할 수 있어요.”
막 여사가 말했다.
“그럼 그 한 표는 확보한 걸로 알고 있을게. 이 친구와 같이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하러 또 가봐야겠어.”
막 여사가 떠날 때 나는 혹시 누가 볼까봐 입구에서 좌우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그녀에게 얼른 가라고 손짓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자 동류가 방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정말 저 사람 부탁을 들어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양심대로 하자면 들어줘야겠지. 얼마나 어렵겠어.”
동류가 말했다.
“그 뢰 군 구구절절이 다 이치에 맞는 소리만 하던걸요. 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정말 불쌍해요.”
내가 말했다.
“이치에 맞는 소리인지 아닌지는 누구의‘이치’인지를 봐야지. 사람이 바뀌면 말하는 내용도 완전히 달라지잖아. 어떤 사람들은 또 저 친구를 총으로 쏴 죽여도 시원찮다고 생각할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요? 보니까 당신도 난처하네.”
“나중에 누가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아무리 무기명이라고 해도 조직에선 뻔히 다 알게 되어 있어. 그 정도 능력도 없으면 조직이 아니지. 어차피 어느 한 쪽을 서운하게 해야 한다면 어르신을 서운하게 해드릴 순 없잖아. 내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아무 것도 내게 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양심에 손을 얹고 후자의 편을 든다는 게 가당키나 해? 나 지대위더러 이렇게 음험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라는데.”
나는 오른손바닥을 올렸다가 아래로 내리지르면서 말했다.
“나라고 마음이 편하겠어? 나도 몸속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아. 피가 거꾸로 흐르는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봐! 하지만 내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나 하나 희생한다고 해서 뭐하나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고 하는 것도 인성(人性)에 어긋난 것 아닌가?”
동류가 말했다.
“처음에는 외과 의사들만 강심장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장사꾼들도 강심장이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에야 비로소 당신네들이 최고로 강심장들이란 걸 알았어요.”
내가 말했다.
“뢰 군 같은 사람들은 머리로 위를 들이박아 피멍이 몇 번 들어보지 않고는 지도자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 일이 생기고 나서야 지도자가 뭔지를 알게 돼.”
나는 그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막 여사에게 실례를 하기로 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그녀는 나에게 매우 잘해 주었으나,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누군들 자신이 지나온 과정을 똑똑히 모르겠는가?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공정(公正)함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인가? 내가 이 자리에 앉아서 공정하게 일처리 하고 양심에 따라서 일을 한다면, 그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한다면(飮水思源), 내가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져야 하겠는가? 달리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정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 이것은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생각하건 않건 간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임의 규칙을 위반하는 자는 퇴장당할 수밖에 없다. 퇴장당하고 난 후에 어찌하겠는가? 감히 더 이상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그 일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매듭지어졌다. 위생청에서는 평가위원들만 믿고 방심하지는 않았다. 인사처 단계에서 이미 그 사람들에 관한 재료는 다 빼버렸기 때문에 토론이고 뭐고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큰 짐을 벗어버린 기분이었으나, 다시 생각하니, 인사처의 가(賈)처장이 이번 일로 큰 공을 세웠으므로 장래에 반드시 이 일을 가지고 나를 상대로 한번 써먹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가 업무상으로는 별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그 평가 대상에서 빠져버린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시끄럽게 떠들 줄 알았는데, 그러나 아무 소리도 없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그들이 고마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멸시했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저들도 이런 식의 운명을 순순히 따르고만 있다니…. 만약 그들이 함께 들고 일어난다면 마 청장님도 견디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러나 그들은 한 사람도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나는 원래는 마 청장님을 위해 대신 힘든 일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로 임했으나, 후에는 이 일이 결코 험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마 청장님은 그들을 너무나 속속들이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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