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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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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61>

몸의 크기를 재서 옷을 만든다

***61. 몸의 크기를 재서 옷을 만든다**

나는 4월에는 일본어 시험을 봤고, 6월에는 그 결과를 고급직무 평가 자료로 제출했다. 6월 말에는 연도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문(文) 부성장이 개막식에서 축사를 했다.

“여러분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중의학회에서는 삼 년에 한 번씩 논문이나 저서를 평가하여 수상해 왔습니다. 금년부터는 이 상이 성(省)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격상되었는데, 이를 승인하는 문서가 요 며칠 전에 정식으로 내려왔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에게 그간의 수고에 대한 격려임과 동시에 앞으로의 분발을 위한 일종의 채찍이 되어 줄 것입니다.”

나는 단 아래에서 들으면서, 모든 일들은 세심한 사전 안배에 따라 이루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상의 급(級)이 올라간 것도 요 며칠 사이에 결정된 일인 것처럼 설명되고 있으나, 그것은 벌써 여러 달 전에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문 부성장이 신이 나서 큰 소리 치는 것을 보면서, 그 자신도 속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세상 역시 도대체 누가 누굴 갖고 노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밤에 여러 사람들이 회의 사무국으로 찾아와서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와 방 군에게 이번 수상의 평가위원들이 누구인지, 누가 상을 받게 되는지 물었다. 우리는 모두 모른다고 말했다. 둘째 날 오후 수상자 명단을 발표할 때가 되자 회의장 분위기는 매우 긴장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몸까지 앞으로 기울였다.

두 원장이 말했다.

“이번 수상의 평가위원들은 모두 우리 성의 중의학계에서 덕망 높은 권위자들입니다. 그들은 공평(公平), 공정(公正), 공개(公開)의 원칙으로 매 한 사람의 동지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정신으로 토론을 반복한 후 최후에 가서 수상자들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이어서 손(孫) 부청장이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평가는 무슨 놈의 평가야! 아예 직책에 따라 나누어 놓고는….”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그가 다시 또 큰 소리로 말할까봐 초조해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서른 살이 넘은 한 청년이 일어나서 말했다.

“평가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해 주실 수 없습니까?”

손 부청장이 매우 난감해 하면서 마 청장을 쳐다보고 또 두 원장을 쳐다봤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저 나쁜 놈의 개새끼(害群之馬)!”

두 원장이 말했다.

“평가에 어떤 간섭도 배제하고 최대한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평가위원의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시에 평가위원들의 정상적인 업무와 생활이 간섭을 받지 않도록 그분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분들의 업무 수준과 인격에 대해 충분히 믿어주셔야 합니다. 금년의 상금은 이전보다 많은데, 우리도 사전에는 몰랐습니다. 얼마나 많은 찬조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상금은 어제서야 겨우 확정된 것입니다.”

그 청년은 자리에 않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머리를 비틀었다.

저녁에 마 청장님이 회의 사무국으로 찾아오셔서 나에게 그 청년의 이름이 뭐냐고 물으셨다. 내가 말했다.

“허소호(許小虎)라는 청년인데, 악남(岳南) 지구 중의원 소속입니다. 성격이 극단적으로 충동적입니다.”

마 청장이 말했다.

“젊은 사람은 혈기방강(血氣方剛)하니 이해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있고 말고!”

그리고는 나에게 허소호가 제출한 논문을 찾아서 자기에게 보여 달라고 했다. 내가 말했다.

“그 논문이 어떻게 상을 받아요? 그자의 과대망상입니다.”

“자신감 갖는 거야 좋은 일이지. 사람은 자신감을 가져야 해.”

논문을 뒤적거려 보더니 다시 말했다.

“두 원장이 말했어, 회의의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서 이후부터는 안내 통지를 내보낼 때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내가 곧바로 말했다.

“제가 일 처리를 좀 더 치밀하게 하지 못한 게 잘못입니다. 북경에서 발표된 그의 논문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통지문을 보내어 참가토록 했던 것입니다. 다음부터는 일을 반드시 더 치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마 청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 나는 그곳에 한참 앉아 있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것은 나의 잘못으로 일어난 소란으로, 마 청장을 불쾌하게 해드렸다. 방 군이 말했다.

“지 과장님,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윗분들을 걱정하게 해드리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부 사정이에요. 걱정 끼쳐드리고 약간 불쾌하게 해드리더라도, 그건 역시 내부 사정이지요. 그런 걱정을 나누어드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복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나누어드리고 싶어도 못 나누어드리는지 아세요? 제기된 문제는 당신이나 나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윗분들의 문제겠어요?”

나는 연이어 말했다.

“맞아, 맞아, 맞고말고. 방 군, 당신이 나보다 생각이 더 멀고 깊군.”

둘째 날은 아침 일찍 대형 버스 세 대에 나누어 타고 놀러 갔다가 밤에야 돌아와서 회의를 끝냈다. 이미 밤늦은 시각이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떤 사람이 불렀다.

“지 과장님!”

얼핏 보니 허소호여서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말했다.

“지 과장님, 말씀 몇 마디만 좀 나눌 수 없을까요?”

나는 계단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면서 사무적인 얼굴표정으로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제가 보니, 지 과장님께선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얘기 몇 마디 나누어보고 싶습니다만….”

나는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한편으론 내가 저 겁 없이 큰소리치는 인간과 얘기하는 걸 누가 볼까봐 겁이 나서 말했다.

“집에 돌아가서 뭐 좀 가져올 테니,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몇 분을 머물다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대문 입구로 걸어가는데, 그는 경비실 안에서 나오면서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못 본 체하고 곧장 대문 밖으로 나와서 구비를 돈 다음 가지가 무성한 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그는 계속 나를 부르면서 따라오다가, 내가 연달아 손을 흔들자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에게 경비실에는 누가 근무를 서고 있더냐고 물어보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정소괴의 동생이라면 곧바로 돌아가서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여지를 남겨놓지 말아야지. 만약 그가 무슨 말을 해서 그것이 퍼져나간다면 누가 해명을 한단 말인가? 큰 인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어떤 인상은 때가 되면 반드시 중요한 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젊은 사람 혼자 있던데요?”

내가 말했다.

“아래턱이 뾰족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다.

“저 앞으로 이백 미터쯤 가면 대원(大元) 찻집이 있소. 거기 가서 기다리시오. 나는 사무실에 가서 전화 좀 하고 올 테니.”

되돌아 대문 입구에 와보니 역시 정소괴의 동생이었다. 그가 말했다.

“지 과장님, 방금 전에 누가 과장님을 기다렸는데….”

내가 말했다.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봐도 아무도 안 뵈던데, 누구였지?”

그가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

“그게, 그게….”

나는 그가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만약 그가 다시 찾아오거든, 그 사람한테 직접 우리 집으로 찾아가라고 해줘.”

그리고는 숙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뒷문을 통해 대문을 빠져나와서는 찻집으로 갔다. 우리 둘은 구석의 조용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허소호가 말했다.

“회의가 시작된 후부터는 속이 답답합니다.”

나는 속으로, “네 속이 답답하지 않다면, 속 답답한 사람 누가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관료적인 말투로 말했다.

“상을 받는 사람은 어쨌든 소수입니다. 일백사십오 명을 평가해서 열두 사람에게만 상을 주니, 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지 과장님, 과장님은 전문가시니 어디 한번 말씀해 보세요, 이번 상의 평가가 합리적으로 됐다고 보시는지 어떤지를.”

나는 속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 대해 합리적인 일이 천하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어떤 사람에게 합리적인 것이 너한테도 합리적일 수는 없는 법이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합리적이란 것도 결국 상대적인 거 아닌가요?”

나는 가죽 가방을 열어 내가 쓴 논문을 꺼내어 보여주면서 말했다.

“나 역시 이런 논문들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좋은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상을 받았습니까, 못 받았습니까?”

그는 그것을 뒤적여보더니, 한참 후에 말했다.

“저는 저 자신의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 수상자 명단을 한번 보십시오. 하나 같이 모두 머리에 관모(官帽)를 쓰고 있는데, 그 모자의 크기와 받는 상의 등급이 정비례하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속으로, “바로 여기에 그 공교로운 일이 있고, 그리고 이런 공교로운 일은 영원히 계속 일어날 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평가위원들 중 몇 사람에게 뒤로 접촉한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걸요?”

그가 말했다.

“평가 중간에 무슨 뒷거래, 즉 어두운 가운데 무슨 조작 같은 게 이루어지고 있다(暗箱操作)고는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예전의 나와 이렇게도 똑같지? 이익의 분배가 있는 곳 치고 이런 조작이 어딘들 없겠는가? 그런데도 이런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다니…. 진지하다는 것은 곧 바보라는 것이고, 바보여야만 환상을 품을 수 있지. 공정(公正)함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다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야 단지 실무 일만 하는 사람이오. 내가 어떤 집에 사는지 보기만 해도 내가 일개 실무자에 불과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거요. 내가 만약 조작을 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조작해서 좀 더 위로 올라갔을 거요. 내가 이등 상을 받건 삼등 상을 받건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누가 조작하는 것은 못 봤어요.”

그가 말했다.

“지 과장님, 내가 보니 당신은 참 좋은 사람 같아서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겠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은 아니겠죠? 저는 이 일을 고발할 겁니다.”

나는 속으로,“만약 작년에 네가 나를 그렇게 봤다면, 그건 잘못 본 게 아니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친구로 생각해 주니, 나도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말하겠소. 당신이 이 일을 고발한다고 해서 무엇을 바꿀 수 있겠소? 수상자 선정은 모두 교수들이 투표로 결정한 것이오. 그런데 누구를 고발하고 무엇을 고발하겠다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 고발을 함으로써 야기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작용은 나를 불 위에 얹어놓고 굽게 된다는 것이오. 어쨌든 당신이 받은 회의 참석 통지문을 내가 발송했기 때문이오. 아마 윗사람들은 나와 당신은 서로 친구 사이이고 무슨 특수한 관계일 거라고 생각할 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작용은, 이 다음부터는 당신을 가까이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란 점이오. 그렇게 되어도 좋을지 잘 생각해 보시오.”

그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금년엔 상금이 이렇게 많았는데, 그리고 또 성급(省級) 상이고…. 그러니 그 사람들의 손이 뻗쳤던 게야. 어떤 사람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으면 전부 자기들 차지이지. 생선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전부 다 먹어치우고 하나도 안 빠뜨려. 영원히 안 빠뜨려!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 자기들에게 분배해!”

나는 속으로, “자기가 자기에게 분배하지 않으면 결국 남에게 나누어준다는 건데,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이해되지 않던 일도 여러 번 자꾸 보다가 보면 이해가 돼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중국 백성들은 정말 순해요. 모든 걸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뛰쳐나와 방귀 소리조차 내지를 못해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뭐 나쁜가? 그게 나쁘다면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데? 이 세상은 실리(功利)와 실력(實力)을 중시한다네. 실력도 없으면서 달리 또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멀뚱히 한 눈 뜨고 바라만 볼 뿐이지 뭔가를 흔들 수 있고 뭔가를 바꿀 수나 있는가? 똑똑히 보고서 도리를 따지려고 하더라도, 그러나 그 도리는 책에서, 신문에서 말하는 그런 식으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설명되는데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어? 자네가 화를 내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봤자 기껏해야 세상에 사람 하나 줄어든 것일 뿐 달리 아무런 의미도 없어. 이때는 바보인 체하는 게 총명한 사람이고 현실을 아는 사람이지. 실력은 일종의 존재인데 자네가 어쩌겠어? 그것은 존재하고 있고 자신의 방식으로 도리를 설명하는데, 자네가 돌을 잡고 하늘을 때려 보시지, 어떻게 되나 보게.”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그러므로 소호 당신은 지금 못가에 이르러 성급하게 고기를 탐내는 격(臨淵羨魚)인데, 차라리 돌아가서 그물부터 엮는 게 나을 걸세(不如退而結網).”

그는 머리를 크게 흔들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맞아요. 그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 가야겠어요. 가십시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 역시 내가 일찍 부딪쳤었던 문제에 부딪쳤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이해하셨다니 잘 됐습니다. 일찍 이해하는 것이 그래도 늦게 이해하는 것보다는 낫지요.”

그가 말했다.

“저 생각엔, 그 평가위원들도 자신들의 이름을 공표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도 겉으로는 그래도 체면을 유지해야 될 테니까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무슨 권위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니, 자네는 아직도 그 평가위원들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군. 그들이 한번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그들의 몫이란 아예 없어지는 거야.” 그러나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평가위원들로서도 억울한 점이 있다는 말이군.”

그는 생각난 게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요새 사람들은 매우 뻔뻔스러운 것 같아요. 생선을 대가리에서 꼬리까지 다 먹어치우면서도 남들이 뭐라고 할까봐 눈치보는 게 전혀 없어요. 자기 스스로를 표준으로 삼고, 몸의 사이즈를 재서 옷을 만들 듯이 몇 가지 조건을 정하는데, 당연히 자기가 그 표준에 제일 잘 들어맞게 되는 거죠. 제일 첫째가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에요. 그리고 계속해서 자기 왼쪽 입가에 반점이 생기면 그 표준에도 반점을 넣게 되지요. 아랫사람들은 뭐라고 쑥덕거리는 줄 아세요?”

그는 지껄이면서 손가락으로 입가를 꾹꾹 눌러 반점을 표시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손안에 넣은 것이 진짜라면, 그가 남들이 쑥덕거리는 소리 따위를 겁낼 것 같아? 웃기는 소리! 남들이 쑥덕거리는 소리 겁내서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들의 뒷공론이 겁나서 감히 함부로 하지 않을 군자가 몇이나 되겠어? 전혀 겁내지 않아! 자네는 그들의 심리적 수용능력을 너무 얕보고 있는 거야. 자네들이 이러쿵저러쿵 해봐야 그들의 귀에는 방귀 소리 정도로밖에 안 들려.”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소호, 당신도 어느 날 그런 자리에 올라가면, 당신도 남들이 무슨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게 될 거요.”

그가 말했다.

“요새 사람들 얼굴가죽 다 벗겨 내버렸어요. 그러나 어쨌든 어느 정도 양심은 남아 있을 것 아닙니까.”
그는 얼굴가죽 벗기는 동작을 해보인 다음, 다시 자기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 가죽을 벗겨 내버린 사람들한테 양심에 따르라고 요구하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그러나 입으로는 말했다.

“우리나마 양심대로 하면 되겠지.”

차를 다 마시고 나서 나는 계산서를 들고 일어나 계산을 했다. 그가 나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지 과장님, 당신은 그래도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군요.”

내가 말했다.

“과찬의 말씀, 과찬의 말씀….”

문을 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잘해 보시오.”

그가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

“뱃전 두드리며 홀로 휘파람 부니, 모르겠네, 오늘 밤이 무슨 밤인지를”(扣舷獨嘯, 不知今夕何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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