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한 한미동맹ㆍ미일동맹의 중립화에 진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전 세계에 걸친 '미군 관련 방위체제의 재편')의 이름으로 두 동맹(한미동맹ㆍ미일동맹)의 연계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북한붕괴 전략과 미일동맹의 북한공략 시스템이 만나는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 중립화에 역행하는 이러한 군사구조를 지양해야 하는 점에서, 미일동맹의 중립화(미일동맹이 중립적인 태도를 갖고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지 않고 북한공략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의미의 중립화)는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필연적인 과제이다.
1. GPR에 따른 북한공략 시스템 강화
GPR의 요체인 주일미군 재편은 2005년 10월 29일 발표된「미일 동맹의 변혁과 재편에 관한 중간보고(이하 '중간보고')」에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는 주한미군의 재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간보고가 미국의 뜻대로 실행된다면,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一體化)된 미일 동맹군(주일미군+일본 자위대)이 '전략적 유연성(strategical flexibility)'을 갖고 전 세계의 분쟁 특히 한반도 유사시(전쟁 등)에 개입할 것이다. GPR의 1급기지(hub 기지)에 있는 주일미군이, GPR의 1.5기지에 있는 주한미군을 굽어보면서, 북한과 한판 겨루기 위한 구도를 짤 것이다. 이미 미일동맹의 군사적 재편(일본판 GPR)이 한미동맹의 군사적 재편(한국판 GPR)과 어울리면서 북한과의 전쟁구도를 더욱 정밀하게 짜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안보 패러다임의 변혁(Transformation)ㆍ재편'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난삽한 용어를 동원하는 가운데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 미일 동맹군이 북한을 공략하는 경로
그럼 중간보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면서 미일 동맹군이 북한을 공략하는 경로를 추정해본다.
중간보고의 핵심인 '주일미군·자위대의 일체화'가, 일본의 수도권/ 서부지역<이와쿠니(岩國) 기지-사세보(佐世保) 기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수도권⋅서부지역에 있는 주일미군의 육⋅해⋅공군과 일본 자위대의 육상⋅해상⋅항공 부대가 일체화되고, 이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뒷받침해주는 게 중간보고의 핵심이다. 특히 일본 수도권의 주요 기지를 미군과 자위대가 공용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말이 공용이지 미군이 자위대를 데리고 일체화를 한다는 것이다. 자마(座間) 기지에 들어설 미 육군 1군단 사령부(지구촌의 절반인 아시아⋅태평양의 야전을 총지휘하는 사령부)가 자위대의 중앙 즉응(卽應) 집단사령부와 일체화되어, 미일 동맹군의 사령탑 노릇을 할 것이다. 더욱이 자마 인근의 사가미하라(相謨原) 보급창에 전쟁비축 물자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는 동향은 공포를 자아낼만하다.
공군의 경우, 주일 미 공군 사령부-일본 항공 자위대의 '공동통합 운용 조정소(調整所)'를 요코다(橫田) 기지에 두고 북한 상공의 항공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미 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에서도 일본의 해상 자위대와 공동작전에 임할 것이다. 아츠기(厚木) 기지의 항공모함 탑재기⋅E2C 비행대를 이와쿠니 기지로 이전시켜 이와쿠니 주변에서 NLP(야간 이착륙 훈련)를 하게 되고, 이와 관련되어 항공모함이 이와쿠니 해상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서부 지방에 있는 이와쿠니는 일본의 수도권보다 한반도에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군사 요충지이므로 북한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요코스카(橫須賀)에 새로 배치된 핵 항공모함 워싱턴 호가 이와쿠니 기지를 들락거릴 경우, 북한 당국이 느낄 위협감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2) 오키나와(沖繩)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전쟁선
앞으로 재편될 미일 동맹군은 3곳(일본의 수도권⋅서부지역⋅오키나와)의 군사적 기능을 최대한 총화하는 가운데 북한 공략에 나설 것이다. 이 3곳 사이의 미군 전력을 조정하면서 북한 등에 대한 공격능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 중간보고이며, 이의 구체적인 실행을 놓고 일본정부와 밀고 당길 것이다. 이 3곳을 종합적으로 연결한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이 북한 쪽을 향하여 어떻게 그어질지 궁금하다.
중간보고가 실행된다면 주일미군-주한미군의 연계 속에서 새로운 전쟁선이 한반도에 그어져 북한 붕괴를 위한 전략⋅전술이 정밀하게 구사될 것이다. 즉 오키나와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서부지방(이와쿠니⋅사세보 기지)→한국의 동남부 해안(포항⋅부산)→서울→평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쟁선이 형성될 것이다. 이 전쟁선은 한반도 민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죽임의 선(線)'이 될 것이다. 이 죽임의 선을 살림의 선⋅생명의 선으로 변혁하는 운동이 평화⋅통일의 이름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뭇생명이 미일 동맹군에 농락당할 것이다.
2.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화된 '미일 동맹군의 합동 훈련'
미일 동맹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2006년 7월 5일에 미사일 7발을 발사) 이후 북한을 목조르기 위한 각종 합동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미일 합동훈련인 '철권(Iron Fist)⋅예리한 날(Keen Edge) 훈련', 미일동맹이 주축이 된 연합군 훈련인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은,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려는 북한이, 미일동맹의 전쟁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위력을 갖추기 위해 미사일 발사⋅핵무기 개발을 결단한 듯하다.
3. '북한 죽이기 합동연습'에 가담하는 미일 동맹군의 움직임 : Foal Eagle 연습을 중심으로
한미동맹-미일동맹의 연계 구조를 모른 채 한반도⋅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논의할 수 없다. 양 동맹의 군사적 주동자인 한미 동맹군-미일 동맹군의 연계구조는 'Foal Eagle(독수리) 훈련'과 같은 합동연습에서 잘 드러난다.
Foal Eagle 연습은, 북한 공략(점령⋅붕괴)을 위한 다양한 작전계획(5027-98 작전계획이 대표적인 것임)을 실시하는 연례 훈련이다. 이 훈련의 실행자는 한미 동맹군이지만 원동자(原動者)는 미일 동맹군이다. 미일 동맹군의 원격 조정에 가까운 후방지원이 없으면 Foal Eagle 등의 한미 합동훈련이 이루어질 수 없다. Foal Eagle이 이루어지는 지리적 공간만 한반도 일뿐, 군사 전략상의 공간은 일본 열도와 통합되어 있다. 한-미-일 동맹에 의한 Foal Eagle 연습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질식시키는 연례훈련인 바, 북한으로서는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특히 GPR에 의한 한-미-일 동맹의 합동훈련을 지켜본 북한이 초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합동연습이 북한과의 분쟁⋅전쟁으로 비화(飛火)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4. '5055' 작전계획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코드명 '5055'라는 공동작전 계획을 2002년에 수립, 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004년 12월 12일에 보도했다.
'5055'는 9.11 동시다발테러 이후 미ㆍ일 양국의 현역이 조인한 첫 작전계획이다. 이 작전계획은 북한의 무장 공작원 수백 명이 일본에 상륙하는 상황을 하나의 예로 가정하고 있다. 육상자위대는 경호 대상으로 미군기지와 동해 연안의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 시설 135개소를 선정했다. 해상자위대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바다에 호위함과 초계기 등을 대기시켜 공작선 침투 등에 대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부유기뢰 등을 제거해 한반도와 규슈(九州) 북부를 연결하는 수송로를 확보한다. 항공자위대는 조기경보통제기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C-130 수송기 등을 이용하여 한반도의 피난민 수송을 지원한다.
'5055' 작전계획은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미일 군사동맹의 근간이 되는 작전명이다. '5055' 작전계획은, '솜털 같은 북한 위협(수백 명의 북한 공작원이 일본 땅에 상륙한다는 황당무계한 공상)'을 부풀려 '공룡 같은 미일 전쟁체계(인류 역사상 가장 막강한 미일 동맹의 전력戰力을 북한과의 전쟁에 동원하는 체계)'를 짜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솜털 같은 북한 위협은 공룡 같은 미일 전쟁체계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일 군사동맹은 북한 위협론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면서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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