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암실조작(暗室操作)**
성 중의학회의 올해 사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금년도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었다. 연도회의야 매년 열리는 것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좀 달랐다.
마청장이 나를 불러 말했다.
“금년도 회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어서 탐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도회의야 매년 열리는 것이고, 저도 회의에 관련된 일이라면 몇 년간 해왔습니다만, 금년에는 특별히 무슨 새로운 정신이라도 있습니까?”
“올해는 큰 해거든.”
연도회의는 삼 년에 한 번씩 수상을 하는데, 그 수상이 있는 해를 성 중의계에서는 큰 해(大年)라고 불렀다. 나는 우선 마 청장의 뜻을 분명하게 알아내야 했다. 연도 회의의 일로 특별히 나를 따로 부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했다.
“다른 것들은 다 괜찮은데, 그 수상과 관련된 것들이 좀 복잡합니다.”
마 청장이 말했다.
“올해는 좀 복잡한 정도가 아니야. 문교위(文敎衛)를 관장하는 문(文) 부성장이 회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그 급이 달라져. 상(償)의 급이 높아진 만큼 찬조금도 다른 해보다 많아지고 말이야.”
“그거 잘된 일이네요.”
“자네가 책임을 맡고 나서 태울 첫 번째 불꽃이 바로 이번 중의학회의 수상을 성급(省級) 상으로 격상시키는 걸세. 자네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성(省)에서도 승인해 줄 거야.”
나는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아주 잘됐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번 일에 걸려 있는 희망이 상당했다.
그가 말했다.
“전통문화의 지위가 현재 전례 없이 높아진데다가 중의의 지위도 높아지고 있어. 이것이 바로 한 줄기의 동풍(東風)이지. 남은 문제는 우리가 이 동풍을 어떻게 타느냐 하는 것이야. 중약(中藥)이야말로 녹색 제품 아닌가! 전도유망하지. 덧붙여서 우리가 올해 박사학위 수여 기관으로 지정된다면 그야말로 위생청의 경사가 아닌가. 그러므로 올해의 수상은 매우 중요해.”
나는 이제야 비로소 마 청장의 의도를 분명하게 이해했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었다.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도록, 그리고 안정과 단결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다.
“중의학원과 잘 협조해서 큰 틀을 정하고 나면, 남은 미꾸라지 몇 마리가 큰 풍파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회의 중에 누가 발악이라도 하면 보기 흉하니까, 너무 가벼이 생각하지 말게!”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연도 회의 잘 치르도록 하게!”
“연도회의 잘 치룰 것을 보장합니다.”
그는 나에게 중의학원 두(杜) 원장의 비서인 방(方) 군을 찾아가도록, 이미 두 원장과 연락해놓았다고 말했다.
내가 말했다.
“금년도 회의 개최 안내문 발송은 이전의 관례대로 하겠습니다.”
내 생각은, 일단 이런 사실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회의 직전에 마치 이 모든 일들이 갑자기 벌어진 일인 것처럼 하려는 것이었다. 마 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분들은 직접 말하기 불편한 일들을, 우리가 말을 꺼내고 그들은 묵인해주는 그런 형태로 처리되기를 바란다. 나는 자신이 그런대로‘눈치 빠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높은 분들한텐 눈치 빠른 인간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러나려는데 마청장님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고급 직무를 위한 외국어 시험을 보라고 했다.
“시험을 보아두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시험을 안 보면 그 가능성이 한 가지밖에 없어.”
내가 고개를 계속해서 끄덕이며 말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 청장님!”
마 청장이 나더러 준비하라고 한 것들이야 나로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것들로, 나는 이런 좋은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문을 나서면서, 매년 회의개최와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늘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뒤에서 조종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은 내게는 시험을 치는 것과 같으므로 절대로 망쳐서는 안 된다. 만약 망친다면 그것은 나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이 되므로, 너무 질척한 흙으로는 벽을 바를 수 없듯이(爛泥巴敷不上壁), 앞으로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윤옥아를 불러 작년의 회의 개최 안내 통지서를 찾아달라고 했다.
“좀 바꾸려고요?”
“날짜만 바꿔요.”
“뭐, 새로운 정신 같은 건 없어요?”
“없습니다.”
그렇게 통지서를 발송했다. 나는 마 청장님이 내게 준 전화번호로 방(方) 군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나에게, 저녁에 금천오락성(金天娛樂城)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재정처에 가서 천 위안을 받아 자전거를 타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아우디 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한 사람이 내렸다. 나는 그 사람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차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이 내게로 와서 지 선생이냐고 물었다. 방 군이었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 오래 기다렸느냐고 물었다. 내가 말했다.
“방금 도착했습니다, 그쪽 차가 제 차 뒤에 붙어 있었나본데, 못 보셨습니까?”
방 군은 나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由我來安排).”
나는 주도권을 그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얼른 말했다.
“왜 그쪽이 내요? 최후의 책임은 모두 내가 지고 있는데요.”
그가 나더러 양보하라고 하기에, 내가 말했다.
“마 청장님의 분부십니다. 결국 제가 잘못을 범해서 혼나도록 하려는 것입니까?”
아가씨가 차를 들고 오자 방 군이 말했다.
“우리 두 원장님께서 금년도 회의를 특별히 중시하고 계십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마 청장님과 생각이 일치하는군요.”
차를 마시면서 내가 주동적으로 말했다.
“마 청장님의 뜻은, 금년에는 두 원장님께서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수상에 대해서 그쪽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말했다.
“이전 같으면야 우리가 무슨 생각이 있더라도 그쪽 의견에 따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금년은 좀 특별합니다. 그쪽은 이미 박사과정이 둘이나 있지만 저희는 올해 처음으로 신청하려고 합니다. 원래는 골격학(骨格學) 쪽이 무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정에 좀 변화가 생겨서 임시로 약리학(藥理學) 쪽으로 신청하고, 마 청장님이 직접 지도교수를 맡으시기로 했습니다. 성급(省級) 수상 경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자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청의 뜻은, 올해는 저희 사정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그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저희도 난처해집니다. 저는 돌아가서 뭐라고 보고하지요?”
내가 생각한 최저선은 하나뿐인 일등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받는 것이었다. 이등상은 전부 세 개 중에서 하나 정도를 우리가 확보하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쪽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참을 상의했으나 막히자, 그가 말했다.
“지 과장님은 너무 원칙을 고집하시는군요. 이년 전에 정소괴 씨와 이야기할 때는 이야기가 아주 순조롭게 잘 풀리던데….”
“올해는 사정이 특별하잖습니까. 제발 두 원장님께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해 주십시오.”
“두 원장님이야 이런 상 받을 필요 없으세요. 하지만 녕(寧) 부원장님은 쓰신 논문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만약 그분이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정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자, 그는 밖으로 나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도 몸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도 마 청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하는데, 휴대폰을 그만 까먹고 안 가져왔네.”
그가 통화를 마치고 돌아와서 말했다.
“사실 위생청과 중의학원은 서로 형제 같은 사이인데, 이런 일을 가지고 싸우느라 기분 나빠지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녕 부원장님한테 사실 너무 미안해서 말입니다. 우리 두 원장님의 의견은 일등상을 하나 더 만들고, 이등상과 심등상도 각각 하나씩 더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십니다. 부족한 상금 일만 팔천 위안은 양쪽에서 반반씩 부담하고요.”
내가 말했다.
“특별한 일은 특별한 방법으로 처리해야지요(特事特辦). 저희 쪽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그리고는 평가위원단의 명단에 대해 의논하여 우리의 뜻이 확실히 반영되도록 하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쪽의 두 평가위원은 모두 박사 지도교수입니다.”
“우리 쪽의 두 명은 전국에서 유명한 학자들입니다.”
“우리 쪽도 전국에서 유명한 학자이자 박사 지도교수입니다.”
“댁이 박사 지도교수인 것도 아닌데 나를 눌러서 뭐 하려고 그래요?”
이 말에 둘 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곱 명의 평가위원들 중에 네 명은 이렇게 하기로 우리 사이에 묵계가 성립됨으로써 큰 틀은 정해졌다. 이어서 수상의 세칙에 대해 의논했다. 나는, 이번 수상자 평가에서는 먼저 수상 대상자 명단을 정해 놓고, 그 다음에 심사 표준과 수상 인원수를 정한 후, 정책적으로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들을 참가시킨 후에 평가위원회를 조직해서, 최후에 논문을 심사하고 투표를 실시하려고 생각했다. 내가 말했다.
“금년에는 순서를 거꾸로 해서, 결론이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
그가 말했다.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어디를 가도 다 그렇게 하지요.”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든 먼저 누가 이득을 얻을 것인가를 결정한 후에, 그 다음에 몸의 사이즈를 재고 옷을 만들듯이(量體裁衣) 정책과 세칙을 정하여 어떻게든 중요한 이익이 몇몇 핵심 인물들에게 돌아가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전에는 마치 눈에 들어간 모래알 같고 목에 걸린 가시 같더니만, 이제는 도리어 마음에 편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지, 반드시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해. 편하게 가지는 수밖에 없다. 공리(功利)를 중시하는 이 세계에서 큰 인물들한테만 공리를 따지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없잖은가? 그걸 요구하는 게 합리적일까? 사람을 바꾸어서, 만약 그게 서소화라면, 달라질까? 산을 흔들기는 쉬워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撼山易, 撼人心難). 누가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방 군이 말했다.
“두 번째 순서입니다. 자 이제 좀 즐겨볼까요?”
그리고는 웨이트리스들을 들여보내라고 말했다.
“아가씨 두 명 불러와! 우리 지 선생 노래 몇 곡 부르시려는데, 평대(平台)에 앉혀.”
“우리끼리 부릅시다. 저는 노래도 잘 못하는데….”
“아가씨들이 가르쳐 주면 되지요.”
웨이트리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오시면 반드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만, 요 며칠 단속이 너무 심해서 아가씨들을 휴가 보냈거든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말하면서 계속 굽실굽실 거렸다. 방 군이 말했다.
“아니 오락성(娛樂城)에, 오락성에서 아가씨 없이 어떻게 오락하라는 거야? 아가씨, 이‘오(娛)’자를 잘 보란 말이야!"
그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획을 그리면서 말했다.
“왼쪽에‘계집 녀(女)’변이 있어, 없어? 계집이 없으면 그게 사람들이 입만 짝 벌리고 하늘 쳐다보는 꼴(吳) 밖에 더 되나? 옛날 사람들이 글자를 만들 때는 다 과학적으로 따져 보고 만든 거야!”
아가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가서 있는지 없는지 다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방 군이 말했다.
“됐어, 그만둬!”
그러더니 휴대폰으로 기사를 불러 차를 대기시켰다.
내가 말했다.
“저는 그만 돌아갈렵니다. 서 기사도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녀 지쳤을 텐데….”
그때 그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더니, 계산을 마치고 돌아왔다. 내가 말했다.
“방 형, 정말 제가 돌아가서 야단을 맞게 하려는 겁니까?”
그가 말했다.
“어쨌든 우리 둘 중 한 명은 야단을 맞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수고하십시오.”
문을 나가면서 내가 방 군에게 평대(平台)에 앉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정말 모르십니까? 평대는 그냥 노래나 부른다는 말이지요.”
“그럼 뭐 다른 것도 있습니까?”
“아니, 정말 모르십니까? 포대(炮台) 아가씨들도 있잖아요.”
입을 비쭉 내밀고는 애매한 웃음을 웃었다. 내가 말했다.
“설마, 룸 안에서….”
“그럼, 달리 어디 갈 데가 있습니까?”
차가 오자 나를 데려다 주겠다는 것을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은 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서 내린 다음,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오락성으로 가서, 거기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많은 논문들이 중의학회에 속속 도착했다. 나는 논문을 몇 부씩 복사해서 각 평가위원들에게 부쳤다. 아무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평가위원들은 두 원장과 마 청장님께 보고해서 두 분이 손을 좀 쓰시도록 했다. 그분들이 신경 써서 뽑으신 평가위원들인 만큼, 당연히 그분들의 뜻이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 게 아닌가. 나와 방 군은 금천(金天) 호텔에서 몇 번 더 만나 세세한 문제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1등상을 받을 사람을 선정한 다음, 2등상 받을 사람으로 기타 어느 정도 중요한 인물들을 고려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고, 혹시 일대 풍파가 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 2등상과 3등상도 대략 정했다.
금년도 수상부터 그 급수가 올라간다는 소식이 어떻게 해서 밖으로 퍼져나갔는지, 각계의 신선(神仙)들이 다 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지방 현(縣)에서 성도(省都)까지 올라와서는 담배와 술 등을 싸들고 우리 집으로까지 찾아와서 누가 평가위원인지 묻기도 했다.
내가 말했다.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저야 그저 행정사무나 보는 직원인 걸요.”
그들이 믿지 않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제가 사는 곳을 좀 보십시오. 이게 무슨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살 만한 곳입니까?”
그들은 생각해 보더니,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제야 믿고 말했다.
“3등상이라도 좋습니다. 이런 부탁하러 오는 사람도 이 문지방 넘으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 상은 받아야 어디 괜찮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단 말입니다. 아니면 마누라, 자식 볼 면목이 없습니다. 댁처럼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모르십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데는 내가 생각해둔 방법이 있었다. 내가 발표한 논문들을 그들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나의 논문도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었소. 만약 내가 상을 받게 된다면 당신들에게도 희망이 있소. 그러나 만약 내가 상을 못 받는다면, 그건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오.”
그들이 떠나갈 때 나는 그들이 들고 온 술과 담배를 들고 그들을 아래층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사람들도 대학 졸업한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 정말로 불쌍하구나!”하고. 이 세계는, 강자는 항상 강해서 크고 작은 것을 전부 다 먹고(大小通吃), 계속해서 먹으며 가고(一路吃過去), 큰 고기를 먹고 나선 또 작은 새우까지 먹으려고 한다(吃魚還要吃蝦). 약간의 뼈 부스러기나마 토해 낼 수 있다면 그는 매우 양심적인 사람이다. 나를 찾아온 이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희망을 안고 성(省)으로 달려왔지만, 그들은 남의 말만 듣고 되돌아가야 한다. 그들에게 돌아갈 상이 어찌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안배(安排)하지 않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을 것이므로, 결과는 달라질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속이 풀어졌다.
결국 지금은 조작(操作)의 시대이다. 조작의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그 동기는 도리어 아주 단순하다. 조작의 목표는 남을 밀어내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밀려나는 것은 저들 약자들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는 것이 좋은 고양이다(百猫黑猫, 抓住老鼠就是好猫). 그가 무슨 고양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조작은 결과만 따지고 원칙이나 공정(公正)을 따질 수 없으며, 또한 인격이나 양심을 따질 수도 없다. 이런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심리적 수용능력이 충분히 없으면 사는 동안 단지 실패자로서의 삶만 살 수 있을 뿐이고, 그를 동정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를 좋게 말하면 기개가 있다고 할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고 돼지라 할 것이다. 두 가지 다 일종의 표현 방법, 일종의 견해일 뿐이다. 이리하여 조작의 대가들은 가져야 할 것은 모조리 다 갖고(應有盡有), 훈훈한 봄바람에 득의만만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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