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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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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1>

약국 개업

***41. 약국 개업**

나는 집에 와서 동류에게 호일병이 한 얘기를 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한번 도전해 보겠다면, 그것도 괜찮겠죠. 여기에서는 별볼일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볼 때 당신은 그럴 만한 재목은 아닌 것 같은데 호일병이 당신을 좋게 봤네요.”

“최소한 나를 믿어주는 거겠지.”

“어딜 가나 다 똑같아요.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안 돼요. 그나마 위생청에서 일하니까 밥이라도 얻어먹지, 다른 데 가면 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을지 몰라요.”

이 말이 내 머리를 쾅! 하고 내리쳤다. 나는 일파도 있고, 방 두 칸짜리 집에, 가정도 있는 몸이다.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호일병이 다시 나를 찾아오길 기다렸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까? 한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아마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으리라.

어느 날 나는 길을 가다가 한 상점 문에“가게 임대”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였지만 오늘은 그걸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 진작 약국을 차릴 생각을 못했지? 동류더러 그만두고 약국 일 보게 하면 되잖아. 그러다가 잘 되면 나도 그만둬 버리지 뭐. 몇 년 있다가 더 큰 일을 벌이더라도 말이야. 내가 내 생각을 동류에게 말했더니, 그녀 역시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다른 건 우리가 안 해봐서 모르지만, 그쪽 일이라면 우리 전공분야잖아요.”

그 후 며칠을 우리는 퇴근 후에 가게 하나를 찾아보려고 시내를 다 뒤졌다. 또 친구를 통해서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받는 주문서도 받고, 정말이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지강을 찾아가서 의논하자, 그도 초기 자본금으로 몇 만 위안을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모든 계획을 다 잘 세우고 제2병원 앞에 있는 열 평 정도 되는 가게를 봐두었다. 월세는 1,750위안으로 네 달에 한 번씩 내기로 얘기도 끝냈다. 나는 긴장이 되었다.

동류가 말했다.

“뭐가 걱정이에요?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요.”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현실이 되었잖아.”

임지강도 별 문제 없을 거라고 했고, 그 말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우리는 주인에게 금요일에 돈을 가져와서 계약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임지강이 동류에게 5만 5천 위안을 갖다 주었다.

목요일 오후,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한 남자의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 돈 많이 번다고 하던데 우리한테 좀 쓰시지. 방금 감옥에서 나와서 배가 무지 고프거든….”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누구시죠?”

“어이, 친구! 이 위대한 쌍칼 형님 목소리도 잊었나? 싹둑 하는 소리에 귀 반 쪽이 바로 날아간다는 국보급 쌍칼일세.”

그때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얘기 좀 하자. 여보세요, 지대위? 나 몽둥이야! 한 대에 그냥 핑 돌지. 자네 아들이랑 나랑은 아주 친하다네. 오늘 아마 노란 옷을 입었지? 아들이 참 착하고 똑똑하더라고. 내 몽둥이로도 쉽지 않겠던데….”

“여보세요. 제가 당신들한테 뭘 잘못했습니까? 원수진 일도 없는데.”

그 쌍칼이란 자가 말했다.

“오늘 원수 안 졌다고 내일 원수지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약국을 왜 하필이면 제2병원 앞에 내겠다는 거야? 댁들이 차라리 단란주점을 내겠다면 우리 형제들이 이렇게 안 하지. 오히려 개점 축하 화환이라도 보내고 앞으로도 잘 봐주지.”

그때 갑자기 우리가 약국을 차리려고 하는 곳 대각선 맞은편으로 약국 하나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크지 않은 규모였는데, 내가 장사가 잘 되는지 한 번 보러 갔을 때에는 안에서 한 젊은 여자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면서 가게를 보고 있었다. 이 몽둥이라는 작자가 그 여자 남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디서 찾아온 깡패이거나…. 내가 말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우리 페어플레이 합시다.”

그쪽에서는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 자네 아들 귀와 내가 페어플레이 해볼까? 한 쪽은 좀 어리고 한 쪽은 좀 나이가 있지만, 뭐 그렇다고 딱히 불공평하다고 할 것까진 없을 것 같으니까….”

또 몽둥이라는 작자가 말했다.

“아니면 이렇게 하지. 가게를 열면 우리 형제들이 매달 일만 위안씩 수고비를 받는 거야. 우리가 보호해줄 테니까. 할 말 있으면 해봐! 우리 솔직하게 의논해 보자고.”

쌍칼 형님이라는 자도 말했다.

“방금 이놈이 한 말은 개 방귀뀌는 소리라고 생각하게. 만 위안. 그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한 사람 당 만 위안, 어떤가, 친구?”

내가 말했다.

"정말 세상에 법도 없고 하늘도 없다고 생각하시오? 당신들 머리 위에도 법이라는 게 있소!”

저쪽에서 쌍칼 형님이라는 자가 크게 웃더니 말했다.

“내가 감옥에 안 가 본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귀 하나에 길어야 삼 년이지 아마? 내가 출소하는 날이 당신 아들 나머지 귀 하나 잘려나가는 날인 줄 알게. 나도 사나인데 말이야…. 여기 팡팡 내 가슴 치는 소리 들리지?”

몽둥이라는 자가 말했다.

“우리 형제들은 이것밖에 할 줄 몰라. 같은 말 두 번 하지도 않고. 두 번째 얘기할 땐 수고비 따로 받아야지. 지금 우리 노동이 가치가 없다는 소리야, 왜 이래? 내 침 한 방울에 삼백 위안이야! 쌍칼 형님은 어떠신가?”

쌍칼 형님이라는 자가 말했다.

“내가 그래도 너하고 같을 순 없지 않겠냐? 싸게 쳐서 사백 위안에 해주지. 들었나, 형씨? 형씨니까 내가 싸게 해주는 거라고.”

내가 말했다.

“어디서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제가 차 한 잔 살 테니.”

쌍칼 형님이라는 자가 말했다.

“그래, 그래, 그래. 오늘 저녁 여덟시 유풍(裕豊) 찻집에서 보지. 차를 사겠다는데 그 정도 체면은 세워줘야지. 안 그러면 우리가 너무 매정한 거지. 그리고 올 때 돈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우리 형제도 아무 대가 없이 헛걸음 할 수는 없잖아. 그게 도리지, 안 그런가, 형씨?”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나는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벌건 대낮에 이런 강도들이 있단 말인가. 창 밖을 보니 훤한 대낮이었고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방금 걸려온 그 전화가 오히려 거짓말 같았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이쑤시개 하나를 입에 물고 깡패나 강도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 표정까지 지어보았다. 입을 삐딱하게 하고 째려보는 눈에 코웃음을 치면서 잔인한 눈빛을 지어보았다. 강도들도 이런 모습일 거야.

몇 달 전에 일파를 데리고 동물원에 가서 늑대를 보여줬던 일이 생각났다. 사육사가 먹이를 주자 수놈은 암놈도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더니 가서 암놈을 물기 시작했다. 사육사는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는 수놈을 먹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암놈을 먹여야 했다. 그때 늑대의 눈빛이 생각나서 나도 눈을 지그시 뜨고 한 번 따라 해보았다. 늑대보다 더 흉악한 인간이 있을 줄이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할까, 아직 일이 터진 것도 아닌데, 아니 나중에 진짜로 일이 벌어지면 일파는 어찌하고? 나중에 몇 년 형을 살고 나서 그냥 끝나는 게 아닐 텐데. 그냥 무시할까? 그냥 겁주려고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진짜이면? 나와 달리 저쪽은 어둠의 세계를 사는 인간들인 것이다. 나는 귀를 어쩐다는 것은 물론이고, 내 아들한테 손 하나 까딱하는 것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 작자들은 이미 작업에 착수했는지 우리 집 사정을 다 꿰뚫고 있었다.‘이에는 이’(以黑制黑)라고 했는데, 나도 어디 가서 깡패 두 명을 데려올까? 그냥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저녁에 나는 전화 통화한 일을 동류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일파에 관한 그 말은 빼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뭐가 겁나요? 그렇다고 정말 우리를 패겠어요?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거예요. 어딜 가나 발목 잡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 사람들이 짖는다고 그만두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런 식으로 짖어대는 사람은 다른 데 어딜 가도 있게 마련이에요. 내가 발전하려면 다른 사람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고요. 그러니, 그쪽에서도 텃새 안 부리겠어요? 그저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요. 어떤 인간들은 웃으면서 하는 말들이 그 짖는 것보다 더 무섭다고요.”

그때 일파는 의자에 앉아 만화를 보고 있었다.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일파가 다리를 다 꼬고 앉았네. 어른 같네.”

일파는 다리를 꼬고 두 손도 같이 꼬고 말했다.

“엄마 나 봐라. 나는 꽈배기야.”

우리는 다같이 웃었다. 동류가 말했다.

“우리 일파는 어쩜 이렇게 똑똑하냐. 어른도 생각 못하는 말들을 하네.”

세 살짜리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나 역시 놀라워서 감탄했다.

“물건이야, 하여간.”

장모님도 동의하셨다.

“우리 일파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정말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다. 혹시라도 우리 일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식구는 어떻게 살아가지? 아무래도 그 사람들이 한 말을 동류에게 다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아내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물었다.

“진짜로?”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진짜지 그럼. 우리도 조심하자고. 그 작자들 겁낼 것까진 없고.”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강도 아냐?”

나는 그녀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말했다.

“아예 상대를 하지 말자.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동류는 얼이 빠진 듯이 나를 쳐다보고는 오른쪽으로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가 다시 천천히 왼쪽으로 돌렸다가를 반복했다. 무표정한 얼굴이며 암담한 눈빛이 꼭 로봇 같았다. 장모는 일파를 끌어안고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일파는 안 된다. 얘는 내 목숨이야. 애도 제대로 못 돌보면 돈은 벌어서 뭣하나? 이런! 며칠 있다 내가 애 데리고 동훼네로 갈란다. 어떻게 마음을 놓겠어?”

어렵게 희망이 보이는 듯했는데 이렇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어르신은 잘 모르세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나 동류가 말했다.

“엄마 말이 맞아요. 사람이 중요하죠. 돈이라는 건 사람의 몸에서 내뿜는 폐기 가스나 마찬가지에요.”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말했다.

“어렵사리 계획한 일이 그 인간들 말 몇 마디에 이렇게 되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그럴 재목이 아닌가 봐요. 어찌 되든 조직에 의지해서 사는 수밖에 없겠어요. 자기 자신만 믿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나는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말했다.

“그러게.”

동류도 말했다.

“그래요, 앞으로 좀 잘해요. 이왕 조직에 의지해야 한다면 확실하게 기대라고요. 안 그러면, 그게 뭐예요?”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다 생각해 놨는데,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는군.”

“마음속에 탑을 쌓았어요. 그런데 다 쌓고 나서야 그것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죠. 태양이 그 빛을 비추자 그냥 녹아버렸고요.”

나는 주먹으로 이마를 마구 치면서 소리쳤다.

“강도, 강도, 나도 가서 강도짓이나 할까 보다.”

강도, 강도라는 말은 무의식중에 그냥 나온 말이었지만, 머리 속에서 한참동안 메아리쳤다. 강도로 사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몽둥이라는 작자도 쌍칼 형님이라는 작자도 강도. 광개평(匡開平)도? 임지강은? 정소괴는? 심지어 한때 나와 같이 농촌 조사를 같이 나갔던 호일병도 이젠 강도짓으로 먹고 살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 사람들은 잘나가는데 나는 되는 일도 없이 이게 뭔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나 자신을 비웃었다. 예전에 다른 인간들을 개, 돼지라 비웃던 때와 같은 표정으로 지금은 나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개 같은 인간들, 돼지 같은 인간들.

그러나 사실 내가 비웃었던 그 인간들도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다 그럴 만하니까 그러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 사람들을 비웃을 자격도 없다. 강도짓도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 다 같은 논리이다. 일단 마음이 시꺼멓고, 얼굴은 두꺼워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모질어야 한다. 좋은 걸 내 손에 넣기 위해서 절대 우유부단하거나 모질지 못하면 안 된다. 순간 나는 크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아버지의 일생은 별 가치가 없었고, 그 희생 또한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마음속에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득한 그 당시, 밤이면 등잔불 아래에서 몇 시간이고 움직이지 않고 앉아 계시던 아버지와 울퉁불퉁한 벽을 따라 패여 들어간 아버지의 그림자가 눈에 선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온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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