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대학 동창생들**
저녁 무렵 친구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친구도 있었다. 졸업한 후로 한 번도 못 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서로 치고 두드리면서 반가워했다. 어떤 여자 동기들은 소녀마냥 소리를 지르면서 껴안고 난리였다. 나는 수많은 명함들을 받았다. 보아하니 거의 모든 친구들이 다들 그럴듯한 직함들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친구가 나더러 명함을 달라고 했다.
“나는 명함 갖고 다닐 주제가 못 되는데….”
상대방은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말했다.
“농담하는 거지, 대위? 너무 겸손 떠는 거 아냐? 겸손 떨기는.”
이렇게 말하면서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허소만이 집행위원이었기 때문에 온 사람들은 모두 그녀 방으로 가서 이름을 등록했다. 명단을 살짝 보니 오천 위안 넘게 낸 사람도 있었고, 사천삼백 위안 낸 사람도 있었다. 허소만은 팔백 위안을 냈고, 내 이름 옆에도 팔백 위안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오백 위안을 낸 친구도 몇 있었다.
허소만이 말했다.
“사만 위안 이상은 모이겠어. 이걸 사흘 내에 다 쓰려면 아주 열심히 놀아야겠어.”
한 친구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건 다 재미없어.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게 제일 재미있지. 사흘이면 족하지. 소만씨, 내 당신 한 사람만을 가슴에 담고 산 지 십년이 넘었다오!”
“또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네. 십년이나 지났어도 똑 같애.”
시간이 좀 지나자 스무 명 남짓한 동창들은 자연스럽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나는 어느 그룹에 끼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여자 동창생들은 다 허소만의 방 안에 모여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여자 친구가 말했다.
“지대위, 너 너무 눈치 없는 거 아냐? 여자들 얘기하는 데 끼려고? 내년에 성 전환 수술하고 다시 와라.”
“너희 여자들끼리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냐? 혹시 남편 휘어잡는 기술 주고받는 거 아냐?”
“요즘 남자들은 다 꽃 흐드러지게 피고 곳곳에 새소리 들리는, 제비 춤추고 봄빛 화사한, 그런 곳으로만 돌아다니는데, 그 인간들 고삐를 풀어 주라고? 하늘 끝까지 도망가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다른 방으로 가자 거기는 능국강(凌國强)을 중심으로 모여서 사업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야심만만해서 국제무대로 진출할 계획들이었다. 능국강이 말했다.
“내 일생의 꿈은 중국 의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거야. 시장에는 한계가 없다고. 나는 앞으로의 전망만 생각하면 흥분이 돼서 잠도 안 와. 백만, 천만이 대순가?”
한 친구가 바로 그의 회사에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멋지게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며 말했다.
“두 말하면 잔소리지.”
그리고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대위, 자네는 어떤가? 자네도 우리 회사에 기술주(技術株)를 좀 투자하지 그래. 십년만 지나면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학교 다닐 때는 별 볼 일 없던 녀석인데 이렇게까지 클 줄이야. 내가 말했다.
“생각해 보지.”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막 졸업하고 내 위에 있던 상사들도 지금은 나 한 번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우정이라고 하면 학교 다닐 때 우정이 우정이지. 다 동기간으로 별 다른 생각 없잖아. 그런데 사람이 잘 되고 나면 새롭게 우정을 쌓을 수 없게 되지.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게 뭔가?”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 오외(伍巍)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 방은 더욱 시끄러웠다. 다들 관계에 몸담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오외는 성(省) 수석 비서로 있어서 자연히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내가 들어서자 광개평이 말했다.
“대위, 너도 하나 하지.”
그제야 나는 그들이 음담패설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별로 말 주변이 없어서….”
오외가 말했다.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음담패설을 못하면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하나? 진실을 이야기하면 윗사람이 기분상할 거고, 거짓을 이야기하면 군중이 기분상해 하지. 만인을 기쁘게 하는 건 음담패설밖에 없다니까.”
그때 다른 한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하나 하지. 성이 교(交) 씨인 현장(縣長)이 있었어. 한 번은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퇴원할 때 의사가 부인이랑 한 방을 쓰지 말라는 거야. 교 현장이 물었지.‘한 방에서 자지 말라면, 저더러 여관에서라도 자라는 말인가요?’의사는 다시 한번 완곡하게,‘그러니까 부인이랑 한 침대를 쓰시지 말란 소립니다’고 했더니,‘아니, 그럼 저더러 바닥에서 자라는 겁니까?’하고 또 묻는 거야. 의사가 할 수 없이,‘그러니까 성(性)교(交)는 안 된다는 겁니다’하고 말했어. 그랬더니 교 현장이 다급해져서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아니, 우리 할아버지도 성(姓) 교(交)고, 우리 아버지도 성 교, 내 아들도 성 교인데, 나만 성 교가 안 된다니 말이 됩니까?’그러더래.”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는 문화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농담이라 했고, 누구는 이미 케케묵은 옛날 농담이라고 했다. 오외가 말했다.
“내가 하나 할게. 방금 그 교 현장 이야기랑 어느 게 더 재미있는지 비교해봐. 마누라, 처제, 처남, 이 셋으로부터 연상되는 북방의 유명한 자연경관은?”
모두들 한참 동안 알아 맞춰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오외가 힌트를 제시했다.
“산동(山東)에 있는 것.”
금세 누가 말했다.
“무이산(武夷山) 천유봉(天遊峰)의 봉래선경(蓬萊仙境 : 산동성 무이산 천유봉에 오르면 도교의 이상세계인 봉래선경을 접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함--역자)?”
모두들 아니라고 했다. 또 누구는 동해 바다의 해시신루(海市蜃樓)가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모두들 말하면 말할수록 정답과 멀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광개평이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알겠다.‘태산일출(泰山日出)’이지?”
오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물었다.
“태산일출 하고 처남 하고 무슨 상관이야?”
오외가 말했다.
“마누라, 처제, 처남 다들 '태산일출'에서 나온 게 아닌가!”
(泰山에는 중국어로‘장인’이란 뜻도 있다. 따라서 泰山日出은 泰山一出, 즉‘한 장인에게서 나왔다’는 뜻도 된다.--역자)
모두들 말했다.
“절묘하다, 절묘해. 상 줘야겠다.”
그러자 광개평이 말했다.
“더 기가 막힌 게 있지. 비장의 무기! 함부로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건데. 첫날밤 신방을 수호지에 나오는 여섯 사나이의 이름을 써서 표현해 보게.”
모두들 한참 동안 추측하다가 결국 누군가 말했다.
“첫번째는 양웅(楊雄)일 거고.”
광개평이 말했다.
“그렇지.”
대강 방향이 정해지자 모두들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해가면서 여섯 명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순서대로 맞추자 양웅(楊雄), 시진(柴進), 사진(史進), 송강(宋江), 완소이(阮小二), 오용(吳用)이 되었다.
(yangxiong, chaijin, shijin, songjiang, ruanxiaoer, wuyong: 揚雄才進使勁松勁軟小而無用과 같은 발음으로, 그 뜻은, 남성을 일으켜, 가까스로 들어가서, 죽을힘을 다했으나, 흐물흐물해지고, 부드럽고 작아져서, 쓸모가 없다--역자).
모두들 이 몇 인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몇 번 읽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절묘하다. 절묘해! 완소이(阮小二: ruanxiaoer 부드럽고 작아져서), 한 글자 한 글자가 와 닿는군. 야, 너 그거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모두들 맥주를 마시고, 조금 있다가 다시 관계의 처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말했다.
“음담패설 다들 좋아하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를 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는 제일이지.”
생각해보니 지난 몇 년 이런 야한 얘기들이 전국적으로 풍미하기 시작했다. 특히 관계에서 성행했는데, 이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다. 다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그런 용도가 있었던 것이다. 사천에서 온 왕귀발(汪貴發)이 자기는 예전에는 술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주 술고래가 되었다고 했다. 윗사람과의 거리감을 줄여주는 데 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잘 마시잖아. 다 그렇게 올라가서 그런 거야. 한 번은 하루 저녁에 삼차까지 간 적도 있어. 아주 간이 다 타버리는 것 같더라. 내가 그냥 처장이 된 게 아니라고.”
오외가 말했다.
“내 자리도 상당히 안정된 편인데, 그게 우리 우두머리가 나 없으면 안 되거든. 사람들이 권하는 술을 내가 다 대신 마셔주잖아.”
한 친구가 말했다.
“뭐니 뭐니 해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그 누구를 찾아 확실하게 받들어 모시는 게 제일 중요해. 한 명이면 충분해. 그렇지만 그 사람 마음을 읽는 정도로는 부족해.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파고들거든. 아주 그 사람의 잠재의식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거야.”
듣기가 좀 거북스러웠다. 이게 뭐냐? 배웠다는 사람들이 안색 하나 안 바꾸고 할 말들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저런 이야기를 꺼내다니, 세상이 변하긴 정말 많이 변했다. 내가 말했다.
“윗사람들이 그렇게 천박할까? 자네가 아부 한 번 한다고 자네를 총애할 리 없지 않아?”
오외가 대꾸했다.
“아부 한 번 한다고 자네를 싫어할 리는 더 만무하지.”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잠재의식 중에서 자기도 깨닫지 못하는 수요를 캐내고, 시장을 개발하듯이 그 잠재수요까지 개발한다는 소리야?”
다들 심오하다고 난리였다. 오외가 덧붙였다.
“대위, 자네는 이론은 빠삭한데 어떻게 아직도 제자리걸음인가?”
“내가 직접 실행으로 옮기지를 못해서 그렇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론이야 빠삭하지. 다 보이잖아."
오외가 말했다.
“사실 윗사람들도 좀 빠릿빠릿한 사람이 필요할 거야. 그 사람들도 사람이니까 뭔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자기 힘으로 해결하기 힘들거나 말을 꺼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잖아. 그런 문제들을 누군가가 간파하고 자기 대신 처리해주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해 봐.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미워할 수 있겠어? 그런 사람이라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추궁하고 싶을까? 사람은 로봇이 아닌데 말이야, 원칙만 지키기를 바란다는 건 불가능하지. 비인간적이라고.”
모두들 점차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더러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라고 했다. 모두들 동창인데다가, 평상시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한 꺼풀 가면을 덮어쓰고 자신을 은폐하려 들지만, 어차피 각기 다른 직장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다들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가식이 사라지자 이런 모습들이 나타났다. 나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여겨졌다. 승진하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다 똑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사회의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도 그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그때 깨달았다. 오랫동안 나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거대한 권력과 공공의 자원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공평(公平)과 정의(正義)를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남보다 더 자제하라고, 남보다 더 억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환상을 추구해 왔고, 결국 한 사람의 포청천(包公), 한 사람의 해서(海瑞)와 같은 인물이 나오기는 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들, 평소에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 그들이 이런저런 회의석상에서 떠들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소리들은 하나같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뿐이다. 어차피 안 할 수는 없는 말, 모두들 천 조각으로 눈을 꽁꽁 동여매고 떠들어댄다. 실제로는 자기 필요에 따라 조작을 하건 무엇을 하건 간에 입으로는 원리 원칙을 떠들어댄다. 그리고 그런 일에 이젠 익숙하다. 얼굴 붉힐 것도, 가슴 뛸 것도, 숨 차할 것도 없다. 다 똑같다. 심지어 이런 것들이 이제는 게임의 규칙으로 되어버렸다. 이 규칙을 모르는 사람은 입으로 떠드는 말들이 전부인 줄 알고, 그리고 자기의 신념을 따르려 한다. 그 사람은, 게임 끝이다.
이전에 내가 피를 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게임의 규칙을 어긴 탓에 형편없이 곤두박질쳤고,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잘하면 한 평생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가식이 규칙이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이 가식적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또 그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도 없다. 그저 규칙대로 할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묵과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예외가 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모두들 흥분한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을 고백하는 모습에서 나는 일종의 친근감마저 느꼈다. 어찌 되었든 가면을 쓴 것보다는 나았다.
허소만과 다른 여자 동창생들이 때마침 들어오자 다들 더더욱 신이 났다. 왕귀발이 말했다.
“허소만, 너는 나와 똑같은‘처장(處長)’이라도 급이 다르더라. 네 아래 청장들이 다들 너를 무서워하던걸. 나는 우습게 보면서 말이야.”
말하면서 제 엉덩이를 탁 치고는 허소만도 건드리려다 다시 손을 거두고는 말했다.
“북경에 남아 있는 동창 중에 허소만 네가 제일 잘나가.”
“내가 아무리 잘나가 봤자 사천 사람들하곤 비교도 안 되지. 등소평이나 왕귀발 같은 사람들하곤 말이야.”
왕귀발이 두 팔을 번쩍 들고 말했다.
“항복, 항복, 졌다! 졌어!”
한 친구가 말했다.
“허소만, 넌 그런 자리에 있으니까 우리가 밑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모르지? 종종 선심 쓴다고 생각하고 사람들 앞에서 불쌍한 동기들 칭찬도 좀 해주고 그래라.”
“돈이 남아도니? 나더러 너 추켜세워 주려고 산 넘고 물 건너 광주까지 가라고?”
허소만이 대꾸했다. 그 친구가 다시 말했다.
“국가 프로젝트 따낼 방법 없겠냐? 그 프로젝트만 딸 수 있다면 내가 한 오만 위안까진 쓸 용의 있다. 국가 프로젝트 보조금이야 기껏 이삼만 위안이지만 그 명예를 얻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오외가 말했다.
“국가 프로젝트만 하나 따내면 일단 자네 자리는 견고해지는 거지. 위로 올라갈 조건도 더 좋아지고.”
“그야 그렇지. 그런데 다른 사람한테 밀릴까봐 걱정하는 거지. 내년에 박사과정 들어가고 싶은데 우선 하드웨어부터 정비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나중에 누가 추천해주려고 할 때 추천하기도 수월하지.”
얘기를 마친 그 친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내년에 내가 국가 프로젝트 신청할 테니 허소만 네가 좀 봐줘야 한다.”
허소만이 말했다.
“그건 따로 담당조가 있는데.”
“오 만 위안 쓴다니까. 네가 책임지고 좀 뚫어줘. 그 사람들은 뭐 사람 아니냐? 프로젝트 따내려면 그 정도 출혈은 감수해야지.”
"그 사람들은 뭐 돈 처음 보니?”
“못 도와주겠다 이거지? 여기서 예술적인 리더십이 드러나는군. 우리 입을 막는 걸로 부족해서 방귀도 못 뀌게 하겠다 그거지.”
말하고 나서 자기 입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 놈의 주둥이. 문명 수도의 고상한 여성분 앞에서 말하는 거 하고는.”
잠시 후 다시 화제는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자기의 수입을 늘릴 수 있는가로 돌아갔다. 다들 월급에 맞춰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수입을 찾는 것이 도덕적으로 거리낄 필요가 없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문제는 어떻게 법망을 피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상어라면 한 입을 물든 몇 입을 물든 합법이지."
말하면서 몸을 휙 하고 날려 허공을 물어뜯는 시늉을 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찔하게 했다.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은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고, 확실하다 싶은 것만 입에 대야 하는데 말이야.”
일본에서 온 여용(黎勇)이 말했다.
“일본에 간 지 사년이 됐어. 이제 먹고 살만은 해.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자네들 중에 시체를 업어본 사람 있어? 죽은 시체는 엘리베이터에 못 태우거든.”
그는 두 팔을 뒤로 보내고 허리를 구부리는 시늉까지 해가면서 고층 빌딩에서 시체를 아래까지 들쳐 메고 내려왔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일본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먹고 살려고 했던 일이지. 생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잖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내가 말했다.
“어쩐지 해부실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나더라.”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시 아웃사이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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