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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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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34>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제 2권**

***34.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우리 애는 정말 착한 아들이다. 그렇지만 아들 생각만 하면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일파가 가진 기회가 정소괴의 아들 강강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고 아무리 쓴 열매라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입맛이 씁쓸했다.

애가 이해력이 좋은 것 같았다. 겨우 한 살 남짓할 때부터 이미 당시(唐詩)를 외울 수 있었다. 비록 그 의미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를 외울 때 한 발을 내딛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숙였다 폈다 하는 폼이 꼭 그 뜻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데리고 놀러 나갈 때면 아이가 두 손으로 나와 동류를 동시에 잡고 외쳤다.

“엄마 아빠 둘이서 나 잡아당겨 봐요!”

그리고는 동류의 몸에 바짝 기대면서 말했다.

“엄마가 이겼다! 엄마가 힘이 세네.”

또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중에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제일 예쁘지. 엄마는 새 신부잖아. 난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야.”

한번은 만화를 보는데, 늑대가 토끼를 쫓고 있는 대목에서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고 급한 마음에 거의 울먹이면서 말했다.

“늑대 나빠, 늑대 나빠!”

동류가 말했다.

“늑대가 나쁜 게 아니란다. 늑대가 토끼를 안 잡아먹으면 늑대는 배고파서 굶어죽을지도 몰라.”

“아직 어린 애한테 그런 잔인한 건 왜 가르쳐?”

“당신이 늑대라면 어쩔 건데요? 하느님이 토끼는 착하고 늑대는 나쁘다고 정해 놓은 건 아니잖아요. 좋고 나쁘다는 것은 시인들이 만들어 놓은 거라고요.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은 신의 뜻, 불변의 진리이고, 늑대가 토끼를 안 잡아먹는다면 그게 더 잘못된 거예요. 그래서 나는 만약 나더러 선택하라면 절대로 토끼는 되지 않을 거예요. 다 그런 거지 뭐.”

동류는 일파에게 백설공주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에 한 번 듣고 두 번째 들을 때였다. 이야기를 반쯤 듣더니 일파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동류가 물었다.

“왕비의 바구니 안에는 뭐가 있었지?”

아이는 재빨리 외쳤다.

“사과 없어, 사과 없어.”

“사과 안에는 뭐가 있지?”

“독 없어.”

“있는 건 있는 거야. 네가 없다고 말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란다.”

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는 기상천외한 말들로 어른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번은 일파가 장난을 치자 동류가 말했다.

“이렇게 말 안 듣는 걸 보니, 네 아빠가 병원에서 잘못 데리고 왔나보다. 아무래도 남의 애를 데리고 왔나봐.”

일파가 얼른 말했다.

“동류 아주머니, 지대위 아저씨.”

내가 말했다.

“우리 아들 말하는 것 좀 봐. 나날이 재치를 더하는 걸. 한 마디 한 마디가 진리이고, 만 마디 할 것을 한 마디로 끝내기도 하고 말이야.”

한번은 공원에서 호수에 떠 있는 배를 가리키면서 일파가 말했다.

“화륜선(火輪船)엔 화륜도 없는데 왜 화륜선이라고 해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또 물었다.

“내 눈은 이렇게 작고 배는 저렇게 큰데 어떻게 내 눈 안에 다 들어오지?”

그리고 공원을 나와서 일파는 요구르트(酸乳)를 마시고 싶어했다. 동류가 말했다.

“요구르트는 두 개인데, 셋이서 어떻게 마시지?”

일파가 말했다.

“세 개! 엄마하고 나하고 아빠하고.”

“두 개 밖에 없는데?”

아이는 고집스레 말했다.

“세 개! 엄마하고 나하고 아빠하고.”

동류가 웃으면서 말했다.

“고집 하고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有其父, 必有其子). 우리 식구는 앞으로 어쩌면 좋아.”

또 한번은 하도 까불어서 동류가 한 마디 했더니 일파가 이렇게 말했다.

“자꾸 야단치면 나 창문에서 뛰어내릴 거야.”

너무 웃겨서 내가 말했다.

“아니 우리 겁쟁이가 창문에서 뛰어내린다고? 어디 침대에서 한번 뛰어내려 봐.”

일파가 얼른 대꾸했다.

“나는 높은 데서만 뛰어내려. 낮은 데서는 안 뛰어 내려.”

자기 자식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 감정은 정말 특별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가끔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유도 없이 괜히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울고 싶어졌다. 나는 동류에게 말했다.

“이 세상은 정말이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같아.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자식을 이렇게 귀하게 생각하니, 이 세상은 가망이 없겠어.”

동류가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자기 자식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면, 그거야말로 절망적인 거죠.”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편견은 신의 뜻이며, 누가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 말대로라면 편견도 나쁜 게 아니네.”

편견에는 맹점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맹점조차도 나쁜 게 아니군. 이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착하게 사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헷갈렸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先有鷄呢, 還是鷄蛋)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어제 저녁부터 동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침 출근 전에 그녀가 말했다.

“오늘 당신이 일파를 인민로(人民路)까지 데려다줘요. 인정하든 안 하든 팔자가 그것밖에 안 되는 걸. 난 안 가요. 갔다가는 틀림없이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할 거야.”

“임지강이 세상물정 모르고 큰소리 떵떵 친 거지. 그나마 우리가 큰 기대 걸지 않아서 다행이야.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어.”

그때 아래에서 빵빵 하는 경적 소리가 나더니 임지강이 올라왔다. 동류는 일종의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임지강도 무언가 성사시키고 온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렵지? 그게 원래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어.”

“정말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기껏해야 유치원 들어가는 건데! 이틀만 더 주세요. 제가 친구를 통해서 회계재정처의 관(關) 처장과 끈이 닿아서, 관 처장이 사무국의 맹(孟) 국장을 찾아가기로, 그리고 그 맹 국장이 진(陳) 원장을 찾아가 말해보기로 했어요. 관 처장조차도 자신할 수 없다는 거예요. 원래 다른 사람한테 일을 부탁할 땐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되는 법이거든요. 두 분 초조해 하실까봐 제가 먼저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관 처장이 기꺼이 돕겠다니 정말 대단하네. 게다가 맹 국장도 팔 걷고 나선다면 그건 더욱 대단한 일이야. 그리고 그 친구라는 사람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동류가 임지강에게 말했다.

“자네도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해.”

임지강이 말했다.

“다 성사된 다음에 얘기하죠. 성사된 다음에.”

동류가 물었다.

“돈은 얼마나 들었어? 말만 해. 우리 때문에 이렇게 애쓴 것만도 미안한데 어떻게 돈까지 내라고 하겠어?”
말하는 품이 허리춤에 만 냥이라도 찬 듯 호방했다. 그가 말했다.

“친구와 관 처장이 무슨 관계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관 처장 다음의 일들은 더더욱 모르고요. 어쨌거나 건너고 건너서 아는 관계여서요. 그 친구 집에 전화 놓아주기로 했죠. 이 친구도 다른 친구가 소개시켜준 친구인데,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전화를 놔 주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사천 위안도 넘을 텐데, 동류가 그 많은 돈을 부담할 수 있을까? 이 말을 듣고 동류가 말했다.

“그래야지, 그럼 그래야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거치는데 어느 한 곳에서 문제나 생기지 않을지 몰라. 진 원장한테 먹혀들까? 만약 관 처장이 절대적인 파워를 갖고 있다거나 하면 좋겠네.”

이틀 후 일파가 성 정부 유치원에 들어가기로 결정이 났다. 동류가 임지강에게 말했다.

“전화 놓는 데 돈 얼마 썼어? 그리고 이래저래 또 돈 썼을 것 아니야? 솔직히 말해줘. 이렇게 많은 사람들 끌어들이는 데 기름칠도 적잖이 했을 거 아냐?”

임지강이 말했다.

“처형 일 돕는 데 돈이라뇨? 사람 너무 우습게 보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뚫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자네 돈까지 보태게 할 수는 없지. 당연히 돈은 우리가 내야지.”

임지강이 말했다.

“돈이야 뭐 문제가 되나요. 누구든 내면 되는 거죠. 문제는 전신국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전화번호를 따오는 게 문제예요. 요즘은 예전과는 달라져서 말로는 절대 아무 일도 안 돼요. 받아먹은 만큼 일도 해주죠.”

나는 동류가 걱정스러웠다. 저렇게 많은 돈을 무슨 수로 부담한단 말인가! 그런데 웬걸, 동류가 말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얼마가 들었는지 말하라니까. 일은 일대로 시켜먹고 돈은 돈대로 손해 보게 하는 그런 일은 안 해.”

임지강이 한참 딴청을 피우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돈은 다 회사 돈이에요. 고객 관리, 업무상 필요로.”

내가 물었다.

“자네 회사는 그런 돈도 청구할 수 있나?”

“아무나 다 이런 식으로 청구할 수 있으면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라도 사흘을 못 버티고 망하죠. 그게 다 누가 청구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말하면서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가슴을 치고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였다. 그의 이런 행동이 거슬렸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뭐라고 하건, 무슨 짓을 하건, 다 받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결해준 그에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딴지를 걸 수 있겠는가. 그가 어떤 수단을 써서 문제를 해결했건 그것도 그의 실력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파를 데리고 성 정부 유치원에 가던 날, 동류는 유치원의 뛰어난 교육환경을 보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문을 나서서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던 동류는 계속 웃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손등으로 계속해서 눈물을 훔쳐대며 그렇게 울더니 또 갑자기 다시 고개를 위로 쳐들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말했다.

“행길 가야. 남들이 보면 돈 가방이라도 주운 줄 알겠어.”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이제야 우리 일파를 볼 면목이 서네요. 이제야 면목이 서요.”

길을 건너자 그녀가 말했다.

“우리 일파가 울고 있지는 않나 모르겠네. 내가 가서 창문 너머로 봐야겠어요.”

“며칠 울다 말 거야.”

그녀는 결국 나를 끌고 다시 돌아가서 창밖에 숨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 우네.”

한 발자국 내딛고는 세 번씩 돌아보면서 가까스로 자리를 떴다. 오후에 아들을 데리러 가자 일파가 우리를 향해 달려와 안기면서 말했다.

“아빠 찾았다. 엄마도 찾았다. 이게 아빠, 이게 엄마.”

동류는 애를 안고 유치원 대문을 나설 때까지 내내 입을 맞췄다. 동류가 말했다.

“이렇게 착한 아들이 또 어디 있을까? 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어른들이 노력해야 되요.”

동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아들 녀석이 잘 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잘 산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내일에 더 모진 꼴, 무거운 짐을 지기 위해서 오늘 이 모진 꼴, 무거운 짐을 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위생청에서 일한 지도 벌써 육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내가 첫 출근하던 그날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 없었다. 오히려 퇴보했다고나 할까? 하루하루를 그냥 이렇게 꿈속을 노닐듯 마치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일년이 지나고, 또 일년이 지나고, 고개 돌려 생각해 보면 그냥 그렇게 한 해가 지났을 뿐이다. 그렇지만 인생에‘육년’이란 세월이 몇 번이나 있을 수 있는가! 더군다나 인생의 황금기에. 스스로가 밉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굳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니 뚜렷했던 모습은 희미해지고, 명확했던 의미도 애매해지고 있었다. 자기 가정에도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꿈꾸랴. 그렇지만 코앞의 몇 가지만 보고 산다면 나는 또 무엇인가? 여러 해를 기다렸지만 아직 그 기다림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각도에서 나의 생활을 돌이켜보아도 그저 희미한 손 하나가 형용하기 힘든 우아한 자태로 방향을 지시할 뿐이다.

생존은 진리이고, 귀결점이며, 전부이다. 이것이 본질이고, 이것이 깨달은 자의 깨달음이고, 아는 자의 앎이다. 예전에는 이것이 못 배운 사람들의 생활태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부할 수 없게 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정소괴와 임지강의 엄청난 억압 속에서도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더 나은 생활을 해야 하고, 내 아내 역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내가 결코 다른 누구보다 어리석은 건 절대 아니다. 나는 내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을 상상해 본다. 하늘과 땅이 끝 모르게 펼쳐져 있는…. 마음으로 내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라는 걸 안다. 한 발짝만 땅에 내디뎌도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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