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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깜깜'…한ㆍ미 대북 정보력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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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깜깜'…한ㆍ미 대북 정보력 무용지물

[윤재석의 '쾌도난마'] 김정일 사망 '52시간 미스터리', 밝혀야 될 것은…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가 오늘(19일) 정오 일제히 발표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 김정일의 사망 원인은 중증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 사망 장소는 현지지도를 하던 열차 안. 구체적인 지명은 적시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어준다면, 한국과 미국은 김정일 사망 시점에서 5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그것도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를 통해 그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셈이다.
중국 당국도 오후 4시(현지시간 오후 3시)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여기서 한국, 미국, 중국 등 북한과 이해가 밀접한 3개국이 김정일 사망을 인지한 시점이 각각 언제냐를 놓고 담론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 김정일 사망 직후, 또는 적어도 24시간 안에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대형(大兄)'이니까. 이는 북한이 정권 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직면했을 경우, 중국에 항용 해온 관행.

문제는 또 다른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이 어느 시점에 사건을 인지했느냐다. 이는 특히 양국의 대북 정보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사항이다.

그런데, 한국은 적어도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MB가 17~18일 이른바 셔틀외교 차 일본을 다녀왔고, 북한 당국의 발표 시점인 오늘 낮 청와대 직원들과의 오찬을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

그렇다면 미국은 언제 알았을까? 이 역시 북한 당국의 발표 시점에 인지했다고 보는 게 정황상 타당하다. 만약 미국이 이를 인지했다면, 즉각 한국에 통보했을 터이니까.

이것도 하나의 전제가 있긴 하다. 한·미 관계가 정상적이라는. 사실 고(故) 노무현과 조지 W 부시가 양국의 군 통수권자였던 시절엔 예민한 정보 사항의 한·미 간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사례가 더러 있다. 하지만 MB와 버락 오바마는 이념적 정체성의 상이(相異)에도 불구하고, 찰떡궁합이다. 따라서 한·미 간 정보 공조는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미국 모두 김정일의 사망 사실을 북한 당국이 발표할 때까지 깜깜 몰랐다는 얘기가 된다.

이건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 대북 정보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해야할 한국이, 북 정권 수괴(首魁)의 사망 사실을 북한 당국의 공식 보도를 통해 알다니!

이쯤에서 한·미 양국의 수단별 정보력을 점검해 보자. 그전에 우선 정보수집 수단의 종류부터 살펴보자.

▲ KH-11을 탑재한 델타로켓 ⓒAP=연합뉴스
정보 수집 수단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영상정보(image intelligence: 이민트), 신호정보(signal intelligence: 시긴트), 그리고 대인정보(human intelligence: 휴민트)가 그것.

한발 더 나아가 대북 정보력을 세 가지 정보수집 수단 측면에서 정보력을 분석해본다. 우선 이민트 면에선 미국의 정보수집력은 막강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초정밀 첩보위성 KH-12를 운용하고 있다. 국가정찰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은 이 위성을 통해 지득한 영상정보는 물론, 전화통화 내용 등의 전자 자료(electronic materials)를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 제공한다.

KH-11의 후속 기종으로 '개량 케너넌'(Advanced KENNENAN)으로도 불린다. 'Ikon' 또는 'Improved Crystal'이라는 암호명으로도 불리는 이 위성은, 허블 우주 망원경 크기에 무게 2t으로 지상 483㎞(서울~부산 거리)의 저궤도를 1시간 30분 주기로 선회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해상도가 가로 10cm×세로 10cm. 사람 주먹만 한 사물까지 분별할 수 있다. 차량번호판은 물론, 발사대에 장착된 북한 미사일의 크기·성능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그 외에 U-2 첩보기, 마하 3(음속 세배 속도)에 지상 26km 상공을 나는 SR-71(블랙버드) 첩보기, 무인정찰기 프레데터 등 다양한 첩보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같은 미국의 이민트와 시긴트가 이번 김정일 사망 확인에 무력했던 것이다.
이번엔, 한국의 정보수집력. 이민트에선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국이지만, 시긴트 면에선 미국 못지않은 수집력을 갖추고 있다.

시긴트는 레이더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는 전자정보(electronic intelligence) 수집과 통신 감청인 통신정보(communication intelligence) 수집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남한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인접해 있고, 정보기관, 군, 경찰 등이 각기 첨단 장비들 시긴트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정보력에서 전 세계에 통신감청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 S-71 ⓒ연합뉴스
그 보다 더 강력한 능력은 바로 휴민트. 스파이, 고정간첩 등을 활용한 대인정보 수집에 있어선 미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북한과 언어가 같고, 북한 사람을 접촉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휴전선에서 경계 서고 있는 병사들의 눈도 대표적 휴민트. 초병 눈에 들어온 북녘 병사와 주민들의 동태에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한 남한의 시긴트와 휴민트도 김정일 사망 사실 인지엔 깜깜했다.

만일 김정일이 북한 당국의 발표대로 현지 지도 중 열차에서 급사했다면, 한·미 양국의 대북 정보력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지 지도 중 열차에서 급사했을 경우, 달리던 열차가 정거장 아닌 곳에 서고, 들것과 앰뷸런스가 등장하고,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의 황망한 모습이 포착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특히 올해로 50만대가 보급된 휴대전화를 통해 김정일 사망소식이 전파될 게다. 시긴트와 휴민트의 결합.

그렇다면 촘촘하게 찍어대는 이민트, 양국 공히 막강한 시긴트, 그리고 한국의 출중한 휴민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북한 당국이 발표한 김정일 사망 장소와 사망 원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2008년 이후 정상이 아니다. 언제나 위태위태, 그래서 김정은으로의 세습 작업도 가속이 붙었던 것.

그동안 갖가지 처방으로 회복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도 근신해야 할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면, 현지 지도 등 무리한 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수 있다. 김정일의 사망이 사고사일 가능성이 솔솔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보력은 과연 건재한가?

김정일 죽음의 진실은 무엇인가?
미구(未久)에 파악되겠지만, 흥미로운 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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