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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메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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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메세나'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2>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본주의의 문화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적이다.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말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에 별 생각없이 자본주의를 남발하지만 가만히 이 말을 되새겨본다면 실은 끔찍한 용어이다. 글자 뜻그대로 풀어본다면 자본주의는 ‘자본이 근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이 근본인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이다. 동양적인 오랜 전통인 ‘인본주의(인간이 근본)’와는 대조적이다.

자본주의는 물질주의적이고 냉엄한 서양적인 철학이 배어있는 경제체제이다. 자본주의의 논리는 자본의 논리이며 따라서 사회문화는 자본주의의 생리에 맞게 짜여져 있다. 심지어 인간의 삶의 질과 정신적 측면을 보여주는 문화도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자본주의의 경제주체인 기업이 돈벌이와 이윤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인간사는 것이 얼마나 삭막해질까. 특히 인간적인 삶과 연관되어 있는 문화마저 철저히 이윤창출의 노예가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진보적인 지성들은 적어도 문화적인 영역에서만은 상업논리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이야기했는데,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무에 앞장선다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기업이 경제적 영역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문화영역에서 환원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기업인들은 사회적 상층으로서 더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경제적 이해와는 무관하게 문화예술과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경우를 유럽의 기업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도 이런 활동에 점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렇게 기업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이나 지원을 하는 것을 ‘메세나(mécécnat)'라고 부른다.

메세나의 어원은 로마제국시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재상 마에케나스(Caius Cilinius Maecenas, BC 69-8)이다. 메세나의 유래에 대한 기사는 신문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대부분은 부정확한 기사이다. 그 중 가장 제대로 된 기사는 SK글로벌 부회장 김승정이 대한매일신문의 CEO칼럼에 ‘메세나운동과 좋은 기업’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이다. 메세나의 기원을 다룬 앞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줄리어스 시저의 양자로 로마제국의 초대황제로 등극한 아우구스투스는 시저가 암살된 이후 안토니우스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며 로마제국번영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는 두 명의 충직한 신하가 있어 그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줬다. 그중 아그리파 장군은 황제의 전쟁수행능력을 배가시켜 제국의 영토를 넓히고 국경을 튼튼하게 했다. 또 다른 한 신하는 내정을 담당, 이민족정복을 위한 황제의 잦은 원정에도 흔들림없는 국가의 기강을 유지한 마에케나스이다. 마에케나스는 정치가로서, 또 내정과 외교를 담당한 대신으로서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로마당대의 시인 호라티우스, 베르질리우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마에케나스는 제국의 영토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화예술활동의 후원자로 나서 로마제국의 품격을 높이는데 애썼다고 한다. 그의 이름 마에케나스를 불어식으로 발음하면 ‘메세나’가 된다. 이는 오늘날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업의 후원활동을 총칭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후락)”(<대한매일> 2002년 7월 15일자)

메세나의 어원에 대한 적절한 해설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옥의 티가 발견된다. 마에케나스를 프랑스어로 하면 ‘메세나’가 아니라 ‘메센(Mécène)’이다. 메센은 마에케나스를 가리키거나 마에케나스처럼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후견인이나 기업을 말한다. 그리고 ‘메세나’는 ‘메센’이 하는 활동을 뜻한다. 프랑스어 사전에 보면 Mécécnat는 “문예ㆍ학술ㆍ예술의 옹호, 후원”이라고 되어 있다. 메세나 활동은 조그마한 콘서트 후원에서부터 거대한 문화행사 지원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나 내용이 다양하다. 기업이 음악회나 축제를 후원하는 것도 메세나이고 아니면 기업 자신이 직접 문화이벤트나 행사를 주관하는 것도 메세나이다.

우리나라에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라는 단체가 있다. 전경련 회관내에 소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은 대부분 이 단체의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다. 현재 회장은 금호문화재단 박성용 이사장이다. 여기에서 계간으로 ‘메세나’라는 잡지도 발간하는데 문화예술행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회원사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기사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업메세나협의회의 홈페이지와 계간 메세나에는 메세나란 “고대로마제국의 재상으로 문화예술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예술,문화에 대한 두터운 보호와 지원’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라고 친절한 해설을 달아놓았는데, 이상하게도 ‘’기업메세나협의회의 영문 표기는 ‘Korean Business Council for the Arts'라고 되어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메세나라는 용어는 이미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Korean Mecenat Council이라고 고치는 게 옳을 듯하다. 서양에서도 메세나란 용어는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영어표기를 굳이 한국인들을 위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런 표기가 아니라 메세나의 정신과 메세나 활동의 내용일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메세나 운동은 이런 부정적인 기업이미지의 일대 전환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것이다. 경제적인 기득권집단이 솔선수범해서 사회문화적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메세나 운동은 큰 범주에서 보면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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