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포착된 것은 2008년 9월 초다.
그해 8월 중순 군부대 시찰을 마지막으로 공개활동을 하지 않던 김 위원장은 9월9일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와병설이 증폭됐다.
그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당국자는 AP통신에 "김 위원장에게 건강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아마도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미국의 한 정보소식통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뇌졸중 전문의사 2∼3명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첩보가 있어 미 정보당국이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음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지만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외국 의료진에 수술을 받았고 언어에는 전혀 장애가 없으며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부인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다가 은둔 80일 만인 11월2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간 축구경기를 관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왼팔과 왼손이 부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80일 은둔은 역대 두번째 기록으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한 후 조문객을 면담하다 87일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가장 길다. 그가 다시 등장한 뒤 당시 북한 매체들은 '100일 애도기간'을 정해 근신했다고 보도했다.
축구 경기 관전 보도 이후 김 위원장은 군부대 시찰, 각종 공연 관람, 각지의 공장·기업소 현지지도, 해외인사 접견 등 와병설이 제기되기 이전에 보였던 왕성한 행보를 보였고 11월 8회, 12월 13회의 공개활동을 소화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09년 1월 초 김 위원장은 삼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하달했다. 다음달 말 북한은 김 위원장이 회령대성담배공장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진 2장을 포함한 132장의 함경북도 회령시 현지지도 사진을 내보내며 그의 건강이 호전됐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뇌혈관 계통 이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뒤에는 평소 즐겨 신던 '키높이 구두' 대신 공장·기업소 등을 현지지도할 때는 바닥이 편평한 '컴퍼트' 신발을, 산악이나 고지에 있는 군부대 등 험지를 방문할 때는 밑바닥에 고무창을 붙인 운동화의 일종인 '스니커즈'를 신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2010년 8월 중국 동북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두 차례나 야간열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이듬해 5월 말 다시 방중했을 때에는 창춘(長春)에서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까지 약 30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등 일주일 동안 6천여㎞를 기차로 이동하며 '건강악화설'을 일축했다.
201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3개월 전 중국 방문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인민복 점퍼가 작아 보일 정도로 배가 다시 나왔고 불편했던 왼손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왼발을 끌고 피우던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올해 김 위원장은 지난 5월에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석달여 만인 8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끝내 뇌졸중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17일 오전 열차 내에서 과로로 사망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9일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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