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오보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중앙일보가 오보 논란에 휘말려들었다. 중앙일보는 7월28일자 〈신계륜 “박범계 경질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박범계 민정2비서관의 경질을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도 신 의원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더욱이 ‘경질’운운은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신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을 최근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기자들에게 "제발 취재의 ABC를 다시 배워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음모론을 가지고 386세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물론 신 의원이 오보라고 주장했다고 해서 오보로 공식적으로 판명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기사에 거명된 당사자가 이처럼 오보라고 주장하며 ‘취재의 ABC'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정정과 사과까지 해야 할 것이다. 오보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지만 진실은 밋밋하게나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신 의원으로부터 ’취재의 기본이 안됐다‘는 지적을 받은 중앙일보의 기사와 동아일보의 오보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왜 이런 부실한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중앙일보의 오보논란 기사는 동아의 오보처럼 철저하게 익명의 취재원에 숨어서 기사를 만들었다. 동아가 ‘여권 핵심관계자’란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했다면 중앙은 ‘여권 고위관계자’로 표현만 조금 바꿨을 뿐이다. 기사 전체의 핵심적인 내용을 여권 고위관계자 한 사람의 입에 근거하고 있다.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믿지 않을 수 없도록 구성하고 있다. “신 의원이 대통령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해 만남이 이뤄졌다”고 면담 성사과정까지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자세하게 밝혔다. 그러나 정작 면담 당사자로 지목된 신의원은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누군가가 독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연합뉴스의 최근 보도, 즉 청와대가 민주당 의원들의 대통령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기사가 사실이라면면 중앙일보의 기사는 작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공통점은 당사자의 반론이나 주장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의 오보는 수사주체인 검찰의 부인을 무시했고 ‘비리 의원’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첫 보도 당시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의 중앙일보 보도 역시 신 의원의 강한 부인을 무시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말미에 “신 의원은 지난주 대통령 면담 사실을 부인했으며...”라는 식으로 한 줄 언급했을 정도다. 동아일보가 ‘서울지검장은 부인했다’고 언급한 것과 흡사하다. 기사 내용이 당사자들에게는 치명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인데 이런 식으로 보도해도 되는가에 대한 저널리즘 차원의 조명이 필요하다.
먼저 저널리즘의 기본은 보도로 인해 불이익을 보게 될 당사자에게는 충분한 반론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언론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반론권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대부분 즉각적으로 ‘반론권을 주라’는 판단을 내린다. 물론 정당한 이익이 없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기자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지만 한결같이 충분한 시간이 없고 마감시간 때문에 ‘설익은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한다. 일단 ‘보도하고 문제가 있으면 추후에 반론이나 정정을 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한번 나가면 그것이 오보라고 하더라도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점, 정정보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으로 인해 사전에 취재성실의 의무가 강조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당하는 사람의 처절한 심정을 언론이 조금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최소한 감정적 반발과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신 의원은 반론문을 통해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 7월 16일자 동아일보가 저를 비롯한 몇몇의 정치인들이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오보하여 큰 물의를 일으키더니, 오늘(7월 28일자) 중앙일보는 제가 386세대인 박범계 비서관(일부 언론으로부터 동아일보 허위보도의 취재원으로 지목받고 있는)의 경질을, 그것도 대통령 면담을 통해서 요청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저는 아침 신문을 보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일손이 잡히지 않고 너무나 화가 났지만, "이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중앙일보의 "이에 상응하는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동아일보는 이미 스스로 공식적인 정정보도와 사과를 통해서 잘못된 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중앙일보는 이 보도 하루 뒤 기사를 살폈지만 이에 대한 후속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제 공개적으로 오보라는 지적을 받고있는 만큼 중앙일보가 회사차원에서 해명을 할 차례다. 해명이나 정정과는 별개로 왜 이런 형태의 기사가 난무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언론의 권력화’ ‘권력기구가 된 언론’의 실체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의 입을 ‘악용’해서 청와대로 하여금 특정인물에 대해 ‘경질’을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 언론이 인사에 개입,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경질을 거론하며 징계권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다. 신문이 ‘신문 그 이상의 신문’을 꿈꾸고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 ‘대통령을 만들고 싶은 신문’을 지향할 때 신문은 사실을 왜곡하게 되고 진실은 자리를 잡지못한다.
노정부가 현재처럼 인터넷 국정신문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이런 유형의 보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며 기대한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신중한 보도, 책임있는 보도는 사법부의 견제와 감시만이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오보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곧 부실한 취재와 오보를 무모하게 보도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전담 재판부를 만들고 유사사례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할 때 비로소 악성오보는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도 이런 과정을 거쳤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언론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보다 언론으로 인해 짓밟힌 권익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