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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북핵 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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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북핵 위기 <1>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5> 최근 한반도 정세의 특징

다음 글은 정전협정 50주년을 맞이하여 25일 학술단체협의회와 문화일보 공동주최, <정전에서 종전으로>, 그리고 26일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 학술회의에 발표한 논문들을 종합 정리한 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북핵 위기, 그 진보적 해법'이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최근 한반도 정세의 특징
2. 미국의 세계전략
3. 부시정권의 전략적 기초
4. 제국의 지배에 대한 도전과 평화운동의 전략

편집자

***1. 최근 한반도 정세의 특징**

***(1) 원인과 결과, 그 인식의 틀, 그리고 대응의 기본방향**

2003년 중반기에 들어선 한반도는 현재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 관철을 위한 동북아시아 정책의 수순인 고강도의 긴장과 대결국면에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열강의 세력균형 전략과 호흡을 맞춘 전격적인 타협국면에 들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로서는 실로 생사(生死)의 갈림길인 것이다. 그런데 연일 그 명확한 흐름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을 가중하면서 어지럽게 보도되고 있는 이 지역의 상황은(1) 한편으로는 정세의 긴박함과 엄중함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아직 유동적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그 "아직"은 언제 그 시한이 종료될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유동적 공간을, 더 이상 시간이 흘러 전쟁의 조건이 계속 "불가피한 방향으로 축적되어가지 않도록"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평화의 역량으로 채워나갈 것인가가 최대의 관건이라고 하겠다.

이는 지정학적 관점에 보자면 이 지역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극체제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상황을 계속 주도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이에 대한 견제력을 높이는 우리 민족 내부의 결속력과 일극체제의 대안인 다극체제의 역량을 결합시킨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전쟁 통제력이 강화될 것인가가 판가름 나는 사안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일극 체제적 지배전략은 오늘날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듯이, 인류사회에 결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2)에서 한반도 위기의 저지를 위한 전략의 초점은 이러한 미국의 행동방식을 규제할 수 있는 틀을 짜나갈 수 있는가 없는가에 궁극적으로 모아진다.

그런 점에서, 우선 언급하건데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가동은 북한 체제의 독자적 군사주의가 아니라, 바로 이 미국의 지배전략에 대한 자기 방어적 (또는 정당 방위적) 대응이라는 연관관계 상의 특징을 주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북한을 제거, 붕괴시켜야 할 "안보위협"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논리에 따른 전쟁정책의 근본적인 극복이 어려워진다. 미국에 대하여 북한이 줄기차게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진정한 안보상의 위협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 증강과 그 패권적 과시에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다 선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평화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이 이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그리고 폭력적으로 관철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미국이 현재 "인류 평화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의 논리와는 반대로, 다름 아닌 바로 이 지역안보상의 우려가 되고 있는 미국 부시정권의 전쟁정책상 여러 조처들이 강력한 민족적/국제적 반발 앞에서 합법성과 실현성을 상실해갈 때 그와 동시에 소멸되어갈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무장을 통한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촉구했던 원인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장 체제와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적 장치의 강화는 현실적으로 미국의 전쟁정책에 대한 일정한 저지력(deterrence)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우리와 주변 국가들의 외교적인 "대북 설득력"은 한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빌미로 한 미국의 압박정책 강화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해법이 지향해야 할 바를 말하자면, 당연히 <전쟁 통제력을 높일 수 있는 최대의 선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쟁체제 지향적 조처를 일체 거부하면서 이로부터 이탈하여 새로운 평화의 공간을 내외적 연대의 강화로 이룩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issile Defense System)수립을 비롯하여 신무기 도입과 병렬적으로 이루어지는 군사력 재편, 한-미-일 합동 군사체제강화 등으로 나타나는 "전쟁체제로의 편입에 내부적인 정치사회적 압력과 역내 집단안보 체제의 조성을 통해 제동을 거는 것"이다.(3) 다시 말해서, 이 해법의 기본 방향은 남북을 포괄한 우리 민족 공동의 생존권이 미국의 세계 전략적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하여 단호히 저항하고, 이 저항의 기운을 평화적 대안의 창출로 연결하여 "민족 내부의 각종 차원의 결속을 강화하고 최대한 교류를 활발하게 하면서 이를 전 세계의 관심사와 지지의 대상으로 부상시키는 <역 봉쇄전략>에 기초한 국제주의적 노력"을 대폭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토대가 없는 전략과 대응은 그때그때 미묘하게 변동하는 정세의 흐름이나 관련 당사자국가 책임자들의 개별적 발언에 좌우되어 문제의 근본을 망각하고 불필요한 비관이나 근거 없는 낙관에 빠질 수 있다.(4)

***(2)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그 방향과 수단**

그렇다면 미국은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가? 그에 앞서 이러한 정세 가운데서 핵심적인 사안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정리해보면, 그것은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대로 북한을 이 지역 전체의 <공동의 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식이 진행되도록 할 것인가, 또는 그러한 방식을 이 지역의 각 세력들이 집단적으로 좌절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지역 질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전자는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항복을 하지 않는 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에 군사주의 노선의 대립과 충돌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우리 민족에게는 말할 수 없는 재앙을 뜻하게 됨은 물론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평화의 과정>을 국제적 연대라는 방식으로 동북아시아 전체의 체제적 전환의 문제와 관련시킨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재적 역량 상 간단치 않으며 우리의 주체적 대응이 결여될 경우 자칫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열강정치의 담합구조에 우리 민족의 행동반경이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정세인식 능력과 외교역량이 절실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질서를 의미하는 "일극체제에 맞설 다극화 체제 전환을 지향하는 해법"이야말로 이 지역 평화의 집단적 보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바로 이 두 가지 사안을 자신의 전략 속에서 통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냉전시대의 봉쇄전략을 새로운 진영 재편의 방식으로 추구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극체제의 출현을 적극 저지하면서 자신의 압도적 패권을 관철시키는 일체의 전략전술에 주력하고 있다. 즉, 북한을 고립시키고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연대와 결속을 해체, 자신의 진영으로 결속시켜나가는 방식이다. 이른바 "반 테러 전선"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도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진영 편성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은 국제적으로 종식되었으나 냉전 시대의 패권질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다.(5)

미국이 추진하려는 소위 "다자회담의 구조"도 바로 이러한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당사자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의 대립 구도가 가진 모순(6)이 국제적으로 드러나 미국의 군사주의적 접근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층적 압박을 북한에게 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가 지역적 독자성이나 상대적 자율성을 갖지 않고 자신의 지배전략의 반경 속에 있도록 하며, 그로써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상 요구되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안정, 즉 "자신에 대한 이 지역의 의존도를 높이는 질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 틀 속에서 "지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되는 북한의 역설적인 전략상 가치는, 반 테러 전선을 내세운 진영결속과 그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미국의 패권체제 유지를 위해 매우 필요한 것이 된다. 북한 문제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있어서 핵심 고리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대북 전략은 그간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무엇보다도 다음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1)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2) 핵문제를 비롯하여 각종 인권 문제와 기타 국제법적 규범에서 일탈하는 "범죄"국가로 이미지화한다.(8) (3) 국제적 대화의 노력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시킨다. (4) 경제적 실패를 "불법적 무기시장 확대"로 해결하려는 나라로 규정해간다. (5) 지도체제와 민중의 분리를 통해, "지도체제만 교체되면" 사태는 달라질 수 있다, 등이다. 즉, "깡패국가(rogue state)"에 대한 실증적 증명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다. 주로 언론을 통한 프로파간다에 해당하는 이러한 이미지 격하의 과정이 꾸준히 지속되고, 국내외적으로 일정한 지지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다음 공세의 수순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는 이후 미국의 전략과 관련하여 설명하게 되는 것처럼, 붕괴와 정권교체를 통한 이른바 <국가건설 점령정책(Nation-building Occupation)> 전략을 겨냥한 전 단계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지난 6월 중반에는 11개국이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모여, 대량살상 무기 확산 금지를 명분으로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를 국제법적 근거가 있는 행동으로 만들기 위한 회동이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이른바 <확산안보 선제행동(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이 결성되었다. 이와 같은 장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처임과 동시에, 북한의 대외 경제적 고리를 차단하고 만약의 경우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북한에 대한 다국적 군사행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 침략 과정에서 동맹체제의 기반이 견고하지 않았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자 대북 군사행동에 대한 국제법적 명분을 축적해나가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향은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도발적 봉쇄정책"이 얼마나 실질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기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과 관련한 불확실한 정보 흘리기를 통한 언론 작전(9),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개입 필요성 강조, 탈북자 수용 발언 등을 통한 체제 불안정 부각 등이 전개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하여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의 외교적 고립, 주변 국가들의 우호적 대북 접근차단,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북한 체제 붕괴와 지도세력 제거 등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고도의 정보 취재로 이름이 높은 중견 언론인 세이무어 허쉬가 뉴요커(The New Yorker)지 2003년 1월 27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한 정보 관리가 백악관의 회의에 참석,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밝힌 것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부시와 체니는 김정일의 목을 원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오고가는 협상 이야기로 정신이 헷갈리지 말라. 협상은 있겠지만, 백악관은 따로 계획이 있는데, 이라크 문제가 끝난 다음에는 이 자를 처치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이들에게 오늘의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10) 북한과 미국 사이에 협상의 줄다리기가 아무리 여러 형태로 벌어져도 미국의 본심은 결국 북한 지도부의 제거, 체제 붕괴와 정권 교체, 그리고 이라크의 경우에서처럼 이 지역의 식민지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허쉬의 보도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질서가 내세우고 있는 명분과는 다른 지배점령 정책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드러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은 이미 앞서 지적한대로 바로 이러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체제에 우리가 하위단위로 복속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하고도 전면적인 저항과, 민족 내부의 결속과 결합한 국제적 연대에 기초한 역 봉쇄전략 추진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거듭 일깨우고 있다고 하겠다.

각주

(1) 주로 미국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온의 교차로 이해되고 있는 동시에, "위기설"로 증폭되면서 어떤 움직임이 정작 미국의 진정한 의도와 목표인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혼란에 빠지지 말아야할 것은, "그 어떤 움직임일지라도 미국 부시 정권의 움직임은 일관해서 우리 민족의 자율적 공간을 최소화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적 해법이든, 군사적 해법이든 그것이 이러한 본질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의 진정한 자주적 평화의 길은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른바 "대화론"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경계하는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태의 위기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 흔히 관련 당사자간의 상호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이 상대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자세를 버리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그 대화가 상대의 굴복을 겨냥하는 것이 될 때 그 대화는 단지 새로운 긴장과 대결 상황을 가져올 뿐이다.

(2) 미국의 21세기 세계전략은 이후 상론하겠으나, 기본적으로 미국의 <군사력 재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는 미국의 군사정책이 과거, 위협에 대한 지정학적 대처(threat-based defense)에서 방어능력 향상(capabilities-driven approach to restructuring the US military)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미군 재배치와 신무기 도입은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다. 주한 미군의 기능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이 지역 최대의 군사력으로 존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Tom Donnelly, Memorandum May 25, 2001, 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

(3) 정전(停戰: Armistice)체제의 종식과 종전(終戰)을 확정하는 <평화협정 체결>은 이러한 의미에서 한반도에 전쟁체제 존속과 심화를 저지하는 중대한 국제법적 작업이 된다. 이는 또한 제2차 대전 이후 전후 처리 과정의 미완과 이로 인한 6.25 전쟁의 군사적, 외교적 유산을 해결하는 매듭이 된다.

(4) Seymour Hersh의 New Yorker지 기사와 관련하여 후에 서술하겠으나,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 정책의 기본 기조는 김정일 체제 붕괴와 정권교체라는 근본적 목적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일체의 외교, 군사적 접근은 한반도 정세를 위기 국면으로 가게 하는 "전쟁 지향적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언제 어느 때 위기가 발발할 것인가를 놓고 추측성 논란을 벌이는 것 보다 아예 그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는 상황의 근본적 변화를 목표로 삼는 노력이 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을 것이다.

(5) 한반도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냉전의 조건이 소멸한 상태에서 그에 맞는 방식의 질서 재편이 아니라, 냉전구도의 국제적 권력구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의 냉전장치를 고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 해결에 있어서 기본적인 모순으로, 내부적으로는 완만한 탈냉전 해법인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와 이에 대한 폐기라는 정치적, 이념적 대립으로 나타나며 외부적으로는 봉쇄정책의 지속, 강화와 역봉쇄전략 추진외교의 대립으로 표현되고 있다.

(6) 당사자 회담에서는 체제보장과 선제공격 철회,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 제거가 중심의제가 될 수 있으나, 다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 제거가 우선적 의제로 가동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를 지역 안보상 공동의 우려로 제기하고 있고, 이를 북한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고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바라는 중국,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 회담의 우선적 해결을 근거로 다자회담이 이루어지면, 이는 미국의 대북 압박 및 선제공격정책 철회가 주안점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해서 미국은 이를 가급적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하겠다. 회담의 양식은 그 주 의제가 무엇이 될 것인가의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 대목이 제대로 해결되면 다자회담은 향후 동북아 지역 안보의 새로운 틀을 짜는데 필요한 국제적 절차가 될 수 있다. 당사자 회담과 다자회담의 가치는 따라서 형식논리가 아니라, 그 내용상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그 본질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권의 다자회담 접근 방식은 민족 내부의 주체적 해결의지를 포기한 미국 위주의 다자회담 수용이라는 점에서 비판되고 있는 것이다.

(7) 이는 북한의 자기 방어적 조처조차 도발(provocation), 위협(threat), 공갈(menace)로 해석하고 규정하려는 미국 부시정권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부시정권의 군사주의 세력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모두 미국의 선의와 대화제의에 대한 거부, 그리고 국제법적 규제로 통제할 수 없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규정이 국제화되면, 다음 수순인 선제공격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이 하나하나 지속적으로 축적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대응이 긴급하다.

(8)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다만 군사적 공세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동원 가능한 자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총공세라고 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보다 결정적인 국면과 시기가 도래하면 이를 놓치지 않고 전면적 공세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황장엽의 방미 의회 증언 계획과 구상은 그러한 점에서 미국의 전쟁정책을 위한 조처에 우리가 협력하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가 되지 않을 수없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을 위한 전단계 조처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9) New York Times 2003년 7월 20일자, "North Korea Hides New Nuclear Site, Evidence Suggests" 이런 종류의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그 증거 내용에 대한 명확한 공개가 없고 증거 제보자의 위치가 분명하지 않으며 내세운 증거의 확실성에 대해서도 단정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은 북한의 핵 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기사 말미에는 그로 인해 북한의 핵무기가 밖으로 흘러나가 매우 위험한 사태를 결과할 수 있다는 논조로 일관한다. 증거가 북한의 핵무기 은폐를 확인(confirm), 또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clarifies)가 아니라 "~인 듯 하다" 는 식의 "suggests"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사가 정보 확인이나 증거제시에 있지 않고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증폭을 위한 언론작업의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

(10) Seymore M. Hersh, The New Yorker, 2003년 1월 27일 자 "One American Intelligence official who hs attended recent White House meetings cautioned against relying on the day-to-day Administration statements that emphasize a quick settlement of the dispute. The public talk of compromise is being matched by much private talk of high-level vindication. 'Bush and Cheney want that guy's head - Kim Jong Il's - on a platter. Don't be distracted by all this talk about negotiations. There will be negotiations, but they have a plan, and they are going to get this guy after Iraq. He's their version of Hi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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