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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 취임초부터 '북 우라늄 농축' 알았다"

커밍스 교수 주장, "18개월간 방치ㆍ대북 대결에 활용"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2001년 1월 취임 당시부터 북한의 우라늄농축 핵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이후 18개월동안 이를 방치했다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특사 방북시 이 사실을 북한과의 대결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북한은 7월의 과감한 경제개혁 조치에 이어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사상 최초의 북일 정상회담 등 개혁개방에 급피치를 올리던 시점이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993년에도 미국에 대해 핵무기 보유를 비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으나 당시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측의 이같은 주장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켈리 특사에게 회담장 한 켠에서 비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밝혔는데 부시행정부는 클린턴행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측의 이같은 주장을 즉각 공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클린턴팀, 부시행정부의 '북 우라늄농축 계획 정보' 모두 브리핑**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시카고대)는 25일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북핵 위기는 지난 93~94년 핵위기의 재판이며 그때나 지금이나 해법은 북미수교, 북한의 체제보장, 대북 경제지원 등을 조건으로 한 북한 핵 및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뿐이라고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한국전쟁 정전 50주년을 맞아 문화일보와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한반도평화 세미나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에서 발표한 초청강연 연설'누더기가 된 평화체제: 50년에 걸친 미 대한반도 정책의 실패'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커밍스 교수는 이 논문에서 지난 2001년 초 "퇴임하는 클린턴행정부 팀이 부시행정부에 대해 북한의 파키스탄으로부터의 핵농축 기술 수입에 관한 정보들을 모두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핵농축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게 된 2002년 7월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익명을 요구한 2명의 전직 클린턴행정부 관리로부터 이같은 정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임 클린턴행정부의 관리들을 포함한 많은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들 기술들을 수입함으로써 자신의 약속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다고 믿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은 (클린턴행정부 말기에 추진됐던) 미사일협상이 완료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됐다면 북한이 이들 기술로 추진하려 했던 어떤 계획도 무산시킬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18개월동안이나 이 증거들을 무시하고 2002년 10월에 가서야 이를 북한과의 대결에 사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대규모 위기로 확대시켰고, (북미) 양측이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거의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독립적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북한이 "핵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238 15kg을 정제해 내려면 약 5천개의 원심분리관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부시행정부는 반복해서 북한이 수개월내에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 핵위기를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93년에도 미국에 '핵 보유' 주장**

한편 커밍스 교수는 북한이 지난 1991년부터 핵카드를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 사례로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보유 발언'을 꼽았다. 당시 북한측 대표는 회담장 한 켠에서 켈리 특사에게 북한이 핵무기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정책에 따라 핵무기, 또는 핵분열물질을 국제시장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해외에 판매하고 이 사실이 발각될 경우 북한정권은 끝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면서 북한은 실제로 이처럼 위험천만한 행위는 하지 않으면서 켈리 특사를 통해 전세계를 향해 핵공갈을 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켈리 특사가 북한의 핵 보유 주장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이같은 북한측 주장을 곧바로 언론에 알림으로써 북한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1993년에도 북한은 미국 협상팀에 대해 핵 보유 주장을 했으나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커밍스 교수는 밝혔다. 커밍스 교수는 2003년 4월 25일 미 국무부의 한 관리로부터 들은 것임을 전제로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은 지난 1993년에도, 북한측이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때와 마찬가지로) 회담장 한 켠에서 비공식적으로, 핵폭탄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당시 미국측은 이를 묵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와는 반대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측으로부터 들은 모든 것을 공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북핵 위기는 진행 속도만 빠를 뿐, 지난 93-94년의 1차 핵위기와 본질적으로 똑같다면서 따라서 그 해법도 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며,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약속하고, 경제지원과 투자의 형태로 간접적 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중장거리 미사일 계획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이어 "사실 1998-2000년 클린턴의 북핵담당 대사였던 윌리엄 페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라는 별도의 핵프로그램을 위해 알루미늄 원심분리관 등의 관련기술을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북미 수교와 북한의 미사일을 돈으로 사들인다는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고 강조했다.

***"제네바합의는 매우 좋은 것"**

그는 또 "북한을 미사일통제기구(MTCR)에 가입시키는 데에는 연간 10억 달러, 그리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이라는 대가가 필요한 반면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 계획에는 이미 2000년말 현재 6백억 달러가 투입됐다."며 부시행정부 대북대결정책의 어리석음을 비판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어 94년 궁극적으로 북미수교에를 지향한 제네바합의에 대해 경수로 2기의 건설비용이 50억 달러인 반면 3만7천몀의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1백70억-4백20억 달러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네바 합의로 2002년 12월까지 8년간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동결했을 뿐만 아니라, 이 합의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요소였다는 점에서 이 합의는 '매우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커밍스 교수는 "현재 미국이 세계(분쟁지역)에 추가로 배치할 수 있는 전투병력은 단 1개 사단(101공정여단)에 불과하다"면서 이러한 미국의 약점을 알고 있는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에 발이 묶여 있는 틈을 이용해 미국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의 최근 도발은 외부의 의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으며, 하지만 1개 전선을 넘어 또다른 전쟁을 치를 자원이 없는 (부시)행정부가 질러놓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또 부시행정부내의 강온파 대립을 거대한 지진대'산안드레아스 단층'에 비유하면서 현재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은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일관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어 "만일 북한이 핵폭탄을 갖게 된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은 거의 없다'면서 "이 핵폭탄은 '부시의 폭탄'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8년간 해결되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였던 반면) 이제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립 없는 봉쇄'가 대북 정책 기조 돼야**

그는 또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왔다면서 이같은 북한의 입장 변화야말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외교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핵심적 전략 요소"라고 지적했다.

북한측 인사들은 셀리그 해리슨 등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이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면 미군의 남한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것이다. '공정한 중재자'란 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는 것은 물론 남한의 북침도 억지하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의 미군 주둔 용인은 2차대전 이후 동북아에 형성된 안보구조 '내'에서 남북화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외교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50여년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실패작이었다고 규정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고립ㆍ압박ㆍ붕괴 전술이 아니라 지난 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이 중공에 대해 구사했던 '고립 없는 봉쇄(containment without isolation)' 정책을 택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한 길은 '고립 없는 봉쇄'이다. 이는 1971-72년 리차드 닉슨이 중국과의 국교정상화의 물꼬를 텄던 방식이다. 미국과 남한은 양국간의 방위조약을 굳건히 지키면서 북한을 포용하고,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며, 북한이 서서히 고립으로부터 탈피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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