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하순봉의 방송개혁안, 무엇이 문제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하순봉의 방송개혁안, 무엇이 문제인가?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문제점 여섯가지

***하순봉 의원의 방송개혁안, 무엇이 문제인가**

하순봉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제시한 방송개혁안이 방송노조의 반발과 함께 언론계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MBC, KBS-2 TV 민영화안'과 '방송개혁을 위한 감사원법 개정' '방송과 신문의 겸영금지 폐지안' 등은 민감하고도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방송현업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하 의원의 방송개혁안은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졸속'과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회의원이 정책을 연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정법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가 비록 지난날 '권언유착'의 상징적 인물이라 할지라도 국회에 가서 '국민의 진정한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그렇게 분노의 대상으로만 몰아갈 일이 아니다. 문제는 국민의 대변자는커녕 사회불화와 갈등을 조장하고 당리당략차원에서 매사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그 행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하 의원이 제시한 방송개혁안에는 눈여겨 볼 부분도 있고 좀 더 논의가 진행돼야 할 부분도 있다. 또한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 항목도 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안과 설명이 필요하다. 하 의원이 제시한 방송개혁안의 문제점을 하나씩 지적하며 보다 충실하고 설득력있는 수정된 개혁안을 기대해본다.

첫째 방송민영화 부분이다. 'MBC와 KBS-2 TV를 민영화시키기 위해 관련법을 정비하여 서둘러 올해안에 마무리 짓고자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상업방송 SBS의 존재와 함께 공ㆍ민영 공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민영방송의 상업화와 저질화의 각종 폐해는 SBS를 통해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방송의 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한 대비와 설명이 부족하다. 영국 역시 BBC와 ITV의 공민영체제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의 기능을 더욱 강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법안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논의되고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국가방송정책 법안이 '서둘러 올해안에 마무리'해야 할 무슨 절박한 문제라도 발생했는가. 통합방송법안을 만든 지가 언제라고 또 다시 '올해안'이라고 시한을 한정하는가.

두 번째 '투명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서 감사원법을 개정하여 KBS, MBC, YTN 등 정부가 출연하였거나 출자한 언론기관도 감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옳은 말씀이다. 국가 예산 지출에 대한 당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법제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문제는 하 의원이 그렇게 강조하는 '방송중립과 방송독립'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가당착의 논리'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통합방송법과 방송위원회 등의 관련규정으로 감사기능이 가능한데도 정부의 기관이 나서서 언론기관에 대해 감사를 하게 되면 과연 '정부의 압력이나 입김'으로부터 방송독립을 현실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MBC는 민영화시키겠다'고 하면서 '감사대상'으로 거명하는 것 자체가 하 의원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민영화 되면 감사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하 의원이 제기한 개혁방송법안 내용 전체에 깔려있는 방송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불만이 '하 의원의 순수성'을 스스로 의심받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법 개정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의 법제로도 충분히 가능한 투명성 확보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그 인력 운영의 문제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셋째 'KBS시청료 폐지를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세금처럼 지출되는 시청료를 없애겠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공영방송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전제가 없는 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공영방송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공영방송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은 학계도 언론계에서도 제기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방송의 공영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 의원이 이와같은 '기상천외한 주장'을 하려면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방송구조 전체를 뒤집는 '국가방송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종이에 몇자 적어서 기자회견하는 식이니 '졸속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정략적이다'고 비판을 받는 것이다. 특히 1986년 전두환 군사정권하에서 '땡전뉴스'로 국민을 우롱하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앞장 선 하 의원이 당시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KBS시청료 거부운동'때는 '시청료 폐지' 한마디 없다가 이제와서 이런 식의 주장은 또 다시 방송을 부정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넷째, '방송통신의 융합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로의 확대개편과 함께 방송과 신문의 겸영금지를 철폐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부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방송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로 확대개편해서 현재와 미래의 미디어 융합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여야 국회의원들의 손에 의해 표류와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 확대개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으며 그 방법론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과 신문의 겸영금지를 철폐해야 하는가 여부는 '국회의원의 일방적 주장'보다 '토론과 사회적 합의'라는 과정이 먼저 필요한 부분이다. 겸영을 금지해온 이유가 있다면 그 금지를 철폐할 만한 언론환경이 조성됐는지, 예상되는 재벌의 미디어 독과점 행위는 어떤 식으로 견제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했었다.

다섯째, '신문은 기록이 남지만 방송은 일시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정보도가 잘 안되고, 한번 침해받은 권리는 구제되기가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시청자와 국민의 권리보장, 편중왜곡방송의 시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참으로 필요한 지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왜 하 의원이 방송사 기자, 앵커 시절에 법이 없어도 방송윤리강령차원에서도 지킬 수 있었던 시청자와 국민의 권리보장,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느냐는 부분이다. 하 의원이 방송앵커 시절 국민을 상대로 쏟아낸 그 수많은 오보와 왜곡보도들은 법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가. 이제 와서 하 의원이 앞장서서 법으로 '편중왜곡방송의 시정'을 하겠다니 현업방송인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 의원이 방송개혁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법안을 제시하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신의 과거 왜곡보도에 대해서도 한마디쯤은 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법 이전에 윤리와 양심이 우선하는 만큼 잘못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예외가 없다.

마지막으로 하 의원에 대해서다. 하 의원은 방송이 국민을 기만하던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부시절, 방송사 기자와 앵커를 거치며 정계로 진출한 대표적 '권언유착'의 한 사람이다. 한국언론의 어두운 그림자, 비윤리적인 관행중의 하나가 '언론장학생'으로 정계로 관계로 줄타기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사 '원인 없는 결과 없다'고 현업방송인 시절 특정 정당과 우호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국민을 기만한 댓가로 국회의원이 되고 청와대 수석으로 간다는 지적, 그래서 편파ㆍ왜곡방송라는 지적이 선거철만 되면 나온다는 대다수 언론후배들의 불만을 귀담아 들어야 하지않을까.

하 의원은 국회로 진출해서조차 '쥐새끼 발언'으로 부총재직을 사퇴했는가 하면 '이제 우리나라도 명문학교를 나온 좋은 가문 출신의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장본인이 됐다. 능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하 의원이 '가문과 경력'운운하는 시대역행적 발언을 일삼는 모습은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운 모습이다.

하 의원은 11대 때 민정당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4선을 지낸 중진의원으로서 사무총장, 부총재를 거쳐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6등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었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에서 가문도 경력도 없는 민초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공천권을 주는 당대표의 측근으로만 존재하면 5선, 6선도 문제없다. 고향에 돌아와서 '가문없는 유권자들에게 웃음을 팔치만 그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어리석은 투표행위를 하고 있다. 지역성 하나만으로 투표한 '무지의 선물'의 폐해는 주민과 국민의 부담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