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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종전과 한국언론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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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종전과 한국언론의 직무유기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탱크의 요란한 굉음과 포격은 사라졌지만 전후 복구와 이슬람 국가들 한가운데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미국의 전략과 ‘신국제질서’를 주창하는 미국의 중동정책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정시한까지 설정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이른바 부시 미 대통령의 ‘로드맵’ 구상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미군 병사 18명이 이라크 10대 소녀 2명을 집단강간했다는 외신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국내언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외신을 통해서만 간간이 소식이 들려올 뿐이다. 수십명의 국내 특파원들이 전쟁을 보도하던 바그다드 상황이 종전과 함께 불과 몇주만에 국내뉴스대열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어쩌다 후세인이 살았나 죽었나 식의 선정적인 보도만 나타날 뿐이다. 2003년 미국의 對이라크 침략전쟁은 한국언론에 의해 이처럼 잊혀져도 좋은 것인가.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는 미국 국내 언론에 의해 ‘거짓말’로 보도됐다. 프레시안은 최근 외신을 인용하여 ‘미 국방부가 지난해 9월 이라크 화학무기 보유의혹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는 보고서가 공개됐으며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거짓말을 해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의 주된 이유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한 허구를 드러내는 보고서의 공개는 미국의 진정한 전쟁의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의 명분과 전쟁논리에 대한 미국 언론의 검증은 지금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전후 중동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하며 이라크 차기정부는 누구에 의해 어떤 형태로 구성될 것인가는 전황 그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지만 국내언론은 외면하고 있다. 또한 한국군이 파견됐지만 현재 그 활동조차 소개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계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이라크 전지역을 초토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독재자 후세인의 퇴진으로 이라크 국민들은 안도하고 있지만 ‘이제 미군들도 이라크를 떠나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요구 역시 미국은 무시하며 이라크 국가체계와 지도자를 인위적으로 바꿔 이라크 석유의 안정적 공급과 나아가 중동지역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친미정권구도를 형성하는 새로운 중동의 국제질서를 확립할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 전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사태가 사실은 더욱 중요하게 보도돼야 하지만 한국특파원들은 모두 철수했다. 뉴스보도에서도 이라크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 후세인의 사망여부가 드러나면 그때 다시 한번쯤 눈길을 끌게 될 것이다. 한국언론의 무심함은 시청자와 독자들의 국제뉴스에 대한 저조한 관심과 맞물려있다. 전쟁 당시 상황이 지나면 그 일련의 과정이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은 일반 국민의 관심권 밖이라는 이유로 중요도를 떠나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 세계무역센터 테러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다수 국내언론은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편향된 보도로 미국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 심지어 미국이 빨리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보복전쟁을 펼치지 않는다고 조바심마저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런 점이 시정되지 않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반복됐다. 전쟁 보도는 그 자체가 언론의 ‘신나는 뉴스감’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주얼 스튜디오’ ‘CNN동시통역실’ ‘3D영상을 이용한 화려한 전자상황판’ 이 모든 것들은 왜 무엇을 위해 준비하다 치워버렸는가?

이번에도 미 당국이 제공하는 최첨단 무기의 정조준 모습과 화력을 그대로 방영하며 ‘외과수술식 정밀포격’이라고 한국언론은 자랑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이라크의 무고한 주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으며 왜 이들이 죽어가야 했는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로 민간인 피해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조금씩 그 피해의 실상과 참상이 서방언론에도 알려지며 국내언론에도 전달됐을 뿐이다. 지금은 바그다드에서 미군이 이라크 소녀들을 겁탈하고 있다고 한다.

프레시안에 의하면, 이라크의 10대 소녀 2명이 미군 병사 18명에 의해 집단 강간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백80km 떨어진 수와이리 미군기지에서 벌어졌다는 이라크 현지언론 보도가 나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일간신문 아스-사흐는 미군 병사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며 14세와 15세 이라크 소녀 둘을 군 기지안으로 유인, 18명의 미군 병사들이 집단강간했다고 9일 보도했다. 그후 한 소녀는 현장에서 사망했으며,다른 한 소녀는 그 사실을 알고 수치심을 느낀 자신의 가족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것이고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은 현실적 불가항력에 울분을 삼키게 될 것이다. 여전히 바그다드에서 언론통제논란을 받고 있는 미국언론 역시 국익을 내세워 이런 내용 자체를 보도하지 않아 진실여부는 시간과 함께 잊혀질 것이다.

세계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을 쓰며 세심한 전략을 세우는 부분이 바로 미국 내 언론의 전쟁보도 통제방식이다. 전쟁이 나면 첫번째 희생물은 바로 '진실이다'고 할 만큼 전시에 진실은 실종되고 자국에 유리한 정보가 선택, 과장된다. 이런 정보를 한국과 제3세계 국가들은 여과없이 받아서 자국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미국의 대표적 언론사이자 한국언론이 바이블처럼 믿어마지 않는 CNN 방송사나 AP통신사, Fox News도 전시에는 미국 국무성과 국방성의 언론통제전략에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보도하고 있다.

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국내 여론의 악화로 첫 패전의 아픔을 경험한 미국은 이후 80년대 그라나다 침공이나 파나마 침공 같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군사적 침공을 앞두고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했다. 91년 걸프전쟁 때는 이런 언론통제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 통제전략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언론을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취재하도록 격리시킨다. 둘째 장기간 취재, 보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셋째 최대한의 보도통제를 가한다. 이 세가지 통제지침은 추상적인 것 같지만 현장보도 기자들에게는 아주 구체적으로 행사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와는 또 다른 새로운 언론통제유형을 선보였다. 소위 '임베드(embed)' 프로그램으로 미국방부가 전쟁취재를 원하는 세계의 기자들의 신청을 받아 전함과 전선등에 분산, 배치하여 취재, 보도에 협조하는 적극적인 취재지원 시스템을 말한다. 국내 신문, 방송사 일부 기자들도 수백명의 외국기자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전선을 미군과 함께 이동하며 취재했다. 그 인베드 프로는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않지만 미군에 의해 취재제한을 받고 한정된 아이템을 선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인베드 프로에 참여한 한국 기자들은 바그다드 공격 최일선에 배치되지 못했다고 국내 종군기자들은 말했다.

전쟁중에는 취재환경 때문에 부실하고도 불공정한 보도를 해야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아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이라크 전후보도는 이런 식으로 사라져야 하는가. 학계는 새로운 언론통제방식에 대해 연구해야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국내언론사들은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는 바그다드와 중동지역에 대한 취재진을 보강, 국제뉴스를 ‘우리의 독립적 시각’으로 조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독자와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정보주권’은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국제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실천할 때 가능하며 선진국과의 정보격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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