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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처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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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처세 <상>

신세대를 위한 論語 30강 <24>

***한글 번역문**

옛사람들이 별로 말이 없는 것은 실천하지 못할까 걱정되서 그런거다.

***논어 원문**

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論語, 里仁)

***한글 독음**

자왈,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 (논어, 이인)

***원문 자구 주석**

古者言之不出 : 古者는 옛사람. 言之不出은 말이 나오지 않음. 말이 좀체 없다는 뜻.

恥躬之不逮也 : 恥는 수치롭게 생각하다. 躬之不逮也는 목적어. 躬은 몸, 즉 실천을 말함. 逮는 이르다, 따라잡다. 실천이 따라잡지 못할 것을 수치롭게 생각한다는 의미.

***해설**

<논어>를 쭉 읽다보면 공자란 인간이 말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원래 선생이니 훈장이니 하는 분들은 대개 말이 많은 법이거든요. 그걸 일컬어 직업병이라고도 하는데 누구나 보면 붙잡고 훈계를 하려고 든다 이겁니다.

공자도 일종의 훈장이었는데 제자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훈계를 많이 했음직한데 <논어>를 보게 되면 입이 좀 무겁지 않느냐 하는 그런 인상을 받게 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며 <논어>를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옛사람들이 별로 말이 없는 것은 실천하지 못할까 걱정되서 그런거다.”

원래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말을 일단 해놓고 실천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말이 안되죠. 그래서 입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무게를 잡으려고 말수를 줄인 것이 아니라 실천을 못할까봐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공자는 옛사람이라고 둘러댔는데 실은 자기 자신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입후보자들이 소위 공약(公約)이란 걸 내거는데 그게 절반 이상 공약(空約)으로 끝나죠. 자기 자신에게도 아니고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을 공약이라고 하는데 그게 헛된 약속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논어>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한심한 것이예요. 우리가 노상 쓰는 말 중에 식언(食言)이란 단어가 있는데, 말을 그냥 없던 것으로 삼키는 것입니다. 말이란 것도 많이 먹으면 살찌는 것이예요. 그래서 옛날 중국책에는 식언이비(食言而肥)란 말이 있습니다. 디룩디룩 살찐 정치가를 조롱하는 말이예요.. 너무 말을 많이 잡수셔서 살이 쪘다는 뜻입니다. 문민정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별 문제는 없겠지요?

위와 비슷한 이야기가 <논어>에 여럿 보이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어요.

“지식인은 말이 행동을 앞서는 걸 수치스럽게 여긴다.”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헌문편)

일견 너무도 당연한 듯한데 쉽지 않을 것같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공자 시절에도 말을 앞세우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자가 이렇게까지 강조할 리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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