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번역문**
공자가 말하길, “자로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아는 것은 안다고 하여라,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여라, 그게 아는 것이야.”
***논어 원문**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論語, 爲政)
***한글 독음**
자왈, “유! 회녀지지호! 지지위지지, 불지위불지, 시지야.” (논어, 위정)
***원문 자구 주석**
由! 誨女知之乎 : 由는 자로의 이름. 誨는 가르치다. 女는 汝, 2인칭 대명사. 知는 안다. 之는 불특정 대명사. 乎는 어기사.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爲는 謂의 뜻. ~라고 말하다. 是는 대명사, 이것. 앞서 말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해설**
사람들은 대개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하지요. 과시나 일종의 허세로서 말입니다. 배움 앞에서는 겸손하라는 뜻에서 공자는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다른 제자도 아니고 특별히 자로(子路)를 지목하여 이런 말을 한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마도 자로의 성격이 다소 튀는 편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사실상 공자가 앎에 대해 강조한 위 이야기는 참 귀한 가르침이죠. 특히 선생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이건 필자가 경험상 잘 압니다. 앎에 대해 이렇게 솔직했던 공자이기에 배움을 즐겨하고 또한 배우겠다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나 흔쾌히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겠지요:
“마른 고기 한묶음이라도 가져와 배우겠다는 사람치고 내가 가르치기를 거절한 적이 없다.” 子曰: "自行束脩以上,吾未嘗無誨焉." (述而)
마른 고기 한묶음이라니요? 일종의 수업료입니다... 요즘 대학 등록금에 비해 너무 싸지요? 마른 고기 한묶음이란 뜻은 배우겠다는 성의만 있으면 가르쳤다는 것이지 수업료가 고작 그것 밖에 안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당시 스승으로 모시려는 일종의 예절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공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나는 말이다 누구든 가르치겠다, 신분이나 계급을 가리지 않고.” 子曰: "有敎無類." (위령공편)
대단하지 않습니까? 누구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흔쾌히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육의 길을 기꺼이 걸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선생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좋은 말을 남겼지요. 그것은,
“옛 것을 부단히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이해한다면 선생님이 될 만하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위정편)
필자가 장담하건대 공자가 오늘날 살았다면 그는 아마 영어도 잘하고 컴퓨터와 멀티미디어에 달인이었을 것입니다.
한편 공자의 교육방식은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게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건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주입식 교육이 아닌 계발(啓發)에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구절을 볼까요?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질 않고, 알려고 하는 과정에서 막혀 고통스러워 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는다. 그저 배우기만 할 뿐 응용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子曰: "不憤不啓,不悲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술이편)
이외에도 공자는 일률적으로 가르친 게 아니라 학생 저 마다의 타고난 소질에 바탕을 두고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다음 구절을 볼까요?
“자로가 묻길..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바로 행동에 옮길까요? 공자가 답하길..부모님이 아직 계신데 어떻게 듣자마자 바로 행동에 옮기려고 하느냐?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자로가 자리를 비우자) 염유란 제자가 묻길..선생님 말씀을 바로 행동에 옮길까요? 공자가 답하길..그럼, 실천이 중요해요..... 옆에 있던 공서화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선생님, 똑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이 틀립니까? 자로가 물었을 땐 신중하라고 하셔놓고선 염유가 똑같이 물으니까 바로 실천하라고 하시다니요. 저 정말 헷갈립니다. 이에 공자가 답하길..자로는 애가 너무 덤벙대니까 좀 신중하라고 그런 거고, 염유는 애가 소극적이라 과감하라고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란다.” 子路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如之何其聞斯行之?" 冉有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公西華曰: "由也問聞斯行諸,子曰,'有父兄在'; 求也問聞斯行諸,子曰,'聞斯行之'. 赤也惑,敢問." 子曰: "求也退,故進之; 由也兼人,故退之." (선진편)
아, 참으로 융통성있는 가르침이네요. 학생의 성격이며 능력을 고려했다는 점은 무릇 선생님이면 봉행해야 할 가르침입니다.
여기서 잠시 숨을 돌려 이런 질문을 한번 해보도록 할까요? 공자가 배움을 즐겨하고 또 가르치는 것도 기꺼이 했다는데, 그렇다면 배우고 가르쳤다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즉 교육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말하자면, 무엇을 열심히 그렇게 즐겁게 배우려 하고 가르치려 했을까요?
이 점을 따지자면 다소 당황하게 됩니다. 왜냐면 공자가 배우려 하고 가르치려 했던 것은 현재의 교육 내용과 완전히 틀리거든요. 현재 우리가 배우려 하는 것이나 배우는 것은 거의가 다 지식이지요. 특히 공대나 상대 심지어는 사회대 쪽의 공부가 전부 이래요. 물론 문과대 경우도 대개 어학을 열심히 하는데 이것 역시 지식에 들어가는 것이죠.
따라서 요즘 대학교육이란 것은 좀 나쁘게 이야기 해서 학원이나 다름 없지요. 학원에서는 철저히 정보와 지식을 전수하니까요. 여러분들 중 어느 누가,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합니까? 설사 학원강사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지식과 정보를 잘 가르치기만 한다면 학생 여러분들은 가서 배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학원에 가는 목적은 학원강사와의 인격적 만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원강사가 전해주려는 지식이나 정보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관계가 언제부터인가 대학교에서도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상기하고 논어를 읽어보면 뭔가 좀 헷가리게 됩니다. 그게 뭣인가 하면....
공자가 그렇게 즐겁게 열심히 배우려고 했던 것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일종의 도리, 좀더 풀어 이야기해서 사람 살아가는 도리였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그렇게 즐겁게 기꺼이 배우려고 했고, 또 가르치려고 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공자에게 있어서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은 서적상의 지식만을 습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무릇 된 사람이란 음식이나 거처에 있어 만족스럽고 편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을 할 때에는 부지런하고 민첩하며, 말을 삼가서 한다. 그리고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깨친 사람들과 사귐으로써 자기를 단정히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면 배움을 즐겨한다고 할 수 있다.”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학이편)
바로 위에서도 보았듯 공자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서적상의 지식 뿐이 아니라 바로 행동과 실천이었던 것입니다. 아니, 후자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좋은 점은 택해 본받고, 나쁜 점이 있으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고치도록 노력한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술이편)
공부에 대한 공자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습니다. 공자는 공부에 대해 배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 또 그걸 실천했습니다.
1. 공자는 배우기를 즐겨했다. 배우면서도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배움 앞에서는 겸손하여 알면 안다고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했다.
2. 가르치는 것도 신분과 계급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누구든 배우고자 한다면 기꺼이 가르쳤다. 단지 한가지 조건이 있다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았다. 가르치면서도 주입식이 아닌 계발에 중점을 두었으며, 학생 저마다의 타고난 소질에 근거해 적절하게 가르쳤다.
3. 선생이 될 조건으로 옛 것(古典)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된다고 했다.
4. 공자가 열심히 배우려 하고, 또 열심히 가르쳤던 것은 책 속의 지식만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의 인간으로서의 도리였다. 바꿔 말하면, 책 속의 지식을 배우는 것도 어떻게 인간의 도리를 실천해야 되는가에 대해 옛 사람들에게서 모범을 구하고자 하는 극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이유로, 예수가 보여주었던 자기희생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라면, 공자를 본받아 배움에 힘쓴다는 것은 유가 학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배움에 대한 공자의 태도를 10%만 실천해도 지식 정보화 시대에 뭔가 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논어>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며 함께 노력하죠.
“하루종일 밥이나 먹고 그저 빈둥거리다니 그래 가지고서야 힘들지 않겠느냐? 거~ 바둑 장기라도 있잖니. 그거라도 하면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야.”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양화편)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