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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찾아서’ 김현철과 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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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찾아서’ 김현철과 유승준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한국 국민을 기만한 김현철과 유승준이 ‘국민의 대표’와 ‘연예계의 우상’으로 돌아오겠다고 한다. 당사자들이야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법을 유린하고 법의 특혜를 받았거나 요구하는 이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드물다. 특히 한국처럼 의무는 방기하고 특혜만 누리려는 ‘反노블리스 오블리제(고귀한 책무)’ 정서가 보편화한 사회에서 이를 시정하려는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김영삼 정부시절 국정농단의 장본인 ‘황태자 김현철’과 병역기피를 위해 ‘스티브 유’로 변신, 미국으로 떠난 유승준이 국민의 기억력과 인내력을 시험하고 있다. 김씨는 거제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금뱃지’에 도전하기로 최근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입국을 시도하다 강제출국 조치된 유씨는 반응이 시들한 미국무대에서 벗어나 돈벌이가 확실히 보장되는 ‘금밭’에 들어오기 위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 눈물로 입국을 허락해달라고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을 캐려는 두 스타’가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모두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한쪽은 지역주민에 대해서 다른 한쪽은 한국팬들을 위해서라고 그 대상을 정리하고 있다. 국민을 배신하고 법을 우롱한 과거 자신의 선택과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명도 사과도 없다. 한쪽은 지금도 ‘아버지’ 운운하며 지역구를 바꾼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고 또 한쪽은 거듭된 거짓말과 눈물로 자신의 변신을 회칠하려 한다.

특별한 보직도 없었던 김씨가 대통령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소통령’ 행세를 하며 국정을 농단한 사실은 실형선고와 함께 법의 유죄판결로 입증됐다. 각종 이권행사에 개입했다가 청문회에 불려나와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로 하여금 ‘자식의 잘못은 애비의 허물’이라며 공개사과까지 하게 한 장본인이다. ‘애비 잘 만난 덕’에 남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특별사면조치’를 8.15광복절때마다 두 번에 걸쳐 잇달아 특혜를 받아 공민권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 마산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다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도중하차했던 김씨는 이번에는 지역구를 거제시로 바꿔 출마를 선언하며 ‘절대로 중도포기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의 출마반대는 노골적이고 거세다. 이들은 "가라! 너거 집으로!", "국가환란 주범이 총선 출마 웬말이냐?" "마산에서 버린 쓰레기 거제 반입 웬말이냐?" "아버지 덕에 정치입문 꿈도 꾸지마라" "백수 김현철, 무슨 돈으로 출마?" "열심히 부정부패한 당신 거제에서 떠나라" "거제시민 대청소의 날" 등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버지 정치고향’ 거제지역에서 ‘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김씨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출마와 국회입성을 성공할 수 있을지 김씨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의식수준이 심판대에 올랐다. 또 다시 범법자를 국회로 보내 국회의원 질과 수준을 낮출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거제시민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지역시민들의 반발과는 대조적으로 김현철에 대한 비판기사는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드물다. 지역방송의 경우 시민단체의 반대시위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별사면’이라는 법의 특혜를 받은 김씨처럼 유씨는 병역의무는 회피하고 불과 1년만에 법의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시민이 된 유씨가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조국’운운하는 데 대해 다수의 네티즌들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봉사하고 싶다는 편지를 작성하면서도 어디에도 ‘군복무’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아직 20대의 유씨는 이훈, 차인표씨처럼 더 나이가 들어서도 군복무를 한 전례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스포츠 신문들이 이와관련된 기사를 게재하면서 동정적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의무를 무시한 특권층에 대해 언론에서 먼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관대한 동정론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없는 사회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회가 되더라도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현재 병무청,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유승준 해금'을 위한 민원이 접수돼 있으며, 각 기관들은 유승준의 입국 문제를 두고 적정성 여부를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법률문제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지만 이런 식으로 병역 회피를 정당화해 줄 때 60만 군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군의 사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 더 이상 한국에서 군은 ‘못난 사람 없는 사람’이나 끌려가는 곳으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김씨도 유씨도 과거의 자기 잘못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대중의 인기와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법을 우습게 생각하고 의무는 민초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며 자신들은 법의 특혜 대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 잘못을 범한 자를 영원히 처벌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적어도 자숙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진실로 용서를 구하는 자세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유씨는 ‘눈물의 편지’에서 ‘조국에 돌아가지 못한 지가 벌써 1년이 됐습니다’라고 적고 있지만 이것은 ‘아직 1년밖에 안됐다’로 수정돼야 한다. 당시 군에 입대한 ‘유씨의 전우들’은 아직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위해 현재 군복무중이다. 디스크 수술 때문에 군에 못간다는 유씨가 무술영화에서 설치고 다니는 현란한 몸동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한국사회는 급속한 속도로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 평등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법치사회로의 진행을 의미한다. 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을 유린한 자가 ‘사면’을 받기도 힘들어지지만 윤리적으로도 용인되지 않는 투명하고 평등한 사회로 전환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씨와 유씨는 좀 더 자숙기간이 필요하다. 김씨는 거제시민들이 판단하겠지만 유씨는 강 법무장관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현역군인은 물론 대학생들, 입대예정자들까지 강 장관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언론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며 법의 특혜대상 집단을 더욱 엄정한 눈초리로 감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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