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번역문**
자공이 묻기를, "선생님, 정치를 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할 게 무엇인가요?" 공자가 답하길, "경제를 살리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얻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의 요점이니라." 자공이 묻기를, "부득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위 3가지 중에 어느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어떤 항목을 먼저 희생해야 합니까?" 공자가 답하길, "그럼, 국방을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 자공이 또 묻길, "또 부득이 하여 어쩔수 없어서 또 한가지를 희생해야 한다면요?" 공자가 답하길, "그럼, 경제를 희생해야 하겠지. 내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 줄 아느냐? 사람이란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 국방력이고 경제고 서로 맘을 합쳐 죽자사자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지만, 그러나 일단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는 것이야."
***논어 원문**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論語, 顔淵)
***한글 독음**
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왈, "필불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불득이이거, 어사이자하선?" 왈, "거식.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 (논어, 안연)
***원문 자구 주석**
子貢問政 : 子貢은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足食, 足兵, 民信之矣 : (공자 답변) 足은 형용사, 충분하다. 足食은 충분한 식량, 즉 경제력. 足兵은 충분한 병력, 즉 군사력. 民信之矣는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한다. 之는 정부, 矣는 어기사. 어기사는 뜻이 없고 어감을 나타냄.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 必不得已而去는 부득이하여 꼭 제거한다면. 於斯三者는 위에서 언급한 충분한 식량, 충분한 병력, 국민의 신뢰. 이 3가지에서. 於는 개사. (영어의 전치사) 何先은 무엇이 앞섭니까? 즉 무엇을 먼저 제거해야 할까요? 제거한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뜻임.
去兵 : (공자 답변) 병력을 포기한다. 즉 군사력을 포기한다.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自古는 자고로. 皆는 모두, 부사. 有死는 죽음이 있다, 즉 결국 모두 죽는다. 民無信不立은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가 없다. 일어날 수가 없다는 말은 쓰러진다는 뜻.
***해설**
옛날이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약소 국가는 항상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먹고 살아가기가 피곤하지요. 지금 대만을 보세요. 중국의 등살에 국제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서 너무 너무 고전하고 있지 않은가요. 경제적으로는 견딜 만하면서도 군사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자공이란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어요. 위 인용문입니다.
위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러네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를 살리자고 야단이죠? 국방 관념이 해이해져서 안되겠다고 그러고.. 그런데 공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건 둘째 셋째 문제라고 하는군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최고 급선무라고 하네요. 믿을 수 없는 정부를 위해 국민들이 무슨 할 일이 없다고 경제를 회생시키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칩니까?
위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싱가포르 생각이 납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반도의 옹색한 불모지 땅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세계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하잖아요. 게다가 국가 행정의 효율면에서도 전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이란 주간지에 특집이 났는데, 싱가포르 전체를 지혜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가구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한다네요. 싱가포르가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나 그곳의 공무원이 청렴하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났습니다. 한국 종합상사들이 싱가폴에서 가장 골탕 먹는 게 무슨 사업을 하려면 규정대로 곧이 곧대로 하려는 공무원들 때문에 구어삶을 수가 없다는 것이래요. 국민들은 공무원을 거의 100% 믿고 사는 모양이죠? 그러나 싱가폴 공무원들의 급여수준이 대기업체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도 이 자리에서 반드시 거론하긴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현혹되지 말고 멀리 보는 그런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공자는 강조했습니다. 관련 대목을 보실까요?
자하(子夏)가 노나라 지방관리가 되었는데, 아마 정치를 잘 해보려고 결심했는지 공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이에 공자가 대답하길, "무슨 일이든지 급히 이루려고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에 눈이 어두어서는 안된다. 웬지 아니? 무슨 일이든 급히 이루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고, 눈 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란다." 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 則不達, 見小利, 則大事不成.” (자로편)
이것 참 좋은 이야기군요. 특히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 공무원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예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는데, 국가의 운명은 사실상 인재 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죠. 이렇게 중요한 교육의 문제를 교육부 장관이 바뀌면 따라 바뀌어서는 한심한 것입니다. 지금 학부제라는 것도 대학의 자율에 맡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안하면 교육부에서 사립대학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하였다면 문제가 아닌가요? 돈으로 을러대면 나중에 돈이 없으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죠.
눈 앞의 이익, 당장의 이익에 연연해 하지 말라.. 그러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는데, 그건 여러분들이 이 귀한 젊은 시절에 무슨 아르바이트 한다고 그렇게 푼돈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고 실력을 닦기 위해 밤잠을 안자고 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르바이트는 무슨 대단한 아르바이트라고 귀한 시간 다 보내요? 정말 집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생활비 벌어야 한다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제발 아르바이트 하지 마세요. 1시간에 2천원입니까 3천원입니까?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그렇게 젊은 날의 고귀한 시간을 투자해서 몇 푼을 벌어서 뭐에 쓸려구요? 책을 샀습니까? 컴퓨터를 장만했나요? 학원이라도 등록했습니까? 그렇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런게 아니라 여름방학 때 바캉스 비용 댈려고? 여자 친구, 남자 친구와 데이트 비용 만들려고? 겨울 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 가려고? 없는 돈에 왜들 그렇게 밖으로 나가려고 해요? 그 시간에 실력 닦으면 나중에 얼마든지 나갈 기회가 생깁니다. 유흥비요? 그 시간에 실력을 닦아요, 나중에 사회생활 하게 되면 매일 먹는 게 술이예요, 술 때문에 몸이 망가질 정도로 마시게 됩니다. 사회 경험을 미리 하기 위해서라고요? 졸업하고 직장 생활 한달이면 지긋지긋한 사회 경험 실컷 하게 될 겁니다. 요컨대 학생 시절 그 귀한 시절에 실력을 다지는 일 이외에는 모두 하찮은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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