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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유머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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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유머 <하>

신세대를 위한 論語 30강 <14>

***한글 번역문**

유비(孺悲)가 공자를 알현하고자 찾아왔다. 공자는 컨디션이 안 좋다며 사양했다. 사람을 시켜 문밖에서 대기하던 유비에게 뜻을 전달하고는, 곧 이어서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러재꼈다. 유비 그 사람 들으라고.

***논어 원문**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論語, 陽貨)

***한글 독음**

유비욕견공자, 공자사이질. 장명자출호, 취슬이가, 사지문지. (논어, 양화)

***원문 자구 주석**

孺悲欲見孔子 : 孺悲는 사람 이름. 유비가 공자를 뵈려고 했다. 見은 알현(謁見)

孔子辭以疾 : 공자는 아프다고 사양했다. 辭는 사양하다. 以疾은 질병으로써.

將命者出戶 ; 將命者는 분부를 전달하는 사람. 비서라고 생각하면 됨. 비서가 공자의 방문을 나섰다.

取瑟而歌, 使之聞之 : 거문고를 가져와 노래 부르며 일부로 듣게 했다. 使之聞之의 之는 모두 대명사, 앞의 之는 유비, 뒤의 之는 노래 소리.

***해설**

<논어>란 책이 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도 아니고 공자 자신이 쓴 책도 아니고 그저 공자의 제자, 제자의 제자, 제자의 제자의 제자들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편찬한 것이라 했습니다. <논어>의 <학이편> <위정편>.. 이런 편도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시작하는 앞머리에 학이.. 위정.. 이렇게 시작해서 그걸로 구분한 것일 따름이죠. 그 당시 책이란 것은 대나무 쪼가리같은 데다 썼는데.. 이렇게 표기해서 섞이지 않도록 구분한 것일 따름입니다. 이런 <논어>에는 당연히 살아있는 생생한 공자의 모습이 군데군데 들어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공자는 중국문화에서 워낙에 유명한 분인지라 일반사람들이나 연구하는 학자들 입장에서 공자가 약간 빗나간 이야기를 했다거나 쌍소리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고 하는 것은 심정상 용납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 <논어>나 공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글을 보면, "성인이 이럴 리가 없어요.... 이건 누군가 못된 놈이 날조한 것이여.... " 이런 내용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송나라 때 주자(朱子)만 해도 그런대로 공자의 이런 면모를 이해한 편이었지요. 바로 위 이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공자는 위선자를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로 그런 것이다." 이건 그런대로 공자의 심중을 읽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청나라 때 최술(崔述)쯤 가게 되면 맛이 가게 됩니다. 그의 반박은 역시 비슷해요, "성인이 이럴 리가 없다, 후세 사람 중에 못된 놈이 날조한 이야기다."

공자는 사실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나는 너 싫어해, 너는 위선자 아니냐, 나는 진정한 소인은 받아들일지언정 너같은 위선자는 보기 싫다. 그래, 나 지금 병나서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휘둘러놓고는, 일부로 들으라고, 거문고 뜯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놈아, 나 병난 게 아니라 멀쩡히여~.

밖에서 공자의 노랫소리를 들었던 유비는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아파서 사람도 못 만나겠다는 공자가 요즘으로 말하면 노래방 기계 틀어놓고 송대관의 <인생은 생방송>을 불러재꼈다면, 이것이야말로 악작극도 보통 악작극이 아니지 않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인간의 오욕칠정을 고루고루 갖춘 그냥 인간이었지요.

이제 죽마고우와 농담하던 공자를 소개해보죠. <논어, 헌문편>를 보면,

“원양(原壤)이 가랑이를 벌리고 공자를 맞이했다. 공자가 말하길, ‘어려서는 말썽만 피우고, 나이들어서는 뭐 하나 이룬 것도 없는 주제에, 늙어서는 죽지도 않는군. 늙어서 죽지도 않는 건 그건 나이 도둑질이여.’ 공자는 말을 마치고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원양의 쪼인트를 깠다.”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아니 공자가 웬일이죠. 지팡이로 불알 친구 원양의 쪼인트를 깐 것만 해도 우리의 인상 속에 있는 공자가 아닌데, 한술 더 떠서 “늙으면 죽어야지. 이거 뭐 해놓은 것도 없는 게 나이만 자꾸 처먹으며 밥만 축내서야 도둑이지, 밥도둑에 나이 도둑......” 이런 말까지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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