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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태양발전소 준공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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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태양발전소 준공에 부쳐

이필렬의 '생태와 인간' <4> 50년후를 내다보며

오늘 5월 14일은 조금 감격스러운 날이다. 한국 최초로 시민들이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세운 발전소가 준공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에너지대안센터는 석유위기와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왔다. 원자력도 결코 이 위기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없음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뛰어넘어야만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진정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리는 그 대안이 바로 고갈되지 않고 깨끗한 재생가능 에너지에 있음을 발견했다. 태양에너지와 풍력,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모든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시스템의 100% 전환이야말로 핵폐기물과 기후변화와 석유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대안은 실천을 통해서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 준공되는 시민태양발전소는 이 실천의 첫걸음,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뛰어넘는 실천의 첫걸음이다. 이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꽤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이 함께 일년도 넘게 시민발전소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 생각했고, 실행방식에 대해서 논의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처음에는 10억 이상 드는 커다란 풍력발전기를 세워보기로 했다. 모금 계획도 세웠고, 바람이 잘 부는 곳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그러나 적당한 부지를 찾는 데 실패했고, 자연히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시민발전소 건설 계획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우기 쉽고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작은 태양발전소를 생각했다. 작은 발전소인데도 그동안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특히 작년에 정부에서 개정한 대체에너지촉진법이 우리같은 시민에게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후에는 의기가 좀 꺾이기도 했다.

2002년에 개정된 대체에너지촉진법에는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716원에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가정용 전기 소매가가 평균 100원 꼴인데, 그것의 7배나 되는 높은 가격이다. 이렇게 판매만 되면 태양발전기를 세우고 10년이만 지나면 순수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제도는 판매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전기를 판매하려면 발전사업자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이 작은 태양발전기를 가지고는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우리는 산업자원부, 전력거래소 등에 백방으로 문의해서 시민발전소를 건설하기 전에 전기판매를 성사시켜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답변을 종합한 결과 안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기를 팔 수 없으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냥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전기를 팔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일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 일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언젠가 정부의 제도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운 태양발전기는 3kW짜리의 작은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것과 비슷한 규모의 발전기를 여기저기 계속 세워나갈 계획이다.

5월 21일이면 안성에서 시민발전소 2호기가 정식으로 돌아간다. 몇 달 후면 파주 출판단지에도 시민발전소가 완공될 것이다. 그리고 그후에는 개인주택뿐만 아니라 학교옥상이나 아파트 옥상에도 시민들의 힘으로 태양발전소를 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시민발전소 건설과 이를 통한 에너지전환 운동에 동참하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이렇게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국민의 힘에 의해서만 정치인과 관료들의 굳어진 머리, 에너지는 원자력과 석유가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 굳어진 머리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느냐고 빈정댄다. 사실 이번에 세운 작은 태양발전기에서는 전기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전기를 아껴쓰는 두 가구 정도가 쓸 것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발전소를 세우는 데 들어간 돈이 2천9백만원이나 되니 값도 꽤 비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중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으면 수십년은 기다려야 쓸만한 재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고, 그때 내가 살아있을지 어떻게 아냐고 생각하고 나무를 심지 않으면 나중에는 어떤 쓸만한 나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기 싫어서 빨리 자라는 나무만 심으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값이 싸다고 해서 석탄석유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만 고집하면 나중에 기후변화와 핵폐기물의 위험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리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려고 해도, 설령 많이 개발해서 쓴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때는 늦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싸고 전기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하나씩 개발해가면, 나중에 우리는 고갈되지도 않고 생태계를 파국으로 빠뜨리지도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즐겁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태양발전소를 세운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미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이 때가 분명하게 언제가 될지는 잘 알 수 없다. 유럽 사람들은 이때를 2050년으로 정했다. 그들은 10여년 전에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그들과 같이 50년 쯤 후에는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모두 사라지고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만 에너지를 얻는 감격의 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최초의 시민태양발전소를 세운 사람들의 노력은 그 날 최종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그 날 시민발전소에 참여한 우리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식과 손자들은 고갈되지 않고 깨끗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우리를 생각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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