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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시대정신 실현하는 KBS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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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시대정신 실현하는 KBS 돼야"

<인터뷰> 정연주 KBS사장 "신바람나는 조직문화 만들겠다"

"KBS 사장으로 내가 할 일은 바깥 바람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도록 병풍 역할을 하는 것이며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KBS 조직문화를 일할 맛 나는 신바람나는 조직문화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활력있고 창조적이고 생산성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좋은 프로그램은 저절로 나온다."

<사진>

25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KBS 사장으로 임명된 정연주 신임 사장이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역할과 포부다. 정 사장은 "KBS는 조직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므로 팀워크를 중시해야 한다. 사장이 할 일은 공룡이며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공영방송이 되도록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과의 인터뷰는 25일 임명이 확정된 후 오후 7시부터 30여분간 전화로 진행됐다.

28일 오전 10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인 정 사장은 구체적인 KBS 개혁방안을 묻자 "아직 정식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KBS 개혁방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말을 많이 할 수도 없다. 일단 KBS 조직을 파악하고 구성원들의 여론도 수렴해야 구체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개혁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면서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인사시 연공서열보다 능력있는 사람 과감히 중용하겠다"**

인사 원칙에 대해 정 사장은 "연고주의나 특정 인맥에 의한 인사를 배제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중용하는 인사를 하겠다.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보다는 젊더라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뭘 할 수 있느냐보다는 방송사인 만큼 좋은 프로그램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방송은 전파를 이용한 공공재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공공성이 다른 방송사보다 더 돋보여야 한다. 앞으로 KBS 조직을 파악해가며 구성원들과 의논하며 가야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조직개편과 관련해 정 사장은 "아직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개편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KBS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관료주의적인 경직성과 사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개방적인 민주주의자로 토론을 좋아한다.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있으면서 논설위원실 분위기를 바꿨듯이 사장이 먼저 노력하면 KBS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장이 몸으로 조직의 운영문화 개선에 앞장서겠다"**

정 사장은 또 "내 나이가 KBS 사장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사장이 몸으로 생활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임자에 따라 달라지는 조직의 운영문화가 있다. 조직운영은 아랫사람들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책임도 주는 대신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직개편 방향은 구체적인 인사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정 사장은 "방송처럼 개인이 완성품을 만드는 직업에 있어선 독창성과 창의력을 살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료주의적인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사장으로서 구현하고 싶은 방송사의 위상에 대해 정 사장은 "KBS는 올바른 시대정신을 실현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좋은 프로그램으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말을 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디어비평·시사고발 프로 필요"**

정 사장은 시민사회단체와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과 시사고발프로그램 활성화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 즉 신문과 방송의 영역에는 비정상적인 요인들이 있다. 방송영역에도 비슷비슷한 오락프로그램들을 갖고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기형적인 모습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지적해야 한다. 비정상적이고 비언론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필요하다. 다만 어떤 포맷을 통해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나타날지는 여론을 수렴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사장은 시사프로그램 활성화 방안과 관련, "원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고유의 영역으로 돌아가면 된다. (존폐논란을 겪었던) '추적60'을 처음 만들 때 가졌던 기획과 취지, 즉 사회비리를 고발하겠다는 원래 정신을 그대로 살리면 된다. 최근 KBS 시사프로그램들이 어떤 이유에서 연성화됐다면 이는 문제다. 예를 들어 '역사스페셜'이 너무 고대에만 치우쳐 근현대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또 "현재 있는 프로그램들중에도 잘 만들기만 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어떤 민감한 주제들을) 피해가려는 게 있다 보니까 다른 걸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비용 마련과 2TV 분리 문제 등 구체적 현안은 업무파악 뒤 답하겠다"**

KBS가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지털방송 전환비용과 수신료 인상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정 사장은 "지금은 KBS의 매출액과 비용 등에 대한 대체적인 수치밖에 알고 있지 못한 상태라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 세부적인 재원마련 계획과 방법은 들어가서 살펴봐야 알 수 있겠다. 일단 원칙은 KBS가 공영방송인 만큼 광고 등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KBS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KBS2TV 분리문제에 대해 정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몇 달간 업무파악을 마친 후에야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정 사장에 대한 이념시비와 자녀국적 문제 등에 대해 질문했다.

***"있는 그대로 주장을 전달한 것이 친북편향인가"**

정 사장은 "이미 한겨레신문 등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기자로서 어느 쪽 주장이든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친북편향이라며 색깔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특정인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드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25일자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특파원 시절 북한 관리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북한 관리와 기자간담회를 한 뒤 그대로 써주면 흑색선전이 된다며, 냉전적 시각에서 왜곡하는 경우가 있었다. 북한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을 가지고 친북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기자는 어느 쪽 주장이든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북한 관련 보도를 하면서 북한에 유리하도록 각색하거나 선별한 적이 없다. 만일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했다면 국가보안법에 걸릴 텐데, 그런 적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살아온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다"며 "나를 두고 편향됐다거나 도덕적 흠결 운운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삶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두 아들 국적문제는 병역기피가 아닌 고통스런 결정이었다"**

정 사장은 두 아들의 국적문제와 관련 "82년 11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수배자로 도망다닐 때 부모님이 미국으로 가셨고 돌아가셨다. 한이 많다. 부모님 묘소라도 가려는데 유일한 방법이 유학밖에 없었다. 당시 두 아들은 8살과 6살이었는데 아이들의 뿌리를 뽑아가는 것같아 괴로웠으며 미국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후 휴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89년 한겨레신문 워싱턴특파원 발령을 받고 워싱턴으로 떠날 때 당연히 가족이 함께 가야 했는데 아이들이 영어로 'All my friends are here(내 친구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라며 함께 가기를 거부했다.

6-7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또 그러면 안될 것같아 아이들의 뜻을 존중해줬으며 집사람도 아이들과 함께 남았다. 혼자 일만 죽어라고 했다. 2000년 귀국할 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미국에서 살겠다고 했다. 이미 성인이 된 아들들(27살과 25살)을 우격다짐으로 데려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미국에서 살려면 주류사회에 적극 참여해야 하니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나중에 알아보니 시민권을 신청해 1년 반 전에 취득했다고 들었다. 집 사람은 당시 시민권을 획득했다가 뒤에 포기했으며 영주권은 시민권 획득 때 자동소멸됐다. 당시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후의 이야기들은 내가 쓴 '정연주의 워싱턴 비망록'이란 책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우리 사회가 가진, 미국 국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악의가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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